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고성 배낚시

대구 지깅

120m 심해에서 솟구치는 물돼지들

이영규 기자

강원도 고성 지역의 대표 출조 상품인 대구지깅이 핫 시즌을 맞고 있다. 올해는 문어낚시 인기로 예년보다 한 달 이상 늦은 10월 중순부터 출조에 나섰다. 올 가을 시즌의 특징은 대구가 좀 더 깊은 곳에서 입질하고 씨알도 굵어진 점이다. 그만큼 손맛도 좋아졌다.

도서출판 예조원 김국률 대표가 방금 올린 70cm급 대구를 자랑하고 있다.

공현진항에서 출항하는 공현진낚시마트의 돌핀호.

“요즘은 이 정도가 평균 씨알입니다.” 선두에서 첫 대구를 올린 낚시인.

철수 직전에 연타로 손맛을 본 낚시인.

돌핀호 최태민 선장이 손님이 히트한 대구를 가프로 찍어냈다.

취재일에 사용한 400g짜리 메탈지그.

가을 대구지깅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배낚시 장르 중 하나다. 낚시가 쉽고 메탈지그로 바닥만 찍을 줄 알면 누구나 특별난 테크닉 없이 대구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씨알도 만족스럽다. 가을에는 작게는 30~40cm, 보통은 50cm 전후이고 큰놈은 60~70cm가 주종을 이룬다. 물론 90cm~1m도 종종 올라온다.
가끔 지금보다는 한겨울이 대구낚시 본 시즌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지만, 과연 언제가 대구낚시 핫시즌인 지는 한번 쯤 짚고 넘어가볼 문제다. 현재 ‘대구는 겨울이 제 시즌이’는 인식을 갖고 있는 낚시인들은 대구지깅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10년 전 기억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춥고 높은 겨울 파도 속에서 500g에 이르는 무거운 메탈지그를 종일 흔들어대고, 기껏 한두 마리를 올리는 것을 진정한 핫시즌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실제로 한겨울은 씨알은 굵을지 몰라도 마릿수가 크게 떨어진다. 출조 낚시인의 절반이 꽝을 맞는 경우도 흔하다. 일종의 확률게임에 가까웠다.
이에 대해 공현진낚시마트의 최태민 선장은 “동해 대구는 가을인 9월부터 시즌이 열립니다. 그때는 마릿수 재미도 좋아서 1인당 예닐곱 마리 이상씩 올리는 건 예삿일입니다. 가을에 씨알이 잘다는 건 선입견이에요. 9월 초에나 30에서 40센티미터급이 종종 섞이지 10월을 넘기면 잘아도 50에서 60센티미터가 평균입니다. 이런 씨알로 40리터 쿨러를 가득 채우는 경우도 흔하죠. 이런 최고의 시즌을 놔두고 두 마리 이상 낚기도 힘든 한겨울을 피크 시즌이라고 하는 것은 어폐가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대구지깅 핫시즌은 겨울이 아닌 가을
지난 10월 19일, 작년에 이어 올해 첫 가을 대구지깅에 나섰다. 오늘은 도서출판 예조원의 김국률 대표가 동행했다. 김국률 대표는 낚시춘추에만 30년 이상 재직한 전문 낚시기자 출신이다. 김국률 대표 역시 대구지깅은 겨울을 핫시즌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가 재직하던 10년 전이 국내에 대구낚시 지깅이 막 유행하던 때였기 때문이다.
김국률 대표는 달라진 지깅 장비에도 관심을 보였다. 과거에는 부시리도 때려잡을 만큼 투박한 지깅대와 대형 스피닝릴을 썼지만 지금은 경량의 루어대와 소형 전동릴을 사용하니 격세지감을 실감하는 듯했다. 
우리가 탄 돌핀호가 공현진항을 벗어나 20분 정도 달리다 멈춰섰다. 삐~ 하는 신호음에 맞춰 400g짜리 메탈지그를 내려 보내자 전동릴에 120m 수심이 찍혔다. 작년 10월에 찾았을 때는 70~80m 수심에서 낚시했는데 올해는 공략 수심이 40m 이상 깊어졌다.
돌핀호 최태민 선장은 “대구의 운집 수심은 매년 약간씩 달라집니다. 아마도 수온이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대구는 산란기인 겨울이 가까워올수록 얕은 수심으로 나오는데 이렇게 깊은 곳에서 입질한다는 것은 근해 수온이 여전히 높다는 얘기입니다”라고 말했다.
내 기억에 작년에 처음 가을 대구낚시를 했을 때는 이른 아침 입질이 폭발적이었는데 이날도 상황은 동일했다. 메탈지그가 바닥에 닿은 후 몇 차례 고패질하자 곧바로 대구가 걸려들었다. 김국률 대표가 50cm 전후를 한 마리 올렸고 나를 포함한 여러 낚시인이 동시다발적으로 입질을 받았다. 씨알은 40cm에서 70cm까지 다양했다.     
이런 식으로 1시간 정도 이어지던 입질은 잠시 뜸해졌고 오후로 갈수록 입질 간격은 더욱 멀어졌다. 최태민 선장은 “대구가 70내지 80미터 수심으로 나왔다면 그 양이 많을 겁니다. 그러나 이렇게 100미터 이상 깊은 곳에서 입질이 온다는 것은 어군이 곳곳에 소규모로 몰려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부지런히 이동하며 어군을 찾아낼 필요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동해시에서 온 안윤혁 씨가 굵은 대구 두 마리를 자랑하고 있다.

