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천 축동지

산란기 떼월척의 비밀
떡밥으로

여뀌 줄기를 노려라

이영규 기자

충남 서천의 봄낚시 명소 축동지에서 월척 사태가 터졌다. 올 봄 시즌은 급격한 기온 편차로 초반 조황 기복이 심했지만 2월 중순에 접어들자 어김없이 굵은 씨알을 배출하고 있다. 열 마리 중 예닐곱 마리는 월척일 정도로 씨알이 굵게 낚이는 양상이다.

▲“으랏차차 또 나온다 또 나와!” 동일레저 허영천 대표가 여뀌를 노린 직공채비로 월척 붕어를 뽑아내고 있다.

▲박동우 대표가 송림리 골창에서 거둔 월척 조과를 자랑하고 있다. 1박2일의 조과로 박 대표는 주로 지렁이를 사용한 낮낚시로 입질을 받아냈다.

낮보다 밤, 지렁이보다 떡밥이 강세
올봄 축동지 봄낚시의 가장 큰 특징은 세 가지. 낮보다는 밤, 지렁이보다는 떡밥, 부들보다는 여뀌를 노릴 때 입질이 활발하다는 점이다.
특히 입질 시간대의 변화가 눈에 띈다. 보통 산란기 봄낚시는 ‘오전빨’로 불리는 아침 8시에서 12시 정오 무렵이 최고의 피크다. 당일 조황의 8할 이상을 이때 거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그러나 올해는 오전엔 별 다른 입질이 없다가 오후 4시 이후 입질이 들어오는 특이현상이 잦았다. 더욱 신기한 것은 산란기에는 밤낚시가 안 된다는 통설을 비웃듯 밤 시간에도 활발한 입질이 들어오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월 27일에 축동지를 찾은 동일레저 허영천 대표는 밤에만 낚시해 이틀 동안 총 20마리가 넘는 월척을 낚았다. 미끼를 글루텐. 마루큐사의 딸기글루텐5를 직공채비에 달아 거둔 조과다. 보통 봄에는 지렁이가 대표 미끼지만 주로 낮에 잘 먹히고 밤에는 별 효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효과가 없다기보다는 봄붕어 자체가 밤에는 별다른 먹이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인식돼 있다).

그러나 밤에 글루텐을 달아 던지자 낮낚시의 지렁이 미끼 조과를 웃도는 마릿수 조황이 펼쳐졌다.
허영천 대표는 “요즘 축동지 붕어가 글루텐 떡밥에 입맛이 길들여졌다는 얘기를 듣고 봄이지만 지렁이 대신 떡밥을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밤에도 입질이 이렇게 활발할 줄은 몰랐습니다. 그래서 전 낮에는 대좌대에 설치한 텐트에서 푹 자다가 초저녁부터 밤낚시에 올인하고 있습니다”라며 상황을 설명했다.
허영천 대표는 매일 밤 15번 이상의 입질을 받아 이 중 10마리가량을 뽑아냈다. 놓친 5마리는 입질을 늦게 보거나 끌어내는 도중 붕어가 수초를 걸어 채비가 터졌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수초직공낚시이다보니 35cm가 넘어가는 큰 씨알은 쉽게 끌어내기 힘든 게 이유 같았다.

▲허영천 대표가 방금 올린 허리급 월척의 입에서 바늘을 빼내고 있다.

포란 붕어는 몸 비비기 좋은 여뀌를 선호해
취재일 허영천 대표가 낚시한 곳은 축동지 우안 최상류인 일명 송림리골이다. 골 안통에 부들, 뗏장수초, 갈대, 여뀌 등이 고루 자라있어 천혜의 붕어 산란장을 형성하고 있었다.
떼월척 입질의 또 다른 원동력은 다름 아닌 여뀌 줄기를 노렸다는 점이다. 여뀌는 마디풀과의 속하는 한해살이풀로 겨울이 되도 줄기가 딱딱하게 유지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산란을 앞둔 붕어는 몸을 압박해 알을 쏟을 수 있는 딱딱한 수초를 선호하는데 그래서 뗏장수초나 말풀보다는 갈대, 부들을 선호한다. 그러나 취재일 낚시한 송림리골에 부들, 갈대의 양이 적었던 반면에 줄기가 딱딱한 여뀌가 밀생해 있자 붕어들이 대거 여뀌밭으로 몰린 것이다.
허영천 대표와 달리 박동우 대표는 스윙으로 여뀌를 노려 손맛을 푸짐하게 봤다. 박동우 대표는 허영찬 대표의 왼쪽 30m 지점 논둑에 자리를 잡았다. 허영천 대표 자리보다는 수초 밀생이 덜 했다. 오로지 여뀌 위주의 포인트였는데 여뀌 줄기와 줄기 사이를 스윙으로 노려 1박낚시로만 10마리가 넘는 월척을 뽑아냈다. 박동우 대표는 밤에는 쉬고 주로 낮낚시 위주로 낚시했다. 밤낚시까지 열심히 했다면 두 배 이상의 조과를 거둘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여뀌 포인트는 같은 송림리골 내에서도 다른 수초 포인트에 비해 압도적 조과를 보였다. 이날 송림리골 논둑에 자리한 낚시인은 대략 10여 명. 그러나 대부분 많아야 하룻밤 두세 마리 수준의 월척만 낚아 여꿔 포인트를 노린 허영천, 박동우 대표의 마릿수 조과와는 대조를 이뤘다.
박동우 대표는 “만약 포인트에 부들, 갈대, 뗏장 같은 수초만 있다면 부들이나 갈대가 최고의 포인트지만 이렇게 여뀌가 대규모로 자라있다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붕어들이 줄기가 딱딱한 여뀌밭으로 대거 몰리기 때문이죠. 오늘도 여뀌밭에서는 줄기가 흔들거리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지만 다른 수초밭은 조용했습니다”라며 여뀌 포인트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한편 취재일 축동지에는 수많은 보트까지 떠 장관을 이뤘다. 보트낚시인들은 연안 낚시인들과의 마찰을 피해 주로 수중에 밀생한 수초대를 공략했다. 보트낚시에서도 여뀌밭을 포인트로 노린 낚시인들은 짭짤한 손맛을 본 반면 일반적인 수초대를 공략한 낚시인들은 부진을 겪었다.
만약 여뀌가 없다면 몰라도, 다른 수초들과 여뀌가 공존한다면 반드시 여뀌 주변을 노려볼 것을 권하고 싶다. 특히 산란기 붕어낚시에서는 최우선으로 노려볼 포인트다.

