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서생에서 부산 기장으로

볼락 얼굴 보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김진현  기자 kjh@darakwon.co.kr

볼락을 두고 ‘춘고어(春告魚)’라고 한다. ‘봄이 왔음을 알리는 물고기’라는 뜻으로 봄에 잘 낚이는 제철 고기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루어낚시가 활성화 되면서 볼락은 겨울에 더 잘 낚이는 어종이 되었으니 이제는 동고어(冬告魚)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12월이 되면 절로 생각나는 어종이 바로 볼락이다.
특히 부산경남의 낚시인들에게 볼락은 각별하게 다가온다. 감성돔 시즌이 끝나는 봄부터 잘 낚여서 손맛을 충족시켜 주고 겨울에는 볼락 외줄낚시로 마릿수 조과를 안겨준다. 겨울에도 먼 바다의 갯바위에서 곧잘 낚였기 때문에 추운 겨울바람을 무릅쓰고 출조를 계속해오고 있는데 그 인기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부산 기장군의 카페 하바나 포인트에서 솔트루어린 박상욱(라팔라 필드스탭), 손병철 회원이 볼락을 노리고 있다.

카페 하바나 포인트에서 박상욱 씨가 먼 곳의 볼락을 노리고 있다.

하바나 포인트는 주변에 여가 많고 해초가 자라 있어서 겨울에 볼락이 잘 낚이는 곳이다.

손병철 씨의 태클박스.

눈에 잘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작은 크기의 지그헤드를 태클박스 오른쪽에 가지런히 정리해 두었다.

에코기어의 볼락 전용 웜.

방파제에서 캠핑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 요즘 부산 근교에는 방파제에서 캠핑이나 차박을 즐기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채비를 멀리 던지기 위해 사용하는 던질찌. 멀리 있어도 잘 보이도록 전지찌를 삽입했다. 상단 좌측은 HDF해동조구사에서 기성품으로 판매하고 있는 던질찌 ‘피나투라 원투 메바스틱’.

기대했던 울산 서생에선 볼락 입질 無
지난 11월 14일, 조금 이른 감이 있었지만 일찌감치 볼락의 소식을 알리기 위해 부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루어낚시클럽 솔트루어린 박상욱(라팔라 필드스탭), 손병철, 박경식 씨를 만나 취재에 나섰다.
부산은 볼락루어 포인트로 개발된 곳이 제법 많은데, 부산에서도 울산과 경계 지점인 서생과 바로 맞은편인 기장 나사리 구간에 특히 볼락 포인트가 많다. 제주도나 포항과 같은 얕은 갯바위가 드넓게 펼쳐져 있는 이곳은 가까운 곳을 노리면 별다른 입질이 없지만 멀리 노리면 곳곳에 숨은 볼락과 전갱이를 만날 수 있는 것이 매력이다.
처음 찾아간 곳은 울산 울주군 서생면의 신암방파제 일대. 울산권의 수온이 빨리 떨어지고 해초가 잘 자라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갔지만 너무 기대가 앞선 것인지 입질을 받을 수 없었다. 이상하다 싶을 정도 입질이 없는 것이 의아해서 다른 곳들도 들렀지만 입질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신암방파제 일대는 볼락을 낚기 좋은 포인트다. 마을 선착장이나 방파제를 노리면 한두 마리는 어렵지 않게 낚을 수 있는 곳인데…. 너무 일찍 탐사를 나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 갯바위에서도 볼락을 낚을 수 있지만 자칫 조건이 맞지 않으면 허탕을 칠 수도 있어 좀 더 확률이 높은 기장 일대로 이동했다.

씨알 좋은 전갱이를 낚은 박상욱 씨.

손병철 씨가 태클박스에 정리한 볼락웜을 보여주고 있다. 주변 회원들에게 태클박스 정리의 달인으로 불리고 있다.

작은 우럭도 걸려 나왔다.

볼락밭에 왜 아직 전갱이가?
해가 질 무렵에 부산 기장에 도착했다. 울산과 부산은 행정구역이 다르지만 사실 고리원자력발전소만 지나면 행정구역이 바뀌기 때문에 먼 거리는 아니다. 취재팀이 도착한 곳은 하바나 커피숍이 있어서 이름이 붙여진 하바나 포인트. 갯바위에 부서지는 파도가 절경이라 이곳에 큰 커피숍이 들어섰는데 커피숍 사장도 포인트를 보는 안목(?)이 뛰어난 듯했다.
신암방파제와는 달리 갯바위 먼 곳을 노려야 했기 때문에 모두 던질찌를 사용했다. 전지찌를 장착한 10g 내외의 긴 전지찌를 달고 지그헤드는 1g 이하의 가벼운 것을 달았다. 멀리 던져도 수심이 2~3m이므로 깊이 노릴 필요 없이 천천히 중하층을 노린다는 기분으로 넓은 구간을 훑어주는 것이 요령이다.
입질은 금방 들어왔다. 박상욱 씨가 50m 이상 채비를 날린 곳에서 바로 입질을 받고 랜딩을 시작했다. 한참을 힘을 쓰며 끌려온 녀석은 다름 아닌 전갱이. 요즘 전갱이도 한창 잘 낚일 시기였지만 볼락을 기대하고 있던 터라 그리 반갑지 않았다.
박상욱 씨가 전갱이를 낚은 후엔 손병철, 박경식 씨도 연이어 전갱이를 올리기 시작했다. 해가 지니 더 큰 씨알이 낚였고 이곳이 볼락 포인트인지 전갱이 포인트인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전갱이로 시원한 손맛을 볼 수는 있었지만 전갱이는 12월이면 서서히 자취를 감추기 시작할 것이고 볼락으로 바통터치를 해야 정상인데 올해는 그 시기가 조금 늦어질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볼락을 노리다가 전갱이를 낚은 손병철 씨.

늦게 합류해서 볼락을 낚는 데 성공한 솔트루어린 강경문 회원.

참돔타이라바, 볼락루어 모두 시즌 늦어질 듯
올해 부산권의 조과는 여름 이후 계속 들쭉날쭉하다. 꾸준한 호황을 보인 무늬오징어와 전갱이도 잘 낚이지 않았고 먼 바다의 한치나 갈치가 잘 낚인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전혀 낚이지 않았냐고 하면 그것도 아니라 어중간한 시기를 보낸 한 해였다. 그중에서도 겨울에 기대를 하고 있는 타이라바 조황이 살아나지 않는 것도 문제인데, 전체적으로 수온이 천천히 떨어지고 연안에 맑은 물색이 오래 유지되는 것으로 보아 볼락도 늦어질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는 윤달의 영향으로 감성돔이나 벵에돔도 시즌이 늦어진다고 하니 그것도 무시할 수 없는 일이다.
취재팀은 계속 전갱이를 낚다가 밤 10시를 넘어 합류한 강영문 씨의 도움으로 볼락 얼굴을 볼 수 있었다. 하바나 포인트에서 이동한 후 마지막으로 나사리 해안도로의 테트라포드를 노렸는데 그때 운 좋게 한 마리를 낚은 것이다. 함께 취재를 나선 회원들도 “볼락 한 마리를 낚기가 이렇게 어려운 줄은 몰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러나 볼락의 몸값이 오르면 오를수록 낚시인의 마음도 달아오르는 법. 올 겨울 탱글하게 영근 볼락이 더욱 기대되는 취재길이었다.
취재협조 루어낚시동호회 솔트루어린 
내비 입력 일광면 문동리 42-1(노바 카페에서 연안으로 내려간 후 하바나 카페까지 30m 정도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