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 연도

마당바위 썰물
감생이 미션 대성공

이영규 기자

여수 금오열도 감성돔낚시가 한겨울 시즌에 돌입했다. 마릿수는 줄었지만 씨알은 굵어지는 시즌인 만큼 포인트 선정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될 때다.
지난 1월 들어 이후 이런 경향은 더욱 두드러졌다. 전날 좋은 조황을 보인 포인트라면 어김없이 꾼들이 몰리고 있다. 평일임에도 새벽 2시30분 출조는 기본이며 이마저도 낚시인들이 몰려 2항차(1항차는 2시30분 출항, 2항차는 두세 시간 정도 뒤에 출항하는 것을 말한다) 출조까지 한창인 상황이다.
지난 1월 26일 HDF 필드스탭 김한민 프로와 함께 연도로 향했다. 원래 우리의 목적지는 안도였으나 출조 전날 연도 마당바위로 바꿨다. 며칠 전부터 굵은 씨알을 선보인 안도는 워낙 많은 낚시인이 몰려 포인트 선정에 애로가 있었다.
연도는 금오열도의 맨 하단에 있어 금오도, 안도보다 난바다로 볼 수 있다. 과거에는 겨울이 깊어갈수록 난바다로 나가는 게 유리할 거라는 판단에 연도를 주로 찾았지만 최근에는 그런 선입견이 사라진 듯하다. 그래도 여전히 연도의 매력을 잊지 못하는 매니아들은 연도만 출조하는 경향이 강하다.
지금은 낚시가 금지된 연도 만작굴을 비롯, 대룡단, 수심 20m 이상을 보이는 쌍굴 맞은편 직벽 등지에서 올라오던 대형 감성돔의 손맛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 “왔어! 이번엔 크다! 커!” 오전 11시경 두 번째 감성돔 입질을 받은 김한민 씨가 감성돔과 파이팅을 벌이고 있다.

▲ 43cm급 감성돔을 뜰채에 담은 김한민 씨.

여 포인트는 모 아니면 도
이날 김한민 프로가 선정한 포인트는 연도 초입에 있는 마당바위였다. 연도 본섬과 200m 정도 떨어진 넓적하고 넓은 여로, 물골에 위치해 항상 조류가 세차게 흐르는 곳이다. 수심은 본섬 쪽이 만조 때(가까이 노릴 때) 6m, 금오도 방면은 9m 정도가 나온다.
나는 개인적으로 크던 작던 여 포인트는 별로 선호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일명 여치기는 운이 좋으면 마릿수 대박을 맞을 수 있지만 그만큼 꽝을 맞을 위험도 높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감성돔이 늘 붙어있고, 조류 흐름에 맞춰 연안을 회유하다 하루 중 한 번은 포인트로 들어오는 본섬 조황이 훨씬 안정적이라고 본다. 평소 김한민 씨의 생각도 나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김한민 씨가 마당바위를 선정한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김한민 씨의 설명이다.
“마당바위는 들물과 썰물을 모두 볼 수 있는 포인트입니다. 7대3 정도로 썰물 조황이 들물 조황을 앞서죠. 오늘은 6물입니다. 오전 8시부터 썰물이 시작되니 썰물 포인트에서 승부를 보는 게 좋을 듯싶습니다. 여 포인트라 사리 물때에는 조류가 센 것도 문제지만 그때는 오후 무렵 썰물이 걸리기 때문에 낚시 시간이 맞질 않아요. 오늘이 딱 적기입니다.”
작금항을 출발한 자갈밭호를 타고 우리가 거의 제일 마지막에 마당바위에 내렸다. 가는 길에 보니 안도의 유명 포인트마다 랜턴 불빛이 반짝이던 것을 보아 우리보다 한참 더 일찍 출조한 것 같았다.
새벽 3시30분경 도착해 간단히 식사를 하고 잠시 눈을 붙였다. 7시경 일어나보니 아직 끝들물이 흐르고 있는 상황. 먼저 일어난 순천의 이창현 씨가 들물 포인트를 공략하고 있었다. 그때 김한민 씨가 침낭 속에서 나와 상황을 대충 감을 잡더니 다시 잠을 청한다. 아직 썰물이 제대로 받히지 않았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오전 8시가 되자 암마섬 방면으로 흐르던 조류가 반대편 안도 검등여 방향으로 방향을 바꿨다. 그와 동시에 어느새 김한민 씨가 낚싯대를 들고 서쪽 콧부리에 자리를 잡았다. 연도 방면에서 흘러온 빠른 썰물 조류가 서쪽 콧부리를 스쳐 검등여 방면으로 흐르며 좁은 훈수지대를 만들었다.
김한민 씨는 1호찌로 수심 8m 정도를 맞춘 후 20m 안쪽의 훈수지대를 공략했다. 나는 혹시 먼 거리에서도 입질이 올까 싶어 그보다 먼 30m 지점을 수심 10m를 주고 노렸다. 그러나 오전 10시가 다 되도록 입질이 없다. 역시 여 포인트는 ‘모 아니면 도’라는 선입견이 들어맞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가 밀려왔다. 그와 동시에 가을철 개도에서나 낚일 법한 30cm급 한 마리가 김한민 씨에게 걸려들었다.
이곳 마당바위는 거센 조류가 여 전체를 휘감다 보니 한겨울에 5짜에 가까운 대형급이 잘 낚이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더욱 메리트가 있는 곳인데 오늘은 첫수부터 잔챙이가 걸려들어 불길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의 우려는 끝썰물로 접어든 오후 11시경부터 서서히 불식됐다. 김한민 씨가 40~43cm급을 연타로 올린 것이다.
12시경에는 순천의 이창현 씨가 38cm를 더하며 마릿수는 순식간에 4마리로 불어났다. 비록 45cm가 넘어가는 중형급은 아니었지만 요즘 같은 조한기에 한 포인트에서 4마리의 감성돔을 만난 것은 매우 양호한 조황이었다.

