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랭크의 재료가 되는 카본시트(프리프레그).
연재 조홍식의 로드빌딩
5 로드빌딩을 위해 처음 해야 할 일
블랭크 BLANKs의 척추 SPINE 찾기
조홍식, 이학박사. 「루어낚시 첫걸음」, 「루어낚시 100문 1000답」 저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낚시책을 썼다. 중학교 시절 서울릴 출조를 따라나서며 루어낚시에 깊이 빠져들었다. 90년대 말부터 우리나라 지깅 보급과 바다루어낚시 개척에 앞장섰다. 지금은 미지의 물고기를 찾아 세계 각국을 동분서주하고 있다.
실제 로드빌딩의 첫 단계는 낚싯대로 만들고자 구매한 블랭크의 휘어지는 특성을 확인하는 것이다. 아무리 잘 만든 최고급 브랜드의 블랭크라 하더라도 실제로 휘어보면 균일하지 않고 잘 휘는 방향과 뻣뻣한 방향이 있다. 이를 블랭크의 ‘스파인(spine, 척추)을 찾는다’라고 부른다. 스파인 찾기란 낚싯대로 만들려는 블랭크의 가장 잘 휘어지는 방향을 찾는 것이다.
블랭크의 스파인을 찾는 방법은 디지털 시대에 걸맞지 않은 완전 아날로그방식의 작업이다. 로드빌딩이란 것이 바로 완전한 아날로그 작업이다.
블랭크 스파인이 생기는 이유
블랭크의 제작공정을 다시 한 번 간단하게 말하자면, 일정한 형태(삼각형이나 사다리꼴 등)로 재단된 원단(카본 시트)을 맨드릴(mandrel, 철심)에 말아서 단단히 고정하고 가마에 구워서 완성한다. 이 과정 역시 숙련된 기술자가 아니면 불량품이 될 확률이 높아질 것이 뻔하다.
이러한 제작공정 중 카본그래파이트 시트나 글라스파이버 시트의 재단 형태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지만, 말아서 만들다 보니 끝단 때문에 두꺼워지는 부분, 즉 겹치는 부분이 생긴다. 결국 그 겹쳐진 자리가 다른 곳에 비해 단단할 수밖에 없고 완성된 블랭크를 휘어보면 이 단단한 쪽을 피해 휘어지는 특성이 생기는데, 이것을 두고 ‘스파인(척추)이 생겼다’라고 부른다. 모든 낚싯대는 다 이러하다. 이게 불량이 아니다. 모든 블랭크는 제작방법상 잘 휘는 방향이 생길 수밖에 없다.
블랭크 스파인을 찾는 방법
스파인을 찾는 방법은 간단하다. 그러나 서두에서도 말한 것처럼 완전한 아날로그식 수작업이다 보니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양손으로 블랭크를 쥐고서 버트 끝을 바닥에 대고 45도 정도 기울여 잡는다. <그림1>에 나타난 모습으로 블랭크 팁 쪽을 한쪽 손바닥으로 지지하면서 다른 한 손바닥을 이용해 블랭크의 중간 부분에 힘을 가해 눌러 블랭크를 휘어본다. 이어서 누르는 손을 이용해 블랭크를 좌우로 돌려본다.
이때 분명하게 블랭크의 휨새가 고르지 않고 어느 부분에선가 푹 들어가듯 더 휘어지는 곳이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흰색 마커나 색연필을 이용해 잘 휘어진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표시한다. 단번에 끝내지 말고 여러 번 시도해 보면 정확하다고 생각하는 곳을 파악할 수 있다.
뒤쪽의 <그림3>은 무게가 가벼운 짧고 가는 블랭크의 경우에 시도할 수 있는 스파인을 찾는 방법이다. 팁을 잡고 휘어지게 한 후 돌려가며 더 많이 쳐지는 부분을 찾는 것인데, 블랭크를 부러뜨릴 우려가 크므로 권하고 싶지 않은 방법이다.
