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음성 마이제낚시터

붕어냐, 풍광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김병조 (주)천류 민물스탭, 유료터닷컴 고문, 유튜브 춤추는찌불의 일조삼락

2월의 마지막 주말, 토요일 아침에 종종걸음으로 집을 나섰다. 관리형낚시터로는 올해 첫 출조다. 장소는 풍광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충북 음성의 마이제낚시터다.
밤낚시를 위해 전날 일찍 취침을 하였으나 새벽 5시에 깼다. 마치 소풍 가기 전날의 설렘 때문에 잠을 설치는 어린아이처럼 일찍 잠을 깬 것이다. 낚시 초보 시절에는 자주 그랬는데 조력 20년이 다 되었는데도 출조 전날부터 마냥 설레는 것은 별반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
마이제낚시터의 원래 저수지 이름은 모란저수지이며 수면적 3만평의 평지형이다. 외래종이 없는 낚시터로 토종붕어, 메기, 가물치, 동자개 등이 주어종으로 서식하고 있다.

▲마이제낚시터의 수상좌대에서 붕어를 노리는 낚시인들. 공간이 넓어 많은 인원이 동시에 낚시할 수 있는 규모다.

마이제낚시터는 일반적인 관리형 낚시터와 다르게 수상 방갈로마다 잔교가 연결돼 있다. 낚시는 주로 노지 접지형 좌대 또는 연안 방갈로와 수상 방갈로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나 상류와 중류 곳곳에 멋진 풍광의 노지 포인트가 산재해 연안낚시를 좋아하는 낚시인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입어료는 평일과 주말 동일한데 노지는 2만5천원, 5개의 연안 방갈로는 2인 기준 입어료 포함 12만원이다. 인원 추가 시 입어료 2만5천원이 더 추가되며 세 명까지 낚시를 할 수 있다. 차후에 연안 방갈로 3개를 더 만들 것이라고 한다. 수상 방갈로는 10개가 있다. 입어료는 한 명 기준 6만원이며 인원 추가 때마다 2만5천원이 추가된다.
상류 쪽에는 넓은 공터가 있어 동호회 정기출조 행사가 자주 열리기도 한다. 필자가 활동했던 두친클럽에서도 시조회와 납회 행사를 여러 번 치렀던 적 있다. 이날도 상류 공터에 텐트를 치고 삼삼오오 출조한 낚시인들의 정담이 텐트 밖으로 흘러나왔다.
최상류 논둑 포인트는 꾸준한 조과 덕분에 사계절 내내 인기가 많은 포인트다. 접지 좌대가 설치되어 있어 낚시 텐트를 설치하면 나만의 아방궁처럼 아늑하게 낚시를 즐길 수가 있다.

최상류에서는 다대편성 대물낚시도 가능
마이제낚시터는 유료터지만 옆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낚싯대 수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그래서 대물낚시를 즐기는 낚시인들은 수초 포인트가 잘 형성된 상류 쪽에 다대편성을 하고 낚시를 즐긴다.
논둑길을 따라가면 마이제낚시터에서 가장 인기가 많아 자리다툼이 치열한 수로 포인트가 나온다. 몇 년 전 준설공사 때 바닥을 파고 물길을 내어 새로운 물이 들어오도록 했다고 한다. 줄풀과 갈대가 어우러져 봄 산란장 역할을 톡톡히 하는 곳이라 모란지의 특급 포인트로 손색이 없는 곳이다.
또 한 곳, 단골 낚시인 사이에만 알려져 있는 하류 쪽 배나무 과수원 포인트도 빼놓을 수 없는 특급 포인트다. 상류 공터에 주차한 후 낚시 짐을 메고 100m 이상 ‘고난의 행군’이 수반되어야 하는 고행길이지만 그만큼 대물 붕어의 출현이 잦은 곳이다.
관리실 벽에 이곳에서 낚은 대물 붕어를 들고 사진을 찍은 액자들이 걸려 있었다. 그중에는 개그맨 김준현 씨 사진도 보였다. 마이제낚시터 구대회 대표는 “개그콘서트 팀 작가와 개그맨들이 우리 낚시터로 종종 출조를 하곤 합니다. 특히 개그맨 김준현 씨는 저희 낚시터 단골손님이에요”라고 말했다.
관리소 밑 배터에서 낚시 짐을 싣고 이날 낚시할 수상 좌대로 향했다. 미세먼지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이어서 마음까지 청량하게 깨끗해지는 느낌이다. 좌대에 오르니 그 규모에 깜짝 놀랐다. 다대편성을 하지 않고 두 세대의 낚싯대만 편성한다면 10명 이상 편안하게 낚시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다. 실내는 3명 정도 취침하기에 적당한 크기. 여러 명이 출조한다면 잔교에 텐트를 설치하고 잠을 자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잔교 중앙에는 나무로 제작된 야외 식탁이 있어 물가를 바라보며 식사하는 사치도 경험할 수 있을 것 같다. 코로나 상황만 아니라면 마음을 나누는 조우들 여럿이서 함께 낚시를 하고 싶은 마음이다.

