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김범철 교수의 호수의 과학 65

안동댐 퇴적물의 중금속

중금속은 어떻게 호수에 쌓이나

김범철
·강원대학교 환경학부 명예교수
·‌전 한국하천호수학회장

안동댐의 퇴적물에서 중금속이 많이 검출되는 것은 오래전부터 보도되었다. 함량이 환경기준치 이하이기는 하지만 비소, 카드뮴 등이 국내 다른 호수보다 많다는 것은 수십 년 전부터 알려져 있었고 이 때문에 가끔 어류폐사 사고가 발생하면 중금속 때문이 아닌지 의심하는 사람도 있다.
낙동강의 상류인 태백지역에는 폐탄광이 많이 있고 대규모 아연제련소도 오랫동안 가동되고 있어 중금속이 발생할 우려가 많다. 금속을 제련하기 위해 광석을 분쇄하여 금속을 선별하는데 그 과정에서 발생한 폐광미가 쌓여 있다가 유출되기도 하고, 폐광산에서 중금속을 함유한 갱내수가 흘러나오기도 하므로 중금속의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다.

경북 안동호. 국내 다른 호수보다 비소, 카드뮴 등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폐광산에서는 금속 함유량이 높은 산성 지하수가 흘러나온다(미국).

산성 광산배수의 유출에 의한 철분 퇴적 현상(미국, 사진 EPA).

비소 중독으로 발생한 손바닥 발바닥의 종양(사진 WHO).

폐광산 지역의 지하수에 중금속 오염 많다
탄광이 더 이상 가동되지 않고 폐쇄된 후에도 탄광에서는 중금속이 계속 유출되는데 그 이유는 갱내에서 발생하는 지하수가 산성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탄광에는 갱도가 복잡하게 뚫려 있고 지하수가 많이 발생한다. 석탄에는 유황이 함유되어 있는데 공기 중에 노출되면 미생물과 산소에 의해 산화되어 황산이 생성되므로 석탄과 접촉한 갱내수는 산성이 되어 지표로 유출된다. 이를 ‘산성 광산배수(acid mine drainage)’라고 부르는데 산성 조건에서는 금속이 잘 용해되므로 광산배수는 많은 중금속을 함유하고 있다.
탄광의 갱도에서 흘러나오는 지하수는 탄광이 가동 중 일 때는 광산에서 정화처리하여 배출하지만 광산이 폐쇄되고 나면 그대로 방치되기 일쑤이다. 갱도를 다시 흙으로 메워 갱내 지하수가 밖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조치하는 것이 근본 대책이지만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그대로 방치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금속은 대개 산소가 없을 때 잘 용해되며, 산성에서 잘 용해되고 중성이 되면 다시 침전된다. 산성 광산지하수가 금속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이유이다. 그런데 탄광이 아니더라도 지하수에는 산소가 없으며, 이산화탄소가 많이 함유되어 있어 산성을 띤다. 그러므로 지하수에는 지표수보다 많은 금속이 함유되어 있는데 금속의 종류는 지역의 암석의 종류에 따라 결정된다.
가장 흔한 금속 양이온은 칼슘이며 마그네슘, 알루미늄, 철, 망간, 아연 등이 그 뒤를 잇는다. 석회암이 많은 지역에서는 지하수에 칼슘이 많아 물을 담아두면 연한 회갈색의 침전이 생기는데 탄산칼슘이 주성분이다. 철분이 많은 지하수는 지표에 노출되면 하상에 붉은 색 침전을 만들기 때문에 쉽게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알루미늄이 많은 지하수는 흰색 침전을 만들기 때문에 이것도 쉽게 구별된다.

가장 흔한 유독성 중금성은 비소
지하수에 용해된 금속의 대부분은 독성이 낮은 물질이어서 지하수를 음용하는데 문제가 별로 없는데 간혹 비소나 라돈, 우라늄 같은 유해 금속이 함유되면 문제를 일으킨다. 그 중 가장 흔한 것이 비소이다. 비소는 산화상태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로 존재하는데, 비상이라는 종류는 독성이 강해 옛적에 사약으로 사용하거나 독살하는 데 사용하였다는 것을 사극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낮은 농도의 비소에 만성중독이 되면 피부가 검게 각질로 변하며 종양이 생기고, 소화기장애도 있고 암 발생이 증가한다. WHO와 선진국에서 초기에는 음용수의 기준을 0.05 mg/L 이하로 정하였으나 근래에 0.01 mg/L 이하로 강화하였고 우리나라도 이를 따라 0.01 mg/L 이하로 강화하였다.
비소는 우리나라의 지하수에서도 흔히 기준치를 초과하는 유해중금속이다. 안동댐 퇴적물에 침전된 비소도 폐광의 지하수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되며, 강원도에서도 지하수를 이용하는 생수공장이 비소함량 초과로 폐쇄된 사례들이 있다. 폐탄광이 산재한 전라남도 화순지역의 지하수를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135개 지점의 지하수를 조사하였더니 49개소에서 비소가 기준을 초과하였는데 주로 폐광 주변이었다는 보고가 있다. 일반적으로 지하수를 깨끗한 음용수로 생각하고 흔히 약수라고 미화하기도 하는데 지역에 따라서는 유해 금속이 함유될 수도 있으니 검사를 거친 후에 이용하는 것이 좋다.
비소에 의한 지하수 오염은 외국에서도 흔히 발생하는 일이다. 음용수의 비소오염으로 가장 고통을 받는 곳은 방글라데시인데 약 3천만 명의 주민이 비소로 오염된 지하수를 음용수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지표수가 부족하고 오염되어 있어 지하수를 개발하여 음용수로 사용하였는데 지질학적 특성으로 인하여 지하수에 비소함량이 높아 수백만 명은 이미 비소중독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방글라데시 외에도 인도, 칠레 등지에서도 지하수의 비소 오염이 만연하여 있다고 한다. 인위적인 산업폐수로 인한 오염이 아니고 자연적인 발생이다 보니 한 두 곳의 폐수처리장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고 많은 가정에 소규모 정수시설을 갖추거나 지역 정수장을 건설하여 금속을 제거한 후 음용수로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소득이 낮은 지역에서는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비소가 함유된 지하수를 사용하고 있다.

쏘가리 등 최상위 포식자, 중금속 오염에 취약
수중의 유해 중금속은 농도가 낮더라도 생태학적으로는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 먹이연쇄를 통해 농축되는 생물농축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중금속은 수용성이 낮아서 소변으로 잘 배출되지 않고 체내의 지방조직에 축적되는데, 이 생물이 다른 동물에 잡아먹히면 체내의 중금속도 전달되어 포식자의 체내 지방에 축적되면서 계속 농도가 높아지는 농축현상이 나타난다. 수중 농도에 비해 포식자의 체내에는 수백만 배 이상 농축되는 예도 있으므로 수중 농도가 기준이하라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다. 먹이연쇄의 상위에 위치한 쏘가리와 같은 포식성 어류, 또는 수달이나 가마우지와 같은 포식성 동물은 중금속의 오염에 더 취약하다.
음용수가 아닌 호수생태계의 측면에서 본다면 비소보다 더 흔한 중금속오염의 원인이 있으니 그것은 수은이다. 수은은 기체상이 많아 대기를 통하여 퍼질 수 있으므로 전 지구적 문제가 되고 있다. 수중의 농도는 낮지만 먹이연쇄를 통한 생물농축상이 뚜렷하여 인간을 비롯하여 전 세계의 많은 포식자 동물이 만성적인 수은중독을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