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한치의 대습격

현장
울진 후포항에 한치 떼 강타

최무석 다음카페 바다루어클럽 회장·닉네임 유강

작년 여름에 포항 앞바다를 중심으로 경북 동해안 일대를 뜨겁게 달구었던 한치 열풍이 올겨울에는 경북 울진군 후포항, 금음항, 죽변항을 비롯해 영덕군의 축산항, 대진항, 사진항 일대는 물론 강원도 강릉에까지 불어 닥쳤다. 동해 바다가 급변하여 겨울에 한치가 동해안을 강타한 것은 필자가 낚시를 시작한 이래 처음 겪는 일이다. 

▲울진 후포항 큰 방파제 내항에 한치를 노리기 위해 낚시인들이 몰려들었다. 후포항 큰 방파제의 한치 핵심 포인트는 방파제 콧부리에서 마지막으로 꺾이는 내항과 외항 주변이다.

▲울진 후포항에서 낚인 한치. 제주도에서 낚이는 창오징어(일본명 겐사키이카)와 다른 종으로 화살오징어(일본명 야리이카, 표준명 화살꼴뚜기)다. 제철은 겨울과 봄이며 산란을 하기 위해 연안으로 무리지어 들어온 듯하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한치는 제주도와 남해에서 많이 잡히는 창오징어(일본명 겐사키이카)와 동해와 남해 먼 바다에서 서식하는 화살오징어(일본명 야리이카)로 분류된다. 창오징어는 여름에서 가을이 제철이고 여름에 산란을 하는 반면, 화살오징어는 제철이 겨울과 봄이며 봄에 산란한다고 알려져 있다. 올겨울 동해안에서 주로 낚이는 한치는 산란하러 들어온 화살오징어로 몸의 특징은 귀가 화살처럼 길고 뾰족하다. 그래서 일명 ‘미사일 한치’라고 부르기도 한다.
2월 초부터 울진 후포에서 한치가 나온다는 소식이 심심찮게 들리더니 급기야 설날 아침(2월 12일)에는 필자가 운영하는 바다루어클럽의 구미 팀장 김현국(닉네임 땡국) 회원으로 부터 ‘울진권 전역에 한치가 터졌다’는 낭보를 전해왔다. 그래서 한치 소식을 클럽 회원들에게 알리고 현지 상황을 취재하기 위하여 김현국 팀장, 강민석(닉네임 구미꽝조사) 회원과 함께 울진으로 달렸다.

▲울진 후포항 전경.

▲울진 후포항 큰 방파제 내항에서 저녁 피딩 타임을 노리는 낚시인들. 해가 기울자 바로 입질이 들어오기 시작해 40분 정도 피딩이 진행되었다. 어둠이 깔린 후엔 입질이 끊어졌다.

후포항에 1월 중순부터 등장
당초 계획은 후포 금음1리방파제부터 탐색하기로 했는데 오후 4시50분경 막상 현지에 도착하니 맞바람에다 이미 많은 낚시인들이 자리를 잡고 있어서 후포에 있는 안혁진프로피싱샵에 들러 조언을 들었다. 점주인 안혁진 프로의 말에 의하면 최근에 후포에서 낚이는 한치의 90%가 화살오징어이며 열 마리를 낚으면 한 마리 정도가 창오징어라고 했다. 그리고 예년 같으면 화살오징어가 4월부터 터졌는데 올해는 산란 시기가 빨라졌는지 1월 하순부터 낱마리로 비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후포의 겨울낚시는 감성돔낚시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올겨울 감성돔낚시 조황이 극히 부진하여 낚시 대상어를 찾던 중 후포 앞바다에서 1월 중순부터 화살오징어가 더러 걸려들었다고 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후포항 일대의 방파제에서 무늬오징어 장비로 한치 탐사낚시에 들어간 결과 한겨울에 한치가 마릿수로 낚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우리 일행은 안혁진 프로의 조언을 듣고 곧바로 후포항 작은 방파제로 향했다. 그곳에서도 자리가 없어 큰 방파제로 달렸다. 큰 방파제의 한치 포인트는 방파제가 꺾이는 외항 테트라포드와 그 반대쪽 내항, 그리고 방파제 끝바리 테트라포드 주변이다. 오후 5시40분에 포인트에 도착하니 해가 기우는 상황. 핵심 포인트인 방파제 끝바리 테트라포드에는 아예 빈자리가 없어서 내항에서 저녁 피딩을 보려온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겨우 자리를 확보할 수 있었다.

