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해도의 전천후 명당 |
궁하면 通하는 곳, 미조 빗바위와 삼각여
김진현 기자
▲ 남해 미조 일대에서 1급 감성돔 포인트로 꼽히는 빗바위. 수심이 깊고 조류 소통이 좋아 연중 감성돔이 낚이며 해초 주변으로 볼락과 망상어 등 어자원이 풍부한 곳. 사진 오른쪽에 삼각여가 있다.
2월 2일 남해도 휴게소낚시를 찾았다. 하태암 사장과 세존도로 선상낚시를 나가기 위해서였다. 세존도는 남해도에서 출항하는 가장 먼 섬이다. 갯바위 하선이 금지된 후 선상낚시만 가능한데 갯바위 가장자리에선 참돔과 감성돔이 낚이고 좀 떨어져서 외줄낚시를 하면 신발짝만한 볼락이 낚인다고 했다. 그러나 세존도 출조는 무산되었다. 먼 바다의 기상이 나쁘다고 해서 낚싯배가 나가기 꺼렸다.
결국 꿩 대신 닭이라도 잡아야겠다고 들어간 곳이 남해도 남쪽 미조항 주변의 갯바위. 미조에서도 수심이 깊은 본섬 남쪽과 쑥섬, 범섬 일대는 2~3월에도 감성돔이 낚이기 때문에 감성돔낚시 취재로 방향을 돌렸다.
“미조 일대는 썰물에 대물 확률 높아”
남해 삼동면에 있는 하태암씨의 가게에 도착했는데 아직 출조할 준비도 하지 않고 있었다. 빨리 나가자고 재촉했지만 “오후 2시에 썰물이 시작되는데…, 그 시간에 맞춰 나가면 되는데 손님들이 재촉하니 어쩔 수 없이 나가긴 하지만…”하면서 주섬주섬 밑밥을 챙기기 시작한다. “미조 갯바위는 썰물에 포인트가 형성되는 자리가 많죠. 썰물에 깊은 곳에서 낚이는 감성돔이 대물입니다.”하기에 “어디 확실한 자리라도 있느냐”고 물으니 “조류만 제대로 흘러 준다면 그렇다”고 답했다.
하태암씨는 나름대로 깜짝 이벤트도 준비했다. 대전에서 온 여성낚시인 라승현(28)씨와 함께 내려 그녀가 직접 감성돔을 낚게 해보겠다는 것이다. 라승현씨는 “작년 봄에 감성돔 낚시를 시작했고 격포에서 낚은 43cm가 기록이에요. 어제 아버지(라용은)와 함께 왔는데 오늘 나가서 사장님께 낚시를 배워보고 싶어요.”하고 말했다. 나로선 불안했다. 설 연휴를 지나면서 감성돔 조황이 바닥을 치고 있어 전문가를 대동해도 모자랄 판에 초보 여성낚시인이라니…. 어쨌든 하태암씨를 믿고 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미조 북항에서 경남호를 타고 출항. 미조에서도 명당으로 꼽히는 빗바위 쪽으로 나갔다. 빗바위에는 라용은, 심재윤씨가 내렸고 우리는 삼각여 옆에 있는 이름 없는 자리에 내렸다. 원래는 삼각여에 내릴 계획이었지만 이미 누군가 내려있었다. 경남호 김용길 선장이 “삼각여의 낚시인은 곧 철수한다”고 해서 그 옆에 내렸는데, 그 낚시인은 오후 4시에야 철수했다.
▲ 포인트에 내리자마자 감성돔을 낚은 남해 휴게소낚시 하태암 사장. 들물에 낚은 것이라 씨알이 작다고 했다.
“삼각여 전방 30m의 수중여밭이 명당”
하태암씨는 우리가 내린 곳의 바닥을 훤히 들여다보듯 설명했다. “빗바위 일대는 전체적으로 수심이 16m며 물속에 높게 솟은 여가 군데군데 있어요. 수심이 불규칙하죠. 발 앞을 노리면 잔챙이가 물지만 채비를 원투해서 수중여가 있는 주변 바닥을 정확히 노리면 대물이 낚입니다. 들물에는 잔챙이이고 썰물이 대물 찬스죠. 특히 삼각여 주변의 모래밭을 지나 빗바위 쪽으로 가면 엿발이 상당히 좋습니다. 삼각여 전방으로 30m 지점인데 썰물에 그곳으로 채비를 집어넣으면 감성돔 확률 100%입니다.” 어떻게 그렇게 잘 아느냐고 했더니 ‘오래전에 빗바위 아래로 잠수해서 들어가 본 적이 있다’고 한다. 더 물어볼 것이 없었다.
