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 고초골낚시터

행복한 낚시인의 조건

김병조 (주)천류 필드스탭, 유료터닷컴 고문, 유튜브 춤추는 찌불의 일조삼락 진행자

가을의 문턱을 넘어선 지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가을이 깊어져가고 있다. 길가에 아무렇게나 나부끼는 낙엽을 밟고 지나면 왠지 쓸쓸함이 느껴진다. 마음 한편에서는 어디론가 떠나라고 등을 떠민다. 이번 낚시여행은 동행자 없이 오롯이 홀로 가을 낭만을 즐기기로 하고 가을 분위기가 무르익은 용인의 고초골낚시터로 떠났다.
동이 터 오기 전 어둠을 뚫고 집을 나섰다. 평소에는 이렇게 일찍 나서지 않지만 출조하는 날이 일요일이기에 더욱 서둘렀다. 전날 출조한 낚시인들이 철수하기 전에 먼저 도착해야 조과를 카메라에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전을 출발해 1시간30분 만에 고초골낚시터에 도착했다. 오랜만에 다시 찾은 고초골낚시터에서 제일 먼저 나를 반긴 건 물안개 핀 멋진 아침 풍경이다. 전날은 일교차가 15도 정도로 많이 차이 나서 그런지 물안개가 멋지게 피어오른 것 같았다. 이런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낚시를 배우길 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물이 맑고 풍광이 좋은 고초골낚시터의 평화로운 풍경.
▼수원 낚시인 오세창 씨가 물안개 속에서 채비를 던져 넣고 있다.

낚시를 배우길 참 잘했구나
이른 시간인지 철수하는 낚시인은 눈에 띄지 않고 아침 입질을 노리고 낚시하는 사람들만 듬성듬성 보였다. 어제가 올 가을 들어서 가장 추운 날이라고 예보되었는데 좌대에서 낚시한 조사들은 밤을 새운 것인지 덩그러니 빈 낚싯대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무래도 방안에서 늦은 취침을 하고 있는 듯하다.
우선 노지에서 낚시한 조사들의 지난밤 조과를 확인하러 갔다. 곶부리 포인트에 가장 많은 낚시인이 자리해 있는데 노지에서 가장 인기 있는 포인트라 그런지 대부분 자리에 살림망이 담겨 있었다. 곶부리 포인트 바로 옆에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두 분의 조사가 환하게 웃으며 정담을 나누는 풍경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문득 평산 송귀섭 선생께서 필자에게 했던 말씀이 생각이 났다.
“평생 함께할 수 있는 조우 한두 명이 있다면 행복한 낚시인이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정겹게 담소를 나누는 노 조사 두 분을 보게 되니 문득 선생의 말씀이 떠올라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에게도 그런 친구가 한 명 있으나 현재는 강화에서 자영업을 하는 관계로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아서 아쉬울 따름이다.

▲밤낚시로 풍족한 조과를 거둔 경기도 광주의 최형길 씨.

▲수원에서 온 오세창 씨도 마릿수 손맛을 봤다.

살림망 주인의 허락을 받고 붕어를 확인해보니 어림잡아도 30여 수는 거뜬히 넘어 보였다. 붕어 체고도 좋아 보였다. 경기도 광주에서 온 최영길 씨는 고초골낚시터 단골 조사라고 자랑하면서 출조 때마다 늘 이정도 조과는 올린다고 말했다. 아마도 고초골 터줏대감인 듯했다.
좀 더 하류 쪽으로 올라가니 수원에서 자주 이곳으로 출조한다는 오세창 씨가 앉아있다. 살림망 안에는 역시 30여 수의 씨알 좋은 붕어가 들어있었다. 입질은 주로 낮부터 해질 무렵까지 들어오지만 의외로 밤이 되면 별다른 입질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노지 포인트는 자리마다 조황 편차가 있었고 오히려 이번 주말에는 노지보다 좌대의 조황이 썩 좋지가 않았다. 그래도 5번 좌대에서 낚시한 젊은 낚시인들은 밤을 거의 새우면서 열심히 낚시한 덕분인지 많은 마릿수 조과를 거두었다.

▲드론으로 촬영한 고초골낚시터. 산으로 둘러싸여 자연미가 살아있다.

외래어종, 오염원 없는 1만5천평 준계곡지  
고초골낚시터는 수면적 1만5천평의 준계곡형 저수지다. 낚시터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풍광이 아름답다. 상류에 오염원이 없어 맑고 깨끗한 계곡수가 유입돼 늘 좋은 수질을 유지하고 있다. 주 어종는 토종붕어, 수입붕어, 메기, 쏘가리 등이며 방류량 많고 조황 관리를 잘하는 곳으로 낚시인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다.
외래어종이 없고 살치나 피라미 등 잡어의 성화도 거의 없다. 낚시터에서 자체 산란한 어린 붕어들이 덤비기는 하지만 옥수수나 자생 새우 또는 대하살을 미끼로 사용한다면 잔 붕어들의 등쌀을 피해 큰 붕어 위주로 낚을 수 있다. 특히 요즘처럼 수온이 내려간 시기에는 대하살 미끼가 주효하다고 하니 출조 시 고려해봄직하다. 낚시하는 곳의 수심은 주로 2~3m권이다.
수상좌대는 연안과 나란하게 배치돼 있는데 주차하고 바로 걸어 들어갈 수 있어 매우 편리하다. 수상좌대는 2인용부터 6인용까지 다양하므로 낚시 인원에 따라 선택을 하면 된다. 수상좌대 가격은 2인 11만원, 3인 14만원, 4인 17만원, 5~6인 20만원. 입어료 포함 가격이며 평일과 주말 동일하다. 방안에는 TV, 냉장고, 에어컨 등의 편의시설이 있다. 특이한 것은 난방을 전기 패널이 아닌 온수 보일러를 가동한다는 점이다.
노지낚시 입어료는 3만원이며 여성은 2만원, 학생은 1만5천원을 받는다. 초등학생은 무료이다. 노지낚시는 주로 하류권에서 이루어지는데 넓고 튼튼한 접지좌대가 설치되어 있어 낚시 텐트를 설치하고 낚시하기에 편리하다. 면적이 좀 넓은 곳에서는 천막이나 텐트를 치고 단체로 조우회 행사나 캠핑을 하면서 낚시할 수도 있다.
저수지 곳곳에는 야외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어 음식을 준비해와 캠낚을 즐길 수도 있다. 단, 숯불을 피우는 행위는 금지다. 수상잔교도 두 개가 있어 동호회 회원들이 함께 출조한다면 이곳에서 같이 낚시하면 좋을 것이다.

