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 마상지
엄동설한 마릿수터
살얼음 아랑곳 않고
덤벼드는 녀석들
김현 아피스 인스트럭터
강한 바람을 동반한 한파를 맞아도 출조를 나서는 낚시인들의 표정은 밝다. 조황이 좋아서가 아니다. 한겨울에도 대를 드리울 수 있어서 좋고 잔 씨알이라도 채색 고운 붕어의 얼굴을 볼 수 있어 좋으며 극심한 코로나 감염을 피하면서 낚시를 즐길 수 있어서도 또 좋다.
하지만 최근 들려오는 소식은 낚시인의 얼굴을 어둡게 만든다. 출조지 선택에 있어서 제약이 많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문을 닫아버린 신안군이 그렇고 조류독감으로 인해 일부지역의 수로와 저수지의 낚시금지가 그렇다. 동절기 붕어낚시는 해안가의 평지형지나 수로에서 주로 이뤄지는데 그 길이 많이 막힌 셈이다. 이런 여건 속에서 마땅한 출조지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마상마을 언덕에서 바라본 마상지.
좌측 뒤쪽이 제방이며 우측이 상류다.
▲마상지 동쪽에 위치한 마상마을.
▲마상마을 너머로 동이 트고 있다.
▲함께 출조한 정영진 씨, 정준호 씨 부자의 조과. 밤에 마릿수 조과를 거두었다.
▲밤에 옥수수 미끼로 31cm 월척붕어를 낚은 필자.
▲제방 중앙에 자리를 잡은 정준호 씨가 아침에 미끼를 갈아주며 찌를 던지고 있다.
바람 피할 수 있고 마릿수 좋은 토종터
성탄절 오후. 광주에서 약 1시간30분 동안 고속도로를 달려 순천에 사는 정영진, 정준호 부자를 만나 여수시 화양면 옥적리에 있는 마상지를 찾았다. 마상지는 여수 화양면의 해안가에 있는 만수면적 8천200평 규모의 준계곡형 저수지로, 제방에서 서쪽으로 500m만 나가면 바다가 나오는 곳이다.
화양면 옥적리는 위치상 고흥과 마주보고 있다. 겨울이면 북서풍이 부는 것이 단점이지만 산 사이에 있어 바람을 피할 수 있다. 출조지로 마상지를 택한 이유는 최근 준척급으로 마릿수 조과를 보이고 있다는 소식을 들어서다. 아울러 마상지는 외래어종이 없는 토종터로 붕어를 비롯해 가물치, 장어, 참게 등이 서식하며 새우와 참붕어를 채집해서 미끼로 사용할 수 있다.
해가 지기 전에 도착한 우리는 제방 초입에 주차를 하고 연안을 둘러봤다. 상류에만 갈대군락이 형성되어 있을 뿐 그 외 수초는 전혀 없었다. 수심은 60cm 정도. 상류는 동절기 밤낚시 포인트로 마땅치 않다고 판단해 상류의 2~3m 수심을 유지하는 제방에 자리를 잡았다.
옥수수 꿴 내림채비에 입질
선발용 미끼로 지렁이를 꿰어 찌를 세웠으나 반응이 없었다. 해가 지기 전 동행출조한 지인들과 이른 저녁을 먹고 찌불을 밝혔다. 오후 6시. 정영진 씨가 먼저 턱걸이 월척 붕어를 비롯해 준척 붕어 두 마리를 낚았다. 반가운 소식이었지만 그때까지도 내 찌는 그야말로 말뚝이었다.
정영진 씨는 내림채비에 옥수수를 미끼를 사용했다. 고민 끝에 나도 가벼운 채비를 사용해 옥수수로 미끼를 사용하니 밤이 되자 첫 입질을 받을 수 있었다. 예상대로 약한 찌올림을 보인 녀석은 31cm 월척 붕어. 그때 제방 무넘기 인근에 자리를 한 정준호 씨도 턱걸이 월척 붕어를 낚았다. 그 뒤로 간헐적으로 불던 바람이 멈추면서 자정 무렵이 되자 연안으로 결빙이 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수면이 얼어가는 중에도 크고 작은 붕어의 입질은 간간이 이어졌다.
보트낚시 하면 씨알 좋은 붕어가 마릿수로
아침이 되어 주변을 둘러보니 밤에 내린 서리로 낚싯대는 하얗게 변해 있었고 어찌나 추웠는지 제방 연안을 따라 살얼음이 잡혀 있었다. 아침에는 바닥채비를 이용해 지렁이를 미끼로 사용하니 살얼음이 잡힌 상황에서도 입질을 받을 수 있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상류에서 강하게 바람이 불어 철수를 준비했다.
마상지는 동절기에 보트낚시를 하면 굵은 씨알이 마릿수로 낚이는 곳이다. 마상지 중류에 있는 냉동창고 앞은 수심이 3~4m 나오는데 그곳이 보트낚시 포인트가 된다. 동절기에는 연안에 살얼음이 잡히지만 전체적으로 결빙이 되지 않아 낚시를 할 수 있으며, 하절기에는 수면을 덮는 마름을 피해 제방에서 낚시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연중 낚시가 가능하다.
주의할 점이라면 도로가 좁아서 연안에 주차를 하기 어렵고 마을 앞이라 주민들과의 접촉이 잦다는 것이다. 다행히 주민들이 낚시인에게 호의적이라 낚시 후 청소만 잘하면 낚시하는 데 문제될 것은 없다.
내비 주소 화양면 옥적리 2080(제방 앞으로 안내)
▲필자 일행이 자리를 잡은 마상지 제방. 제방에는 차량을 주차할 수 있었고 낚시할 자리도 많았다.
▲아침에 낚은 월척붕어를 보여주는 필자(좌)와 정영진 씨.
▲정준호 씨도 밤에 옥수수 미끼로 월척붕어를 낚았다.
▲새벽녘에 내린 서리로 하얗게 변한 낚싯대.
▲낚시를 마친 후 마상지 주변 청소를 했다.
▲필자 일행이 낚은 마상지 월척붕어.
▲무넘기 주변에는 산이 바람을 막아 넓게 수면이 얼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