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배낚시

갑오징어 에깅
한경면 앞바다에
신발짝 갑돌이 대풍

서정춘 야마시타 중부권 총판 대표

제주도 갑오징어 선상 에깅이 모처럼 인기를 끌고 있다. 제주도 선상 갑오징어 에깅은 4~5년 전 잠시 붐이 일다가 한동안 열기가 식었는데 올해 한경면 앞바다에서 좋은 조황이 이어지며 다시 불이 붙고 있다.
잠시 열기가 식었던 이유는 기복 심한 조황과 포인트 개발 부진이 꼽힌다. 보통 제주도 갑오징어 에깅은 12월부터 시작돼 이듬해 5월까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데 이때는 겨울이다 보니 갑오징어 활성이 낮아 조황 기복이 잦은 것으로 추측된다. 여기에 겨울이 되면 선상 타이라바, 벵에돔 찌낚시, 부시리 지깅과 찌낚시 등 다양한 장르의 낚시가 시작되기 때문에 갑오징어 에깅은 뒤로 밀리는 감도 없지 않다.
지난 1월 21일, 퍼니피싱카페에서 제주 갑오징어 에깅을 출조한다는 소식에 동출을 결정했다. 나는 그동안 소문으로만 제주 갑오징어 소식을 들어왔던 터라 그렇지 않아도 올 겨울에 한 번 시도해볼 생각이었는데 마침 좋은 기회가 찾아와 직접 현장을 경험하기로 했다. 제주 갑오징어 에깅 경험이 있는 부산의 성광물산상사 김선관 대표도 최근의 변화를 살피기 위해 필자와 동행했다.

생미끼 덧달아 쓰는 모구모구에 입질 잦아
오전 9시경 제주시 한경면에 있는 신창포구에 도착한 우리는 수복2호를 타고 출조에 나섰다. 육지에 대형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앞바다였다. 채비를 내려보니 60~70m의 수심이 찍혔다. 겨울에는 갑오징어가 이렇게 깊은 수심까지 들어간다고 한다. 서해, 남해와 달랐던 것은 바닥이 여밭이 아니라 봉돌이 푹푹 박히는 뻘 지형이었다는 점이다. 그 덕분에 배에 탄 어느 누구도 밑걸림으로 채비를 잃어버리는 경우는 볼 수 없었다.
채비는 서해와 남해안에서 쓰던 방식을 그대로 사용했다. 원줄은 PE라인 0.8~1호를 썼고 깊은 수심을 감안해 나는 전동릴을 사용했다.
스테를 다는 방식은 다양했다. 어떤 사람은 봉돌 위로 스테를 약간 띄우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주꾸미 채비처럼 봉돌에 스테를 바짝 붙여 쓰기도 했다. 보통은 스테를 약간 띄운 채비에 갑오징어가 잘 물지만 봉돌에 붙인 채비에도 입질 빈도가 잦았다. 겨울이라 갑오징어가 바닥권에서 주로 움직이고 활성도 약한 것이 이유가 아닐까 예상됐다.
이런 식으로 드문드문 입질을 받았는데 이날은 많게는 1인당 40마리도 낚았다는 며칠 전 조황에는 미치지 못했다. 가장 많이 올린 사람은 김선관 대표로 혼자서 7마리의 갑오징어를 올렸다. 내가 5마리를 낚았고 다른 낚시인들은 평균 3마리를 낚은 게 전부였다.
선장님 말로는 전날까지는 1인당 15마리는 충분했는데 이날 갑자기 수온이 올라 갑오징어가 깊은 곳으로 이동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만큼 겨울 갑오징어는 수온 변화에 민감했는데 이런 점이 조황 기복의 원인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추측됐다.

▲“제주 갑오징어 씨알 정말 실하네요” 성광물산상사 김선관 대표가 방금 올린 갑오징어를 보여주고 있다.

3월에 최고 피크 맞을 듯
제주도 갑오징어 에깅은 씨알에서 탄탄하기 때문에 분명 매력이 넘치는 장르다. 소위 말하는 신발짝만한 씨알에는 약간 못 미치지만 평균 씨알이 매우 굵다. 가을에 서해안에서 낚이는 작은 씨알은 거의 볼 수 없기 때문에 대여섯 마리만 낚아도 푸짐한 손맛과 입맛을 볼 수 있다.
겨울 제주 갑오징어 에깅에서 가장 신경 써야 될 것이 입질 파악이다. 가을철 서해나 남해에서는 가끔씩 초릿대를 주욱 가져가는 입질도 잘 들어오지만 겨울 제주에서는 먹이팔로 스테를 살짝 당기는 정도가 전부였다. 이날 가장 많은 조과를 올린 김선관 대표는 한 번씩 대끝을 털어 스테에 액션을 준 뒤 살짝 당겨보아 약간이라도 쫀쫀한 느낌이 들면 챔질했다고 했는데 그 정도로 갑오징어의 입질이 예민했던 것이다.
루어는 스테 종류 중에서도 등쪽에 생미끼를 달 수 있는 야마시타의 모구모구서치에 좋은 반응을 보였다. 옵빠이스테 같은 일반 스테에도 입질은 잦았지만 근소한 차이로 생미끼를 단 루어에 입질이 잦았다. 아무래도 저수온기인 만큼 갑오징어들이 생미끼에 더 잘 반응하는 게 아닌가도 싶다.
선장님의 말에 의하면 제주도 갑오징어 에깅은 12월부터 5월까지 겨울 시즌이지만 이 중 3월에 가장 씨알과 마릿수가 좋다고 한다. 따라서 이 기사가 나간 후면 본격적인 겨울 핫 시즌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 취재일에 올라온 제주 갑오징어들. 신발짝은 아니지만 모두 준수한 씨알이었다.

▲ 촬영에 동행한 필자와 시흥의 박수인(우) 씨가 굵은 갑오징어를 보여주고 있다.

▲ 취재일 효과가 좋았던 야마시타의 모구모구서치. 저수온기라 그런지 등쪽에 생미끼를 단 채비에 입질이 자주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