▲때글때글한 씨알의 고초골낚시터 붕어들.

▲연안 포인트에서 붕어를 노리는 낚시인들.

▲수상좌대를 탄 낚시인이 조과를 자랑하고 있다.

3.2칸 미만 낚싯대로도 충분
관리실에 들러 고초골낚시터 김현철 사장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는 오늘 낚시할 11번 좌대에 올랐다. 보통 유료터에서는 3.2칸 쌍포를 주로 운용지만 이곳에서는 2.4칸에서 2.9칸 위주로 낚싯대를 편성하면 된다고 김현철 사장의 귀띔한다. 2.9칸 쌍포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3.2칸 대 한 대를 더 편성했다. 수심은 2.5m 정도로 적당했다. 마침 며칠 전, 낚시 유튜버 지상렬 감독께서 11번 좌대에서 마릿수 조과를 올렸다고 해 내심 기대가 됐다. 그래서 먼저 출조를 했던 지상렬 감독님께 정보를 얻기 위해서 전화를 했다.
지감독님은 “낮에는 잔 붕어들이 설치니 일단 어분과 보리를 섞어 집어하고 미끼는 글루텐을 사용하면 된다. 밤에는 보리는 빼고 어분 위주로 미끼 운영을 하면 된다. 몸통을 찍는 입질은 잔 붕어 입질이고 큰 놈들은 두세 마디만 올리니 입질 파악을 잘하면 큰 붕어를 만날 수 있다”고 조언 했다.
통화를 마치고 2.9칸 쌍포는 집어제와 글루텐을 달아 운용했다. 아울러 혹시나 생미끼가 유효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3.2칸 대에는 외바늘에 지렁이를 달고 낚시를 시작했다. 낮에는 잔 붕어들이 찌를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때문인지 찌는 미동도 않고 오롯이 수면에 서 있었다.
계속해서 집어를 하는데도 반응이 없어 사진기를 들고 주변 풍광을 찍으러 밖으로 나갔다. 필자가 낚시하는 좌대 바로 뒤에 있는 은행나무 잎은 황금빛으로 노랗게 물들었다. 낚시터 주변 산에도 울긋불긋 멋지게 단풍이 들었다. 수면에 비친 반영이 너무도 아름다웠다. 이런 풍경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벌써 월척을 낚은 것이나 다름 없었다.
풍경에 취해 나도 모르게 셔터를 막 누르고 보니 서산에 해가 기울기 시작했다. 일찌감치 좌대로 배달된 동태찌개를 곁들여 저녁을 먹고 찌불을 밝혔다.
고초골낚시터는 자체적으로 식당을 운영하지 않지만 배달해 주는 음식점이 있어 불편하지는 않다. 특히 닭볶음탕이 맛있기로 소문난 식당이라고 하니 조우와 함께라면 술 한잔하면서 식사를 하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찌불 밝히고도 별다른 입질을 보지 못하다가 자정이 지나면서 첫 입질이 왔다. 우측 3.2칸 낚싯대의 찌가 예신도 없이 솟구친다. 곧바로 챔질로 이어졌는데 손끝에 전해지는 느낌은 그리 강렬하지는 않다. 물 밖으로 꺼내어보니 6치 토종붕어가 지렁이를 탐하고 나왔다. 바로 방생을 하고서는 좀 지나니 이번에는 좌측 2.9칸 대의 찌가 살짝 잠기는 듯하더니 그것으로 끝이 났다.

예신인 줄 알았더니 그것이 본신
그런 입질이 가끔 나타나서 예신으로 끝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이번에는 반 마디 올리는 입질에 챔질을 하였더니 씨알 좋은 붕어가 나와 주었다. 수온이 떨어져서 입질이 생각보다 약했던 것을 간과했던 것이다. 예신처럼 깜박했던 게 본신이었던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된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아주 미약한 입질 속에 몇 수의 붕어를 더 만나고는 잠을 청했다.
창가에 스며든 아침 햇살에 잠을 깼다. 온수 보일러 때문인지 따뜻한 아랫목에서 잠을 잔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몇 시간 잠을 자지 않았는데도 몸이 개운했다. 평일 아침이라 그런지 서둘러 철수하는 낚시인들의 모습이 여럿 보였다.
나 역시도 출근을 해야 하기에 서둘러 낚싯대를 거둬들였다. 많은 붕어를 낚지는 못했지만 입질 파악을 잘 하였다면 충분한 손맛을 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그래도 가을 정취를 맘껏 즐겼기에 그것으로 위안을 삼으며 고초골에서의 가을 낚시여행을 마쳤다.

문의 010-6274-2009(처인구 원삼면 학일리 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