남편과  함께 출조한 송경숙 씨도 굵은 대구로 손맛을 봤다.

선두에서 막판에 쌍걸이를 한 서봉만 씨.

30리터 쿨러에 가득 찬 대구. 5마리만 낚아도 쿨러가 비좁았다

바낙스에서 새롭게 출시한 카이젠 Z 150WL 소형 전동릴. 스풀 교체가 가능한 제품으로 왼손 핸들 사양이다.

철수 1시간을 남기고 만루홈런
이런 식의 이삭줍기식 낚시는 오후 12시 무렵까지 이어졌다. 이때까지 1인당 최고 마릿수는 네다섯 마리, 보통은 두세 마리 수준으로 가을 시즌치곤 마리수가 크게 떨어졌다. 다만 이날은 출조 인원의 절반 이상이 초보자인데다가 아예 대구낚시가 처음인 낚시인도 6명 이상이나 돼 더욱 마릿수 조과가 적어 보였다.
그러나 12시30분 무렵, 최태민 선장이 북쪽 포인트인 거진 앞바다로 돌리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불과 30분 사이에 50~70cm급 대구의 폭발적 입질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때부터는 선두에 자리한 낚시인들에게 입질이 집중됐다. 쌍걸이로 대구를 올리는 경우도 자주 목격됐다.
특히 이날은 12시 무렵까지 꽝을 맞던 초보자들이 1인당 3~5마리의 대구를 올려 눈길을 끌었다. 쌍걸이의 경우 수면까지 끌어올리는데 10분 이상이 소요됐다. 수심이 120m 이상으로 깊은데다가 전동릴을 고속으로 감으면 대구 무게와 저항 탓에 올라오는 도중 빠질 바늘이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가을 대구지깅 첫 출조인 예조원 김국률 대표도 총 6마리를 걸어 4마리를 끌어냈다. 아쉽게도 한 마리는 사무장의 가프질 미스로 자동 방생했고 또 한 마리는 초보 여조사와 채비가 엉키는 바람에 역시 원치 않은 방생을 했다.
이날 나는 촬영을 하느라 짬짬이 시간을 내 낚시한 터라 50~60cm급 두 마리를 낚는 데 그쳤다. 김국률 대표가 낚은 4마리와 함께 총 6마리를 30리터 쿨러에 담자 쿨러가 비좁았다. 1마리만 더 낚으면 쿨러 뚜껑이 덮이지 않을 것 같았는데 다행히(?) 그런 행운은 선두에서 낚시한 초보 낚시인들의 차지였다.

11월 말까지 씨알&마릿수 최고          
강원도 북부지역 대구지깅 마릿수 조황은 11월 말까지 이어진다. 이후로도 입질은 들어오지만 겨울이 깊어지면 씨알은 굵어져도 확실히 입질 확률은 떨어진다. 그래서 12월부터는 대부분의 낚싯뱃가 어구가자미로 출조 상품을 돌리기 때문에 강원도 대구낚시는 시즌이 종료된다. 그리고 이때부터는 좀 더 남쪽인 임원 앞바다에서 출조가 활발해진다(강원도 대구가 남하해서 그런 게 아니라 출조 상품이 바뀌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고성군 공현진항의 대구지깅 선비는 10만원. 10월까지는 오후 1시 철수하는 스케줄로 7만원을 받았지만 낚시 시간이 너무 짧다는 얘기가 있어 오후 3시 30분 철수로 변경하고 요금은 3만원이 인상됐다. 가을 대구낚시를 효율적으로 즐기기 위한 상식 몇 가지를 소개해본다.
문의 033-632-6692

가프로 대구를 찍어내고 있는 최태민 선장. 오후에는 선두에서 입질이 활발했다.

●수동릴은 무리, 반드시 전동릴 장비를 구비해야
요즘 대구지깅은 전동릴 장비가 대세다. 과거에는 ‘지깅의 참맛’이라며 수동장비를 사용했지만 그런 시대는 지났고 현실적이지도 못하다. 만약 대구지깅이 노련한 저킹 테크닉을 요구한다면 수동 장비의 장점이 돋보일 수 있겠으나 대구지깅은 우럭낚시 고패질과 비슷한 수준의 액션이면 충분하기 때문에 수동장비는 불필요하다. 단순히 메탈지그로 바닥을 찍었다가 올렸다를 반복하는 액션이면 충분하다.

