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김범철 교수의 호수의 과학 68

이스라엘의 극과 극의 두 호수
갈릴리해와 사해
김범철, 강원대학교 환경학부 명예교수·‌전 한국하천호수학회장

이스라엘에는 호수가 거의 없다. 북쪽지역은 비가 제법 내리는 곳이기 때문에 요르단강도 있고 숲도 있지만, 남쪽지역은 강수량이 100mm 이하의 사막이기 때문에 강과 호수를 찾아볼 수 없다. 규모가 큰 호수라면 북쪽의 갈릴리해와 남쪽의 사해 두 곳뿐인데, 하나의 강으로 연결되어 있는 이 두 호수의 자연환경이 극과 극의 차이를 보인다.
상류의 갈릴리해가 천국이라면 하류의 사해는 가히 지옥이라 할 수 있다. 이 두 호수는 갈릴리해(Sea of Gallilee), 사해(Dead Sea)라고 바다의 명칭이 붙어 있지만 내륙에 있는 호수이다. 과거 히브리어에서 호수와 바다의 명칭으로 ‘얌’이라는 동일한 단어를 사용하였고 후일 이를 번역하면서 바다로 번역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요르단강으로 연결된 두 호수
갈릴리해의 공식명칭은 키네렛호(Lake Kinneret)이며 호수학 논문에서도 이 이름을 사용한다. 일반인들은 성경에 나오는 갈릴리해라는 이름을 많이 사용하는데, 때로는 티베리아스호라는 명칭도 사용되고 있으니 세 개 이상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최장 길이가 21km, 최대 폭은 13km이니 제법 큰 호수이다. 갈릴리해는 물이 귀한 이스라엘에서는 매우 소중한 수자원이다. 과거에는 이스라엘의 거의 유일한 대규모 수자원이었으므로 인근 지역이 기독교 발생 시기에 중요한 도시지역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성경에도 자주 등장하는데 베드로가 어부로 살아가던 곳이기도 하므로 성지순례의 중요한 방문코스이다.
이스라엘 건국 이후 이곳에서 100km 떨어진 수도지역까지 송수관을 만들어 물을 끌어다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갈릴리해는 이스라엘에 위치하고 있지만 호수로 유입하는 하천인 요르단강의 유역은 이스라엘뿐 아니라 시리아 요르단 등 다른 나라에 걸쳐 있다. 그 때문에 물의 이용을 둘러싸고 오랫동안 갈등이 계속되었고 급기야는 6일전쟁이라는 전쟁이 발발하는 원인 중의 하나가 되었다.
이스라엘에서는 갈릴리해로 유입하는 물의 많은 양을 끌어다 쓰려고 송수관을 만들었는데 요르단강의 상류에 위치한 시리아에서 강물을 다른 곳으로 끌어가려고 하자 여러 갈등과 어우러져 전쟁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 전쟁은 물이 주요 쟁점이 된 국제 물전쟁의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이때 이스라엘이 점령한 골란고원도 갈릴리해의 유역이며 강수량이 많고 숲이 있는 중요한 상수원 유역이다.
한때 이 호수의 물을 너무 많이 이용하여 하류의 사해로 방류되는 물이 감소하고 자연훼손이 우려되었는데 지금은 물 재이용기술이 발전하고 바닷물을 정수하는 담수화공장이 많이 건설되어 갈릴리해 물 이용량은 감소하였다. 이 호수에 대한 수자원 의존도가 이제는 10% 정도로 낮아졌다. 물이 부족하다보니 이스라엘의 물을 절약하고 재이용하는 노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갈릴리해의 호수생태학적 연구도 세계 수준이어서 호숫가에 위치한 호수연구소는 우리나라 전체 호수학 연구자를 합친 규모이다.

▲ 갈릴리해와 사해의 위치도. 요르단강이 갈릴리해로 흘러들고 하류의 사해로 흘러가며 이곳에서 증발한다. 요르단강이 더 이상 흐르지 않는 막다른 길이다.

