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 배낚시

그 귀하다는 방어를 찾아서
최근 대세는 전동릴 지깅
김진현 기자 kjh@darakwon.co.kr

지난 12월 제주도 서귀포 앞바다에선 부시리와 방어가 호황을 보였다. 메탈지그를 넣었다 하면 입질을 할 정도로 조과가 확실했고 하루 종일 낚시하면 7~10kg 부시리, 방어를 100kg 이상 낚을 수 있었다.

▲서귀포 앞바다에서 촬영한 서귀포 연안. 눈 덮인 한라산 아래로 좌측에 범섬이 있다. 이 주변은 사계절 방어와 부시리가 낚이는 곳이며 사용한 전동릴 장비는 솔티가 베이지깅 전동릴 전용 로드와 다이와 시보그 전동릴이다.

▲ 서귀항에서 출항하며 촬영한 한라산.

▲ 범섬 앞에서 지깅을 시도하고 있는 취재팀. 강성무 씨의 아라호를 타고 출항했다.

▲ 70cm 부시리로 손맛을 본 이철민 씨.

▲ 취재팀이 사용한 전동릴 장비. 최근에는 전동릴 전용 지깅 로드가 따로 출시되고 있으며 전동릴은 300 사이즈 이상 사용하면 좋다. 전동릴이 더 크면 파워는 좋지만 무거워서 불편하다.

▲ 강성무 씨가 사용한 200g 슬로우 지그.

▲ 서귀포 일원에서 인기 있는 은색 메탈지그. 갈치나 대멸치 형상이며 무게는 250g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

제주도 서귀포 일대에서 부시리, 방어가 지깅에 호황을 보인다는 소식에 지난 1월 26일 취재에 나섰다. 서귀포 서귀포항에서 출항하는 강성무 씨의 아라호에 승선, 경기 용인에서 온 박현석, 최중혁 씨와 함께 서귀포 앞바다로 출조했다. 이철민, 최중혁 씨는 겨울에 휴가를 받아 4박5일 일정으로 제주도를 찾았다. 최중혁 씨는 대물 붕어낚시를 즐기는 낚시광이지만 지깅은 처음, 이철민 씨도 바다낚시를 즐기지만 지깅은 처음이라고 했다.
강성무 씨는 지깅이 처음인 이들을 위해 전동릴 지깅 장비를 준비했다. 손쉽게 랜딩할 수 있도록 다이와의 솔티가 지깅 로드에 전동릴을 장착하고 250g 메탈지그를 달아주었다. 전동릴 지깅의 장점은 자동으로 릴링이 가능하다는 것 외에도 같은 속도로 꾸준하게 액션을 줄 수 있으며 사람이 내기 힘든 속도의 고속 릴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단순히 낚시 편의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보다 다양한 액션을 주기위해 전동릴을 사용하는 낚시인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정확한 스팟 공략이 관건
강성무 씨는 지귀도 앞바다로 출조하려 했으나 기상예보와는 달리 좋지 않은 날씨가 문제였다. 서귀포 앞바다 범섬 일대로 배를 몰았다. 강성무 씨는 자신이 개발한 특정 포인트를 주로 찾는데, 문섬, 범섬, 섶섬 주변에 있는 잘 알려지지 않은 수중여를 노린다. 부시리, 방어가 호황을 보이면 으레 낚싯배들이 몰리는 장소가 있기 마련이지만, 강성무 씨는 개의치 않고 본인 스타일대로 포인트를 선택하는 편이다.
전동릴을 사용한 지깅은 어렵지 않다. 전동릴의 클러치 버튼을 눌러 메탈지그를 바닥 수심인 60~80m까지 내린 후 메탈지그가 바닥에 닿으면 전동릴의 속도 조절 레버를 젖혀 메탈지그를 감기게 한 뒤 저킹 액션을 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입질 구간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애션을 주는 것. 서귀포의 부시리와 방어는 입질 구간을 벗어나면 입질하지 않고 수중여 같은 특정 스팟에서만 입질을 한다. 큰 수중여가 있으면 수중여의 턱이나 언저리에 어군이 몰려 있는데 그 수중여를 벗어나면 대상어가 없는 식이다. 그래서 어탐기로 파악한 스팟에 들어갈 경우, 포인트 진입 전부터 메탈지그를 내리고 있어야 하고 배가 스팟을 벗어나면 낚시인 모두 채비를 거두게 하여 다시 포인트로 진입해야 하는 수고를 반복해야 한다.
따라서 선장과 낚시인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선장이 배를 포인트에 잘 진입시키야 하고 낚시인은 선장의 신호에 맞춰 정확하게 포인트를 공략해야 원하는 대상어를 낚을 수 있다. 입질이 없을 때는 선장이 같은 포인트에 진입하는 것을 반복하게 되는데 그렇게 한 자리에서 서너 마리의 대상어를 낚아내면 다른 포인트로 이동한다. 서귀포 일대는 사리 물때 전후로 입질이 잦으며 오전, 오후를 가리지 않는 편이다.

