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한치의 대습격

테크닉
라인이 느슨해지거나 팽팽해지는 
약한 입질 파악할 줄 알아야

박경식 프리라이터·솔트루어린 회원

▲에기에 걸려 올라온 한치. 한치는 입질 후 제자리에 가만히 있을 확률이 높으므로 라인의 움직임을 잘 살펴 입질을 파악해야 한다.

낚시인들 사이에서 한치낚시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언젠가부터 남해안 배낚시에 한치가 올라오더니 이제는 연안에서도 곧잘 낚이고 있기 때문이다. 바다 루어낚시 인구 중에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에깅 마니아들에게 동해 연안의 한치낚시 소식은 반가울 수밖에 없다. 필자도 얼마 전 포항에서 터진 한치 소식에 서둘러 달려가서 한 마리를 낚을 수 있었다. 비록 한 마리지만 피크 시즌 무늬오징어만큼 값진 손맛이었다. 연안에서 한치 손맛과 입맛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만족이다.
그런데 모든 낚시인들이 한치낚시를 ‘쌍수’들고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바로 ‘저렴한’ 마릿수 조과와 부족한 포인트 때문. 우선 포인트 문제는 그 누구를 탓할 수 없다. 터졌다 하면 한 곳으로 우르르 몰리기 때문에 주변 포인트 탐사는 엄두도 내기 힘들고 누구라도 확률 높은 곳에서 낚시를 원하므로 소문난 포인트로 낚시인이 몰릴 것은 뻔하기 때문이다.
잘 낚이는 포인트에 낚시인이 붐비는 문제에 한해서는 뾰족한 답이 없다. 많은 인파 속에서도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테크닉을 구사해야 한다. 현장에서 직접 목격한 것이지만 많은 낚시인 사이에서도 에깅을 전문으로 하는 낚시인들이 원투낚시, 릴찌낚시인보다 월등히 좋은 조과를 거두는 것을 확인했고 한치낚시도 나름의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것을 체험했다.
    
무리를 지어 생활, 조류를 타고 빠르게 이동
우선 한치의 습성을 알 필요가 있다. 한치는 무늬오징어, 갑오징어와는 다르게 바닥에서 서식하는 오징어가 아니다. 무리를 지어 조류를 타고 빠르게 움직이며 먹이를 찾는다. 습성은 살오징어와 비슷하며 야행성이라고 알고 있지만 낮에도 잘 낚인다. 방어·부시리처럼 쉴 새 없이 움직인다.
정확하게 1년을 산다 2년을 산다는 수명에 대한 개념은 없다. 태어나서 알을 낳으면 죽고 부화해서 자라고 성체가 되면 또 알을 낳고 죽는 사이클을 반복한다. 하지만 이것도 일정치 않다. 예를 들어 태어난 지 6개월 후 산란에 참여해 알을 낳으면 6개월이면 죽는 것이고 뒤늦게 산란에 참여하면 1년 이상 살 수 있다. 오징어의 대다수가 산란을 즈음해서 어부나 낚시인에게 잡히기 때문에 정확한 수명은 알 수 없다.
오징어는 산란을 하는 장소를 예측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수명에 대한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편이다. 우리가 흔히 먹는 살오징어도 수심 200~300m에서 집단으로 산란하고 죽는 등 사람이 생각하는 생태계 사이클과는 전혀 다른 일생을 사는 것이 오징어다. 마치 비가 오면 자라는 초원의 풀처럼, 잡아도 잡아도 끝이 없는 바다의 멸치처럼 개체수가 줄면 어린 개체들까지 한꺼번에 알을 낳고 거대한 무리를 유지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무늬오징어나 갑오징어 등은 알을 낳으면 죽고 연안 암반이나 해초에 산란하며 연안에서 잡아내는 양에 따라 개체의 증감을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한치는 알 수 없다. 한치낚시가 복불복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확실한 사실이 하나 있다면 한치는 큰 어군을 형성하기 때문에 어군을 만나면 대박은 틀림없다는 것이다.

