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신안 홍도
홍도야 울지마라,
5짜가 있다
이영규 기자
신안 홍도는 신안군 원도 감성돔낚시터 중 지명도가 가장 약한 곳이다. 90년대만 해도 홍도-태도-가거도 순으로 감성돔 시즌이 열린다는 ‘원도 공식’이 존재해 그나마 홍도의 명성이 살아있었지만 최근에는 인지도가 크게 낮아졌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새 감성돔낚시에 입문한 낚시인 중에는 “홍도에서도 원도 감성돔낚시가 잘 되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홍도는 신안군 원도 중 가장 먼저 시즌이 열리는 곳이며 마릿수 조과는 신안군 4대 원도 중 가장 뛰어난 낚시터다.
과거에는 육지에서 가까운 순으로 원도 감성돔 시즌이 열린다는 고정관념이 자리했다. 그래서 초반에는 홍도로 들어갔다가 중반부터는 태도-가거도 또는 만재도 등으로 출조가 이어지는 게 상례였다.
이후 찌낚시 테크닉이 발달하면서 ‘원도별 개막기는 별 반 차이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이에 좀 더 스케일 큰 가거도와 태도, 만재도 등지로 직행하는 패턴이 일반화됐다. 그와 동시에 홍도의 낚시민박집들은 관광 손님을 받는 쪽으로 눈을 돌리고 투자에 적극적이지 못하면서 과거보다는 인기가 떨어진 게 사실이다
홍도 감성돔낚시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지만 여전히 무시 못 할 매력을 갖고 있다는 게 단골 낚시인들의 얘기다. 앞서 언급한대로 초등철 마릿수 조과로는 신안군 원도 중 톱이다. 평균 수심 4~7m를 보이는 여밭이 많다보니 어느 섬보다 초등감성돔이 일찍 붙는다. 평균 씨알은 35~42cm 수준이지만 초등철엔 다른 원도도 사정은 비슷하다. 특히 올해는 11월 말에 5짜 이상 큰 씨알들이 마릿수로 낚여 눈길을 끌었다.
마릿수 재미는 4대 원도 중 톱
홍도 1구 청해민박 안효민 선장은 “홍도가 다른 원도보다 씨알이 약간 잔 건 사실이다. 그러나 5짜급 대물까지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지난 11월 말에는 도보 포인트에서 올해 첫 6짜가 올라오기도 했다”고 말한다.
목포에서 가깝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홍도까지는 여객선으로 2시간 30분이면 도착해 다른 원도로 갈 때보다 1시간 이상 이동 시간이 절약된다. 그만큼 피로도가 적고, 입성 첫날과 마지막 날 최소 2시간 이상 낚시 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2박3일의 짧은 스케줄이라면 엄청난 메리트가 아닐 수 없다.
매년 초등철이면 홍도 감성돔낚시를 즐긴다는 수원의 김진호 씨는 “나는 너무 유명해 번잡한 가거도나 태도보다 한적한 홍도에서 초등 시즌을 보내고 있다. 요즘 홍도는 포인트에 비해 찾는 낚시인이 적어 한적해 새벽부터 포인트 경쟁에 나설 필요가 없다. 5짜 출현 확률이 다른 원도보다 낮고 평균 씨알도 조금 잘지만 그런 아쉬움은 마릿수에서 보상받을 수 있다. 물때와 날씨만 잘 맞추면 35센티미터 이상급을 하루 열 마리 이상도 낚는 것은 홍도에서는 힘든 일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가거도 부럽지 않았던 12월 중순의 조과
새해 첫날인 지난 1월 1일, 다이와 이영희 필드스탭의 가이드로 홍도를 찾았다. 이영희 씨는 이번이 두 번째 홍도 겨울낚시 출조였다.
이영희 씨는 “원도 출조점인 서경피싱 정지현 사장님으로부터 홍도 조황이 좋다는 얘기를 듣고 지난 12월 20일에 처음 홍도를 찾았다. 연예인이자 다이와 필드스탭인 이하늘 씨와 2박3일간 낚시해 총 50마리가 넘는 감성돔을 낚았다. 본섬 마당바위 일대에서의 조과다. 평균 씨알은 35센티 내외였지만 45, 47, 48, 50센티급도 올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12월 20일 출조 때 마당바위에서 45cm급 감성돔을 올리고 있는 이하늘 씨.