●원줄은 PE라인 4호를 최소 250m 감아야
대구지깅용 원줄은 PE라인을 쓰며 보통은 4~5호를 많이 쓴다. 쇼크리더는 나일론사 12호 정도가 알맞다. 그런데 대구는 덩치만 크지 폭발적으로 저항하는 고기는 아니므로 실제로는 PE라인 1~2호면 미터급도 문제없이 올릴 수 있다. 그럼에도 원줄을 굵게 쓰는 이유는 밑걸림 때문이다. 대구가 서식하는 바다 속에는 폐그물과 폐선박이 많아 원줄이 약해 끊어지면 비싼 메탈지그와 채비를 몽땅 잃어버릴 수 있다. 채비만 떨어지면 그나마 다행이다. 원줄이 50~100m 지점에서 끊어지기라도 한다면 원줄이 짧아져 낚시가 어려워질 수 있다.
동해는 수심이 깊기 때문에 원줄을 150m 감았어도 부족할 수 있다. 조류에 날리는 길이까지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200m는 기본이며 적어도 250m는 감아둬야 안심하고 낚시를 즐길 수 있다. 전동릴도 파워보다는 원줄이 감기는 양을 잘 확인해 선택하는 것이 좋다(소형 전동릴로도 50~70cm급 대구 두 마리는 거뜬히 올릴 수 있다). 

●출조선 이용 시에는 동일 무게 메탈지그 사용해야
강원도 대구지깅용 메탈지그는 400g짜리를 가장 많이 사용한다. 그 이상은 너무 무거워 전동릴로도 힘든 낚시가 된다. 개인보트를 타고 낚시하다면 그 이하의 무게를 써도 상관없지만 여러 명이 함께 타는 출조선에서는 다함께 400g에 맞춰 써야 한다. 만약 혼자서 300~350g을 쓸 경우 메탈지그가 휘날려 다른 낚시인의 채비와 엉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조류 셀 땐 메탈지그만, 약할 땐 메탈지그에 가지채비 연결 
동해는 들물과 썰물 차가 거의 없지만 그렇다고 조류까지 느리지는 않다. 어떤 날은 강물처럼 흐를 때가 있어 낚시에 어려움을 주곤 한다. 만약 조류가 강한 상황이라면 메탈지그만 달아 내리는 게 좋다. 그래야 채비가 덜 날려 바닥 찍기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조류 흐름이 적당하다면 메탈지그 위에 웜이 달린 가지채비를 연결하는 게 좋다. 낚시점에서 외줄채비에 꼴뚜기 루어가 달린 채비를 파는데 보통은 채비 하나에 6개 정도의 바늘이 달려있다. 이 채비를 그냥 쓰면 너무 길어 관리가 힘들고 조류도 많이 타 불편하다. 따라서 절반을 잘라 메탈지그 위에 연결해 쓰는 것이 좋다. 가지바늘의 개수는 2개 내지 3개가 적당하다. 이렇게 사용하면 한 번에 2마리 많게는 3마리도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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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SHING GUIDE

메탈지그와 ‘봉메탈’ 어떤 게 유리하나

봉형 쇠막대에 화려한 반사 스티커를 붙여 메탈지그와 유사하게 만든 것을 일명 봉메탈이라고 부른다. 메탈지그보다 약간 저렴해 특히 대구지깅에서 인기가 높다. 낚시인 중에는 대구는 예민한 고기가 아니라서 굳이 비싼 메탈지그를 쓸 필요가 없다. 봉메탈만 써도 입질이 잘 온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낚시해보면 확실히 유선형의 메탈지그가 봉메탈보다는 입질 빈도가 높은 편이다. 저킹에 솟구친 메탈지그가 하강하는 과정에서 화려한 액션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색상은 핑크나 레드 같은 적색 계열이 무난하지만 실제로는 멸치 색상인 은색도 매우 잘 먹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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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SHING GUIDE

웜 꿴 가지바늘 채비 늘 효과적일까?

메탈지그 위에 연결하는 외줄채비의 바늘에는 웜을 꿰어 쓴다. 웜의 형태와 색상은 크게 가리지 않는데 그래도 적색 계열이 유리하다는 게 일반적인 얘기이다. 다만 낚시 당일의 물속 조건에 따라 대구가 맨 아래 메탈지그만 물 때도 있고, 메탈지그 위에 덧단 웸 꿴 가지바늘 채비만 물 때도 있다. 따라서 가지바늘을 주로 문다면 비싼 메탈지그 대신 봉메탈을 쓰는 게 경제적일 수 있다. 반대로 가지바늘에 입질이 뜸하고 메탈지그에만 걸려든다면? 조류 저항이 큰 가지바늘 채비는 떼어내고 메탈지그만 쓰는 게 유리하다. 

메탈지그(맨 아래)에 웜을 꿴 외줄채비를 연결한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