활성 좋을 때는 3호 노멀 타입이나 3.5호 섈로우 타입
한치낚시는 전혀 어렵지 않다. 연안으로 들어온 한치는 산란을 목적으로 한다는 설이 지배적이지만 겨울에 낚은 한치의 배를 갈라보면 수컷의 정소나 암컷의 난소가 없는 것을 볼 수 있다. 무리 중에서도 산란을 하는 놈과 그렇지 않은 놈이 있을 수 있지만 일부 낚시인들은 산란을 준비하기 위한 전 단계로 한치가 연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추측하고 있다. 산란을 위한 에너지 비축과 교미 등을 목적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먹이를 먹기 위해 들어온 한치는 활성도가 매우 높다. 주변에 먹잇감이 있으면 쏜살같이 달려가서 먹이를 먹는다. 오징어의 유영 속도는 매우 빠른 편인데, 오징어가 화살, 총알, 창 모양을 한 것이 우연이 아니다. 주둥이로 물을 뿜으며 마치 화살처럼 먹이를 향해 돌진해서 다리로 잡는다. 그에 비해 몸통이 둥글넓적하게 생긴 무늬오징어와 갑오징어는 암초나 해초 주변에 은신해서 지나가는 먹이를 덮친다. 먹이가 보이면 곧바로 달려가는 한치와는 사냥법이 다르다.
그래서 한치의 활성이 좋을 때는 3호 노멀 타입의 에기나 3.5호 섈로우 타입의 에기를 이용해 최대한 멀리 캐스팅한 후 그대로 가라앉히면 입질을 받을 수 있다. 주의할 점은 한치는 사냥에 성공하면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서 바로 먹이를 씹기 때문에 초리를 당기는 강한 입질을 받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라인이 느슨해지거나 팽팽해지는 것을 감지해야 하며 가라앉히는 도중에도 한두 번 가벼운 트위칭을 해주어 입질을 파악해야 한다. 낚싯대를 툭툭 쳐서 한치가 달려 있으면 그때부터 한치가 움직이기 때문에 입질인 것을 알게 된다.
한치 배낚시를 경험해본 낚시인들은 공감하겠지만 한치의 활성이 높을 때는 귀찮을 정도로 빠르게 에기에 반응한다. 마릿수 대박을 거둘 수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연안 한치 낚시 장비&채비

조류 빠른 수심 깊은 곳이 포인트
하지만 현장에 갈 때마다 한치의 활성이 강하지는 않다. 한치의 활성은 조류의 세기가 좌우한다. 한치는 흐르는 조류를 타고 이동하며 먹이를 잡기 때문에 조류가 흐르지 않는 곳이라면 한치를 기대하기 어렵다.
한치 포인트를 찾으려면 우선 주변보다 수심이 깊고 조류가 잘 흐르는 곳을 탐사하는 것이 1순위다. 무늬오징어나 갑오징어의 경우 조류가 천천히 흐르는 홈통이 산란터가 되지만 한치는 전혀 그렇지 않다. 무조건 조류가 흘러야 한다. 조류가 제법 강하게 흐르고 수심이 깊은 갯바위 콧부리나 방파제 콧부리가 명당이다. 방파제라면 규모가 큰 곳, 조류가 받히는 곳이 유리하다.
조류가 강하게 흐르는 곳에서는 조류에 에기를 흘려주는 식으로 낚시를 하면 된다. 조류가 흐르는 곳에서는 한치가 중상층에 있을 확률이 높아서 에기를 흘리다가 2~3회 저킹을 해주는 식으로 운용한다. 입질은 저킹을 한 직후에 들어올 확률이 높으므로 저킹 후엔 라인의 상태를 감지하고 되도록 라인에 텐션을 주어 입질을 파악한다. 이런 테크닉은 한치가 잘 움직이는 해질녘이나 해 뜰 무렵 그리고 밤에 주로 사용한다.

