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50주년 특별 인터뷰

연예인 낚시인의 대부

이덕화
낚시는 인생의 동반자이자 운명

글 이영규 기자·사진 우정한

낚시춘추 창간 50주년을 맞아 연예인 낚시계의 대부로 불리는 이덕화 씨를 인터뷰했다. 이덕화 씨는 민물낚시와 바다낚시를 두루 즐기는 매니아로 연기만큼이나 낚시를 사랑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도시어부3를 앞두고 휴식기를 갖던 이덕화 씨에게 인터뷰를 요청하자 흔쾌히 응해주었다.

연예인 중 낚시인으로 가장 유명한 사람을 꼽으라면 단연 이덕화 씨다. 최근 몇 년 새 낚시에 대한 사회적 위상이 몰라보게 높아졌지만 불과 10년 전만해도 낚시를 취미로 갖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자랑하는 저명인사는 많지 않았다. 일반인들이 느끼는 낚시에 대한 선입견이 썩 고급스럽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덕화 씨만큼은 달랐다. 그는 방송에서 늘 낚시 얘기로 화제를 만들었고 특유의 인간미 넘치는, 꾼 특유의 익살스런 입담으로 시청자를 즐겁게 만들었다.
유명 연예인들은 일반인의 시선을 피해 동선을 숨겨가며 취미 활동을 즐기는 경우가 많은데 이덕화 씨에게서는 그런 모습도 발견하기 어렵다.
그는 어딘가에서 붕어가 잘 낚인다는 소문이 들리면 득달 같이 달려가 대를 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생각보다 입질이 없으면 또 막차를 탔다며 푸념하고, 함께 출조한 일반인 낚시인들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분위기를 띄운다. 소탈한 성격의 소유자인 그는 천상 낚시꾼이며, 연예인 직업은 혹시 부업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게 만든다.
최근 몇 년간 이덕화 씨는 도시어부의 메인 진행자로 참여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방송에서는 늘 웃고 떠드는 모습으로만 편집되지만 실제 낚시 과정은 엄청 빡빡하고 고생스럽다는 게 이덕화 씨의 설명. 개인 낚시를 즐길 때는 아무 때나 쉬고 잘 수도 있지만 방송에서는 분량을 채우기 위해서라도 종일 ‘전투낚시’를 해야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휴식기가 그에게는 매우 천금 같은 시간임에도 낚시춘추의 창간 50주년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었다. 인터뷰는 지난 1월 26일,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에 있는 서래수라는 카페에서 진행됐다.

Q 반갑습니다. 모처럼 쉬는 기간인데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뷰 며칠 전까지만 해도 태도로 감성돔낚시를 다녀오신 걸로 압니다. 손맛은 좀 보셨는지요?
말도 마세요. 날씨가 엉망이라 고생만 하고 왔습니다. 겨울 시즌 막바지에 출조해 손맛 좀 볼까했는데 이미 시즌이 막을 내린 느낌이더군요. 이제는 가거도로 가야될 것 같아요. 그나저나 낚시인들이 가거도로 몰리는 바람에 민박집들이 만원이라는데 내릴 자리나 있을지 걱정입니다. 낚시춘추 창간 50주년 인터뷰 약속이 잡혀있어 일단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인터뷰를 마친 후 날씨를 보면서 한 번 더 출조할지 여부를 고민하는 중입니다.

Q 낚시를 좋아하시는 건 전 국민이 아는 사실입니다만 이번 인터뷰를 통해 언제부터 낚시를 하게 됐는지를 말씀해주시죠.
가끔씩 제게 조력을 묻는 분들이 계세요. 그때마다 저는 60년입니다 하고 말합니다. 그러면 다들 농담인 줄 알아요. 나는 7살 무렵부터 아버지를 따라 낚시를 다녔습니다. 서울 보문동에 살았는데 멀리 대천 청라지까지도 밤낚시를 따라다녔죠. 그때부터 낚시터의 물 냄새, 밤새 우는 귀뚜라미 소리에 매료됐어요. 가끔 방송 PD가 저에게 최고의 전성기는 언제였느냐고 묻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열 살 때부터라고 말하곤 합니다.

