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돔낚시 뉴 필드 등장
외모군도 재조명, 올해는 해남 돌돔을 주목하라
김진현 기자
해남 외모군도가 돌돔낚시터로 뜨고 있다. 원투낚시와 민장대에 50~60cm 초대형 돌돔이 마릿수로 낚이고 있다. 외모도와 주변의 작은 외모도, 잠도, 죽굴도, 형제도, 진도에서 더 가까운 밀매도와 갈명도에서도 대형 돌돔이 속출하고 있다. 이런 호황은 올해가 처음이다. 아직도 이 해역을 찾는 돌돔낚시인은 극소수다.
▲ 돌돔파이터 신보균씨가 잠도 누에머리에서 정면을 보고 원투하고 있다. 전방으로 40m정도 채비를 날린 후 발앞으로 채비를 안착시킨다고 한다. 뒤에 보이는 섬이 외모도다.
▲ 외모도에서 52, 56cm 돌돔을 낚은 목포 패미리낚시 오대철, 김선호씨(우).
외모군도가 전혀 새로운 돌돔 포인트는 아니다. 이미 20년 전부터 찌낚시에 30cm 내외의 돌돔이 곧잘 낚였다. 물론 당시 주력어종은 돌돔이 아니라 감성돔과 농어였다. 외모군도 감성돔낚시는 1980년대부터 성행했다.
그러나 지금 외모군도는 가깝고도 먼 섬이 되었다. 감성돔 조황이 저조해지며 낚시인들의 발길이 줄어들자 해남의 어란, 갈산, 땅끝에서 출항하던 낚싯배들이 하나둘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보고 싶어도 낚싯배가 없어 가보지 못하는 곳이 되어버렸다. 외모군도 돌돔이 베일에 가려 있었던 건 이 때문이다. 감성돔낚시도 힘들어진 마당에 외모군도에서 돌돔낚시(제대로 된 원투낚시)를 시도해보기란 더욱 힘들었을 것이다.
사실 올 여름 외모군도 돌돔 조황은 예상밖이다. 내만에 가깝고 물색도 흐린 이곳에서 50~60cm 돌돔이 낚이리라곤 생각지 못했다. 더구나 시즌도 장마철 한때가 아니라 5월 중순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널뛰기 조황이 아닌 포인트마다 2~3마리의 돌돔이 꾸준히 낚이는 조황, 외모군도 해역의 돌돔자원이 상당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 잠도에서 바라본 외모도. 5월 중순부터 대형 돌돔이 낚이기 시작했다.
5월 초부터 대형 돌돔 입질
해남권 돌돔 소식은 밀매도에서 먼저 들렸다. 진도 낚싯배들이 초여름 감성돔을 노리기 위해 밀매도와 갈명도를 거쳐 외모도까지 진입했는데 5월에 밀매도에서 먼저 릴찌낚시로 돌돔이 확인된 것이다. 그러나 돌돔의 양과 조황의 지속성에서 볼 때 최고의 명당은 외모도였다. 외모도는 사면이 돌돔 포인트인데다 주변의 크고 작은 섬들도 거의 돌돔 포인트다.
외모도에서 처음 대형 돌돔이 확인된 것은 올해 5월 중순쯤이라고 한다. 전주 돌돔파이터 김정기 회원은 “우리 클럽의 나형주씨가 5월 중순에 외모도에서 원투낚시로 45, 52cm 돌돔 두 마리를 낚았다. 그 역시 현지 낚시인의 말을 듣고 들어간 것이라니 최초 조황은 현지 낚시인이 5월 초에 거두지 않았을까 한다. 나는 7월 말까지 세 번 출조해 두 번 돌돔을 낚는데 성공했다. 총 세 마리를 낚았는데 두 마리는 4짜 후반이었고 한 마리는 52cm였다”고 말했다.
돌돔파이터 신보균 회원도 외모도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말했다. “5년 전 7월에 돌돔파이터 회원 4명이 외모도로 원투낚시를 나섰다. 다이버가 외모도 주변 전복양식장에서 종패 작업을 하던 중 엄청난 크기의 돌돔이 무리를 지어 있는 것을 봤다고 연락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말한 자리에 가보니 갯바위에서 너무 떨어진 곳이라 조과를 거두지 못하고 돌아온 적이 있다”고 말했다.
▲ 잠도보다 좀 더 내만에 있는 죽굴도에서도 돌돔이 낚였다.
