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기획 TACKLE CHECK LIST

ROD

가이드링·블랭크·랩핑·그립
조홍식 이학박사, 루어낚시 100문1000답 저자

한겨울이라고 해서 루어낚시를 안 하거나 못하는 것은 아니다.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무지개송어 유료 낚시터는 얼마든지 있고 동해 남부나 남해안의 항구에서는 볼락 입질도 잦다. 동해 한바다로 나가자면 대구 지깅도 제철이다. 과거에는 겨울철을 어한기(漁寒期)라고 부르며 낚시가 안 되는 시기로 치부했지만, 과거지사이고 젊은 낚시인들에게는 생소한 용어다. 단어 자체가 이미 사어(死語)가 되어 버린 지 오래다.
그러다 보니 낚시인들의 낚싯대와 릴은 1년 사시사철 쉴 틈도 없이 열일을 하고 있다. 관리낚시터의 무지개송어는 전용대를 사용한다. 볼락낚시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잠시 겨울철 동안 쉬고 있는 다른 루어대, 초봄부터 늦가을까지 열심히 일한 당신의 쏘가리대, 배스대, 에깅대 등 루어 낚싯대를 살펴보자. 시즌 내내 피로가 쌓인 만큼 혹시나 모를 손상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잠시 쉬어가며 관리를 해주어야 새봄에 필드에 나갔을 불의의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루어낚싯대의 점검 포인트는 다음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가이드링이 깨지거나 실금이 갔는가?
가이드는 노출되어 있으므로 낚시하는 도중에 손상을 입기가 가장 쉬운 부분이다. 캐스팅이나 챔질을 하면서 어딘가에 부딪히기도 하고 케이스 안에서 눌리는 일은 다반사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가이드링이 깨지거나 실금이 갈 수 있고 가이드 프레임이 휘는 등 변형도 생기고 녹이 슬 수 있다.
가이드링이 깨진 것은 쉽게 알 수 있지만, 실금이 간 것은 눈에 잘 보이지 않으므로 커터 칼날을 이용해 확인하는 것이 가장 좋다. 칼날을 가이드링 표면에 대고 한 바퀴 돌려보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만일 실금이 있다면 슬슬 문질러가는 도중에 실금이 있는 곳에 달칵 걸리는 느낌이 온다. 깨졌다거나 실금을 확인했다면 바로 가이드를 교환한다.
프레임이 약간 휘어진 것은 손으로 잡고 힘을 줘서 원래대로 복구시킬 수 있지만, 휘어진 정도가 크다면 되돌리려고 하다가 부러지거나 복구하지 못할 지경이 될 수 있다.

블랭크 표면의 상처가 어느 정도인가?
역시 마찬가지 이유로 낚싯대 블랭크 표면에 상처가 생기기도 한다. 문제는 상처가 어느 정도냐 하는 것으로, 상처가 얕은 표면의 페인트(코팅) 벗겨짐이냐 블랭크 본체까지 난 깊은 상처냐의 차이다. 표면의 페인트만 벗겨진 것이라면 보기 흉할 뿐이므로 그리 신경 쓸 필요 없고 에나멜(매니큐어)을 살짝 발라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러나 상처가 깊어서 블랭크 본체 섬유까지 파인 정도라면 생각해 볼 문제다. 솔직히 말해 낚싯대로서 치명상을 입은 것으로 막상 수리할 방법은 딱히 없다. 그냥 사용한다면 아마도 그 상처가 깊은 부분에서 낚싯대는 부러지고 말 것이다. 그때가 언제인지는 단정 지을 수 없다. 내년 첫 출조 첫 번째 캐스팅일지 챔질할 때일지 파이팅을 마치고 막 뜰채에 담을 때일지….

랩핑 부분의 코팅이 들뜨거나 갈라지지 않았는가?
가이드를 블랭크에 고정하는 랩핑 부분의 코팅이 들뜨거나 금이 가고 갈라진 현상을 ‘크랙(Crack)’이라고 한다. 특히 가이드 발의 앞뒤 끝부분에 자주 나타난다. 원인은 특별한 것이 없고 그저 낚싯대를 오래 사용했기 때문이다.
낚싯대 제작에 사용한 코팅제의 품질에 따라 정도 차이는 있지만, 랩핑 위에 발라진 그 에폭시수지 코팅이 자외선에 바래고 오래되다 보니 탄성을 잃고 딱딱해져서 일어난 현상이다.
코팅을 벗겨내고 가이드를 분리한 후 다시 랩핑하고 코팅하는 것이 가장 좋은 수리 방법이다. 메이커로 보내 A/S를 의뢰하거나 전문 로드빌더에게 맡기는 수밖에 없다. 임시방편이라면 에폭시 로드피니시를 한 방울 발라 금이 간 곳에 침투시키면 된다. 에폭시수지는 비중이 커서 틈새로 잘 스며드는 특성이 있다.

그립의 손때를 제거해보자
한 시즌 손때가 가득 묻은 EVA 그립은 물티슈 청소포나 세제를 이용해 닦으면 충분하다. EVA는 때를 빼는 걸 간단하게 마무리할 수 있다.
그런데 코르크 그립은 좀 다르다. 거무튀튀한 오염이 많이 묻어 있다면 닦아내면 되지만, 코르크는 천연 나무껍질이다 보니 나름의 주의가 필요하다. 당연히 물이 묻으면 젖고 아차 하면 파이고 상처도 난다. 젖었다가 마르기를 반복하면 파이기도 하고 갈라진 부분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그냥 내버려 두지 말고 간단한 방법으로 메울 수 있다.
마트의 공구코너에서 구할 수 있는 ‘빠데’라고 부르는 목공용 퍼티가 있다. 마치 본드처럼 튜브에 들어있는데 색조도 여러 가지이므로 연한 나무색을 골라 쓰면 된다. 튜브에서 소량 짜내서 코르크 갈라진 틈을 메우고 다 마른 다음에 400번과 800번의 사포로 갈아서 마무리하면 완벽하다. 때가 빠지고 검은 부분과 갈라진 틈을 메우고 나면 한층 색이 밝아져서 새것 같은 느낌을 준다.

▲랩핑의 크랙을 확인하고 있는 필자와 랩핑 크랙. 

▲가이드링 상태 체크. 커터 칼날로 가이드의 실금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코르크 그립의 손때 청소. 흰색으로 보이는 부분이 퍼티로 메운 부분이다. 코르크 그립의 갈라진 틈이나 검은 부분을 하나하나 목공용 퍼티를 이용해 메워주면 그립이 새것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