▲지난 2월 12일, 울진 후포항 큰 방파제 내항에서 저녁 피딩을 노려 큰 씨알의 한치를 낚아낸 김현국 (좌. 땡국) 씨와 강민석(구미꽝조사) 씨.

▲후포항 큰 방파제 내항에서 김현국 씨가 저녁 피딩 동안 낚은 한치. 이것 외에도 총 10마리가 넘었다.

▲2월 14일 오후 2시에 후포항으로 출조한 권희성(신동) 씨가 큰 방파제 내항 콧부리에서 큰 씨알의 한치를 낚았다.

▲강민석 씨가 내항 안전펜스 위로 한치를 들어 올리고 있다.

▲어른 팔뚝만한 씨알의 한치를 보여주는 강민석 씨.

▲2월 13일 어린 딸을 데리고 후포항 큰 방파제를 찾은 이연주(쭈꾸미리) 회원이 오후 4시50분에 내항에서 40cm 한치를 낚았다.

배낚시 조과를 능가하는 마릿수와 씨알 
어둠이 깔릴 무렵인 5시50분부터 갑작스레 전역에서 동시에 입질이 들어왔다. 좁은 공간에 워낙에 많은 사람들이 밀집해서 낚시를 하다 보니 서로 채비나 라인이 엉키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한 상황에서도 초반부터 마릿수 행진이 이어졌고 대부분 한치가 낚였다. 대단한  것은 씨알이다. 몸통 길이가 30cm 이상 40cm에 근접했다. 다리를 포함하면 50cm가 넘는데 이런 씨알은 한치 배낚시 피크 시즌에도 보기 힘든 씨알이다.
입질을 받은 수심대는 1m를 벗어나지 않는 바닥권이었다. 고등어 컬러의 3호 노멀 에기를 주력 루어로 한치 공략에 나섰다. 에기를 안고 시원하게 당겨가는 입질은 거의 없었고 슬랙 저킹이나 가벼운 다팅 후 스테이를 길게 주는 액션에서 대부분 입질을 받았다. 어둠이 깔린 상황에서는 한치가 중층으로 부상하는 느낌이 들어 섈로우 에기를 사용해 효과를 보았다. 그후 어둠이 완전히 깔린 시점에서는 어느덧 입질이 딱 끊겨버려서 저녁 피딩은 40분 정도 진행된 셈이었다.
필자가 내항에서 낚시한 사람들의 개인별 조과를 일일이 확인하니 짧은 시간에 1인당 5~10마리의 조과를 거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외항과 내항 테트라포드에서 낚시한 몇 사람들은 먼 바다 한치 배낚시를 능가하는 조과를 거두어 더욱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한치낚시 마니아들이 왜 조류 소통이 원활한 외항 포인트를 이른 낮부터 선점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현지인들의 말에 의하면 한치가 이렇게 활황을 보인 것은 불과 며칠 전부터라고 했으며 저녁 피딩이 끝나고 두 시간 정도 소강 상태에 있다가 밤 10시경이 되면 다시 입질이 들어오고 다음날 아침 피딩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으랏차!”  해질녘 피딩 타임에 한치를 ‘들어뽕’하는 낚시인.

