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50주년 특집1
낚시춘추 50년을 돌아본다  

44년 정기구독자 박원규 씨
“낚시춘추가 나오는 15일이

여전히 기다려져요”
김진현 기자 kjh@darakwon.co.kr

박원규(72) 씨는 경북 김천에서 태어났다. 강과 저수지를 지척에 두고 자란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낚시를 접했다. 대구로 온 것은 국민학교 5학년. 서울대에 합격한 1969년, 혼자 상경해서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객지 생활이 쉽지 않았다.
낚시춘추를 접한 것은 대학 3년 무렵. 서울대 한형주 박사가 71년 3월에 낚시춘추를 창간했고 잡지를 구입했다. 타지 생활의 외로움을 낚시로 달랜 그에게 낚시춘추는 또 다른 안식처가 되었다. 하지만 돈이 없어서 매월 사서 볼 순 없었고 주머니사정이 허락하는 대로 구입했다.
“낚시춘추 창간호는 동호회 소식지 같았어요. 당시 우리나라에 낚시잡지가 없어서 일본 잡지를 구독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우리나라에도 낚시잡지가 생겼구나 생각하니 무척 반가웠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낚시잡지가 생겼구나”
개인 사정으로 대학을 마치지 않고 대구로 내려가 부친의 사업을 도왔다. “아버지가 대구에서 신진유업사라는 유류업을 하셨어요. 예전엔 주유소가 적었고 기름을 배달하는 가게가 많았는데 그 일을 같이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업은 잘 돼서 회사는 더 커졌고 독립해서 신진비무(빔의 일본식 발음)공업사란 섬유 관련용품 제조회사를 세웠다. 사업으로 바쁜 나날을 보냈지만 낚싯대를 놓지 않았다.
“결혼을 하고 생활이 안정되면서 낚시춘추를 정기구독하기 시작했어요. 정효섭 회장님이 낚시춘추를 인수할 무렵부터 정기구독을 했는데 그때가 77년이었죠. 6년여 가 지난 낚시춘추는 낚시전문지로 자리를 잡았더군요. 책에 실린 낚시채비라던가 낚시기법이 실제로 큰 도움이 되었어요. 가장 도움을 받은 것은 낚시터였습니다. 낚시인이 낚시터를 다녀봐야 얼마나 다니고 또 얼마나 알겠습니까. 새로운 낚시터를 발굴해서 기사화해주니 고마울 따름이었죠.”
민물낚시만 하던 박원규 씨를 바다로 안내해준 것도 낚시춘추였다. 자연스레 민물낚시와 바다낚시를 병행하기 시작했는데 얼마 안 가서 바다낚시에 더 빠지게 됐다. “생전 가보지도 못한 바다낚시터의 포인트를 분석해서 기사를 내주는데 나에겐 보물지도나 다름없었어요. 낚시를 갈 땐 책의 기사를 복사해서 가지고 갔어요. 다음 달엔 어떤 포인트가 나올지 기대가 됐어요.”
바다낚시로 이어진 낚시춘추의 인연은 낚시회로 이어졌다.   
“바다낚시를 다니던 분들과 함께 낚시회를 만들었는데 이름을 대구피싱클럽이라고 지었어요. 당시 낚시회 하면 무슨 무슨 조우회라고 짓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기존 낚시회과는 다르게 운영하고 싶었거든요. 창립 슬로건도 ‘가족에게 꿈과 희망을’로 정하고 가족과 함께 낚시를 즐겼습니다. 봄여름엔 아이들을 데리고 낚시터에서 글짓기, 사생대회도 열었죠. 낚시회가 특이하다고 해서 낚시춘추에서 취재를 왔습니다.”

