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 개막 열전현장
뜻밖의 참돔 공세에 붉게 타오르는 겨울 홍도
김진현 기자
신선하고 충격적인 조황을 꿈꾸는 이라면 올 겨울 신안 홍도를 주목하길 바란다. 단, 주변 낚시인들에게 홍도에 관해 물어보면 십중팔구는 ‘홍도는 감성돔 시즌이 짧다’, ‘홍도보다 태도, 만재도, 가거도가 더 낫다’는 의견이 쏟아져 나올 것이 분명하므로 그 말에 흔들리지 말기 바란다. 최근의 홍도 조황은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 “이 놈들이 홍도 참돔입니다.” 한사현, 권태이, 김영길씨(왼쪽부터)가 홍도 북쪽에 있는 탑섬 떨어진여에서 낚은 참돔을 보여주고 있다.
▲ 10월부터 대형 참돔을 쏟아낸 탑섬. 왼쪽에 있는 작은 바위가 떨어진여다.
현실적으로 겨울 감성돔낚시터로서의 홍도를 얘기하면 한물갔어도 이미 오래 전에 한물간 낚시터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홍도의 인기가 떨어진 이유를 조황부진이라 생각한다면 잘못이다. 홍도의 인기가 식은 이유는 1990년대 들어 만재도, 태도, 맹골도 등 신흥 감성돔 낚시터가 대거 등장해 조황의 상대적 비교에서 홍도가 밀렸기 때문이다. 더구나 홍도는 관광지라는 이유 때문에 낚싯배 직항노선이 없기에 여객선보다 낚싯배 입도를 원하는 낚시인들에게 홍도의 매력은 떨어졌다.
그런 홍도가 조용히 그러나 깜짝 놀랄 정도의 변신에 성공했다. 감성돔 시즌이 길어졌고 예년에 없던 참돔이 무리지어 낚이기 시작했다. 현지 낚시인과 선장들은 “홍도의 참돔낚시는 올해가 원년이라 해도 될 만큼 참돔이 갑자기 많이 낚이고 있다. 또한 감성돔 시즌이 길어져 영등철에도 낚인다. 낚시인의 발길이 뜸해 어자원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고 말했다. 초등철이면 어김없이 북새통을 이루는 다른 원도와는 달리 홍도는 한적한 것이 매력이며 12월에 들어서면 종종 감성돔 떼고기 조황을 보여준다. 홍도는 어느새 낚시인들이 갈망하는 ‘감성돔은 많고 낚시인은 적은 섬’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 갈매기여에 내린 김영길씨가 독립문바위 일대를 바라보고 감성돔을 노리고 있다. 가운데 구멍이 난 네모난 여가 독립문바위. 맨 오른쪽은 높은섬.
11월은 돌돔낚시 시도할 만큼 물색 맑아
나는 지난 11월 22일 홍도를 찾았는데, 그때 목적은 감성돔도 참돔도 아닌 돌돔이었다. 11월 말에 홍도에서 돌돔이라니…! 돌돔파이터 조운용 부회장은 “홍도 1구 이흥기 선장에게 문의한 결과 10월 중순부터 참돔이 폭발적인 조황을 보인다고 한다. 참돔이 잘 낚이는 물색과 수온이라면 돌돔도 유망하다. 또 어부가 쳐놓은 그물에 돌돔이 종종 걸려나온다는 말을 들었다. 홍도는 여름 돌돔터로만 알려져 있지만 깊은 곳이 많아 초겨울 돌돔터로도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탐사는 실패로 돌아갔다. 당초 11월 초에 출조할 목적이었지만 기상 악화로 두 번이나 연기했고 열흘 동안 불어댄 바람 때문에 홍도 해역의 수온이 떨어지고 물색도 탁해진 것이 악조건이었다.
▲ 홍도 현지민 최영록씨는 11월 22일 오후, 단오섬 용소바위에서 40cm가 넘는 감성돔을 두 마리 낚았다.
철수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목포 프로낚시 김영길 사장의 메시지를 받았다. “참돔낚시를 들어갈 예정이니 홍도에서 기다리고 있어보라”는 것이었다. 내가 “11월 말인데 감성돔을 노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으니 “감성돔이 이미 홍도 전역에 붙어 있지만 아직 물색이 맑아 낱마리 조황에 그치고 있다. 지금은 참돔의 확률이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김영길씨와 통화한 그날 오후 단오섬 용소바위에 내린 최영록씨(홍도 현지민)가 40cm가 넘는 감성돔을 두 마리 낚은 것을 확인했고, 미사리여(무제비여) 옆에 있는 오동여와 독립문바위 뒤쪽에 있는 살팍여에 내린 낚시인들이 5짜 감성돔을 비롯해 서너 마리의 감성돔을 낚은 것을 확인했다. 참돔 시즌이 마감한 것 아닌가?
그러나 1구 안효민 선장의 민박집에서 만난 권태이씨 일행의 말은 또 달랐다. “탑섬 떨어진여에 내려 참돔을 노렸는데 5호 목줄을 7번이나 터트렸다. 대물 참돔이 우글우글하다. 내일도 탑섬 떨어진여로 나갈 것이다.”하고 말했다. 나와 김영길 사장은 무엇을 노릴지 갈등에 휩싸였다.