한치 조과의 최대 적은 바람
우리 일행이 다녀온 다음날(2월 13일)은 더욱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후포 큰 방파제에서 낮에 한치가 터졌다는 것이다. 이 소식은 후포 큰 방파제로 가족들과 함께 나들이를 간 구미팀 이연주(닉네임 쭈꾸미리) 회원이 알려준 사실로, 바람이나 쐴 겸 찾아간 방파제에서 대형 화살오징어를 마릿수로 낚았다고 했다.
그런 호황이 있은 후로는 기상악화로 인해 조과를 거둘 수 없었다. 겨울철 동해안은 하루가 멀다 하고 강풍이 불고 높은 파도로 바다에 주의보가 떨어지는 등 일주일에 두어 번 출조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거기에 바다가 안정되어 포인트에 올라서면 높은 파도와 흐려진 물색으로 인해 낚시가 힘들 수밖에 없어서 조황이 좋지 않다. 바람이 강한 날에는 영덕권의 방파제까지 한치 출조가 이뤄졌는데 간헐적이지만 좋은 조황을 보이는 곳도 있었다.
결론은 한치낚시의 최고의 복병은 바람이다. 등 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면 최상의 조건이긴 하나 겨울엔 수시로 방향이 바뀐다. 옆바람이 불면 라인이 같이 날리게 되어 에기가 제대로 침강하는 것을 방해하고 맞바람일 때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스냅도래 위에 작은 조개봉돌을 물리거나 에기 마스크싱커 3g 또는 5g 정도를 장착하여 에기가 빠르게 침강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치낚시에서 마릿수를 채우는 팁을 하나 드리자면, 한치는 특성상 떼를 지어 회유하는 종이기 때문에 한 마리가 나오면 집중해서 한 번이라도 더 던지는 게 마릿수를 올리는 비결임을 명심해야 남다른 성과를 낼 수 있다.
필자가 거주하는 포항에는 작년에 여름 한치 현상을 고사하고도 14년 전 10월에 무늬오징어 피크 시즌과 맞물려 포항 양포방파제 등지에서 창오징어가 마릿수로 터진 적이 있다. 4년 전에는 무늬오징어 시즌이 끝난 11월 5일부터 약 한 달 반 동안 포항 강사 앞바다 수심 5~20m권에 큰 씨알의 화살오징어가 붙어 보트피싱 마니아들이 신세계를 맞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몇 년 전부터 6~7월에 후포항으로 호래기가 대거 붙고 그와 동시에 산란해서 자라고 있는 화살오징어가 떼로 붙어서 일대가 소란스런 일이 매년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 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감히 예상하기 힘이 들기에 동해안 한치 조황 지도를 매년 재편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취재협조 다음카페 바다루어클럽 cafe.daum.net/sealureclub

▲후포항 큰 방파제를 찾은 낚시인이 한치로 손맛을 보았다.

▲대형 지퍼백에 담기지 않을 정도로 씨알이 굵은 한치.

▲2월 24일 영덕 대진방파제에서 밤낚시를 한 강민석(구미꽝조사) 씨가 밤 10시 이후에 한치를 낚았다. 한 번 입질이 온 후 자정까지 계속되었다.

▲지퍼백에 가득 담긴 한치.

▲유독 날개지느러미가 큰 한치를 보여주는 강민석 씨.

▲철수 후 낚은 한치로 만든 회무침과 튀김.

<Fishing Guide>

꼭 알고 있어야 할
동해 한치낚시 4훈

①한치의 산란 장소는 무늬오징어와 다르게 여밭이나 잘피밭만 고집할 필요가 없다. 무엇 보다 조류 소통이 원활한 곳이 핵심 포인트로 방파제 끝 구간과 조류가 흘러 돌아가는 홈통 지역이 여기에 해당된다. 그리고 후포항과 축산항과 같이 수심이 어느 정도 나오는 곳이 상대적으로 유리하고 바닥 지형으로는 모래밭 주변, 듬성듬성한 작은 수중여 부근, 특히 수중 테트라포드 뿌리 쪽을 공략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②한치의 활성도가 좋을 때는 섈로우 에기로 침강 속도를 늦춰 어필하고 탁한 물색이나 약은 입질에는 노멀 에기로 바닥권에서 스테이를 길게 주는 방식으로 액션을 구사한다. 한치는 잦은 액션과 큰 액션보다 오히려 간결하게 가벼운 저킹을 서너 번 해주는 것이 입질 받을 확률이 높다.
③한치가 입질하는 수심대는 대부분 바닥에서 1m 내외다. 그래서 액션을 많이 줄 필요가 없으며 바닥층을 꾸준히 노리는 것이 중요하다.
④상황에 따라 에기의 몸통 색상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특히 아침, 저녁은 물론 한밤중의 피딩타임에는 한치가 미친 것처럼 경계심 없이 반응을 보이기에 먹잇감인 에기를 빠르게 어필하는 게 중요하다. 따라서 일몰 무렵에는 케이무라 계열, 일몰 후에는 글로우 계열의 축광 보디가 더 잘 먹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