그밖에 ‘스파인 파인더’라는 간단한 기구를 사용할 수도 있다. 블랭크를 끼워 넣고 손으로 휘어보면서 스파인을 찾는 것으로 스파인을 찾는 원리는 수작업과 다를 바가 없다.
참고로 골프채의 샤프트도 낚싯대 블랭크와 똑같은 방법으로 만드는데, 역시 스파인을 찾아서 피팅을 한다. 이때는 특수한 기구를 사용하지만, 낚싯대는 골프채 샤프트보다 가늘어서 완전 수작업으로도 충분히 스파인을 찾을 수 있다.
▲ 블랭크의 재료가 되는 카본시트(프리프레그).
▲ 맨드릴(철심)에 사다리꼴로 재단된 카본 시트를 감고 있다.
▲ 중국산 무명브랜드 블랭크(좌), 일본 Y사 블랭크(중앙), 미국 S사 블랭크(우). 총을 겨누듯이 살펴보면 똑바르지 않고 어느 한 방향으로 아주 약간씩 휘어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정도의 휘어짐은 불량이 아니고 오히려 아주 양호한 상태라고 말할 수 있다.
▲ 맨드릴에 감은 시트는 그림과 같이 끝단의 위치에 따라 겹쳐지는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으므로 스파인이 생긴다.
▲ 시판되고 있는 낚싯대 블랭크용 스파인 파인더.
블랭크 스파인을 찾는 것이 왜 중요한가?
이유는 간단하다. 가이드를 부착할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블랭크를 휘어봐서 잘 휘어지는 방향을 찾았다면 그 방향에 맞춰서 가이드를 부착한다. 스피닝낚싯대라면 휘어진 바깥쪽에 가이드를 부착한다.
하필 왜 이렇게 부착하느냐? 루어나 채비를 힘껏 캐스팅할 때 낚싯대가 캐스팅할 방향으로 똑바로 구부러져야 하기 때문이다. 스피닝 낚싯대는 기본적으로 캐스팅을 전제로 하는 낚싯대다. 이 사실이 중요한 요소다. 캐스팅을 시작하면 낚싯대가 팔 힘과 루어의 무게로 인해 휘어지는데 이때 스파인에 맞춰 가이드가 잘 부착되어 있어야 블랭크가 바르게 구부러진다. 그렇지 않고 가이드가 엉뚱하게 부착되어 있다면 블랭크가 바르게 휘어지지 않고 가장 약한 쪽으로 비틀려 구부러진다.
결과적으로 루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날아가지 않는다. 또한 막상 물고기를 걸어 파이팅을 벌이는 도중에도 낚싯대가 비틀리며 휘어진다. 블랭크는 캐스팅할 때는 물론 물고기가 당겨 구부러질 때도 역시 가장 약한 방향 쪽으로 비틀어져 휜다.
베이트낚싯대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기본적으로는 스피닝 낚싯대 가이드의 180도 반대 방향에 가이드를 단다. 즉, 블랭크의 잘 휘어진 안쪽에 가이드를 배치한다.
그런데 베이트캐스팅 낚싯대는 하나 더 가이드를 부착시키는 방법이 있다. 블랭크의 가장 잘 구부러지는 방향의 90도 방향에 가이드를 붙이기도 한다. 베이트낚싯대도 배스낚싯대처럼 캐스팅 위주의 낚싯대가 있기 때문이다. 베이트낚싯대는 스피닝과 반대로 릴을 위쪽에 탑재시키지만 캐스팅할 때는 릴이 90도 방향으로 오게 돌려서 캐스팅하므로 이에 맞춰서 가이드를 90도 방향으로 부착한다.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오른손잡이용과 왼손잡이용이 서로 좌우대칭되도록 가이드를 부착시켜야 한다. 이렇게 90도 방향에 가이드를 부착했다면 파이팅할 때의 블랭크 비틀림은 고려해야 할 문제이긴 하다.