▲이하늘 씨가 1월 3일 출조에서 마당바위에서 올린 57cm 감성돔을 자랑하고 있다.
▲초등감성돔 포인트로 유명한 두섬 홈통에서 감성돔을 노리는 낚시인들.
이영희 씨 일행이 홍도에서 재미를 본 12월 20일의 물때는 무시. 초등철인 11월~12월 초순까지는 사리 물때에 맞춰 들어가야 적당히 탁해진 물색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이영희 씨 일행이 들어간 12월 20일의 홍도 물색은 무시임에도 적당히 탁해져 있었다. 보통 12월 말이 돼 사리 물때가 겹치면 대흑산도와 홍도권은 근해에선 밀려온 뻘물이 영향을 미치는데, 이것으로 이미 홍도가 중반 시즌에 접어들었음을 상징하고 있었다.
한편, 취재팀이 들어간 1월 1일은 사흘간 지속된 폭풍주의보 해제 직후라 낚시 여건이 더욱 나빴다. 첫날은 오후 3시에 뜨는 여객선을 타고 들어가는 바람에 낚시를 못했고 이튿날부터 본격적인 취재가 시작됐다. 주의보 직후인 데다 조류가 센 10물때가 겹쳐 조과는 극도로 부진했다. 핑계를 더 대자면, 강한 북동풍과 높은 너울까지 더해져 좋은 조황을 거둔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철수날인 셋째 날 날씨가 좋아지면서 드디어 홍도다운 조황이 펼쳐졌다. 북동쪽 마당바위로 들어간 이하늘 씨가 중들물에 무려 57cm나 되는 감성돔을 뽑아낸 것을 시작으로 거북바위 부근에 내렸던 이창호 씨와 최규전 씨도 오전낚시로만 총 6마리의 감성돔을 낚는 등 전원 2~5마리를 올릴 수 있었다. 특히 홍도에서는 50cm만 되도 대물 대우를 받기 때문에 이하늘 씨가 올린 57cm는 6짜 이상의 가치가 있는 놈이었다.
아쉬운 점이라면 마지막 날 우리가 철수할 무렵이 중들물 무렵이었다는 점이다. 겨울 포인트가 몰린 북서쪽 포인트들은 대체로 중들물~만조 물때에 입질이 활발하기 때문이다.
물때만 잘 맞추면 1월 내내 손맛 가능해
현재 홍도에는 다섯 군데 정도의 낚시민박집이 있다. 이 중 우리가 묵은 청해민박은 식당과 민박을 겸하며 높은 파도에도 안전한 6톤급 낚싯배 뉴블루시아호를 운영하고 있다. 반면 다른 민박집들은 중소형 배를 운영하는
곳이 많은데 아무래도 주의보급 날씨에는 갯바위 접안이 힘들 수밖에 없다.
함께 철수한 이영희 씨는 “홍도는 보통 1월 초순까지 호황을 보이다 점차 조황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 낚시해보면 1월 한 달까지도 조황이 꾸준하고 영등철까지도 시즌이 이어진다고 한다. 다만 후반
으로 갈수록 물때를 잘 선택할 필요가 있다. 물색이 탁할 시기인 만큼 초반과 달리 사리보다는 조금을 전후한 시기에 찾는 것이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영희 씨는 구정 연휴 때도 홍도 원정을 구상하고 있었다.
문의 홍도1구 청해민박 안효민 선장 010-8756-3754
▲최규전(왼쪽), 이창호 씨는 철수 마지막날 오전낚시에 마릿수 손맛을 봤다.
▲섭으로 불리는 자연산 홍합. 홍도 여객선터미널 앞 포장마차에서 맛볼 수 있다.
▲이영희 씨 일행이 12월 20일 출조에서 거둔 마릿수 조과.
▲“홍도 감성돔 힘이 장삽니다” 수원 낚시인 용강철 씨도 홍도의 매력에 푹 빠졌다.
▲홍도1구 뒤편에 있는 몽돌해수욕장 방파제 일대. 바람과 파도 방향에 따라 이곳에서도 낚싯배가 뜬다.
▲홍도1구 마을. 관광지답게 숙박업소와 식당이 즐비하다.
▲차가 다닐만한 넓은 도로가 홍도에서는 오토바이를 개조한 삼륜차에 짐을 싣고 이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