▲마이제낚시터 관리실 겸 식당. 청국장이 맛있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깔끔하게 정돈된 수상좌대의 내부.

오지훈 씨의 귀띔
마이제낚시터 중앙을 바라보고 낚싯대 2.8칸부터 4칸까지 총 5대를 편성했다. 미끼는 지렁이, 옥수수. 떡밥, 글루텐 등 모든 미끼를 쓸 수 있었다. 오는 길에 유료터닷컴 취재 스탭 오지훈(닉네임 오지마을) 씨로부터 특히 딸기글루텐이 잘 먹힌다는 얘기를 미리 귀띔으로 들었기에 집어제와 딸기글루텐 그리고 어분글루텐을 준비했다. 그리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4칸 대에는 지렁이를 바늘에 꿰었다.
그런데 우려했던 상황이 현실로 나타났다. 일기예보대로 낮에는 초속 5m의 강한 바람 때문에 캐스팅조차도 힘들 정도였다. 찌를 바라보고 있으면 바람에 넘실대는 물결이 너울성 파도 같아 눈이 점점 피로해졌다. 소낙비는 피해 가는 게 상책이라 방에서 휴식을 취하며 좌대로 배달된 닭볶음탕으로 저녁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치고 찌불을 밝히며 밤낚시에 돌입했다. 자정을 넘어서면서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바람이 멈추었다. 낚시인들이 자주 쓰는 표현처럼 수면이 장판 같았다. 분위기상으로는 이제 대물 붕어가 스멀스멀 찌를 올려줄 것 같은 숨 막히는 정적의 시간이 흐른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야속한 찌는 꼼짝달싹도 하지 않았다. 저수지 물에 손을 담그니 얼음장처럼 차다. 보름달 같은 밝은 달에 수온이 이 정도이니 붕어들이 회유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언감생심. 욕심이 지나쳤다고 내 자신을 위로했다. 입질 없는 무심한 시간은 점점 흐르고 새벽 2시경에 잠을 청했다.

▲딸기글루텐 미끼로 월척을 올린 필자.

추상화 같은 일출 풍광에 매료
전기 패널 보일러의 따스함 때문인지 깊은 잠에 빠지고는 아침 6시에 울리는 알람 소리에 잠이 깼다. 주섬주섬 옷을 걸쳐 입고는 밖으로 나오니 아직 날이 밝지 않았다. 스테인리스 양동이에 떠 놓은 물에는 살얼음이 잡혔다.
어둠이 걷히면서 여명이 밝아오는 순간 3.6칸 대에서 미세한 입질이 포착된다. 반 마디 살짝 올리다 잠시 멈칫하더니만 이내 다시 미약하게 반 마디를 더 올리면서 멈춘다. 그때를 놓칠 새라 바로 챔질을 했다. 손끝에 전해지는 느낌이 묵직하다. 조심스레 뜰채에 담았더니 한눈에 보기에도 월척은 되어 보였다.
‘지금부터 대물 붕어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는구나’ 하는 기대감에 흥분이 되는 순간, 정면 얕은 산 너머에서 아침 해가 솟아오른다. 마치 노을처럼 붉은빛이 사방으로 번지면서 떠오르는데 하얀 도화지에 붉은 물감을 뿌려 놓은 추상화 같은 풍경이다.
이럴 때 나는 항상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피딩 타임인데 낚시에 전념할 것이냐? 아니면 풍경 사진을 찍을 것이냐 갈등에 하게 되는데 거의 열 번이면 열 번 모두 사진을 찍게 된다. 그 이유는 붕어는 나중에라도 낚으면 그만이지만 눈앞에 보이는 풍경은 오늘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멋진 풍경을 사진기에 담기 위해서 연신 셔터를 눌렀다. 그리고는 낚시를 다시 시작했지만 폭풍우가 몰아치고 난 후의 고요함인지 더 이상의 입질은 없었다. 연휴라서 다음 손님을 위해 좌대를 비워야 하기에 아쉬운 마음은 잠시 접고 낚싯대를 거둬들였다.

▲일출 무렵 수상좌대로 진입하는 낚시인.

▲최상류 연안에서 붕어를 노리는 낚시인. 다대편성도 가능하다.

▲경기 시흥에서 온 정택범 씨가 월척 조과를 자랑하고 있다.

▲필자가 사용한 떡밥들.

▲경기 하남에서 온 단골 낚시인 김형기 씨는 배나무밭 포인트에서 월척을 마릿수로 올렸다.

문의 010-6435-5322(삼성면 덕정리 2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