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루어와 릴찌낚시 동반 성장

바다 생활낚시, 배낚시용품 매출 비중 높아

고가보다는 중저가 장비 선호 추세 뚜렷

김진현  기자 kjh@darakwon.co.kr

부산 동래구 온천동 소재의 주식회사 만어 본사 앞에 선 안국모 대표.

주식회사 만어의 창업주인 안승근 회장은 1969년 대나무낚싯대를 제작하는 것으로 낚시업을 시작했다. 낚싯대 공장을 인수해 작업 공정이 긴 대나무낚싯대 생산기간을 단축해서 제작한 ‘동양작’이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글라스로드가 대중화되면서 대나무낚싯대의 시대가 끝났음을 직감한 안 회장은 1971년 부산 충무동의 형제낚시 앞에 태화상사라는 이름으로 낚시점을 열었다. 점원 1명, 15평짜리 매장으로 시작해 오리엔탈 낚싯대의 부산대리점과 도매점을 겸했다.

71년 태화상사로 출발, 내년에 창립 50주년 
태화상사는 일본에서 원사를 수입해 소량으로 되감아 판매하는 것으로 인기를 끌었다. 주변의 대형 매장으로 인해 경영난을 겪기도 했지만 꾸준한 성장을 거쳐 1980년에 남포동으로 자리를 옮기고 상호를 만어낚시로 바꾸었다.
이때부터 만어낚시는 수입전문점으로서의 사업적 수완이 빛을 발했다. 수출용 미노우 플러그를 국내에서 시판하는가 하면 부산을 중심으로 붐이 일기 시작한 바다낚시를 겨냥해 일본에서 트롤링릴, 갯바위신발, 구명조끼 등을 수입해 판매했다. 만어낚시는 부산낚시인들에게 낚시 유행을 선도하는 낚시점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1990년에 일본 마루큐 한국총대리점 계약을 맺고 중층낚시용 떡밥과 바다낚시 집어제를 선보였다. 바다낚시 집어제인 마루큐 지누파워는 만어낚시가 가장 먼저 수입해 판매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사세를 확장해나간 만어낚시는 1999년 9월 남포동4가에 사옥을 세웠다. 
이때 회사는 큰 변화를 맞는다. 안승근 회장이 장남 안국모에게 경영 일선을 맡기고 자신은 총괄 고문의 자리로 물러난 것. 안국모 대표는 경영자로 준비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았다고 한다. 
“제대로 사업을 배워보자는 생각에 일본 유학길에 올랐습니다. 일본어전문학교를 다니며 일본 최대의 낚시 도매상 하마다에서 일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일본 낚시점의 재고 관리나 판매 전략 등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것이 많았습니다. 일본어가 능통해지자 마루큐와의 무역 업무가 손쉬워졌습니다.”

물류의 전산통합관리로 경쟁력 강화      
회사가 안국모 대표 체제로 완전히 자리 잡은 시기는 2013년.  그는 유통시스템부터 바꿨다. 일본 유학 시절 전산관리를 통한 재고관리의 효율성을 체감한 안 대표는 회사에서 수입·유통하고 있는 제품을 모두 바코드화하고 전 제품의 입출고와 재고·회계관리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ERP(전산통합관리시스템)을 도입했다. 현재 주식회사 만어가 수입·유통하고 있는 브랜드는 자사 브랜드인 인크론을 비롯해 한국총판을 맡고 있는 마루큐, 마루토 외 다수. 안국모 대표는 체계적인 상품 관리와 거래가 이뤄지면서 비용을 줄이고 매출을 더 늘릴 수 있었다고 말한다.  
“많은 비용이 들었지만 ERP를 도입해 현재 모든 시스템을 전산화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처음에는 바코드와 자동 전산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저도 직원도 힘이 많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어떤 제품이든 바코드만 찍으면 그 자리에서 재고 파악은 물론 자동 발주까지 되기 때문에 소수의 인원으로도 매장을 관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온라인 매장의 경우  그 효과가 더 큽니다. 현재 지마켓, 11번가, 옥션, 위메프, 쿠팡, 스토어팜 등 8~9개 매장을 전산으로 자동 관리하고 있는데 오픈 마켓의 경우 13%의 판매 수수료를 떼는 상황에서도 자동 전산으로 더 나은 마진을 거둘 수 있습니다. 8~9개의 온라인 매장을 사람 손으로 운영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지만 ERP를 도입함으로써 소수의 인원으로 즉각 모든 온라인 매장을 동시에 관리를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아주 큰 경쟁력입니다.”