몇 년 만에 나타난 멸치
금방 입질이 들어올 것이라 생각했지만 기대한 입질을 찾아오지 않았다. 문섬, 범섬 주변을 넓게 탐색했고 범섬 주변을 벗어나 더 외해로 나가서 탐색했지만 입질은 없었다. 범섬 주변에서 생미끼로 부시리, 방어를 노리던 어부도 철수를 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는데 그 이유를 나중에 알 수 있었다.
오후 3시가 넘어서니 서귀포 앞바다에 피딩이 한창인 것을 볼 수 있었다. 정확히 대상어가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엄청난 양의 멸치가 수면에서 뛰는 것이 보였고 보일링을 쫓아가면 금방 사라진 후 다른 곳에서 다시 보일링을 시작했다.
강성무 씨는 “1월 중순 이후에 갑자기 많은 멸치가 서귀포 연안으로 들어왔어요. 최근 몇 년 동안 서귀포 일대로 멸치가 들어오는 일은 거의 없었는데 올해는 특이하게 많은 멸치가 들어왔습니다. 그때 이후 부시리와 방어의 입질이 줄어들기 시작했는데 오늘은 유독 입질이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멸치와 같은 베이트피시가 들어오면 대상어가 몰려서 더 호황을 보이지 않을까 생각하겠지만 상황은 정반대로 나타난다. 베이트피시가 적당히 있을 때는, 메탈지그를 넣으면 무는 수준으로 입질을 할 수 있지만 그 양이 지나치게 많으면 부시리와 방어는 먹기 쉬운 멸치를 쫓을 뿐 메탈지그나 다른 생미끼는 거들떠보지 않는 것이다. 말그대로 풍요 속에 빈곤인 셈이다.
수면의 보일링만 본다면 서귀포 일대에는 적지 않는 양의 부시리와 방어가 들어와 있는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수면에 튀는 수많은 멸치를 보고 있으니 메탈지그가 이렇게나 무력한지 루어인지 싶어 허탈했다.

마침내 찾아온 입질
하는 수 없이 부시리와 방어를 포기하고 잿방어 포인트로 진입했다. 잿방어는 빠르게 움직이는 먹잇감을 쫓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전동릴을 이용해 빠른 액션을 주면 승산이 있기 때문이다.
강성무 씨가 포인트에 진입 후 채비를 내리라는 신호를 했고 이철민, 최중혁 씨가 빠르게 액션을 주기 시작했다. 곧 바로 히트! 이철민 씨가 첫 입질을 받았지만 랜딩 속도를 너무 빠르게 올린 탓에 대상어가 바늘에서 빠지고 말았다. 몇 시간을 노력을 해서 받은 입질이 빠져버리니 허탈감이 컸다. 포기하지 않고 액션을 계속하니 다시 들어온 입질! 마침내 이철민 씨가 70cm 부시리를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강성무 선장은 서귀포 부시리·방어낚시가 멸치가 빠져나가면 다시 호황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예년에도 3월에 꾸준한 호황을 보였으며 씨알도 더 커졌기 때문이다. 2월 초 현재 모슬포, 마라도, 성산포에서도 부시리와 방어가 호황을 보이기 시작했는데 타이라바에서도 참돔과 함께 부시리, 방어가 함께 잘 낚이고 있다.

▲ 이철민 씨가 첫 히트를 한 순간!

▲ 뜰채를 대자 저항하는 부시리.

※서귀포바다영어조합법인 어민활어직판장
값비싼 방어·부시리를 더 싸게 맛보세요
강성무 씨의 아라호가 출항하는 서귀항에 예전에 없던 어민활어직판장이 들어섰다. 큰 수조에 방어, 부시리, 참돔이 들어 있으며 즉석에서 포를 떠서 위판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어민활어직판장이 생긴 데는 몇 가지 사연이 있다.
현재 서귀포시에서는 방어, 부시리 위판을 모슬포항에서만 할 수 있기 때문에 서귀포 앞바다에서 낚인 작은 씨알의 부시리처럼 값어치가 떨어지는 고기는 위판 자체가 되지 않아 판로가 막힌 상황이다. 그래서 서귀포항 어민들이 자구책으로 직판장을 만들어 운영을 하게 된 것. 그리고 최근 방어 위판 가격이 킬로그램에 2만원이 넘을 정도로 올랐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싼 값에 방어와 부시리를 공급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한편 부시리의 경우 관광객들이 ‘짝퉁 방어’라고 오해를 하고 구입을 꺼리는 일도 빈번하기 때문에 판매가 저조한 부시리의 판로를 개척하기 위한 것도 이유 중 하나다.
판매 가격은 저렴하다. 2kg 이하 부시리는 한 마리 1만5천원. 10kg 이상은 킬로그램당 1만3천원을 받고 손질 비용으로 2만원을 더 받는다. 대방어는 7kg 미만이 킬로그램당 2만원. 거의 위판 가격으로 부시리와 방어를 맛볼 수 있다. 전국으로 택배가 가능하며 즉석에서 포를 떠서 포장을 해주지만 젓가락, 초고추장 등은 따로 구입해야 한다.
문의 064-733-3353, 010-7576-3353

▲ 새섬 주차장 아래에 위치한 어민활어직판장. 저렴한 가격에 부시리, 방어, 참돔 등을 구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