▲ 들물 포인트인 알마섬이 보이는 콧부리에 선 낚시인들. 우측의 작은 섬이 알마섬.

▲ 안도 검등여. 사진 왼쪽 콧부리가 대표적인 들물 포인트다.

▲ 38cm 감성돔을 히트한 순천의 이창현 씨.

▲ 감성돔을 뜰채에 담은 이창현 씨가 감성돔을 갈무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마당바위에서 바라본 연도의 명 포인트 귀신골창.

▲ 김한민 씨가 준비한 미끼들. 잡어에 대비해 민물새우와 쏙도 준비했다.

훈수지대에서는 채비를 약간 띄워보세요
우리가 4마리의 감성돔을 만난 서쪽 콧부리는 낚시도 의외로 쉬웠다. 발 앞에 형성되는 훈수지대를 벗어나지 않게 채비를 잡고 있는 것만으로도 감성돔 입질을 받을 수 있었다.
이렇게 훈수지대를 노릴 때는 굳이 바닥 가까이 채비를 붙이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다. 조류가 좌우로 천천히 흘러가는 상황에서는 바닥층 밀착이 유리하지만 훈수지대처럼 와류와 솟구치는 조류가 형성되는 곳에서는 감성돔 역시 많이 떠서 입질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도 나와 이창현 씨는 10m 가까이 수심을 주고 바닥을 노리다가 밑걸림만 빈발했던 반면 김한민 씨는 8m 정도로 고정한 띄울낚시로 밑걸림을 피해 감성돔 입질을 받아낼 수 있었다.
보통은 감성돔낚시 하면 바닥을 박박 긁을수록 유리하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내가 만난 고수들 중 바닥긁기에 열중하는 낚시인은 거의 없었다. 그보다는 꾸준한 밑밥 품질로 감성돔을 유인하고, 쉴 새 없이 포인트를 공략하는 부지런함이 좋은 조과를 올리는 비결이었다.
낚시를 마친 후 김한민 씨는 “조류가 빠르다고 해서 무작정 고부력 채비를 쓸 필요는 없습니다. 조류가 빠르고 거칠면 그만큼 감성돔도 잘 떠서 뭅니다. 그보다는 부지런히 채비를 흘리고 밑밥과 동조시켜 주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습니다”라며 지나치게 바닥 공략에만 열중하는 것을 경계했다.
연도 마당바위는 규모가 꽤 넓어 여러 명이 함께 내릴 수 있지만 실제 낚시에 적합한 인원은 한 팀(3명 정도) 정도다. 들물과 썰물에 맞춰 콧부리 부근에서만 낚시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들물보다는 썰물 때 맞춰 내리는 게 좋은데 대체로 2~6물 사이가 오전 시간에 썰물이 걸리는 물때다.

▲“요즘 시즌에 이 정도면 준수하지요” 취재일 조과를 자랑하는 김한민 씨와 이창현 씨.

▲ 철수하며 배에서 바라본 마당바위.

▲ 서쪽 콧부리에서 썰물을 공략 중인 촬영팀. 멀리 검등여가 보인다.

▲ 김한민 프로가 사용한 HDF 카리스마 뜰채와 감성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