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얼레붕어낚시

돌풍의 비결

소프트 대물 채비의 완결판
예민성과 강인함 모두 잡았다

이영규 기자

최근 붕어낚시인들 사이에 얼레붕어낚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전라도 광주의 얼레붕어낚시 카페지기 장영철 씨가 설계한 얼레채비는 예민성과 강인함을 모두 갖춘 채비로 알려진다. 채비법도 간단해 누구나 쉽게 대물낚시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인기의 비결이다. 여기에 최근 들어 많은 낚시 유튜버들이 얼레채비를 소개하면서 광주를 넘어 전국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장영철 씨의 얼레채비 구성.

지난여름부터 본지 편집부에 “얼레채비를 상세히 소개해 달라” “카페지기 장영철 씨의 전화번호를 알려 달라” “얼레채비에 사용하는 찌의 부력은 어느 정도가 적당하느냐”는 등의 다양한 문의가 들어왔다. 동시에 유튜브에도 얼레채비를 소개하는 영상물이 급속히 늘어났다. 대략적인 내용은 ‘얼레채비를 쓰면 기존 대물채비보다 쉽게 붕어를 낚아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도대체 얼레붕어채비(이하 얼레채비)는 어떤 채비이기에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일까?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자면, 얼레채비는 예민성은 살리고 채비 강도는 높인 ‘내림낚시의 대물낚시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내림낚시처럼 봉돌을 바닥에서 띄운 후 목줄을 슬로프 지게 만들어 쓰는데, 떠 있는 봉돌은 무게로 인한 이물감과 시각적 경계심을 줄이고, 기존 내림낚시 채비보다 강화된 원줄과 목줄은 거친 포인트에서도 대물을 안전하게 끌어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옥내림과의 차이점은 목줄을 두 가닥이 아닌 한 가닥(외바늘)만 쓴다는 점, 목줄 길이를 20cm 내외로 옥내림보다 짧게 쓴다는 점, 찌맞춤 시 1목 찌맞춤을 한다는 점이다(1목 찌맞춤에 대해서는 뒤에서 추가로 설명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간단한 채비를 왜 낚시인들은 실전에서 써보려 하지 않았을까? 물론 시도는 있었다. 정통 대물채비에서 목줄만 길게 쓰거나, 봉돌을 약간 깎아 바닥에서 살짝 띄워보기도 했다. 하지만 대물 입질에 대한 대비, 장애물 극복 등을 이유로 굵고 비중 무거운 카본 원줄 3~5호, 12푼 이상의 고부력 찌는 그대로 사용한 경우가 많았다.
결국 나름대로 채비에 변화를 줬지만 조과에 별반 차이가 없었고, 오히려 이도저도 아닌 채비가 되자 원래 채비로 복귀한 사례가 많았던 것이다.
이에 대해 장영철 씨는 “얼레채비는 단순한 구성이지만 채비 간 밸런스는 반드시 맞춰줄 필요가 있습니다. 즉 원줄-찌-목줄-바늘에 이르는 모든 채비가 조화를 이뤄야지 일부분만 변화를 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납니다. 예를 들어  고부력 바닥채비에 목줄만 길게 쓰면 찌는 미동도 않다가 갑자기 찌가 쑤욱- 끌려들 때가 있습니다. 봉돌이 무거워 찌에 표시가 나지 않다가 일명 자동빵된 후 어신이 나타나는 거지요. 이렇게 운 좋게 붕어가 걸리지 않으면 낚기 어렵습니다. 이 점만 유의하면 누구나 쉽게 얼레채비를 운용할 수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얼레채비 설계자 장영철 씨가 얼레채비의 메카니즘을 설명하고 있다.

▲현장 촬영을 위해 찾아간 광주 근교 진곡제에서 얼레채비로 붕어를 낚아내고 있는 장영철 씨.

