경북 울진 배낚시

‘봄대구’ 호황
가자미·부시리·방어와 바통터치 대기 중   

김진현  기자 kjh@darakwon.co.kr

▲이프로2호 선두에서 낚시한 이한철 씨가 80cm가 넘는 대구로 손맛을 보았다. 조류가 흐를 때는 입질이 없더니 조류가 멈춘 후부터 입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기자는 2월 중순경 동해남부의 가자미낚시를 취재하기 위해 울진 오산항에 있는 이프로호 출조에 동행하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출조하기 며칠 전 조금 황당한 연락을 받았다. 이프로2호 이영수 선장은 “연안 물색이 좋지 않아 가자미가 낚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구, 부시리 손님만 받았어요. 금어기 이후 대구가 잘 안 낚일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잘 낚입니다. 차라리 대구를 취재하세요”라고 말했다.
그래도 대구는 ‘끝물’이라 가자미 출조에 맞추려 했더니 이프로1호와 이프로2호의 한 달 스케줄이 전부 대구와 부시리 빅게임으로 예약되어서 난감한 상황. 경남 진해나 경북 영덕권으로 가자미 조황을 알아봤더니 그곳 역시 수온이 낮고 물색이 탁해서 ‘요즘 별로다’라고 한다. 해마다 지금쯤이면 남해 바다가 봄 가자미로 들썩일 시기인데 지금까지 대구, 부시리라니? 결국 대구, 부시리 중 하나를 선택하기로 하고 지난 2월 28일에 울진 오산항으로 향했다.

▲울진 오산항에서 출항을 준비하고 있는 이프로1호(좌)와 이프로2호.

▲오산항에서 출항한 후 40분을 달려 도착한 포인트에서 대구 지깅을 시도하고 있다.

▲전동릴을 이용한 대구 지깅. 수심이 80m 내외로 깊고 대구가 무겁기 때문에 전동릴이 필수다.

▲스테인리스 봉지그에 달아주는 어시스트훅. 꼴뚜기 등을 붙인 것도 있고 그냥 맨바늘도 있다.

▲스테인리스 봉지그를 물고 나온 대구.

▲60~70cm 대구로 손맛을 본 낚시인들. 금어기가 풀린 직후인 2월 초에는 미터급도 더러 나왔으나 지금은 60~70cm 조과가 대부분이다.

어시스트훅에 오징어 달면 입질 빈도 UP 
울진 오산항엔 이프로1호, 이프로2호, 앵글러호 세 척의 낚싯배가 운항하고 있는데 모두 대구 출조를 하고 있다. 이프로2호만 부시리와 대구를 함께 노리기 위해 빅게임 낚시인들이 승선했으며 이프로1호에는 대구만을 노리고 서울, 인천, 수원에서 온 9명의 낚시인들이 승선해 있었다. 현장에 도착해서도 1호를 탈까 2호를 탈까 고민했는데, 두 마리 토끼를 노리는 것보단 한 우물을 파는 게 나을 것 같아 윤행원 선장의 이프로1호에 승선했다.
오전 7시. 해가 뜬 직후 출항해서 40분을 달려 왕돌초 해역 인근에 도착해 낚시를 시작했다. 울진과 왕돌초 중간에 해당하는 지점으로 왕돌초까지는 30분 정도 더 가야 한다. 
대구 지깅 장비는 대구 지깅대에 전동릴을 달아 쓰는 것이다. 채비는 400~450g 스테인리스 봉지그에 대구 전용 어시스트훅을 달아서 사용한다. 일부 낚시인들은 어시스트훅에 오징어를 추가로 달아주는데 오징어를 좋아하는 대구에게 효과가 좋은 편이다.
낚시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바닥으로 봉지그를 내린 후 만세를 하듯 낚싯대를 높게 든 후, 들었다가 놓는 것을 반복하면 된다. 대구는 봉지그가 떨어질 때 입질을 하기 때문에 루어가 떨어지는 형태로 액션을 자주해주는 것이 좋다. 밑걸림이 잦은 지역이라면 봉지그에 어시스트훅을 달 때 아래에는 달지 않는 것이 좋고 밑걸림이 적다면 후킹 확률을 높이기 위해 봉지그 위아래에 모두 달아준다. 