세계에서 수면이 가장 낮은 담수호
갈릴리해는 건조지역에 있으면서도 물이 맑고 수자원으로서 이용하기 좋은 수질을 가지고 있으니 사막의 천국과 같은 오아시스라 할 수 있겠다. 물고기 종류도 많고 어업도 성행하고 있는데 틸라피아가 대표적인 대상어이다. 틸라피아는 베드로 물고기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튀김요리는 호숫가 레스토랑에서 관광객들이 반드시 먹어 보아야 하는 관광상품 요리로 유명하다.
갈릴리해의 자연환경 조건 가운데 가장 놀라운 점은 수면이 해수면 아래 해발 -210m에 위치하고 있어 세계에서 수면이 가장 낮은 담수호이며, 염호를 포함하면 사해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낮은 호수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서해의 해저보다 더 아래에 위치하고 있는 셈이니 놀라운 일이다. 이런 지형이 만들어진 이유는 이 지역의 강수량이 적어 증발량이 강수량보다 많기 때문이다. 비가 많이 내리는 지역이었다면 수심 수백 미터의 깊은 호수가 만들어졌겠지만 증발량이 많아 수면이 해수면보다도 낮아진 것이다.
갈릴리해에서 흘러나온 물은 요르단강을 따라 하류의 사해에 이른다. 사해에 이르면 증발량이 많아 물이 더 이상 흐르지 못하고 말라버리니 사해는 요르단강이 소멸하는 막다른 길이다. 사해의 수위는 해수면 아래 -430m에 있어 세계에서 가장 수위가 낮은 호수이다. 상류의 갈릴리해를 비롯하여 물을 이용하는 곳이 많기 때문에 사해로 유입하는 물의 양이 줄어들어 지금도 매년 수위가 1m씩 낮아지고 있는데, 호수의 크기도1000㎢에서 20세기 동안 600㎢로 작아졌다.

사해의 염분 농도는 바닷물의 10배
사해는 염분이 높고 사람의 몸이 쉽게 떠 있을 수 있다는 것으로 유명하다. 염분이 너무 높아 동물도 식물도 살 수 없는 죽음의 호수이니 ‘Dead Sea’라는 이름이 붙여졌고, 가히 지옥의 호수라 하겠다. 사막지역이라 호숫가에도 식물이 없는 불모지가 펼쳐져 있어 매우 낯선 경관을 연출한다. 일반 바닷물의 염분은 3.5%인데 사해의 염분은 33% 정도이니 바닷물의 약 10배이다. 우리나라 젓갈의 염분이 20% 정도이니 젓갈보다도 더 짠 물이다. 어떤 생물이건 넣어 두면 아마 썩지 않고 염장 보존될 것이다. 그래도 피부와 건강에 좋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어 목욕을 하고 호수바닥의 진흙을 몸에 발라 머드팩을 하기도 한다.
건조지역에서 형성되는 염분이 높은 호수를 내륙염호라고 부르는데 강수량이 증발량보다 작은 지역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호수이다. 대표적으로 잘 알려진 호수가 미국 유타주에 있는 ‘Great Salt Lake’이다. 이 호수의 염분도 바닷물보다 몇 배 높은 5-27%이지만 사해보다는 낮아서 ‘아르테마아’라는 특수한 작은 새우 종류가 살고 있다.
사해의 주변에는 소금이 많이 침전 퇴적되어 있어 광물자원으로 이용된다. 사해의 소금은 일반 바다의 소금과는 성분이 크게 다르다. 일반 바닷물의 소금은 염화나트륨이 주성분인데 사해의 소금에는 나트륨보다 마그네슘이 더 많고, 경제성 있는 브롬과 칼륨이 많아 이를 추출하는 산업이 큰 규모로 이루어지고 있다.
근래 사해의 물이 줄어들고 염분이 계속 높아지자 환경보전을 위하여 이스라엘, 요르단, 등의 인근 국가들이 홍해의 바닷물을 끌어들여 공급하는 방안을 논의하였고 송수관 건설이 시작되었다. 민물을 넣는 것은 꿈도 꿀 수 없고 바닷물이라도 넣어 염분을 낮추자는 것이다.
세계에는 다양한 사연을 지닌 호수들이 많이 있다.

▲ 베드로 물고기로 알려져 있는 갈릴리해의 관광상품 틸라피아 요리

▲ 갈릴리해(키네렛호)

사해의 전경. 염분이 높아 동식물이 살지 못하며 호숫가에 소금이 침전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