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파로호 공수리

공수대교 아래

겨울 붕어 판타지

김철규 호봉실업, 탑레저, 토코떡밥, 태흥 필드스탭 

지난 10월 23일은 24절기 중 가을의 마지막 절기인 상강이었다. 상강이 지나면 겨울의 절기인 입동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그 전에 첫서리가 내린다는 절기가 바로 상강인 것이다.
올여름은 무더위 한 번 없이 비로 시작하여 비로 끝이 났고, 어느새 겨울의 초입으로 들어와 찬바람이 부는 시기에 물가를 찾게 되었다. 지겨울 정도로 내리던 비를 피해가며 출조 하다가 낚시하기 좋은 가을이 왔나 했더니 어느새 그 가을은 저 멀리 떠나가고 있는 것 같다.
지난 10월 20일 고향인 춘천에 볼일이 있어 내려가면서 며칠간 낚시할 만한 곳을 찾아보았다. 춘천의 조황 정보를 늘 친절하게 알려주시는 강변낚시 사장님께 전화를 드리니 찬바람이 붐과 동시에 붕어들이 깊은 곳으로 이동했는지, 아니면 입을 닫아 버렸는지 도통 붕어 나오는 곳이 별로 없고 그나마 파로호 공수리권에서 잔 붕어들이 조금씩 나온다고 알려주었다.
하지만 양구까지는 40여 분 거리라 머뭇거렸다. 되도록이면 춘천권에 머물러야 하는 만큼 이번에는 낚시사랑 회원인 권영수(태공) 씨에게 붕어가 나올만한 곳을 물었다. 권영수 씨가 다시 양구의 지인에게 물으니 역시 공수리권을 추천해주었다.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이곳 파로호 공수리권은 12월 초순까지도 붕어낚시가 가능한 곳으로 이곳을 잘 아는 낚시인들은 11월부터 포인트 경쟁을 벌인다고 한다. 기온이 낮아 물그릇에 살얼음이 어는 상황에서도 입질이 자주 들어오는데 특히 기온이 최저로 내려간 자정 이후에 입질 확률이 높다는 게 단골 낚시인들의 얘기다. 낚시춘추에는 지난 2017년 12월호에 공수리권 밤낚시가 소개된 바 있다.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공수대교 포인트. 붉게 물든 단풍과 더불어 멋진 가을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월척에 못 미치는 붕어로 손맛을 본 필자.

떡붕어도 자주 올라왔다.

필자가 낚시한 골자리 포인트. 몇몇 낚시인이 장박낚시를 즐기고 있었다.

어분 떡밥과 다대편성으로 붕어를 노리는 필자.

필자가 취재일 올린 조과. 7~8치 토종붕어와 떡붕어, 발갱이 등이 고루 낚였다.

춘천권은 풍요 속의 빈곤
춘천권에는 의암호, 춘천호, 파로호와 소양호 등 대형 댐이 4개나 있어 물이 풍부한 곳이지만 의외로 낚시할만한 곳이 별로 없다. 퇴골지, 월송지 등 예전에 자주 찾던 저수지들은 지금은 모두 낚시금지로 묶여 더욱 갈 곳이 없게 되었다. 현재 낚시가 가능한 저수지는 지내지, 용산지, 노루목지 등이지만 이곳들은 붕어 자원이 급감하면서 터가 센 곳이 되어버렸고 지금은 찾는 이가 거의 없는 편이다.
의암호만이 그나마 계곡이 없는 평지형이어서 수초 형성이 잘 되어있고 낚시 자리가 조금 나온다. 그러나 여러 곳에 걸쳐있는 수상레저 시설과 공원, 그리고 사유지가 많아 갈 곳이 별로 없는 게 단점이다.
그 외의 호수들은 거의 급경사의 계곡으로 이루어져 포인트 찾기가 쉽지 않다. 급경사가 조금 덜한 춘천호의 세월리, 고탄리, 인람리와 연꽃마을이 있는 건넌들 등이 좋은 포인트로 꼽히기는 하지만 이곳 역시 붕어 한 마리 만나기가 쉽지 않다.
이 중 건넌들은 수초가 잘 발달 되어있어 최고의 포인트로 속하지만 진입로가 막혀 있어 200m 이상 등짐을 지고 걸어야 하는 어려운 곳이다.
다만 파로호 상류인 화천 용호리권이 접근이 쉽고 포인트가 많아 꾼들이 자주 찾던 곳이지만 이곳 역시 진입로를 막아 놓았거나 좌대 낚시터가 영업 중이라 포인트는 별로 없는 상황이다. 또한 배스와 블루길 유입으로 붕어자원이 급감해 역시 손맛 보기가 어려운 곳이 되고 말았다.
그나마 파로호 상류권인 양구 공수리에서는 토종붕어 개체수가 많고 의외로 6~8치의 작은 붕어와 월척급 떡붕어가 마릿수로 나오고 있다. 시기를 잘 타 출조하면 100수 이상의 조과도 올리는, 그야말로 물 반 고기 반의 전쟁터가 되기도 하는 곳이다.
하지만 그것도 찬바람이 불기 전의 일이고, 매년 10월 말이 되면 그나마 작은 붕어들도 어쩌다 한 번씩 입질을 해준다. 이맘때가 양구에서는 그야말로 낚시하기 힘든 계절이 되는 것이다.

