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추자도
영등 감성돔 명소 나바론
알고 보니
전천후 명당이네~
이영규 기자
추자도가 뒤늦게 뚝심을 발휘하고 있다. 1월 첫째 주 사리 물때를 전후해 예년 조황을 상회하는 호조황을 보이며 11월 말의 짧은 초등 특수 이후 두 번째 호황기에 접어들었다.
▲취재일 나바론에서 마릿수 손맛을 본 낚시인들이 묵리포구 철수 후 조과를 자랑하고 있다.
▲푸랭이 연등 안통에서 45cm짜리를 올린 엔에스 프로스탭 팀장 김영재 씨.
올해 남해안 초겨울 감성돔낚시의 큰 특징은 ‘근해권 부진, 원도권 약진’으로 정리할 수 있다. 근해 수온이 평년보다 월등히 높아 감성돔이 연안 접근을 꺼림과 동시에 잡어까지 설치자 최근 몇 년 새 최악의 불황에 빠졌다. 반면 원도권은 꾸준한 마릿수 조과를 보이자 초반부터 원도로 직진하는 낚시인이 급증했다.
추자도도 예외는 아니었다. 내가 취재를 들어간 12월 21일은 이미 초등철 특수가 한풀 꺾인 시기였으나 민박집 방이 모자랄 정도로 많은 낚시인이 몰렸다. 물때도 조금이라 초반 시즌 물때로 최악이었지만 낚시인들은 크게 관여치 않는 눈치였다.
하추자의 묵리25시민박 김찬중 사장은 “남해안 근해권 조황이 부진하고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원도를 찾는 손님이 예년보다 늘었다. 원도라고 해서 코로나19 여파가 미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낚시인들이 많이 붐비는 근해보다 한적한 원도를 찾고 싶은 심리가 앞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나바론 상투바위의 혈전
올해 추자도 초겨울 감성돔낚시의 특징은 씨알보다는 마릿수가 강세라는 것이다. 12월 말까지만 해도 5짜가 귀했고 초등철에 보기 드문 35cm 내외급들이 주류를 이뤘다. 예년에 비해 2도가량 높은 수온이 굵은 씨알들의 연안 접근을 막았다는 게 단골 낚시인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1월 첫째 주말의 추자도 근해 수온은 13.5도로 예년 이맘때보다 1.5도 이상 높은 수치다. 하절기라면 몰라도 동절기의 1.5도 수온 차이는 어마어마한 결과를 낳는다. 보통 정상적인 겨울 감성돔 시즌에 접어들려면 적어도 12도 수준으로 수온이 안정돼야 하는데 13도 이상이라면 여전히 늦가을 시즌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그런 탓에 1월 첫째 주 현재까지도 잡어가 적잖이 설치고 참돔 조과도 꾸준하게 배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2월 21일~24일 사이 하추자 묵리25시민박에 묵으며 취재하는 동안에도 고수온의 영향을 실감할 수 있었다. 취재 기간 동안 묵리25시민박에서는 섬생이, 나바론, 이섬, 염섬 등에 손님을 내려놓았는데 대다수 포인트에서 감성돔과 참돔이 섞여 낚였다.
특히 낚시인들에게 영등 포인트로 잘 알려진 나바론의 조과가 두드러졌다. 취재 기간 동안 가장 꾸준한 씨알과 마릿수 조과를 보여주었고 나바론 초입인 3번 자리에 내렸던 나도 51cm 감성돔으로 손맛을 봤을 정도였다.
묵리25시민박 김찬중 사장은 “나바론은 초등철부터 꾸준한 조황을 보입니다. 그럼에도 영등 포인트라는 인식이 강한 것은 그때 6짜 감성돔이 많이 배출됐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다른 시즌에도 나바론은 좋은 포인트입니다.
특히 참돔이 많이 돌아다니는 곳이다 보니 감성돔과 참돔을 두루 노리는 초등철에도 이름값을 합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취재 둘째 날이었던 12월 22일에는 울산에서 온 박근수 씨와 우성혁 씨가 나바론 상투바위 직벽 포인트에 내려 최대 52cm 포함 35~45cm급 감성돔과 참돔을 8마리나 낚았다. 셋째 날인 12월 23일에는 상투바위 왼쪽 콧부리에 내린 해남 낚시인들이 오전에만 10마리 가까운 감성돔을 낚는 등 씨알과 마릿수 모두 군계일학이었다.