지면에 난 포인트 기사를 복사해 낚시터로
낚시춘추 89년 5월호에 ‘대구핏싱클럽의 가족낚시 친선대회’가 실렸다. 당시 취재를 하러 온 김중기 기자와는 민물이건 바다건 함께 가는 사이가 되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동행취재는 84년에 헬기 가거도 조행. 제주공항에서 헬기를 타고 가거도 2구에 있는 헬기착륙장에 내려 낚시를 했다.     
낚시회 활동은 낚시단체 활동으로 이어졌다. 1980년 말에 한국낚시진흥회 회원으로 가입을 했는데 낚시춘추는 전국의 낚시인을 연결해주는 창구였다. 그때 바다낚시를 배우며 만나고 싶었던 바다낚시교실 저자인 이일섭 선생과 서울대 선배인 낚시춘추 정효섭 대표를 직접 만나게 되었다.
“낚시춘추의 지방통신 지면을 정말 많이 활용했습니다. 낚시단체로서는 단체의 소식을 알리는 유일한 창구가 지방통신이었어요. 지방통신엔 낚시단체를 비롯해 전국의 각 낚시회와 조구업체, 신상품 소식 등이 실렸는데 모든 낚시 정보는 지방통신을 통한다고 할 정도로 다양했고 정확했습니다. 지방통신을 통해 부산낚시연합회가 창립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 단체서 개최한 낚시대회에 선수로 참가했는데 대회장에 있으면서 대구에도 낚시단체가 있어야 되지 않겠나 생각했어요. 때마침 뜻이 있어 나선 백경찬, 이일섭 선생과 같은 대구 원로 분들과 합심해서 1980년 말에 대구낚시연합회를 창립하는 데 참여를 했습니다.”
대구낚시연합회 임원으로 이어진 낚시단체 활동은 낚시환경단체인 대구연우회로 이어졌다. 대구연우회는 낚시터 환경정화, 치어방류, 전국 저수지에 계몽 팻말을 세우는 등 낚시계의 미래를 위한 사업을 벌였다. 매년 낚시인 환경대상을 선정해 낚시환경에 모범적인 활동을 낚시인에게 시상했다.

▲ 대구피싱클럽 활동을 하며 경남 소매물도와 자매결연을 맺은 후 남긴 사진이다.

▲ 1992년에 첫 시행한 대구 연우회의 ‘제1회 낚시터 환경대상 시상식’. 대구 연우회는 국내에서 최초로 낚시터 환경문제를 위해 나선 낚시단체다.

▲ 낚시터 청소를 마친 대구 연우회 회원들이 ‘한국을 깨끗이 낚시터를 깨끗이’라는 현수막을 들고 기념 촬영을 했다.

▲ 대구 수성구의 자택에서 만난 박원규 씨. 44년 째 낚시춘추를 정기구독하고 있는 낚시춘추 역사의 산증인이다.

50년 낚시인생을 낚시춘추와 함께
대구 수성구 황금동의 자택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박원규 씨는 지난 낚시인생을 들려주면서 몇 대목에선 무언가 떠오르는 듯 깊은 생각에 빠지기도 했다.   
“삶을 돌이켜보면 낚시가 있었기에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풀 수 있었습니다. 나는 낚시가 없었으면 뭘 했을까 싶어요. 낚시로 남는 것은 없지만 그렇게라도 한 덕분에 지금까지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전 여전히 낚시춘추 발행일인 15일이 기다려집니다. 얼마 전에 책이 며칠 늦은 적이 있는데 당장 우체국에 전화를 했죠. 익숙해서 몰랐을 뿐이지 책이 늦어지니 걱정이 되더군요.”
인터뷰가 마무리될 무렵 ‘요즘 낚시춘추’에 대한 충고도 해주었다. “요즘 낚시춘추를 받아보면 책이 너무 무겁습니다. 고급지로 책을 만들어서 무거운 것 같아요. 한 권 두 권일 땐 고급스럽고 좋아 보이지만 (1년에 12권씩 쌓이는 잡지를)보관하려면 무척 애를 먹습니다.”
박원규 씨는 77년부터 시작한 낚시춘추 정기구독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44년간 낚시춘추를 보고 있는 것이다. ‘박원규 씨와 같은 애독자들이 있었기에 지금 낚시춘추가 창간 50주년을 맞이할 수 있었구나.’ 마음속으로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인사를 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