봉돌 띄워 감도 높이고 안정성은 유지 
봉돌을 바닥에서 띄우면 붕어가 느끼는 이물감이 적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다만 뜬 봉돌 채비는 주로 내림 입질이 나타나므로 바닥낚시 특유의 묵직하고 깔끔한 찌올림 입질을 보기가 어렵다. 아울러 챔질 타이밍 잡기가 어려운 것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여기에 ‘역시 대물낚시는 약간 투박해야 어울린다’는 선입견 또한 정통 대물 낚시인들이 내림채비를 외면해온 이유였다. 
대물 낚시인들이 내림채비를 꺼려해 온 또 하나의 결정적인 이유는 채비가 약하다는 것이었다. 정통 내림낚시는 원래 양어장용으로 개발되다 보니 원줄과 목줄 모두 1호 내외로 가늘게 쓴다(그 이하로 가늘게 쓰는 사람도 많다). 여기에 목줄 길이를 25-30cm로 단차를 둔 두바늘채비를 쓴다.
그래서 이런 ‘소프트 채비’는 양어장이나 자연지 맨바닥낚시에서는 그나마 쓸 만하지만 수초와 장애물이 밀생한 거친 포인트에서는 말 그대로 쥐약이다. 실제로 대다수 (옥)내림낚시인들은 장애물 없는 맨바닥 포인트를 선호하며 수초가 밀생한 곳에는 얼씬도 하지 않는다.
이처럼 예민성은 뛰어나지만 현장 적응력이 크게 떨어지는 내림채비를 자연지 대물낚시에 맞게 개량한 것이 지금 소개하는 얼레채비다. 

▲장영철 씨가 얼레채비로 올린 9치급 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장영철 씨가 낚시점을 찾아온 손님에게 얼레채비 만드는 법을 설명하고 있다.

유료터 갬블러가 만든 자연지 대물채비
지난 10월 25일, 얼레채비를 좀 더 심층있게 취재하기 위해 전남 광주로 내려가 장영철 씨를 만났다. 장영철 씨는 광주시 오치동에 얼레붕어낚시라는 낚시점까지 차렸다.
나와 인사를 나눈 장영철 씨는 “요즘 들어 채비법을 물어보는 전화가 하루에 20통 이상 걸려온다. 오늘도 멀리 대구에서까지 찾아와 찌와 채비를 사갔다”며 대화를 시작했다. 우선 얼레채비의 명칭 유래에 대해 장영철 씨에게 묻자 “많은 낚시인들이 유료터의 얼레벌레 채비를 연상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이 채비를 사용해본 낚시들이 예상보다 입질이 자주 들어오자 ‘얼레 또 찌가 올라오네’라고 감탄한 데서 이름을 착안했습니다”라 말했다.
그렇다면 장영철 씨는 언제부터 얼레채비를 사용하기 시작했을까? 장영철 씨는 대략 2000년 무렵이라고 말했다.
“저는 2000년대 초부터 내림낚시로 양어장낚시를 즐겼습니다. 당시 광주 지역에는 이제 막 내림낚시가 보급될 때라 내림채비를 쓰는 사람이 드물었습니다. 그 당시 광주 일원 유료터에서 경품낚시 대회가 자주 열렸는데 대회가 열리는 곳마다 찾아다니며 상품을 독식했지요. 매번 우수한 성적을 거두자 유료터 주인들은 제가 오는 걸 극도로 싫어했을 정도였습니다. 한 번은 경차가 걸린 낚시대회까지 열렸는데 그 대회에서도 기어이 1등을 차지했습니다. 사실 일종의 사행성 게임이라 자랑할 얘기는 아니지만 지루하게 앉아서 입질을 기다리는 낚시가 제 체질에는 맞질 않았어요. 아무튼 무조건 잡아내는 낚시에서는 저를 따라올 사람이 많지 않았습니다.”
2000년대 중반 무렵, 유료터에서의 사행성 낚시가 금지되자 장영철 씨는 자연지 낚시터로 발길을 돌렸다. 과거보다 흥미진진하진 않았지만 그가 사용한 유료터용 내림채비는 자연지에서도 잘 먹혀들었다. 그는 어렵지 않게 붕어를 낚아냈고 떡밥 대신 옥수수를 미끼로 꿰어 붕어를 낚아낸 것도 그 즈음이다.

