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화성 석포리수로

꽝을 모르는 얼음낚시 훈련소
6~8치 주로 낚이다
허리급 불쑥!

김철규 호봉실업, 탑레져, 토코떡밥, 태흥 필드스탭

12월에 두 번에 걸쳐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한파가 이어지면서 경기 북부와 강원 내륙이 아닌 중부 지역의 웬만한 곳에서도 얼음낚시가 가능해졌다. 신축년 새해가 시작되던 1월 1일 새벽에 조우 몇 명과 함께 모처럼의 얼음낚시 출조를 계획했다.
장소는 화성 석포리수로. 겨울철 얼음낚시의 묘미를 안겨주는 석포리수로는 꽝이 없는 곳으로 유명하다. 장덕수로로도 불리며 상류에 있는 방농장지에서 물이 흘러나온다고 하여 방농장지 퇴수로라고도 한다. 김포 검단수로와 더불어 수도권 최고의 얼음낚시터로 알려진 곳이다.
석포리수로는 현대기아차 연구소 옆을 흘러 하류의 화옹호를 거쳐 서해 바다에 이르는 자안천의 일부이다. 하지만 수로의 일부 구간은 저수지로 불러도 될 만큼 규모가 크다. 가장 넓은 둠벙 구간은 3만평에 달한다.
자안천 상류엔 수초가 잘 발달된 수로가 있지만 사륜구동 차량도 접근이 쉽지 않다. 아주 오래 전, 필자가 멋모르고 진입했다가 철수길에 무진장 고생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 이후로는 상류권을 찾지 않았지만 이곳 수로형 저수지는 얼음낚시 시즌에 한번쯤은 찾는 곳이 되었다. 진입이 쉽고 워낙 넓어 얼음낚시는 물론이고 물낚시에도 인기가 많은 곳이다.

차량 진입 불편한 상류 조황 두각

새벽에 집을 나서 현장에 도착해보니 새벽 6시. 동이 트려면 1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석포리수로는 전역이 포인트라고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제방권과 좌우측 연안에서 주로 낚시가 이루어진다. 수로 중간 지점 수심은 70cm 정도로 얕은 반면 도로 앞은 1~1.2m이고 제방 우측 하류권은 다소 깊어 2m 수심이 나오는 곳도 있다. 2m 수심대는 과거 떡붕어 밤낚시가 이루어지던 곳이다.
제방 좌측과 상류는 부들과 갈대가 잘 발달되어 있어 수초 포인트를 좋아하는 낚시인이 찾으면 좋을 것 같은데 현대기아차 연구소가 진입로를 막고 있어 제방에서부터 걸어가야 한다. 제방 우측 상류는 차량 진입은 가능하지만 다소 협소해 추천하기 애매한 곳이지만 하류보다는 상류 조황이 더 좋아 이날도 상류에 더 많은 낚시인들이 몰렸다.

드론으로 촬영한 화성 석포리수로 제방권. 새해를 맞아 많은 낚시인들이 몰렸다. 내비에 경기도 화성시 남양읍 장덕리 772-14를 입력하면 ‘한양이엔씨’ 건물 앞 도로에 닿는다. 주차는 도로가에 하고 빙판으로 내려가면 된다.

준척 붕어를 자랑하는 권성호 씨.

얼음낚시 유튜브를 촬영 중일 필자.

권성호 씨가 올린 마릿수 조과.

아이스드릴로 얼음구멍을 파고 있는 낚시인.

얼음구멍 속의 찌가 금방이라도 솟을 것 같다.

동행한 이재협 씨가 올린 준척급 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이재순 씨도 진한 손맛을 봤다.

날이 밝자 우리 일행도 도착해 제방 앞 100m 지점에 자리를 잡았다. 살짝 눈이 덮여 있어 넉가래로 눈을 치우고 얼음구멍을 뚫었다. 요즘은 전동드릴 같은 쇄빙기를 많이 사용하고 손으로 돌리는 수동 드릴도 보편화됐다.

그래서 예전처럼 얼음끌로 구멍을 뚫는 일은 별로 없는 듯하다. 먼저 도착한 김형기(짠지) 씨는 이미 얼음구멍을 뚫고 채비를 드리우고 있어 그의 아이스드릴을 빌려 7개의 얼음구멍을 뚫었다.
영하 10도의 위력은 대단했다. 얼음을 떠내고 돌아서면 바로 얼어오는 상황이어서 수시로 얼음구멍의 살얼음을 떠내야만 했다. 얼음낚시에서는 햇빛이 쨍하게 비쳐야만 수온이 오르며 붕어들이 움직인다. 그러나 이날은 짙