“초여름엔 추자도의 물이 들어온다”
7월 30일, 외모도의 실상을 파악하기 위해 돌돔파이터 김정기, 신보균 회원과 외모군도로 들어갔다. 배를 탄 곳은 송지면 송호리해수욕장 아래에 있는 갈산리. 해수욕장 옆 조그만 방파제가 출항지였다. 과연 돌돔이 제대로 낚이기나 할까 의심스러웠다. 게다가 ‘낚싯배가 좀 부실하다’는 귀띔은 들었지만 막상 낡은 목선을 마주하니 대략난감. 갈산리에서 외모도까지의 거리는 약 10km. 요즘 낚싯배로 15분이면 가는 거리를 40분에 가야 했다.
취재팀의 목적지는 외모도의 소나무밑 포인트. 김정기씨는 “6월 중순부터 대형 돌돔이 잘 낚인 곳으로 의심할 여지가 없는 명당”이라고 했다. 하지만 금방 목적지를 잠도(누에섬)의 누에머리로 변경했다. 외모도 조황이 좋지 않다는 선장의 말 때문이기도 했고 김정기씨가 ‘너울파도 때문에 하선하려다 돌아섰지만 누에머리도 좋은 돌돔 포인트’라며 누에머리에 큰 호기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하선할 때 목포 낚시인들이 “누에머리는 썰물 포인트다. 전방으로 40m 원투해서 줄을 잡아 안쪽으로 채비를 안착시키면 입질이 온다. 용치놀래기나 쥐치가 없어 성게를 건드리는 건 무조건 돌돔이다.”하고 설명해주었다.
하선해 보니 모기가 좀 설쳐서 그렇지 발판도 좋고 포인트 앞 수심도 10m로 깊어 돌돔 포인트론 전혀 손색이 없어보였다. 1물이라 조류가 잘 안 갈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동틀 무렵에 썰물이 시작되니 해남 방면에서 강한 썰물이 밀려 내려왔다. 물색도 맑았다. 만약 감성돔낚시를 했더라면 청물 때문에 감성돔이 낚이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김정기씨는 “초여름이 시작될 무렵에 추자도의 맑은 물이 해남으로 밀려드는 것 같다. 서해남부의 만재도나 완도의 덕우도, 고흥 내만의 섬들도 초여름이면 먼 바다의 맑은 물이 유입되면서 돌돔이든 참돔이든 낚시가 시작된다. 그전엔 온통 뻘물이며 수온도 차서 감성돔 외엔 낚시가 잘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철수 때 확인한 외모도 돌돔 조과. 세 마리 모두 50cm가 넘었다.
외모도, 작은 외모도, 죽굴도에서 돌돔 쑥쑥
초썰물부터 미약하나마 보라성게를 깨는 입질이 나타났다. 그러나 여러 번 자잘한 입질이 왔지만 본신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수온이 문제였다. 봉돌을 만져보니 얼음처럼 찼다. 포인트를 옮겨 보고 싶었지만 선장은 휴대폰을 꺼놓은 상태. 들물에 수온이 오르기를 기대했지만 변화가 없었다. 누에머리에서의 조행은 그렇게 끝나 버렸다.
그러나 다른 포인트의 조과는 대단했다. 목포 패밀리낚시 김선호 사장과 오대철 회원이 외모도에서 56, 53cm 돌돔을 낚아냈고 나주에서 온 낚시인 4명이 작은 외모도에 내려 50cm가 넘는 돌돔을 낚았다. 누에섬보다 더 내만에 있는 죽굴도에서도 대전에서 온 이병철씨가 민장대낚시로 35cm 돌돔을 낚아냈다. 돌돔을 낚은 이들은 공통적으로 “입질이 아주 약했다. 성게 옆부분만 부셔놓고 가버리는 입질이 계속 되다가 끝썰물에 강한 본신이 두어 번 들어와 낚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단 한 번의 출조로 외모군도 전역을 돌아볼 수는 없었다. 현지 낚시인들은 “죽굴도보다 더 내만에 있는 형제섬에서도 돌돔이 낚인다. 씨알은 40cm급이지만 충분히 노려볼만 하다”고 말했다. 외모군도의 돌돔시즌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진 것이 없다. 고흥의 손죽도나 완도의 덕우도 등지가 9~11월 원투낚시에 대형 돌돔이 낚이는 만큼 외모군도 역시 그렇지 않을까 추측은 해보지만 정확한 사실은 가을에 가봐야 알 수 있는 일이다.
취재협조 돌돔파이터 cafe.daum.net/doldomfigh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