여러 토막으로 되어 있는 낚싯대는 각각 토막의 스파인을 모두 찾아 주어야 한다. 참고로 플라이 낚싯대는 스피닝낚싯대와 동일하다. 플라이캐스팅의 경우에는 블랭크의 휘어짐이 전방, 후방 반복하여 생긴다. 이때 블랭크 스파인이 어긋나 있다면 라인 루프가 올바르게 만들어지지 않는 등 다른 장르의 낚싯대보다 더 복잡한 결과가 생기므로 스파인 확인이 더욱 중요한 요소다.
스파인 없이 블랭크가 완전히 균일하다면 이상적인 낚싯대인가?
이에 대한 답은 보류하겠다. 개인의 기호에 맡기고 싶다.
몇몇 예를 들면, 일본의 한 브랜드는 블랭크를 만드는 원단의 형태와 재단 방법을 연구하여 스파인을 최소한으로 줄였고 그래서 우수한 블랭크라며 광고하고 있다. 또 하나는 카본 테이프를 블랭크 표면에 X자로 교차해 감아서 보강하고는 4축카본, 8축카본이라는 표현과 함께 스파인을 줄였다고도 한다.
반면, 미국의 모 브랜드에서는 블랭크를 말아서 만드는 게 아니라 단면이 T자형인 카본 쪽대를 이어 붙여서 6각 단면 블랭크를 생산한 적이 있었다. 이 블랭크는 일부러 한 쪽에 탄성이 낮은 소재를 사용해 스파인을 한 방향으로 확실하게 휘게 만들어주었다.
이처럼 스파인을 없애려고도 하고 일부러 만들어 넣기도 한다. 스파인이 낚싯대의 필요악인가 필수인가는 잘 모르겠고 결론을 내고 싶지도 않다. 스파인이 없다면 로드빌딩 과정 중 까다로운 공정이 한 가지 줄어드니 낚싯대 만들기가 편해질 것 같다. 그러나 개인적인 견해는 무슨 짓을 해도 원단을 철심(맨드릴)에 말아서 만드는 블랭크에는 스파인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저 그 스파인을 찾고 정확한 위치에 가이드를 부착한다는 사실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할 뿐이다.
▲ 스파인 찾는 방법. 양손으로 블랭크를 잡고 휘어보고 돌려본다.
▲ 캐스팅 전 블랭크 휨새. 스파인을 찾는 가장 큰 목적은 캐스팅할 때 블랭크가 비틀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 스파파인을 찾는 또 다른 방법. 가볍고 짧은 울트라라이트 블랭크에 쓰인다.
블랭크 품질 평가 방법
테이블에 블랭크를 굴려보라
유명 브랜드의 블랭크만이 아니라 요즘은 중국산의 무명 블랭크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가격도 저렴해서 로드빌딩에 처음 도전하는 로드빌더에게 부담이 적다. 유명 브랜드 블랭크가 20만원쯤 한다면 저렴한 블랭크는 1/10 가격인 2만원 정도에도 살 수 있다.
주문하고 기다린 끝에 내 손에 도착한 블랭크는 분명히 천정이나 바닥에 대고 휘어볼 것이다. 낚시꾼이라면 분명 이렇게 휨새를 살펴볼 것이리라. 스무스한 커브를 그리고 있는지.
아주 저렴한 블랭크를 구매했다면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품질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을 몇 가지 소개한다.
먼저 블랭크를 테이블과 같이 평평한 곳에 놓고 굴려본다. 잘 굴러가는지 덜컥거리는지 금방 할 수 있다. 블랭크가 일직선으로 바르지 않다면 덜컥거리며 굴러간다. 또 한 가지는 총을 조준하듯 블랭크를 들고 봐서 얼마나 똑바른가를 살펴볼 수 있다. 실제 블랭크는 완전하게 직선으로 뻗어있지는 않다. 어느 쪽으로든 살짝 휘어져 있는데, 이게 정상이다. 그러나 마치 뱀이 기어간 자리같이 좌우로 구불거리는 블랭크는 불량이다.
