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원 씨는 배출구 왼쪽의 수초밭에 자리를 잡았다. 배출구의 물 흐름에 영향을 받지 않는 구간이었다. 현지 낚시인들이 물속에 들어가 수초를 제거한 덕에 수초구멍 곳곳에 채비를 세울 수 있었다. 70cm 내외로 얕았고 물속도 다 들여다보였지만 어차피 밤낚시 위주로 낚시가 되기 때문에 얕은 수심과 맑은 물빛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나는 이남진 씨와 함께 배수구 우측에 자리를 잡았다. 펜스를 기준으로 나는 안쪽, 이남진 씨는 바깥쪽에 앉았다. 이남진 씨는 펜스 바깥쪽 조황이 좋다며 나에게 자리를 양보하려고 했으나 그곳은 수심이 60cm 내외로 얕아 부담스러웠다. 고집을 부려 일부러 펜스 안쪽에 앉았는데 예상대로 수심은 80cm~1m 가까이 나왔으나 결과적으로 그 선택은 패착이었다.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넥스빌아파트 인근 식당에서 떡만두국으로 식사를 마쳤다. 물가와 가까운 곳에 식당이 몇 곳 있는 점은 마음에 들었다.
이날 사용한 미끼는 글루텐. 보통 겨울에는 지렁이를 많이 쓰지만 현지 낚시인들의 말에 따르면 글루텐이 가장 잘 먹힌다고. 겨울에도 성화를 부리는 블루길 때문이기도 하지만 붕어들이 오랜 시간 글루텐에 길들여진 게 가장 큰 요인 같았다.
오후 4시경부터 수위가 올라 밤 7시가 되자 10cm가량 물이 불었다. 북한강은 낮에는 발전을 위해 물을 빼고 발전을 멈추는 밤에는 수위가 오르는 특징을 갖고 있다. 대체로 빠르면 오후 3~4시부터 수위가 올라 이튿날 오전 9시까지 오름수위가 유지된다. 밤낚시가 잘 되는 가장 실질적인 이유였다.
그런데 이런 사이클은 하절기와 동절기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특징이 있었다. 이남진 씨의 말에 의하면, 동절기에는 물이 빠져봐야 20~30cm에 불과하지만 여름에는 거의 1m 이상 수위가 내려간다고. 그 영향으로 지금 낚시하는 하수 배출구 앞에서는 낮낚시가 불가능해 본류 쪽으로 걸어가 낚시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고승원 씨가 밤낚시로 올린 33cm 월척과 채비를 보여주고 있다.

추워도 얕은 수심에서 입질하는 붕어들

텐트를 치고 난로를 피워가며 밤 11시까지 낚시했지만 전혀 입질이 없었다. 내가 오늘은 상황이 좋지 않은 게 아니냐고 묻자 이남진 씨가 시계를 보며 말했다.
“이 포인트는 특정 시간대에 입질이 집중되질 않아요. 언제 붕어가 들어올지 모르는 게 특징이죠. 밤새 꾸준하게, 드문드문 입질이 오기 때문에 밤을 새는 게 좋죠. 고달픈 낚시지만 아무튼 밤새 월척 한두 마리는 낚여주니 승부를 걸어볼만합니다.”
밤새 월척 한두 마리는 낚여준다는 얘기에 솔깃했지만 초저녁 잠이 많은 나에게는 고행이었다. 새벽 1시30분경, 이남진 씨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그의 3칸 대에 입질이 들어왔다. 건너편에 있던 고승원 씨가 “이 기자님 입질! 입질!” 하고 소리쳐 이남진 씨 자리로 가보니 스마트케미 하나가 빨갛게 달아올라 끔뻑대고 있었다. 살짝 채니 낚싯줄에서 핑핑 소리가 났다. 수심이 얕다보니 좌우로 째는 힘이 장사다.
채비 엉킴을 피해 간신히 뜰채에 담아낸 녀석은 9치급 토종붕어. 어두워지면 붕어들이 얕은 수심의 턱을 타고 들어온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월척에 조금 못 미치는 씨알이 낚여서인지 첫 입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밀려오는 잠을 참을 수 없었다. 결국 새벽 2시경 차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날이 밝은 아침 7시경 나와 보니 고승원 씨와 이남진 씨가 밤새 쓸 만한 녀석들을 한 마리씩 낚아놓고 있었다. 고승원 씨는 새벽 4시경 33cm짜리 월척을 올렸다. 길이보다는 빵이 좋은 녀석이었다. 미끼는 글루텐.
이남진 씨는 예상 못한 ‘괴물’을 만나 한바탕 쇼를 벌였다. 3분가량 실랑이를 벌이고 올라온 놈은 잉어로 착각했으나 올려보니 60cm에 가까운 대물 향어였다. 강에서는 보기 힘든 야생 향어라 더 귀하게 느껴졌다. 이놈이 한바탕 포인트를 휘젓는 바람에 채비들이 엉켜버렸고 더 이상은 낚시를 할 수 없었다고 한다.
 

▲가평군에서 설치한 안내 푯말. 

▲배스낚시를 즐기고 있는 낚시인들. 

▲우안 석축 포인트.

포인트만 확보하면 월척 거뜬
취재일에는 33cm 월척 1마리와 준척 1마리, 60cm급 향어 1마리가 전부였지만 이후로도 꾸준한 조황은 이어지고 있다는 게 이남진 씨의 말이었다. 여전히 마릿수는 많아야 하룻밤에 서너 마리. 그러나 이 중 월척 한두 마리는 반드시 섞이는 양상이다.
낚시를 마친 고승원 씨는 “넥스빌 포인트는 낚시 자리가 협소해 자리를 차지하기가 쉽지 않지만 요즘처럼 강추위가 맹위를 떨치는 날에는 의외로 비어있는 날이 많습니다. 포인트만 차지한다면 밤새 월척 한두 마리는 어렵지 않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넥스빌아파트 포인트는 아파트촌과 가깝고 제방 위로 둘레길이 놓인 시민들의 휴식공간인 만큼 낚시 후 쓰레기가 발생되지 않도록 유의할 것을 강조했다. 맞은편 자라섬이 몇 년 전부터 낚시금지구역으로 묶인 이후 이곳이 가평 지역 낚시인들의 유력한 겨울 손맛터로 남아있기 때문에 더욱 주의가 요망된다.     

가는 길 내비에 ‘세대넥스빌아파트(가평읍 달전로 59)’로 검색하면 넥스빌 아파트로 안내한다. 입구 왼쪽의 담벼락 또는 담벼락 끝의 완만한 내리막길에 주차 후 100m 정도 걸어서 이동한다.

▲예상 못한 대물 향어로 큰 손맛을 본 이남진 씨.

▲이남진 씨가 첫수로 올라온 9치급 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높은 곳에 올라 바라본 고승원 씨의 포인트. 물빛이 맑았지만 밤이 되면 붕어가 들어오는 자리다.

▲취재일 올라온 붕어와 향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