갈수록 거세지는 대좌대 열풍
물가에 대형 좌대를 설치하고 낚시하는 일명 ‘대좌대낚시’가 전국적인 붐이다. 불과 3~4년 전만해도 일부 낚시인들만 대좌대낚시를 즐겼으나 현재는 거의 유행에 가깝게 번지고 있다. 보통 대좌대라고 하면 좌우 면적이 각각 2m, 흔히 2000에 2000(cm)으로 불리는 사이즈를 말한다.
내부에는 보일러를 깔고 고급 텐트를 얹기 때문에 추운 겨울에도 따뜻하게 밤낚시를 즐길 수 있다. 대좌대를 오르내리기 쉽도록 별도의 발판을 설치하고 낚시용 발판도 따로 설치한다. 웬만한 고급좌대 부럽지 않은 구성이다.
대좌대 설치에 들어가는 비용은 만만치 않다. 대좌대 관련 용품만 최저 250~300만원이며 고급 텐트, 난로, 온수 보일러 등까지 더하면 500~600만원 가까운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진다.

▲축동지 송림리 골창 논둑에 대좌대를 펴고 낚시 중인 모습.

▲박동우 대표가 사용한 동일레저의 나이스 원 붕어낚싯대.

▲허영천 대표가 밤에 마릿수 월척을 올릴 때 사용한 마루큐사의 딸기 글루텐3 떡밥.

▲얕은 논두렁에서 대좌대를 설치할 때 사용한 바지장화. 보온력이 좋은 네오플렌 재질의 HDF 제품으로 물속에 들어가 낚시하는 직공낚시 때도 유용했다.

▲동일레저의 대좌대를 설치하고 낚시를 즐기는 모습.

▲허영천 대표가 직공낚시 조과를 보여주고 있다. 모두 월척이다.

▲박동우 대표가 사용한 나이스 에어봉돌채비. 떡밥을 미끼로 달았다.

초기에는 ‘무겁고 설치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게 단점이다’ ‘장박낚시면 몰라도 하루 이틀 낚시에는 효용성이 낮다’는 등의 말들도 많았다. 그러나 현재는 그런 얘기는 쏙 들어간 상황이다.
500~600만원에 달하는 구입 가격이 위화감이 조성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대좌대 애용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서울 낚시인 박상준 씨는 “캠핑 장비도 제대로 갖추려면 최소 500만원에서 2000만원가량이 든다.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 생활인 캠핑에 투자하는 것과 낚시에 투자하는 것이 뭐가 다른가. 왜 늘 낚시에만 이상한 잣대를 들이대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취재일 축동지 곳곳에도 대좌대를 설치하고 낚시하는 낚시인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흔히 낚시자리가 편하면 잠만 자기 때문에 조과에 도움이 안 된다고 하지만 대좌대 애호가들의 얘기는 또 달랐다.
현장에서 만난 인천의 박동림 씨는 “차에서 자면 일어나기 귀찮아 낚시가 게을러진다. 그러나 대좌대에서 자면 수시로 자다 깨며 입질을 파악하기 때문에 차에서 잘 때보다 더 열심히 낚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차에서 자면 몸이 찌뿌둥하지만 대좌대에서 편히 누워서 자면 집에서 잔 듯 몸이 편해 피곤하지도 않다고.
전국적인 대좌대 열풍은 앞으로 몇 년 이상은 지속될 것이라는 게 현장에서 만난 낚시인들의 목소리였다.

▲논둑에 설치한 박동우 대표의 대좌대. 논둑 훼손도 줄이고 좁은 공간에서 편안하게 낚시할 수 있어 매우 유리했다.

▲해 질 무렵 직공채비로 올린 월척을 낚아낸 허영천 대표.

▲발판이 높은 대좌대에서는 급수기를 설치하면 매우 편리하다.

▲허영천 대표가 직공채비로 수초구멍을 노리고 있다.

▲여꿔밭을 노려 마릿수 월척을 올린 낚시인.

▲축동지 우안 중류권에 앉은 낚시인들. 조황은 상류권에 미치지 못했다.

▲산란기 낮낚시에 잘 먹히는 지렁이 미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