2018년 완공된 공수대교 부근이 명당 
필자는 양구권과 춘천권의 저수지는 거의 다 다녀 보았지만 파로호 최상류인 공수리권은 처음으로 찾아가게 되었다. 양구 시내에서 7km 정도 떨어진 곳으로, 공수대교를 기점으로 낚시 포인트가 형성되어 있었다.
공수대교는 총연장 332m, 폭 10.5m 규모로 지난 2018년에 준공된 2차선의 교량이다.  1944년 화천댐이 건설되면서 형성된 파로호로 인하여 공수리 마을은 남북으로 갈라지게 되었다. 공수리 주민들은 이웃이던 앞마을로 가기 위해 배를 이용하거나 육로로는 15km가량 우회해야 하는 불편을 겪게 되었다. 이에 양구군은 지난 2007년에 잠수교를 설치하여 공수리 주민들의 통행을 돕게 되었지만 화천댐에 담수가 이루어지거나 장마철에 수위가 오르면 물밑에 잠겨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했다.
결국 양구군과 주민들은 정부에 교량 건설 국비 지원을 지속적으로 건의했고 드디어 2016년에 행정자치부의 지원으로 2018년에 공수대교가 준공됐다. 이 공수대교를 중심으로 양쪽 연안과 상, 하류에 많은 포인트가 형성되어 있는데 공수대교의 완공으로 과거보다 접근성이 더욱 좋아졌다.
이 구간은 이전에 건설되었던 잠수교를 기준으로 특급 포인트를 가지게 되었다. 잠수교가 물 밖으로 드러나면 공수대교 건너편이 특급 포인트가 되고 잠수교가 잠기면 공수대교를 건너지 않는 다리 하류 지역이 특급 포인트가 된다.
몇 곳을 돌아보고 공수대교에 도착하니 이미 오후 4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해가 짧은 늦가을이고 산이 높은 곳이니 만큼 서둘러 낚시할 포인트를 찾아야 했다. 다리를 건너 포인트를 살펴보니 차량이 통행한 흔적이 물가로 드러나 있었지만 낚시인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공수대교 하류에 캠핑카와 텐트 몇 개가 보였다.
그곳을 목표로 정하고 다시 다리를 건너 진입로를 찾아 들어가 보았다. 좁은 길을 따라 무작정 내려가다 보니 물가가 나왔지만 그곳은 수심이 얕아 낚시를 할 수 없었다. 누군가 만들어 놓은 나무 좌대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다시 돌아서 나와 다른 길로 찾아 들어가니 공수대교에서 보았던 캠핑카가 눈에 들어왔다. 주변에는 이미 곱게 물들기 시작한 나무들이 줄지어 선 채 반겨 주었고 그 사이 공간으로 접어드니 물이 빠진 공터에 낚시인들의 모습이 보였다. 장박낚시를 하시는 두 분이 계셨고 또 한 분은 일을 보러 서울로 갔는데 이틀 후에 돌아온다고 한다.
이곳에는 수몰 버드나무 사이에 포인트가 형성되어 있었다. 물이 빠지면서 수심이 얕아져 좋은 포인트 몇 곳은 낚시를 할 수 없었다. 버드나무를 벗어나면서부터는 맨땅이 드러났고 그곳부터 수심이 깊어져 낚시를 할 수 있었다.
포인트를 살펴보고 있자니 장박낚시를 하시는 분이 ‘전날 철수한 분이 하루 10여 수의 붕어를 잡은 곳’이라며 한 곳을 알려 주었다. 마땅히 갈 곳도 없어 망설일 것도 없이 그곳을 포인트로 정하고 서둘러 좌대를 편성했다. 텐트를 올리고 찬 기온에 대비해 온수 보일러까지 설치했다.
그런데 대편성을 하며 수심을 체크하다 보니 잘못 앉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채비를 던져 보니 수심이 깊어도 너무 깊었다. 아무리 늦가을 찬바람이 부는 상황이라도 4m에 육박하는 깊은 수심은 그리 좋게 느껴지지 않았다. 다른 곳으로 옮기기에는 너무 늦어 3.0칸부터 4.2칸까지 모두 12대를 편성하고 옥수수와 더불어 잡어 극복을 위해 딱딱하게 반죽한 어분글루텐을 미끼로 준비했다.