▲대구 지깅 스탠더드 장비. 전동릴 전용 로드에 전동릴을 장착하고 배터리를 연결한다. 채비는 400~450g 스테인리스 봉지그를 사용하며 봉지그에 어시스트훅을 추가하면 완성. 줄 가운데 달린 덧바늘은 입질을 유도하기 위해 도래로 연결해 추가한 것이다.

▲로드를 젖히며 봉지그에 액션을 주고 있는 낚시인. 대구는 지그가 폴링할 때 입질하기 때문에 부지런히 지그를 들었다 놓았다 해야 한다.

▲스테인리스 봉지그에 어시스트훅을 체결했다. 밑걸림이 적은 곳이라면 아래쪽에도 어시스트훅을 달아 준다.

▲블루오션의 대구 지깅용 스테인리스 봉지그 ‘푸른봉메탈’. 반짝이까지 모두 붙어 있어 따로 추가할 작업 없이 바늘만 달아서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조류 멈추자 입질 시작 
파도가 높고 기상이 나빴지만 첫 대구는 금방 볼 수 있었다. 선두에 선 낚시인이 70cm가 넘는 대구를 낚았고 배 후미에서도 대구를 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금세 입질은 끝나버렸고 더 이상 들어오지 않았다. 조류가 너무 강한 데다 바람까지 불어서 450g 봉지그를 써도 원줄이 50m 이상 더 풀려나가기 일쑤. 바닥을 찍기 힘드니 입질을 받기 어렵고, 무작정 줄을 풀어주면 밑걸림이 생기는 상황이 계속되었다. 윤행원 선장은 “어탐기에는 대구가 찍히는데 왜 입질을 하지 않느냐”며 비지땀을 흘리면서 포인트를 찾아 나섰지만 오전에는 만족할 조과를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란 말처럼 고대하던 입질은 조류가 멈춘 정조 타임에 터졌다. 대구는 원래 조류가 적당히 흐를 시간대에 잘 낚이기 마련인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번 출조에서는 조류가 약해지고 봉지그가 수직으로 예쁘게 내려가자 여기저기에서 입질이 들어왔다.
배 후미의 낚시인 1명을 제외하고 승선 인원 전원이 4~5마리의 대구를 낚았으며 씨알도 좋아서 금방 대장 쿨러를 채울 수 있었다. 만약 오전부터 조류가 약하게 흐르고 상황이 좋았다면 일찌감치 ‘만쿨’을 했을 텐데 아쉬움이 남았다.
낚시를 하다 보니 이프로1호와 이프로2호 그리고 앵글러호는 서로 상황을 무전으로 주고받고 있었다. 앵글러호는 오전 일찍부터 대구로 마릿수 조과를 거두었고 이프로2호 부시리 조황이 부진하자 대구로 전환해서 모두 만족할 조과를 거두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오후 3시가 되어 오산항으로 철수하니 이미 다른 배들은 먼저 들어와 조과를 정리하고 있었다. 대부분 대장쿨러에 70~80cm 대구를 채운 것을 확인했다. 아쉽다면 피크 시즌과 같은 미터급 대구는 없다는 것. 앞으로 울진 앞바다는 대구 조황이 서서히 저물고 가자미와 부시리 조황이 앞설 전망이다. 이영수 선장은 ‘이번처럼 봄 대구 호황이 나타날 수도 있으므로 조황 소식에 귀를 기울이며 출조 스케줄을 잡을 것’을 당부했다.
문의 이프로1호 010-4876-8886, 이프로2호 010-4728-6565, 네이버밴드 이프로호

▲대구가 수면으로 올라오자 윤행원 선장이 가프로 대구를 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

▲아이스박스에 담긴 대구. 깊은 곳에서 올라온 대구는 살리기 힘들므로 낚자마자 아이스박스에 담는다.

<Fishing Guide>

물색 안정되면
참가자미·문치가지미 호황

▲3월 8일에 낚인 40cm 문치가자미.

▲1인 하루 조과. 30마리 정도 낚을 수 있으며 호황 때는 이 조과의 두 배도 낚을 수 있다.

▲한 번에 두 마리를 낚은 낚시인.

