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의 작은 고추

맵다 매워! 여호수로

도랑만한 수로에서 4짜 월척이…

김중석 객원기자·천류 필드스탭

▲ 작은 규모지만 풍부한 어자원을 품고 있는 여호수로.

6월 26일 주말에 장맛비가 쏟아진다는 일기예보를 듣고는 고흥 점암지 축사 밑 물골지대를 찾았다. 많은 비가 내리면 틀림없이 대박을 터뜨릴 곳이다. 하지만 일기예보와 달리 출조 당일엔 이슬비도 내리지 않아 허탕을 치고 말았다.
한숨을 푹푹 쉬며 철수하는데 동행한 이성균씨가 손맛이 그리운 듯 “여기까지 와서 붕어 얼굴도 못보고 철수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하면서 옷깃을 잡아당긴다. “손맛은 둘째치더라도 찌맛이라도 볼 수 있는 데를 찾아봅시다.” 그때 한동안 잊고 지냈던 여호수로가 떠올랐다.

웃음이 나올 정도로 작은 수로

전남 고흥군 점암면 여호리에 있는 여호수로는 6천평짜리 여호지의 작은 퇴수로다. 수로라기보다는 도랑에 가까운 곳이지만 규모에 비해 어자원은 풍부해서 이곳에서 쉬쉬하며 씨알 좋은 붕어를 마릿수로 빼먹는 이들이 있다. 작년에도 늦여름부터 초겨울까지 호황을 보였는데 4짜 붕어도 여러 마리 낚였다. 언제 출조해도 빈작이 없을 정도로 잔챙이부터 준척 월척까지 만날 수 있는 곳으로 굵은 장어도 덤으로 낚인다.
여호수로에 도착하자 낚시터를 본 동료들이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수로 폭은 6~7m, 좁은 곳은 3m밖에 안 된다. 내가 “규모는 작지만 붕어 자원을 많이 품고 있으니 내일 아침 조황을 보고 딴소리하지 마라” 고 큰소리를 치자 하나둘 포인트를 찾아 흩어졌다.   
이곳은 참붕어 미끼가 잘 듣는 곳이어서 채집망을 담그고 대를 펴고 있는데 이병곤씨가 수심을 재다가 50cm 크기의 가물치를 낚아냈다. 건너편 연안에 찌를 세웠는데 지렁이 미끼를 물고 끌고 가더란다. 잠시 담가놓은 채집망에는 미끼로 사용하기엔 조금 큰 참붕어가 많이 들어와 있고 새우도 몇 마리 보였다. 참붕어를 꿰어 수초 앞에 찌를 세웠는데 찌가 스르르 끌려들어가는 게 아닌가. 순간 장어라고 생각하고 챔질했는데 장어는 맞지만 씨알이 잘다. 300g 정도의 장어였다.  

 ▲여호지 제방이 보이는 여호수로 상류. 김찬승 회원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다.

참붕어 미끼에 스멀스멀 입질이

낮부터 극성을 부리던 모기 성화가 해질녘에는 더욱 심해졌다. 모기약을 바르고 모기향을 피웠는데도 속수무책. 얼굴에 모기망까지 쓴 채 전투를 하듯 초저녁 입질을 기다리고 있는데 건너편 수로에 앉아있던 이성균씨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첫 입질에 41.5cm의 4짜 붕어를 낚음.”
전화를 걸어 ‘붕어도 없는 도랑이라고 할 때는 언제고 웬 4짜냐’고 묻자 “참붕어 미끼를 꿴 낚싯대의 스멀대는 찌올림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져 챔질했더니 4짜붕어가 덜컥 물어주지 뭡니까”하고 답한다. 자신도 이런 곳에서 4짜가 낚일 줄은 정말 몰랐다는 말투다. 
밤이 깊자 입질 빈도는 현저하게 줄어들고 적막감마저 감도는데 이병곤씨가 또 가물치를 낚아냈다. 가물치밭에 앉은 게 분명했다. 칼자루 씨알부터 55cm까지 꽤 여러 마리를 낚았다. 이른 아침이 되자 입질은 다시 살아나면서 잔챙이 붕어가 낚이더니 옆에 앉은 김찬승씨가 새우 미끼로 턱걸이 월척을 낚아냈다. 그는 현장 채집한 새우를 미끼로 사용해 말풀밭에 찌를 세웠다.

▲굵은 가물치와 4짜 붕어, 월척으로 손맛을 봤다. 좌로부터 이병곤, 이성균, 김찬승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