삼각여 앞의 조류는 한쪽으로 흐르지 않고 방향이 계속 바뀌었다. 하태암씨는 “썰물이 빗바위 쪽으로 빠져나갈 때가 진짜 찬스다. 그런데 빗바위나 이 포인트에서 노리려면 수중여를 한두 개 지나야 하기 때문에 번거롭다. 그래서 삼각여가 가장 명당이다.”하고 말했다.
▲ 원투할 때는 수중찌와 막대찌를 붙여야 채비가 꼬이지 않는다. 찌멈춤봉으로 막대찌만큼 간격을 주는 것은 근거리 투척 때 한다.
모두 막대찌를 채비. 하태암씨는 목줄을 묶지 않고 봉돌만 달아 일단 수심을 체크한다. 잘 아는 포인트라도 매번 수심을 잰다고 했다. 측정한 수심은 15~16m. 곧바로 목줄을 달아 채비 투척. 삼각여 앞에 있는 큰 수중여를 넘겨야 모래밭을 지나서 그 뒤의 수중여로 채비가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멀리 던져서 삼각여 쪽으로 흘렸다.
들물이었지만 조류가 용케 빗바위 쪽으로 흘러 들어가는가 싶더니 하태암씨가 이내 입질을 받았다. 35cm 감성돔. “썰물에 받은 입질이 아니라서 잘아요.” 이제는 약속대로(?) 라승현씨가 감성돔을 낚을 차례. 막대찌는 꽤 능숙하게 다루었지만 원투가 문제였다. 하태암씨가 던지는 거리에 비해 15m 정도 덜 날아가서 포인트로 채비를 흘리지 못했다. 한번은 운 좋게 조류에 밀려 채비가 삼각여 앞쪽으로 흘러들어갔다. 과연 히트! 건져내니 아쉽게도 도다리가 한 마리 올라왔다. 하태암씨는 “조금만 더 원투하면 포인트에 들어가겠다”며 라승현씨를 북돋았다. 하지만 이내 조류가 정지. 오후 2시의 썰물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 감성돔을 노리고 빗바위에 내린 라용은(좌), 심재윤씨가 행운의 탈참으로 손맛을 보상받았다.
물때는 정확했다. 오후 2시쯤 되자 범섬에서 썰물이 밀려왔다. 하지만 너무 셌다. 채비가 금방 안쪽으로 밀려들어와 삼각여 앞에 있는 수중여에서 계속 채비가 걸렸다. 하태암씨는 “어쩔 수 없다. 조류가 약해지기를 기다려야 한다”며 짜증스런 기색. 그런데 뜻밖의 강력한 입질이 왔다. 낚아보니 거뭇한 탈참이다. 빗바위 쪽의 일행도 탈참을 낚았다고 전화를 해왔다.
“얼마 전 미조에 있는 참돔 가두리가 터졌다고 하더니 그때 탈출한 녀석들이 여기까지 붙은 모양입니다. 갈 곳 없는 탈참까지 붙는 걸 보면 삼각여 앞이 명당은 명당 맞죠?”하고 하태암씨가 멋쩍게 웃었다.
쭗출조문의 남해 휴게소낚시 010-3838-4440
찌매듭 두 개 쓰면 수심 정확하게 맞출 수 있다
우선 원줄에 찌매듭을 두 개 묶는다. 목줄을 묶지 않고 채비를 던져 수심을 잰다. 비자립 막대찌로 재면 수심을 정확하게 잴 수 있는데 비자립 막대찌가 누운 상태면 봉돌이 바닥에 닿은 상태고 가라앉으면 더 깊다는 뜻이다. 제대로 수심을 맞추면 선 채로 있다.
그리고 목줄을 묶는다. 묵줄 길이를 낚싯대로 가늠한다. 목줄이 3m라면 찌매듭 중 앞에 있는 것을 3m 내린다. 목줄 길이만큼 찌매듭을 내리면 바늘이 바닥에 일치한다. 뒤에 것은 그냥 두는데 포인트에 내렸을 때의 첫 수심을 정확히 기억하기 위해서다. 두개의 찌매듭을 쓰는 이유는 조수간만의 차에 따라 찌매듭을 이리저리 옮기다 보면 나중에는 전혀 맞지 않는 수심으로 낚시하는 경우가 더러 있기 때문이다. 목줄이 없을 때 잰 수심이기 때문에 조수간만의 차가 4m 이상 나지 않는 이상에는 뒤의 찌매듭을 움직일 일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