은 구름 탓에 해를 볼 수 없었다. 새해를 새롭게 시작하는 1월 1일이어서 떠오르는 해를 보며 올 한 해도 안전 운전과 좋은 조과를 빌어보려고 했는데 날씨가 도와주지 않았다.
낚싯대를 편 지 30여 분이 지나도 아무런 소식이 없던 중 옆에 있던 김형기 씨가 날카로운 챔질 소리를 냈다. 끌고 들어가는 입질에 챔질 했는데 빈 채비만 올라왔다. 일단 입질이 왔다는 것은 기대를 가져도 좋다는 소리가 아닌가.
이번에는 앞쪽에 앉아 있던 박경식(텐텐) 씨가 “왔어!”하며 붕어를 올리고 있었다. 역시나 끌고 들어가는 입질에 6치 붕어가 첫 수로 올라와 주었다. 작지만 처음으로 나와 준 귀중한 붕어였다. 첫 붕어가 나온 후 기대감으로 고패질을 수시로 하며 붕어를 기다려 보았다. 잠시 후 고패질하던 낚싯대의 찌가 얼음 속으로 급하게 빨려 들어갔다. 낚싯대를 끌고 갈 만큼의 강한 힘이 느껴졌지만 이내 배스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역시나 40cm 정도의 배스였다.
뻘밭이라 고패질은 자주 해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수시로 고패질을 하는데 또 다시 찌가 얼음 속으로 스르르 빨려 들어갔다. 가볍게 챔질하니 손끝에 짜릿함이 전해져 왔다. 잘지만 예쁜 7치의 붕어였다. 포인트를 부지런히 옮겨 다니며 낚시한 김형기(짠지) 씨는 준척 붕어 한 수를 낚았는데 찌올림이 멋졌다고 말했다. 대체로 석포수로 붕어들은 찌를 끌고 들어가는 입질이 잦았다.

잔챙이 사이에 월척 입질 간간이 섞여

어느새 정오를 넘긴 한낮이 되었지만 이렇다 할 입질 없이 시간만 빠르게 지나고 있었다. 여러 곳을 옮기며 낚시해 보았지만 이따금씩 뿌려대는 눈발 때문인지 입질 보기가 쉽지 않았다. 주변에 많은 낚시인들이 있었지만 붕어는 가끔 한 마리씩 낚일 뿐 예전의 그 포인트가 아닌 듯 했다. 그 사이 오전 얼음판 위에 있던 200여 명의 낚시인들의 수는 점차 줄어들고 있었다.
제방 우측 상류에 낚시인들이 모여 있는 것으로 보아 그쪽의 조과가 좋은 듯 했다. 실제로 낚시사랑에서 같이 활동하는 이재순(낚사3833) 씨는 월척급 포함 5수, 동행한 동생 분이 3수 등 모두 8수를 낚았다고 전해 왔다.
그동안 나는 오후 3시가 되도록 7치 붕어 한 수를 추가했을 뿐 이었다. 그때 뒤쪽에서 “크다!”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려 찾아가 보니 한눈에 봐도 월척 이상의 붕어가 얼음구멍에서 솟구치고 있었다.
그 붕어는 서울 수유리에서 온 홍종덕 씨가 올렸는데 무려 34cm나 되는 월척붕어였다. 황급히 사진을 찍고 있는 사이에 이번에는 바로 옆에 계신 권성호 씨도 입질을 받아냈다. 월척에는 약간 못 미치는 씨알이었지만 오후로 갈수록 큰 씨알이 낚여 눈길을 끌었다. 씨알 좋은 붕어가 나오는 것을 확인하고 조금 더 낚시를 해 보았지만 더 이상은 입질이 없어 아쉬운 철수를 해야 했다.
다음날인 1월 2일, 석포리수로 상류를 찾은 이상훈(필드붕어) 후배가 월척 포함 5수의 조과를 올렸다고 전해 왔다. 이처럼 석포리수로는 월척보다는 잔챙이 붕어가 주로 낚이지만 종종 월척이 섞여 낚여 늘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특히 꽝이 없는 곳이어서 찌맛과 손맛을 모두 즐기기에 최고의 낚시터라고 생각한다.

화성 석포리수로의 과거와 현재
석포리수로는 약 5년 전만 해도 붕어 외에 바다 어종인 숭어가 많이 서식하고 있어 얼음구멍 사이로 훌치기낚시를 하는 낚시인들이 많았다. 적게는 몇 수, 많게는 10여 수의 숭어가 얼음판 위에 퍼덕이는 모습이 기억에 생생하다.
아울러 토종붕어 외에 떡붕어 자원도 많아 텐트 안에서 이루어지는 밤낚시도 유행한 곳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배스가 유입되면서 떡붕어 자원과 숭어 자원이 줄어들었고 숭어 훌치기낚시와 한겨울 텐트 안에서 즐기는 밤낚시는 자취를 감추었다. 깊은 수심층에서 내림낚시로 떡붕어 낚시를 하던 모습 또한 이제는 보기가 어렵게 되었다.

서울 낚시인 홍종덕 씨는 석포리수로에서는 보기 드문 34cm 월척을 낚았다.

넉가래로 빙판 위의 눈을 치우고 낚시했으나 조과는 썩 좋지 못했다.

예상 못한 4짜 배스로 손맛을 본 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