연재 조홍식의 로드빌딩
5 로드빌딩을 위해 처음 해야 할 일
블랭크 BLANKs의 척추 SPINE 찾기
조홍식, 이학박사. 「루어낚시 첫걸음」, 「루어낚시 100문 1000답」 저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낚시책을 썼다. 중학교 시절 서울릴 출조를 따라나서며 루어낚시에 깊이 빠져들었다. 90년대 말부터 우리나라 지깅 보급과 바다루어낚시 개척에 앞장섰다. 지금은 미지의 물고기를 찾아 세계 각국을 동분서주하고 있다.
실제 로드빌딩의 첫 단계는 낚싯대로 만들고자 구매한 블랭크의 휘어지는 특성을 확인하는 것이다. 아무리 잘 만든 최고급 브랜드의 블랭크라 하더라도 실제로 휘어보면 균일하지 않고 잘 휘는 방향과 뻣뻣한 방향이 있다. 이를 블랭크의 ‘스파인(spine, 척추)을 찾는다’라고 부른다. 스파인 찾기란 낚싯대로 만들려는 블랭크의 가장 잘 휘어지는 방향을 찾는 것이다.
블랭크의 스파인을 찾는 방법은 디지털 시대에 걸맞지 않은 완전 아날로그방식의 작업이다. 로드빌딩이란 것이 바로 완전한 아날로그 작업이다.
블랭크 스파인이 생기는 이유
블랭크의 제작공정을 다시 한 번 간단하게 말하자면, 일정한 형태(삼각형이나 사다리꼴 등)로 재단된 원단(카본 시트)을 맨드릴(mandrel, 철심)에 말아서 단단히 고정하고 가마에 구워서 완성한다. 이 과정 역시 숙련된 기술자가 아니면 불량품이 될 확률이 높아질 것이 뻔하다.
이러한 제작공정 중 카본그래파이트 시트나 글라스파이버 시트의 재단 형태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지만, 말아서 만들다 보니 끝단 때문에 두꺼워지는 부분, 즉 겹치는 부분이 생긴다. 결국 그 겹쳐진 자리가 다른 곳에 비해 단단할 수밖에 없고 완성된 블랭크를 휘어보면 이 단단한 쪽을 피해 휘어지는 특성이 생기는데, 이것을 두고 ‘스파인(척추)이 생겼다’라고 부른다. 모든 낚싯대는 다 이러하다. 이게 불량이 아니다. 모든 블랭크는 제작방법상 잘 휘는 방향이 생길 수밖에 없다.
블랭크 스파인을 찾는 방법
스파인을 찾는 방법은 간단하다. 그러나 서두에서도 말한 것처럼 완전한 아날로그식 수작업이다 보니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양손으로 블랭크를 쥐고서 버트 끝을 바닥에 대고 45도 정도 기울여 잡는다. <그림1>에 나타난 모습으로 블랭크 팁 쪽을 한쪽 손바닥으로 지지하면서 다른 한 손바닥을 이용해 블랭크의 중간 부분에 힘을 가해 눌러 블랭크를 휘어본다. 이어서 누르는 손을 이용해 블랭크를 좌우로 돌려본다.
이때 분명하게 블랭크의 휨새가 고르지 않고 어느 부분에선가 푹 들어가듯 더 휘어지는 곳이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흰색 마커나 색연필을 이용해 잘 휘어진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표시한다. 단번에 끝내지 말고 여러 번 시도해 보면 정확하다고 생각하는 곳을 파악할 수 있다.
뒤쪽의 <그림3>은 무게가 가벼운 짧고 가는 블랭크의 경우에 시도할 수 있는 스파인을 찾는 방법이다. 팁을 잡고 휘어지게 한 후 돌려가며 더 많이 쳐지는 부분을 찾는 것인데, 블랭크를 부러뜨릴 우려가 크므로 권하고 싶지 않은 방법이다.