낮에는 바닥을 집중 공략
한치는 낮에 활성도가 낮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오해가 조금 있다. 한치는 밤에 중상층으로 쉽게 부상하지만 낮에는 주로 바닥에 머문다. 그러나 활성이 낮다기보다는 한치의 먹잇감이 되는 작은 전갱이나 물고기들이 낮에 대부분 바닥층에 머물고 중상층에는 베이트피시가 없기 때문이다. 멸치 떼가 등장해 상층에서 보일링을 일으키는 정도가 아니라면 낮에는 한치가 바닥층에 머물며 사냥을 한다.
낚시인들은 한치가 바닥층에서 입질을 하면 활성도가 낮다고 판단하는데 그런 이유도 있을 수 있겠지만 대부분 먹잇감이 바닥층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닥에 있는 먹잇감은 빠른 속도로 사냥하기 어려우므로 조심스레 접근해서 입질을 하는 경우가 많아 활성이 약하게 느껴지는 것뿐이다. 따라서 낮에 한치가 바닥에서 낚인다고 해서 활성 자체를 논할 문제는 아니다. 한치의 활성이 나쁜 경우는 물색이 탁하거나 바람과 파도가 강한 날이다.
낮에 바닥에 있는 한치를 낚을 때는 호래기낚시와 동일한 방법으로 노리면 된다. 3호 노멀 타입의 에기나 3.5호 노멀 타입의 에기를 사용해 완전히 바닥층으로 가라앉혀서 입질을 노린다. 조류가 빠른 경우에는 3호 딥이나 3.5호 딥 타입도 효과적이다. 주의할 점은 한치가 바닥에 머물 때는 중층에서 액션을 해도 크게 효과를 보지 못하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바닥까지 에기를 가라앉힌 후에 가볍게 한두 번 액션을 주고 입질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2월 28일 오후 2시, 영덕군 축산항 큰 방파제 외항에서 40cm 한치(화살오징어)를 낚은 바다루어클럽 이연우(닉네임 이연우) 회원.

낮낚시엔 호래기용 다운샷채비 효과적
입질을 잘 받는 비결은 우선 에기를 되도록 바닥에 오래 머물게 하는 것이다. 일부 한치는 바닥에 떨어진 먹이를 주워 먹기도 하는데, 마찬가지로 에기를 바닥에 닿게 한 후 스테이 상태를 오래 유지하면 그제야 한치가 슬그머니 에기를 잡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러므로 밑걸림이 두려워서 바닥에 닿은 에기를 너무 빨리 거두는 것은 좋지 않다.
낮에 한치를 노릴 때는 호래기를 낚을 때 사용하는 2단 다운샷채비를 사용해도 좋다. 맨 아래에 싱커를 달고 그 위에 스테를 2개 달아서 바닥을 탐색해도 한치의 입질을 받을 수 있다. 호래기 루어낚시에 사용하는 스테가 원래 한치를 낚기 위한 루어라는 점을 감안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채비다.
다운샷채비를 쓸 때도 바닥에 채비를 닿게 한 후 한두 번 가볍게 액션을 주고 기다리면 한치가 입질한다. 큰 씨알의 한치가 입질한다면 2.5호 내외의 큰 스테를 사용하고 한치 씨알이 잘다면 새끼손가락 크기의 호래기용 스테를 사용하면 된다.
컬러는 먹잇감과 비슷한 컬러가 좋다. 많은 낚시인들이 고등어나 전갱이 컬러를 선호하며 어필 컬러보다는 내추럴 컬러나 야광을 선호한다. 특히 밤에는 야광이 잘 먹히므로 야광이 되는 에기는 꼭 준비하는 것이 좋다.
한치는 에기보다 생미끼에 더 잘 반응하는 경우도 있는데 제주도에서 사용하는 채비도 효과적이다. 에기 등에 오징어나 꽁치 살을 묶어서 넣어주면 더 빨리 입질을 받을 수 있지만 자주 미끼를 갈아주는 것이 조금 귀찮다. 또 캐스팅할 때 미끼가 떨어지는 경우도 많지만 한치의 입질이 극히 약할 때는 시도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