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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시, 평택호 낚시금지구역 지정 행정예고
낚시계 반발에도 추진 강행 의사
서성모 편집장
경기 평택시가 관할 내 하천인 진위천과 안성천 전 구간을 낚시금지구역으로 정하는 방안을 행정예고해 낚시계가 반발하고 있다.
평택시는 지난 2월 4일 국가 하천 구간인 안성천과 진위천을 낚시·야영·취사 금지구역으로 지정함에 따라 의견을 듣기 위해 그 내용을 알린다’는 내용의 행정예고를 시 홈페이지에 올렸다. 지정 이유에 대해선 ‘하천변 안전사고 예방, 하천시설물 보호와 쓰레기 투기 방지 등 다수의 이용객이 만족할 수 있는 쾌적한 생태하천으로 관리하기 위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2월 25일까지 의견수렴기간을 거친 뒤 행정결정을 내린다.
평택시가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한 진위천, 안성천 구간은 이름만 다를 뿐 아산시 관할 구역을 제외한 평택호 전체를 말한다. 평택호는 1974년 충남 아산시 인주면 공세리와 경기 평택시 현덕면 권관리 사이에 아산만방조제를 건설하면서 만들어진 수면적 728만7천평의 대형 간척호다. 원래 아산호로 불렸던 호수를 현재 평택호로 혼용해 부르고 있다.
평택시가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하려고 하는 구간은, 안성천은 유천동~아산방조제에 이르는 29.8km이고 진위천은 오산천 합류점부터 청북읍 백봉리 15.7km, 오성면 안화리부터 안성천 합류점이다. 진위천에서 청북읍 백봉리부터 오성면 인화리의 2.2km 구간은 야영과 취사만 금지시키고 낚시를 허용한다. 낚시금지구역은 기사의 위성지도와 같이 평택시 관할 평택호 전 구간에 달하며 그 면적은 평택호의 5분 4에 해당한다.
낚시인, ‘낚시인 무시하는 일방적인 행정이다’ 반발
평택호는 수도권 안방낚시터로 붕어낚시와 루어낚시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어자원이 풍부해 낚시를 배우려 하는 입문자들에게 신병훈련소로 통한다. 낚시금지구역 지정 구간엔 창내리, 당거리, 삼정수로, 대안리수로, 내리 등 오래전부터 낚시인들이 찾았던 이름난 포인트들이 즐비하다. 또한 20여 년 전부터 배스토너먼트가 정기적으로 열려 낚시가 지역경제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평택시의 평택호 낚시금지구역 지정 행정예고가 올라오자 낚시인들은 ‘낚시인을 무시하는 일방적인 행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페이스북 등 SNS에 관련 사실을 공유하고 평택호 낚시금지를 우려하는 포스팅이 이어졌으며 공감하는 댓글이 계속 올라왔다. 평택시에 반대의 뜻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하고 관련 정부기관에 철회를 요구하는 청원을 올리고 있다.
현지의 낚시인들은 평택시민인 자신들에게조차 의견을 묻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평택의 붕어낚시인 조필행 씨는 “덕목리와 신항리 일대로 낚시를 다닌다. 낚시인의 환경의식이 많이 개선되어 쓰레기는 줄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변화는 보지 않고 무작정 낚시를 금지시키겠다는 결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 지역 낚시인들과 함께 서명운동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또 평택 가나낚시마트 이운행 대표는 “평택호가 낚시금지구역으로 묶이면 낚시터를 바라보고 장사하는 낚시점주들은 터전을 잃게 된다. 나는 평택시민인데 이와 관련해 공청회를 연다는 얘기조차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 평택호 덕목리 연안의 낚시인들.
낚시단체들, 시에 반대 의견서 제출
낚시단체들은 평택시에 평택호 낚시금지구역 지정에 대한 반대 의견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했다. 한국낚시협회, 한국루어낚시협회, 한국배스프로협회 등이 의견서를 제출했다. 한국배스프로협회는 평택호에서 배스토너먼트를 치르고 있는 단체다. 배스보트를 이용해 폐그물을 수거하는 등 낚시터 청소활동도 벌여왔다.