대체로 나바론은 북동풍이 강하게 부는 날, 조류가 센 사리 물때보다는 조금 전후한 물때에 강세를 보인다. 특히 사리 물때에는 본류가 멀리서 흘러 나바론의 구석구석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너무 안통인 포인트는 피하는 것이 좋다.
▲취재일에 묵었던 묵리25시민박.
▲나바론 상투바위 직벽에서 감성돔을 히트한 수원의 백광열 씨.
▲조력발전소 공사가 한창인 묵리방파제.
▲김영재 씨가 올린 45cm 감성돔과 엔에스 알바트로스 VIP 릴대.
▲취재 도중 나바론 3번자리에서 51cm를 낚았다.
▲묵리25시민박의 에이스호가 나바론 ‘대서리 포인트’에 내린 낚시인들을 철수시키고 있다.
▲나바론 대서리 포인트에서 감성돔을 끌어내는 낚시인들. 오전에만 10마리가 넘는 감성돔을 올렸다.
▲추자도 5짜 감성돔과 녀석을 낚을 사용한 구멍찌들. 원도 겨울 감성돔낚시에서는 참돔낚시에 쓰던 고부력찌도 활용도가 높다.
시즌 늦게 열려도 폐막기는 비슷해
지난 1월 둘째 주에 추자도로 들어간 낚시인들은 대부분 손맛을 봤을 정도로 조황이 탁월했다고 전해왔다. 그래서 어떤 낚시인은 “드디어 제대로 된 겨울 호황이 시작된만큼 올 겨울에는 늦게까지 피크 시즌이 연장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기도 하는데 그럴 확률은 낮다는 게 추자도 매니아들의 설명이다.
즉 시즌이 늦게 시작되던 빠르게 시작되던 간에 종료되는 시기는 큰 차이가 없다는 얘기다.
보통은 어느 원도를 망론하고 1월 15일을 전후해 초등 피크가 꺾이는 게 상례다. 그때부터는 수온도 12도 미만으로 내려가 마릿수는 줄고 씨알은 굵어지는 양상으로 분위기가 달라진다. 어찌 보면 이때부터가 진정한 원도 대물 시즌의 개막기로도 볼 수 있겠다.
한편, 올해 추자도 민박집들의 코로나19에 대한 능동적 대처가 낚시계의 귀감으로 떠올랐다. 추자도낚시유어선협회는 지난해 2월, 대구 확진자 폭등 때 첫 자진 휴업을 실시한 것을 시작으로 2차 유행기였던 8월에 또 한 번 1주일가량의 휴식기를 가졌다.
세 번째는 추석 무렵으로 이때도 열흘 가까이 손님을 받지 않았다. 가장 최근은 내가 취재를 갔던 12월 중순이었는데 12월 22일에 첫 확진자(현지 주민)가 추자도에서 나오자 12월 24일부터 1월 3일까지 예약 손님을 모두 취소하며 자체적인 방역활동에 앞장섰다.
묵리25시민박 김찬중 대표는 “추자도 민박집들은 겨울 장사로 1년을 먹고 산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작년 2월부터 올해까지 자진해서 네 번의 휴식기를 가졌다. 이와 달리 일반 관광객을 받는 민박집들은 여전히 영업을 이어가 대조를 이뤘다. 이익도 좋지만 일단 낚시인과 주민들의 안전과 건강이 우선이라는 게 우리 추자도낚시유어선협회의 입장이다. 낚시인 여러분의 우리의 노력에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최근 상황을 전했다.
문의 하추자 묵리25시민박 064-742-2724
▲울산에서 온 박근수(왼쪽), 우성혁 씨가 나바론 3번자리에서 올린 감성돔과 참돔 조과.
▲수원에서 온 백광열 씨는 나바론 상투바위에서 진한 손맛을 봤다.
▲초등철부터 영등철까지 꾸준한 조과를 보이는 냉장고~나바론 구간.
▲겨울철 민박집에서 맛볼 수 있는 별미. 가운데가 감성돔, 테두리에 썰어놓은 회는 삼치회다.
▲박근수, 우성혁 씨의 조과. 감성돔과 참돔이 섞여 낚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