그밖에 ‘스파인 파인더’라는 간단한 기구를 사용할 수도 있다. 블랭크를 끼워 넣고 손으로 휘어보면서 스파인을 찾는 것으로 스파인을 찾는 원리는 수작업과 다를 바가 없다.
참고로 골프채의 샤프트도 낚싯대 블랭크와 똑같은 방법으로 만드는데, 역시 스파인을 찾아서 피팅을 한다. 이때는 특수한 기구를 사용하지만, 낚싯대는 골프채 샤프트보다 가늘어서 완전 수작업으로도 충분히 스파인을 찾을 수 있다.
▲ 블랭크의 재료가 되는 카본시트(프리프레그).
▲ 맨드릴(철심)에 사다리꼴로 재단된 카본 시트를 감고 있다.
▲ 중국산 무명브랜드 블랭크(좌), 일본 Y사 블랭크(중앙), 미국 S사 블랭크(우). 총을 겨누듯이 살펴보면 똑바르지 않고 어느 한 방향으로 아주 약간씩 휘어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정도의 휘어짐은 불량이 아니고 오히려 아주 양호한 상태라고 말할 수 있다.
▲ 맨드릴에 감은 시트는 그림과 같이 끝단의 위치에 따라 겹쳐지는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으므로 스파인이 생긴다.
▲ 시판되고 있는 낚싯대 블랭크용 스파인 파인더.
블랭크 스파인을 찾는 것이 왜 중요한가?
이유는 간단하다. 가이드를 부착할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블랭크를 휘어봐서 잘 휘어지는 방향을 찾았다면 그 방향에 맞춰서 가이드를 부착한다. 스피닝낚싯대라면 휘어진 바깥쪽에 가이드를 부착한다.
하필 왜 이렇게 부착하느냐? 루어나 채비를 힘껏 캐스팅할 때 낚싯대가 캐스팅할 방향으로 똑바로 구부러져야 하기 때문이다. 스피닝 낚싯대는 기본적으로 캐스팅을 전제로 하는 낚싯대다. 이 사실이 중요한 요소다. 캐스팅을 시작하면 낚싯대가 팔 힘과 루어의 무게로 인해 휘어지는데 이때 스파인에 맞춰 가이드가 잘 부착되어 있어야 블랭크가 바르게 구부러진다. 그렇지 않고 가이드가 엉뚱하게 부착되어 있다면 블랭크가 바르게 휘어지지 않고 가장 약한 쪽으로 비틀려 구부러진다.
결과적으로 루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날아가지 않는다. 또한 막상 물고기를 걸어 파이팅을 벌이는 도중에도 낚싯대가 비틀리며 휘어진다. 블랭크는 캐스팅할 때는 물론 물고기가 당겨 구부러질 때도 역시 가장 약한 방향 쪽으로 비틀어져 휜다.
베이트낚싯대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기본적으로는 스피닝 낚싯대 가이드의 180도 반대 방향에 가이드를 단다. 즉, 블랭크의 잘 휘어진 안쪽에 가이드를 배치한다.
그런데 베이트캐스팅 낚싯대는 하나 더 가이드를 부착시키는 방법이 있다. 블랭크의 가장 잘 구부러지는 방향의 90도 방향에 가이드를 붙이기도 한다. 베이트낚싯대도 배스낚싯대처럼 캐스팅 위주의 낚싯대가 있기 때문이다. 베이트낚싯대는 스피닝과 반대로 릴을 위쪽에 탑재시키지만 캐스팅할 때는 릴이 90도 방향으로 오게 돌려서 캐스팅하므로 이에 맞춰서 가이드를 90도 방향으로 부착한다.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오른손잡이용과 왼손잡이용이 서로 좌우대칭되도록 가이드를 부착시켜야 한다. 이렇게 90도 방향에 가이드를 부착했다면 파이팅할 때의 블랭크 비틀림은 고려해야 할 문제이긴 하다.