한국배스프로협회가 제출한 의견서엔 ‘평택시가 지정하려 하는 낚시금지구역은 낚시통제구역에 관해 낚시관리육성법에서 지정하는 권역을 넘으며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보장하는 헌법에 위배되는 것이다. 낚시로 인한 수질오염 근거가 없는데 수상레저 중 낚시만 통제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기에 반대한다’란 내용이 담겨 있다.
낚시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평택시는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행정예고가 올라오기 전 평택시는 시 관할의 평택호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단체를 불러 간담회를 가졌다. 1월 14일 열린 간담회에는 평택호 낚시금지구역 지정에 대한 결정을 일방적으로 듣는 자리였다고 한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국루어낚시협회 정민철 사무국장은 “쓰레기가 문제라면 행정이나 계도 차원에서 정돈하는 게 우선이지 낚시금지가 무슨 말이냐고 항변했고 차라리 호수를 공원화해서 관리하거나 벌금을 강력하게 물면 되지 않겠느냐고 의견을 제시했지만 반대를 해도 어차피 진행하겠다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평택시 “의견수렴 끝나는 2월 25일 다음날 26일 지정 공고 들어가겠다”
기자가 지난 2월 6일 평택시청 생태하천과에 전화를 걸었을 때도 비슷한 분위기였다. 평택호 낚시금지에 대한 낚시인의 입장, 공존할 수 있는 해결 방안 등의 질의는 의미가 없었다. 그래서 “2월 24일 의견수렴기간이 끝난 후 언제 행정결정이 내려지느냐”고 질문을 하자 하천관리팀 관계자는 “2월 25일 다음날 26일에 지정 공고 들어가겠다”라고 말했다. 귀가 의심스러울 정도의 답변이었다. “접수된 의견에 대해 검토도 하지 않고 그렇게 결정해도 되는가”라고 묻자 “의견수렴기간에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정장선 평택시장은 지난해 12월 31일 시 홈페이지에 올린 신년사에서 ‘진위천·안성천을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하고 강력하게 불법시설물을 철거하는 등 안전하고 깨끗하게 하천을 관리토록 하겠습니다. 도심지 내 자연환경 보전과 시민들에게 쾌적한 여가공간을 제공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낚시금지구역 행정예고가 올라오기도 전에 지자체장이 공식적으로 평택호 낚시금지라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작년에 장성군청 앞에서 피켓시위를 해 장성호 낚시금지 철회운동에 앞장선 배스낚시인 안지연 씨는 평택호 낚시금지와 관련해 이번에도 1인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이번에는 전단지를 만들어 시위 중 평택시민들에게 나눠주려 한다.
“에스엔스를 통해 함께 평택호 낚시금지 철회운동에 나서자는 분들이 많아요. 장성호 때보다 더 많은데 상황은 나쁜 것 같아요. 시에서 이미 결정을 내려놓고 행정절차만 밟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물러서면 안 될 것 같아요. 우리 처지가 재개발에 들어간 철거민하고 비슷한데 나가라고 나가면 그냥 쫓겨나는 겁니다. 여기서 오래 살았으니 주거권이 있다는 식으로 싸우면서 우리의 주장을 전달해야죠. 작년에도 장성군청에서 1인 시위를 했기 때문에 장성군민 분들이 장성호의 낚시금지 지정 사실을 알게 됐고 반대 여론이 형성됐습니다.”
▲ 평택호 낚시금지구역 지정 구간
▲ 평택호 낚시금지구역 지정 행정예고를 알리는 플래카드(사진 김학현).
▲ 평택시가 지난 2월 4일 고시한 ‘낚시·야영·취사 금지지역 지정 행정예고’ 공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