▲ 강릉에서 온 권태이씨가 참돔을 놓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감성돔 대신 참돔이 쏟아져…
11월 23일 오전 7시, 권태이씨 일행이 탑섬 떨어진여에 내린 후 김영길 사장과 나는 높은여 곶부리에 해당하는 일명 커피잔 자리에 내렸다. 김 사장은 지난 11월 8일 이곳에 내려 들물에 40~70cm 참돔을 여러 마리 낚았다고 했다. 물색은 맑았고 썰물 조류도 보기 좋게 흘러갔다. 기대했던 참돔 입질은 금방 왔지만 아쉽게도 바늘이 빠져 버렸다. 그 후로는 통 입질이 없었다.
썰물이 끝나고 들물이 시작되자 탑섬을 바라보고 낚시했다. 40cm가 넘는 감성돔이 먼저 물고 나왔고 그 후엔 큰 우럭이 낚였다. 참돔은 낚이지 않았다. 김 사장은 ‘참돔 시즌이 거의 끝났다’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권태이씨 일행은 50cm급 참돔 두 마리와 감성돔 한 마리, 부시리 한 마리를 낚아왔다. 권태이씨는 “엄청난 양의 농어 떼가 포인트 앞을 지나갔고 큰 농어를 걸었다가 바늘털이를 당했다. 이번에도 3번이나 큰 참돔을 터뜨렸다”라고 말했다.
머릿속이 복잡해졌지만 다음날엔 감성돔을 노리기로 했다. 권태이씨 일행은 마지막까지 탑섬 떨어진여로 나갔고 나와 김영길 사장은 독립문바위 뒤쪽에 있는 살팍여(조금물때 전후에 감성돔 조과가 뛰어난 곳)를 목적으로 하고 나갔다. 하지만 살팍여에 가니 그물이 쳐져 있었다. 하는 수 없이 독립문바위 앞에 있는 갈매기여에 내렸다.
안효민 선장은 “갈매기여는 독립문을 바라보고 낚시하면 들물에 감성돔이 잘 낚인다. 감성돔이 붙으면 마릿수로 낚이는 자리”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럭과 볼락만 낚였고 감성돔은 낚이지 않았다. 수심 선택이 패착이었다. 물색이 너무 맑아 수심이 얕은 갈매기여에는 감성돔이 붙지 않았던 것이다.
▲ 동이 트는 홍도 1구항. 가운데 낮은 봉우리가 노적산이다.
한편 권태이씨 일행은 이날도 참돔으로 대박을 쳤다. 오전 썰물에 60~75cm 참돔 네 마리와 50cm급 참돔 세 마리를 낚아낸 것이다. 권태이씨는 “썰물이 제대로 흐르는 한 시간 동안 아주 폭발적인 입질이 왔다. 더 좋은 들물이 이제 막 시작되었는데 철수하는 것이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감성돔을 기대했던 11월 말이었지만 홍도의 주인공은 참돔이었다. 안효민 선장은 “물이 맑아서 그렇다. 물이 탁해지면 내일이라도 감성돔이 낚인다. 감성돔은 보통 12월 초순에 시즌이 시작되어 12월 말이면 끝난다고 했지만 최근에는 1월 말까지 호황모드를 이어가고 있으며 낚시인의 발이 끊어지는 3월 영등철에도 대물 감성돔이 낚인다”고 말했다.
나중에 알았는데 오전에 내리려다 포기한 살팍여에는 수원 서울낚시 임윤혁 사장 일행이 들어가서 40cm 내외의 감성돔을 여러 마리 낚았다고 한다.
조황문의 목포 프로낚시 010-3646-3881, 1구 안효민 017-246-4848, 1구 이흥기 011-638-6802
홍도 감성돔 전략
사리물때 본섬 서쪽을 노려라
| 안효민 선장 |
홍도로 감성돔낚시를 온다면 사리물때 전후가 좋다. 북쪽의 독립문바위 일대보다는 본섬 서쪽에서 훨씬 많은 양의 감성돔이 낚인다. 사리때 독립문바위 일대는 조류가 세서 낚시하기 힘들다. 다만 본섬 주변으로 조류가 잘 가지 않는 조금때는 독립문바위 일대로 나간다. 독립문바위 일대의 크고 작은 여 주변은 깊고 조류가 빨라 여름·가을에 참돔, 돌돔, 농어를 노리기에 적합하다.
루어낚시 여건도 일급
▲갈민여에서 낚은 큰 씨알의 볼락.
홍도에서 우럭, 광어, 쥐노래미가 루어에 잘 낚인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가보니 전국 최고의 여건을 가지고 있었다. 1구 마을 앞 방파제와 1구 뒤편 해수욕장 주변의 여밭은 천혜의 루어 포인트. 우럭, 볼락, 광어, 농어 등이 모두 크고 양이 많다. 안효민 선장은 “여름에는 농어, 부시리가 귀찮을 정도로 설치고 8월 이후엔 루어에 대형 우럭이 잘 낚인다”고 말했다. 이흥기 선장은 “예전에는 열기와 우럭이 많았는데 지금은 볼락이 더 많이 낚이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늦가을과 겨울에 볼락외줄낚시로 20~25cm급을 하루에 100kg씩 낚곤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