고1때부터 출조버스 타고 낚시 다녀
이덕화 씨는 낚시인들이 흔히 거치는 부전자전의 길을 걸었다. 아버님 이예춘 씨는 그 세대에서도 유난히 낚시를 좋아했던 연예인이었다. 이덕화 씨가 홀로 출조에 나선 건 고1 무렵. 당시를 그는 아버지 품에서 독립했다고 표현했다.
“꼬맹이 때는 몰랐는데 중학생이 되고 나니까 아버지 뒤만 졸졸 따라다니는 게 영 재미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나도 이젠 혼자 밤낚시를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1 무렵 서울시 무교동 인근 광교로 이사했는데 마침 솔낚시라는 낚시점이 있더군요. 그때부터 혼자 출조버스를 타고 낚시를 다니기 시작했죠.”
이덕화 씨가 말하는 솔낚시는 한때 붕어보트를 만들기도 했던, 김윤구 대표가 운영하던 그 솔낚시다. 솔낚시 버스 출조를 통해 이덕화 씨는 낚시회 내에서 이미 유명인사가 됐다. 어른들 틈에 고1짜리가 끼어 낚시를 다니는 것 자체만으로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학생이라는 특전을 받아 출조비도 어른의 절반만 내고 다녔다고 한다. 안성 덕산지에서 열린 솔낚시 주최 민물대회에서 1등을 차지해 하이파이 라디오를 상품으로 받은 것도 그 즈음이었다. 
짱짱했던 솔낚시 멤버들과 좀 더 멀리, 큰 낚시터로 출조하다 보니 학생 이덕화의 낚시 식견은 한층 넓어졌다. 그때부터 소중히 갖고 다니던 대나무 낚싯대를 버리고 아버지가 애지중지 아끼던 쓰던 글라스로드를 뺏어(?) 쓰기 시작했다.

"가끔씩 제게 조력을 묻는 분들이 계세요. 그때마다 저는 60년입니다 하고 말합니다. 그러면 다들 농담인 줄 알아요. 나는 7살 무렵부터 아버지를 따라 낚시를 다녔습니다. 서울 보문동에 살았는데 멀리 대천 청라지까지도 밤낚시를 따라다녔죠. 그때부터 낚시터의 물 냄새, 밤새 우는 귀뚜라미 소리에 매료됐어요."

▲ “낚시야말로 지금의 나를 있게 만든 최고의 친구입니다.” 인터뷰를 마친 이덕화 씨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낚시 예찬론을 펼쳤다.

인생의 기로에서 나를 치료해준 낚시
이덕화 씨는 드라마나 방송 촬영 중에도 낚시를 즐긴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언젠가는 촬영 도중 주인공이 사라지는 바람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는 얘기도 나돈 적 있다. 진위 여부를 묻자 이덕화 씨가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내가 낚시를 너무 좋아하다보니 와전된 얘기가 퍼진 것 같습니다. 촬영 때는 그럴 수가 없지요. 연기자는 연기가 생명이니까요. 예전에는 어느 지역에 촬영 날짜가 잡히면 촬영 후 이틀 정도 더 머물며 낚시를 하다 왔지요. 칠팔십 년대에는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서울에서 지방을 가려면 보통 일이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지방공연을 가는 날이면 어김없이 낚시가방을 챙겨갔습니다.”
이덕화 씨는 일반인 낚시인들과도 자주 출조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90년 무렵 생긴 OK피싱클럽의 회원이기도 하다. 최근 낚시인 중에는 SNS에 종종 올라오는 OK피싱클럽을 유명 낚시인들이 뭉쳐 만든 낚시회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 클럽은 서울과 경기 일원에 거주하는 일반 낚시인들이 창단한 낚시회이며 연예인으로는 이덕화 씨가 유일하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촬영만으로도 바쁜데 쉬는 날마다 낚시를 가면 부인께서 싫어하지 않느냐고 묻자 다른 취미는 몰라도 낚시만큼은 말리지 않는다고 한다.
“아내만큼 나를 잘 아는 사람도 없잖아요? 아내는 으레 저  사람은 연기 아니면 낚시라는 걸 수십 년째 꿰차고 있어요. 한때 제가 연예인 축구팀으로 활동하자 축구를 엄청나게 좋아하는 것으로 아는데 축구는 건강 회복을 위해 운동 겸 한 거지 낚시만큼의 취미는 아닙니다. 연예인들은 촬영이 끝나면 해외로 여행을 가는 등 자신만의 휴식기를 가지려고 애쓰죠. 하지만 저는 그 시간에 낚시를 하는 게 더 좋아요. 낚시터에 앉아 찌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음의 평화가 저절로 찾아오는 느낌입니다.”
이덕화 씨는 한창 잘 나가던 젊은 시절 오토바이 사고로 인생 자체가 끝날 뻔한 위기에도 낚시가 심신을 치료해준 친구였다고 회상했다. 그 외의 여러 인생의 고비마다 낚시로 마음을 추스르고 달랬던 것이 지금의 자신을 있게 만든 원동력이었다고 강조했다. 

"연예인들은 촬영이 끝나면 해외로 여행을 가는 등 자신만의 휴식기를 가지려고 애쓰죠. 하지만 저는 그 시간에 낚시를 가는 게 더 좋아요. 낚시터에 앉아 찌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음의 평화가 저절로 찾아오는 느낌입니다."

▲ 태도에서 감성돔 채비로 72cm 참돔을 낚던 상황을 설명 중인 이덕화 씨.

▲ 이덕화 씨가 핸드폰 속에 저장된 자신의 기록어 사진들을 찾아보며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다. 

▲ 어릴 적 아버님과의 낚시 추억을 회상하고 있는 이덕화 씨. 오른쪽은 인터뷰를 진행 중인 낚시춘추 이영규 기자.