부산 동래구 온천동에 있는 주식회사 만어의 매장 내부. 바다 갯바위낚시 코너에 많은 구멍찌가 걸려 있다.
1만 가지가 넘는 제품의 발주 및 재고관리를 전산통합관리시스템 ERP로 운영하고 있다.

연말까지 20% 매출 성장 기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낚시업계가 어려움에 처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주식회사 만어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코로나19가 터진 직후에는 우려한 대로 5월까지 작년 대비 매출이 떨어졌습니다. 뉴스를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회사 바로 옆에 있는 동래 온천교회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여러 명 나오면서 동래 일대는 정말 쑥대밭이 되었어요. 6월에 정부에서 재난지원금이 나왔을 때만해도 반신반의 했는데 재난지원금을 쓰러 매장을 방문하는 낚시인들이 늘어나서 떨어졌던 매출은 금방 회복되었습니다.

작년과 비교해보면 어떤가요?
일본 수입품이 많은 우리 회사로서는 작년에 터진 일본불매운동으로 많이 힘들었습니다. (9월까지)매출을 본다면 작년 보다 10% 정도 더 성장한 상태입니다. 부산의 경우 바다낚시가 활기를 띠는 겨울이 성수기이기 때문에 연말이 되면 더 매출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작년보다 20% 정도 매출이 나아지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습니다. 예년 매출을 보면 9월부터 12월까지 넉 달이 피크 시즌이고 매출의 3분의 2를 그때 달성합니다. 매출 상승이 보통 1월 중순까지 이어집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매장의 매출 상황은 어떻습니까?
흔히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온다고 합니다. 언택트, 비대면에 사람들이 적응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지 8개월이 지난 지금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내가 불편을 감수한다’는 마음을 가지면서 언택트, 비대면이 자연스레 몸에 밴 것 같습니다. 온라인 매장은 코로나 초반에 매출이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그로 인해 오프라인 매장이 죽을까 걱정했지만 오프라인 매장 역시 그 나름대로 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마스크를 쓰고 손소독을 하며 매장을 방문하는 것이 불편하지만 오프라인 매장만의 매력이 있기 때문에 매출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습니다.

바다 릴찌낚시와 중저가 장비 시장 성장
올해 매출이 두드러진 낚시 장르는 무엇입니까?
바다 릴찌낚시와 바다 루어낚시입니다. 비율은 거의 5 대 5 정도입니다. 전체 매출 역시 바다가 가장 높습니다. 예전과 다른 것이 있다면 바다 루어낚시의 경우 생활낚시 분야의 강세가 두드러집니다. 문어와 갈치낚시용품 매출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갈치, 문어, 주꾸미 순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온라인 매장의 경우 주꾸미가 가장 높고 최근에는 야엔, 아징 제품도 잘 팔리고 있습니다.

바다 릴찌낚시 매출이 올랐다고 했는데 낚시 인구가 증가한 것일까요?
아마도 중부 지방의 바다낚시 시장이 침체된 결과 그 지역 소비자들의  주문이 우리에게 집중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바다낚시인들 사이에선 ‘만어에 가면 다 있다’는 말이 있는데 바다낚시용품 분야에서는 우리가 최다 품목을 갖추고 있는 게 사실이어서 온라인으로 많이 유입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중층낚시용품도 매출이 소폭 상승했는데 같은 이유로 보입니다.

릴찌낚시용품은 어떤 것이 인기가 있습니까? 
예전에는 고급 릴 제품이 많이 나갔고 일부 제품은 재고가 남아나질 않았는데 요즘은 중저가 제품이 잘 팔리고 있습니다. 인기 있는 제품은 없어서 못 팔 정도입니다.