여러 토막으로 되어 있는 낚싯대는 각각 토막의 스파인을 모두 찾아 주어야 한다. 참고로 플라이 낚싯대는 스피닝낚싯대와 동일하다. 플라이캐스팅의 경우에는 블랭크의 휘어짐이 전방, 후방 반복하여 생긴다. 이때 블랭크 스파인이 어긋나 있다면 라인 루프가 올바르게 만들어지지 않는 등 다른 장르의 낚싯대보다 더 복잡한 결과가 생기므로 스파인 확인이 더욱 중요한 요소다.
스파인 없이 블랭크가 완전히 균일하다면 이상적인 낚싯대인가?
이에 대한 답은 보류하겠다. 개인의 기호에 맡기고 싶다.
몇몇 예를 들면, 일본의 한 브랜드는 블랭크를 만드는 원단의 형태와 재단 방법을 연구하여 스파인을 최소한으로 줄였고 그래서 우수한 블랭크라며 광고하고 있다. 또 하나는 카본 테이프를 블랭크 표면에 X자로 교차해 감아서 보강하고는 4축카본, 8축카본이라는 표현과 함께 스파인을 줄였다고도 한다.
반면, 미국의 모 브랜드에서는 블랭크를 말아서 만드는 게 아니라 단면이 T자형인 카본 쪽대를 이어 붙여서 6각 단면 블랭크를 생산한 적이 있었다. 이 블랭크는 일부러 한 쪽에 탄성이 낮은 소재를 사용해 스파인을 한 방향으로 확실하게 휘게 만들어주었다.
이처럼 스파인을 없애려고도 하고 일부러 만들어 넣기도 한다. 스파인이 낚싯대의 필요악인가 필수인가는 잘 모르겠고 결론을 내고 싶지도 않다. 스파인이 없다면 로드빌딩 과정 중 까다로운 공정이 한 가지 줄어드니 낚싯대 만들기가 편해질 것 같다. 그러나 개인적인 견해는 무슨 짓을 해도 원단을 철심(맨드릴)에 말아서 만드는 블랭크에는 스파인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저 그 스파인을 찾고 정확한 위치에 가이드를 부착한다는 사실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할 뿐이다.
▲ 스파인 찾는 방법. 양손으로 블랭크를 잡고 휘어보고 돌려본다.
▲ 캐스팅 전 블랭크 휨새. 스파인을 찾는 가장 큰 목적은 캐스팅할 때 블랭크가 비틀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 스파파인을 찾는 또 다른 방법. 가볍고 짧은 울트라라이트 블랭크에 쓰인다.
블랭크 품질 평가 방법
테이블에 블랭크를 굴려보라
유명 브랜드의 블랭크만이 아니라 요즘은 중국산의 무명 블랭크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가격도 저렴해서 로드빌딩에 처음 도전하는 로드빌더에게 부담이 적다. 유명 브랜드 블랭크가 20만원쯤 한다면 저렴한 블랭크는 1/10 가격인 2만원 정도에도 살 수 있다.
주문하고 기다린 끝에 내 손에 도착한 블랭크는 분명히 천정이나 바닥에 대고 휘어볼 것이다. 낚시꾼이라면 분명 이렇게 휨새를 살펴볼 것이리라. 스무스한 커브를 그리고 있는지.
아주 저렴한 블랭크를 구매했다면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품질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을 몇 가지 소개한다.
먼저 블랭크를 테이블과 같이 평평한 곳에 놓고 굴려본다. 잘 굴러가는지 덜컥거리는지 금방 할 수 있다. 블랭크가 일직선으로 바르지 않다면 덜컥거리며 굴러간다. 또 한 가지는 총을 조준하듯 블랭크를 들고 봐서 얼마나 똑바른가를 살펴볼 수 있다. 실제 블랭크는 완전하게 직선으로 뻗어있지는 않다. 어느 쪽으로든 살짝 휘어져 있는데, 이게 정상이다. 그러나 마치 뱀이 기어간 자리같이 좌우로 구불거리는 블랭크는 불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