2월 들어 울진에서 먼저 호황을 보인 어종은 가자미다. 하루 낚시를 하면 30마리 정도는 너끈히 낚을 수 있을 정도로 조과가 좋았고 배에 노란 줄무늬가 있는 참가자미와 남해안에서 낚이는 문치가자미가 함께 낚여 호황을 보였다. 특히 시즌 초반에는 30cm가 넘는 큰 씨알이 자주 올라와 낚시인들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이 호황은 보름간만 지속됐다가 2월 말로 접어들면서 부진의 늪에 빠졌다. 그 이유는 궂은 날씨로 인해 연안의 물색이 좀처럼 진정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풍랑주의보가 발효되면 높은 파도로 인해 바닥이 모래인 울진 일대의 물색이 금방 탁해졌는데, 물속의 모래가 채 가라앉기도 전에 다시 풍랑주의보가 발효되는 것이 반복되니 조황이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은 것이다.
다행히 3월 초로 접어들면서 조황은 다시 살아나고 있다. 3월 8일 이프로1호에 승선한 낚시인들은 40cm급 가자미를 비롯해 마릿수 조과를 거두기도 했다.
가자미용 채비는 편대채비를 사용해도 좋고 에깅대나 가자미 전용대에 가자미 전용 카드채비를 사용해도 상관없다. 최근에는 약은 입질을 잘 잡아내는 가자미 전용 카드채비를 많이 쓰는 추세다. 봉돌은 20호 내외를 쓰고 미끼는 청갯지렁이. 채비를 바닥으로 내린 후 살살 움직여서 봉돌로 모래를 일으키면 가자미가 호기심을 가지고 접근해서 입질을 한다. 가자미 배낚시 시즌은 3월부터 8월까지다.

대구 봉지그 액션 요령
서밍 이용해 폴링 속도 변화 주어야
대구 지깅 액션은 단순하다. 낚싯대를 높게 들었다가 내려서 봉지그가 솟아올랐다가 바닥으로 떨어게 액션을 연출하면 된다. 하지만 여기에는 나름의 노하우가 숨어 있다. 바로 전동릴의 스풀에 검지를 대는 서밍을 이용해 봉지그의 폴링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다.
대구는 활성이나 바닥층 물색에 따라 봉지그에 반응하는 입질이 달라지는데, 봉지그가 빠르게 내려갈 때 잘 먹을 수 있고, 반대로 천천히 내려갈 때 잘 먹기도 하므로 폴링 속도에 변화를 주는 것이 좋다.
단순히 고패질을 할 때는 낚싯대를 들었다 놓는 과정에서 낚싯대로 속도를 조절할 수 있으며 어느 정도 봉지그를 감아올린 상황이라면 봉지그를 내릴 때 서밍으로 폴링 속도를 조절한다.
밑걸림이 많은 지역에서는 낚싯대를 드는 동작만으로는 밑걸림을 피하기 어려운 곳이 더러 있는데 그럴 때 사용하면 유용하다. 그리고 바닥 수심을 기억한 후 처음 채비를 내릴 때 바닥에 닿기 직전 봉지그가 내려가는 속도를 줄여주는 것도 효과가 있다. 이런 액션은 대구 지깅뿐 아니라 부시리 지깅이나 타이라바에도 자주 사용하므로 익혀두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3월부터 캐스팅게임 스타트
3월이 되면 울진 바다에서 기대할 수 있는 어종 중 하나가 부시리와 방어다. 예전에는 3월이면 무조건 깊은 곳을 노리고 지깅을 시도했으나 최근에는 다양한 베이트피시가 3월에도 상층을 유영하기 때문에 그에 맞춰 부시리와 방어도 캐스팅으로 노리는 것이 유행이다. 그리고 예전에는 주로 부시리가 낚였으나 최근에는 방어도 함께 낚이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울진 왕돌초 해역으로 빅게임 출조를 계획하고 있다면 캐스팅과 지깅 장비를 모두 준비하는 것이 좋다. 지깅 포인트에서도 상층에 베이트피시가 출몰하면 곧바로 캐스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프로호 이영수 선장은 궂은 날씨로 인해 손님이 없어 지난 3월 4일 왕돌초 일대로 탐사낚시에 나섰는데 부시리·방어가 의외로 상층에서 높은 활성을 보여 기대 이상의 조과를 거두고 철수했다. 대부분 캐스팅에 입질을 했고 지깅에는 오히려 입질이 없었으며 중상층에 베이트피시가 들어온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선장은 베이트피시가 꾸준히 유입되는 한 변수 없이 호황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3월 4일 이프로1호가 왕돌초 해역으로 조업을 나가 낚아낸 90cm급 방어.

▲물칸에 든 방어와 부시리.

▲90cm 방어를 들고 포즈를 취한 박현준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