입문자가 늘어서 그런 것일까요?
그런 영향도 있지만 우선 소비자들이 합리적이고 똑똑해졌습니다. 예전처럼 마구잡이로 구입하지는 않습니다. 정보를 충분히 수집한 후에 매장에 와서 구체적으로 주문을 합니다. 예전에는 ‘줄 하나 추천해달라’고 했지만 요즘은 모든 정보를 취합한 후에 제품을 선택하고 매장을 방문해서 ‘이런 저런 제품을 달라’고 합니다.

바다집어제, 구명복, 합사 매출 규모 커져
바다낚시 쪽에서 올해 잘 팔린 히트상품을 꼽는다면 무엇입니까?
바다낚시 쪽에선 마루큐 구레 브이9, 브이10를 들 수 있습니다. 올해 많이 판매가 되고 있는데 예전에는 비싸다고 구입을 꺼렸지만 요즘은 낚시인들이 환경과 고효율을 따져서 기존 집어제에 비해 2~3천원 더 비싼 가격임에도 구입하는 듯합니다. 그리고 배낚시의 활성화로 팽창식 구명복의 판매가 늘었는데 팽창식 구명복은 브랜드마다 출시되고 있지만 그 많은 브랜드가 골고루 다 잘 팔릴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고체형 구명조끼보다는 팽창식 구명복이 선호도가 높습니다. 합사 시장도 커졌습니다. 예전에는 선라인, 고센, 요쯔아미 같은 고급 브랜드 합사가 잘 팔렸는데 요즘은 입문자들이 저가형 합사도 즐겨 찾고 있습니다.

내년 낚시업계 경기를 어떻게 예측하십니까?
코로나19가 내년까지도 진행된다고 생각합니다. 백신이 등장하겠지만 안전성의 문제 등으로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이유로 낚시는 내년에도 선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한테 중요한 건 날씨입니다. 주말 날씨가 좋아야 매출이 늘어나는 데 그것은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불가항력입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장기적으로 지속돼서 경기가 위축되면 시장이 얼어붙으니 코로라19가 빨리 종식되어야 할 것입니다.

준비하고 있는 상품이나 마케팅 전략은?   
내년에 합사줄을 출시할 계획입니다. 8합사로 인크론 브랜드로 출시할지 마루토로 출시할지 제3의 브랜드가 될지는 미정입니다. 합사는 원사의 품질이 중요한데 지금 여러 가지 라인을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마케팅과 홍보는 유튜브가 대세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소셜미디어가 있는데 그런 쪽으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어떤 업무에 치중하고 계십니까?
내적인 업무와 외적인 업무 두 가지가 있습니다. 내적인 업무에는 수입품 발주부터 입고까지 하고 있는데 중국이든 일본이든 손수 업무를 처리하고 있으며 물건 정리까지 하고 있습니다. 외적인 업무로는 작년부터 부산대학교의 경영 대학원에서 MBA(전문 경영인을 양성하기 위한 경영학 전공 과정) 박사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졸업은 내년 여름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대학원 사람들과 어울리고 있습니다.

박사과정은 쉽지 않은 결정 같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MBA 박사과정은 제가 경영인으로서 제대로 하고 있는가, 지금까지 너무 안일하게 해온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에서 시작했습니다. MBA가 대표적인 최종 경영자 양성 과정이다보니 힘들어서 포기하는 사람이 많고 저는 나이도 많아서 힘들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시험 때문이라도 책을 보게 되었고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더불어 MBA 과정에서 만난 지인들은 똑똑하고 착하고 예의발라서 이 선택은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창업도 할 예정입니다. 현재 20명 정도 협력해서 준비하고 있으며 3년 안에 200억 규모로 성장시키려는 프로젝트입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내년은 만어도 낚시춘추도 50주년을 맞이합니다. 창업주이신 안승근 회장님과 함께 만어 50주년을 축하하고 싶지만 현재 건강이 좋지 않으셔서 기념행사를 갖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자체행사로 축소해 진행할 계획인데 낚시춘추에서, 함께 50살을 맞는 주식회사 만어를 기억해주시고 축하해주시길 바랍니다.

자잘한 소품 하나에도 모두 바코드가 적용되어 있다.

직원 등록이 된 휴대폰에 바코드를 입력하면 현재 재고 상황부터 자동 주문까지 원클릭으로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