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 무릉저류지
최남단 섬붕어를 찾아서
김현 아피스 인스트럭터
입춘과 설을 보내고 2월 해빙기를 맞아 평지형지와 수로의 붕어 조황이 살아나는 듯하나 여전히 기복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동절기 신안군의 섬낚시가 문을 닫고 조류독감으로 인해 사초호, 만덕호, 금호호, 영암호, 영산호와 주변 수로들이 출입금지구역으로 묶이는 바람에 출조지 선택의 폭은 줄어든 상황. 멀리 제주도 민물낚시 출조 계획을 세웠다.
우수가 이틀 지난 2월 20일, 주말에 광주에서 비행기를 타고 제주를 찾았다. 출구 양쪽으로 코로나와 돼지열병 등 방역을 위한 검역절차를 마친 후 예약한 렌트카를 타고 제주도의 대표적인 저수지이자 대물터인 서귀포시 대정읍에 있는 용수지로 향했다.
조류독감 방역으로 곳곳이 출입금지
초봄과 같은 날씨의 햇살을 받으며 1시간 여 도로를 달려 용수지 제방에 도착했다. 그러나 제방 앞엔 커다란 현수막과 함께 관리인 초소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이곳 역시 조류독감으로 인한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출입금지라는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하고 있었다. 멀리서나마 저수지 상류를 살펴볼 수 있었는데 물색은 좋아보였으나 많은 양의 배수로 인해 상류권 연안이 드러난 상황이었다. 지금부터 4짜급 붕어 손맛을 볼 수 있는 곳인데….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른 곳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차를 돌려 대정읍 인근의 수산지와 광령지를 차례로 둘러보았다. 하지만 두 곳 모두 많은 배수와 바람의 영향으로 여건이 좋지 않았다. 제주 민물사랑낚시회 김영복 총무에게 전화로 조황을 물었으나 신통치 않다는 답변. 김 총무가 추천해 준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리의 무릉저류지로 향했다.
저류지(貯留池)는 물이 머물 수 있는 저장소를 뜻하는 말로, 폭우나 집중호우 시 한 번에 물이 흘러들어 주변 지역에 침수피해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고 지하수 함양을 위해 만들어진 못이다. 제주도는 비가 내리면 폭우가 쏟아지므로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다. 이런 저류지들는 물이 저장되는 순간 지하로 흡수되는 경우가 있고 저장되어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경우로 나누어지는데 민물낚시를 할 수 있는 곳은 후자에 해당한다. 돌로 연안을 쌓아 만든 제주도의 저류지는 멀리서 보면 마치 옛성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이 또한 제주도만이 지닌 특색인 듯싶다.
▲저류지와 저류지 사이를 연결한 물길.
▲현재 조류독감 방역구간으로 접근이 금지된 용수지. 제주도에서 대물 붕어가 많이 낚이는 곳으로 유명하다.
▲무릉저류지 너머로 지는 노을을 배경으로 아피스 송귀섭 이사가 캐스팅을 하고 있다.
새우 참붕어 자생하는 토종터
무릉저류지에 들어서니 울퉁불퉁하고 널따란 돌 위에 불편해 보이지만 요령껏 장비를 펼쳐 낚시를 즐기는 분들이 여럿 보였다. 무룡지는 4500평 규모의 평지형 저수지로 외래어종이 없는 토종터로 새우와 참붕어가 자생한다. 잔 씨알부터 준척급 붕어까지 마릿수 손맛을 제공할 뿐 아니라 씨알 굵은 붕어도 낚을 수 있는 곳이다. 미끼는 모든 종류를 사용할 수 있지만 씨알 굵은 장어까지 노릴 수 있는 생미끼가 일석이조의 미끼로 통하며 많이 쓰이고 있다.
포인트에 다가가 보니 낯이 익은 제주 민물사랑낚시회 회원들도 앉아 있었다. 물색은 좋아 보였고 수심은 2~3m 정도. 수초는 전혀 없고 딱히 포인트라 할 수 있는 곳은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다.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 사이 제주도에서 임시 거주 중인 아피스 송귀섭 이사가 하룻밤 낚시를 같이 즐기고자 찾아왔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낚시할 자리를 잡았다. 우선 등바람이 부는 제방 부근의 포인트를 찾아 불편하지 않게 나란히 자리를 잡았다.
준비해 온 지렁이 미끼를 사용해 낮부터 낚시를 했지만 입질은 없었다. 밤이 되니 낚시인 몇몇이 제방 부근에 자리를 잡았고 어느새 무룡저류지 연안은 수많은 찌로 불야성을 이뤘다.
▲무릉저류지에서 찌불을 밝힌 후 필자가 첫 입질을 받아서 낚은 24cm 붕어.
▲살림망에 채집된 무릉저류지의 자생 새우.
▲무릉저류지로 출조해 아침에 가장 많은 붕어를 낚은 박소영 씨가 뜰채에 담은 조과를 보여주고 있다.
▲아피스 송귀섭 이사가 사용한 글루텐 미끼. 글루텐으로 마릿수 손맛을 봤다.
▲무릉저류지 인근에 있는 상모저류지. 떡붕어 자원이 풍부한 곳이다.
▲무릉저류지 옆에 있는 둠벙.
출입금지 해제되면 용수지가 최고 기대주
지렁이에는 전혀 반응이 없어 채집한 새우로 미끼를 교체했다. 간간이 들려오는 물파장 소리와 붕어. 크기별로 아쉬운 탄식과 기쁨의 탄성이 바람을 타고 전해온다. 필자도 24cm 붕어를 첫 수로 낚은 이후 잔잔한 붕어 입질을 연달아 받았다. 밤이 깊어질수록 바람이 자면서 기온도 떨어지고 입질도 뜸해졌다. 새벽 시간은 거의 쉬는 시간으로 이어졌고 날이 밝아왔다.
밤새 낚시하느라 피곤하고 지친 표정들이지만 동이 터오자 각자 미끼를 새로 꿴 후 아침의 씨알 굵은 붕어 입질을 기대했다. 아침에도 저녁과 비슷한 씨알의 붕어 입질이 이어졌고 낚이는 붕어 크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30cm가 넘는 붕어는 없었지만 15~27cm까지 주로 낚였고 많게는 10여수 이상, 적게는 5수 정도의 마릿수 조과를 거두었다.
미끼는 새우, 글루텐, 옥수수 모두 효과가 좋았고 그중에서도 글루텐이 마릿수 면에서 가장 나았다. 포인트별 조과 차보다는 입질 빈도수의 차이가 있었다. 제주도 역시 겨울인 관계로 가볍고 예민한 채비가 붕어 조과에 유리한 듯했다.
현지 낚시인들과 제주 민물사랑낚시회 회원들의 말에 따르면 3월 경칩 이후부터는 씨알 굵은 붕어의 조황이 살아난다고 한다. 특히 용수지의 낚시금지가 해제되면 4짜급 대물붕어 조황 소식도 뒤를 이을 것이라고 한다. 여건이 허락한다면 3월에 다시 한 번 출조할 것을 기약하고 철수길에 올랐다.
내비 주소 대정읍 무릉리 2582-2
▲아침에 낚은 씨알 좋은 붕어를 보여주는 이운형 씨.
▲아침에 집중적으로 입질을 받은 송귀섭 이사. 동시에 붕어 두 마리가 올라오자 필자를 향해 보여주고 있다.
▲손소독제를 사용하고 있는 필자.
▲무릉저류지 인근에 있는 붕우못. 토종붕어와 떡붕어 등 어자원이 풍부한 곳이다.
▲조류독감 방역으로 완전 차단된 용수지.
▲제주도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귤농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