Q 붕어낚시를 즐기는 모습이 가장 많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붕어낚시 중에서도 어떤 장르를 가장 좋아하시는지요?
저는 무조건 대물을 노리는 바닥낚시를 즐깁니다. 바늘에 새우나 참붕어를 꿰어 진득하게 큰 놈 한 방을 기다리는 남자다운 낚시가 제 취향에는 딱이예요. 반면 쉬지 않고 떡밥을 던지고 순간적인 챔질을 위해 늘 긴장해야 되는 중층낚시나 내림낚시는 성격에 맞질 않습니다.

Q 지금껏 낚은 어종별 최대어는 어떻게 되는지요?
토종붕어는 작년에 염치지에서 올린 46.8cm가 가장 큰 것 같습니다. 염치지는 배스가 들어간 직후부터 붕어 씨알이 커졌어요. 감성돔은 60cm가 넘는 놈들을 여러 마리 잡았습니다. 가거도 갯바위에서도 낚았고 서해 왕포 배낚시에서도 여러 마리 뽑았죠. 갯바위 참돔은 작년에 태도에서 감성돔 채비로 72cm를 올린 게 기록이에요. 선상낚시 기록은 역시 작년에 안면도 선상 찌낚시로 올린 92cm였습니다. 

Q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낚시터가 있다면 어디를 꼽습니까?
전북 부안의 왕포입니다. 내가 왕포를 다닌 지 벌써 30년째입니다. 마을 앞에 방파제도 없을 때였죠. 그 일대를 흔히 칠산  앞바다라고 하는데 내가 처음 갔을 때는 거기에서 그렇게 좋은 고기들이 잡히는지 잘 몰랐어요. 낚시를 해보니 능성어, 농어, 반어, 민어 등이 모두 잘 잡히는 겁니다. 거길 나와 우리 일행이 개발했다고 보면 됩니다. 지금 내가 타는 배의 선장이 나랑 동갑이에요. 아주머니를 향숙이 엄마라고 부르죠. 왕포는 평생 내 가슴에 안고 살 겁니다.

Q 도시어부를 보니 고기가 안 나올 때는 매우 힘들어 하면서도 열심히 낚시를 합니다. 원래 그렇게 열정적인가요?
아닙니다. 꼭 그렇지 않아요. 저는 낚시 자체에는 열정을 갖고 있지만 고기가 안 낚인다고 해서 죽기 살기로 낚시하진 않습니다. 아무래도 방송은 낚아내는 모습을 보여줘야 시청자가 즐거워하기 때문에 열심히 하는 것이죠. 평소 저는 고기를 낚고 못 낚고는 크게 중요하게 생각 안합니다. 낚이면 좋지만 안 낚이는 상황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죠. 낚시 자체를 즐길 줄 알아야 진정한 낚시인이라고 생각합니다.

Q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청의 홍보대사로도 활동 중이십니다. 언제까지 활동을 이어가고 싶은가요?
글쎄요 해양수산부 낚시홍보대사의 경우 올해로 근 10년 가까이 활동한 듯합니다. 나름대로 낚시계의 발전을 위해 이곳저곳 많이도 뛰어 다녔습니다. 솔직히 이제는 이 직책을 좀 더 젊은 친구들이 물려받을 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저보다 체력이 좋고 의욕 넘치는 젊은이요. 그런데 이 직책이 사실 적잖은 시간과 희생을 필요로 합니다. 그러다보니 대부분 고사하곤 합니다. 개인적으로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인터뷰의 마지막 질문으로 창간 50주년을 맞은 낚시춘추 애독자들을 위해 덕담을 부탁하자 이덕화 씨는 가족낚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낚시는 그 자체로 여행이고 가족 화합의 시간이 될 수 있다는 게 답변의 요지였다.

“낚시인들은 자꾸만 무언가를 꼭 잡아야 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가족이 함께 가면 왠지 짐만 될 것 같고 재미도 없을 것이라며 지레 겁을 먹는 거지요. 그렇지 않습니다. 가족낚시는 그 자체만으로 즐거운 여행입니다. 아울러 식구들이 유명 여행지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자연의 신비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요. 낚시춘추 창간 50주년을 축하드리며 앞으로도 건강하시고 가족과 함께 낚시를 떠나보세요. 행복은 저절로 찾아올 겁니다.” 

"낚시인들은 자꾸만 무언가를 꼭 잡아야 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가족이 함께 가면 왠지 짐만 될 것 같고 재미도 없을 것이라며 지레 겁을 먹는 거지요. 그렇지 않습니다. 가족낚시는 그 자체만으로 즐거운 여행입니다."

▲ 해양수산부 낚시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이덕화 씨가 한국낚시협회장배 전국민물낚시대회에서 참가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 “낚시춘추를 보고 낚시 참 많이 다녔습니다.” 이덕화 씨가 낚시춘추를 들어 보이며 창간 50주년을 축하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