드론으로 촬영한 공수대교. 2018년에 완공됐다.

용산에서 온 신기수 씨가 준척 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맑은 물에 사는 참몰개도 낚였다.

단풍으로 물든 물가.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하다.

물안개 속에 아침 해가 솟구치고 있다.

물안개 내려앉은 단풍 절경에 감탄이 저절로
이내 어둠이 내리기 시작해 서둘러 대를 펴고 밤낚시 준비를 끝냈다. 홀로 출조를 하다 보니 저녁 끼니도 거르고 있었다. 다음날 찾아올 친구를 위해 본부석용 텐트를 치고 테이블까지 세팅한 후 나 홀로 저녁밥을 지어 먹었다.
배를 채우고 본격적인 낚시를 위해 좌대에 앉았다. 이미 밤이 깊었는데도 찌 앞으로는 공수대교의 가로등 불빛이 반사되어 밤을 잊게 만들어 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마디 올린 후 끄는 입질에 챔질하니 묵직한 손맛을 느끼게 해주며 월척급 붕어가 달려 나왔다. 하지만 불빛에 비춰 보니 아쉽게도 붕어가 아닌 30cm급 발갱이였다.
첫수가 붕어가 아니라 실망스럽기는 했지만 그래도 깊은 수심에서 입질이 있다는 것에 기대감을 가지고 낚시할 수 있었다. 밤이 깊어갈 즈음 멋진 찌올림을 보여주며 올라온 녀석은 작지만 예쁜 7치의 붕어였다. 이후 늦은 시간까지 지켜보았지만 더 이상 입질이 없어 잠시 휴식을 취했다.
다시 새벽 4시에 일어나 아침낚시에 집중해 보기로 했다. 케미 불을 밝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역시 8치 정도의 작은 붕어 한 수가 나와 주었다. 활발한 아침 입질을 기대했지만 그 붕어가 이날 아침의 마지막 붕어가 될 줄은 몰랐다.
서서히 날이 밝아오며 눈앞에 펼쳐지는 그림은 환상이었다. 물안개가 살포시 호수를 덮으며 피어나는 그림은 한 폭의 동양화가 눈앞에 펼쳐지는 듯 했다. 붕어야 잡히면 좋고 안 잡혀도 좋은 그런 시간이었다.
멋진 풍광만 바라보다 아침 시간이 지나갔고 오전 중에 고향 친구인 박희설도 합류했다. 바로 옆에 자리 잡은 친구도 대편성을 해놓고 필자는 일을 보러 춘천으로 향했다.
그날 오후 해가 지면서 불던 바람도 그치고 다시 잔잔한 가운데 밤낚시를 시작하였다. 해가 지고 난 뒤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초겨울로 들어서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했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다음날 아침 기온이 0도까지 떨어진다는 예보도 있었기에 차가운 날씨에 붕어들이 깊은 곳으로 들어가면 입질 보기가 쉽지 않을 듯 보였다. 하지만 걱정도 잠깐이었다. 어둠이 내린 후 첫 입질을 받아 준척급 붕어가 나왔고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입질을 해주었다.
간혹 끌고 가는 입질에 챔질해 보면 힘 좋은 발갱이가 걸려들어 옆 낚싯대의 낚싯줄을 걸어버리는 일까지 벌어졌다. 차가운 기온에도 작지만 심심치 않게 나와 준 붕어 때문에 이날 밤은 일찍 낚시를 마감하고 편안하게 쉴 수가 있었다.
다음날 새벽은 소나기 입질을 기대했지만 더 이상의 붕어는 나오지 않았다. 28cm의 붕어까지 모두 7수의 붕어와 발갱이 3수 등으로 마감을 하였다. 친구 박희설도 몇 수의 붕어를 만났지만 역시 9치 이하의 작은 붕어들로만 손맛을 보았다.
차갑게 떨어진 기온으로 큰 붕어들을 만나지 못해 못내 아쉬웠지만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단풍과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동양화를 가슴에 품고 돌아온 춘천권 출조였다. 내륙지역인 춘천은 다른 곳보다 일찍 시즌이 마감된다. 내년에는 조금 일찍 공수리를 찾아 작은 붕어지만 마릿수로 승부를 내 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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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 양구읍에서 공수리 방면으로 가다가 공수대교 입구를 지나 800m 정도 계속 가면 우측에 한반도 펜션 입간판이 보인다. 우회전해 내려가면 물가로 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