무시 받던 ‘또랑채비’의 반전
그런데 낚시를 하다 보니 유료터용 채비는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 자연지 붕어들은 대부분 수초밭이나 장애물이 많은 곳에 은신해 있어 가늘고 약한 채비로는 대물 승부에 한계가 노출된 것. 장영철 씨는 과감히 원줄 호수를 1호에서 2호로 올리고 목줄 역시 2호로 교체했다.
대물낚시인들이 많이 쓰는 4~5호의 카본사 원줄보다는 훨씬 비중이 가벼워져 예민한 채비가 됐고, 나일론사 1호 이하를 쓰는 내림채비보다는 강한 채비로 변모한 것이다. 두 가닥이던 단차 목줄도 과감히 한 가닥을 잘라내 외바늘채비로 사용했다. 목줄 길이도 30cm에서 20cm로 대폭 줄였다.   
“채비를 자연지낚시에 맞게 보강하니 확실히 대물을 쉽게 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가늘게 쓸 때보다 감도가 약간 떨어졌지만 그래도 일명 풍덩채비로 불리는 투박한 대물채비보다는 잦은 입질을 받을 수 있었죠. 그런데 출조 때마다 남들보다 좋은 조황을 거두곤 했지만 2000년 중반까지도 제 채비를 따라하는 낚시인은 많지 않았어요. 정통 바닥낚시가 아니라는 거지요. 당시까지도 전남, 광주 지방에서는 새우나 참붕어를 사용한 대물낚시의 인기가 높았습니다. 굵고 강한 원줄과 목줄, 큰 바늘, 야생에서 채집한 새우와 참붕어를 써야 진정한 대물꾼으로 인정받던 시기라 이질감 강한 얼레채비는 관심을 받지 못했습니다.”
일명 ‘또랑채비’로까지 무시당하던 장영철 씨의 얼레채비가 본격적으로 조명 받게 된 것은 2010년 이후부터다. 배스의 확산으로 생미끼 대물낚시가 쇠퇴하고 대물낚시도 예민성을 중시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그 결과 얼레채비의 위력이 서서히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도 얼레채비를 부정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낚시인이 더 많다는 게 장영철 씨의 말이다. 어째든 정통 대물채비보다는 약하고 봉돌을 바닥에서 띄우는 내림채비에 대한 거부감이 여전했기 때문이다. 
“제가 정통 대물채비를 사용하는 낚시인들로부터 자주 듣는 얘기가 그 채비는 너무 약하다. 채비가 튼튼해야 밤새 한 번 찾아온 대물을 놓치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그때마다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밤새 한 번 들어오는 입질을 기다리겠습니까? 아니면 채비가 터질 위험이 좀 있어도 잦은 입질을 받는 게 좋겠습니까? 라고 말이죠. 그리고 말씀하신대로 밤새 한 번 들어온 입질을 100퍼센트 잡아낼 자신이 있습니까? 라고 추가로 묻습니다. 그때마다 질문자는 말이 없어집니다.”
장영철 씨는 정통 대물채비를 고수하는 낚시인들이 지적하는 대표 사례 네 가지를 언급하며 반론도 함께 소개했다.

▲장영철 씨가 자신이 사용 중인 낚싯대와 채비를 보여주고 있다. 낚싯대는 천류사의 운명을 사용 중이다.

▲“짬낚시에도 최곱니다.” 현장 취재에 동행한 김현우 씨가 1대만 편 얼레붕어낚시로 8치급 붕어를 올렸다. 

▲모바일로 확인한 얼레붕어낚시 카페 회원과 방문자 수 변화.

● 채비가 가벼워 대류에 밀릴 것이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다. 유료터에서 많이 사용하는 내림채비는 3푼 이하의 초저부력 찌를 쓰기 때문에 대류와 바람에 밀리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자연지 대물낚시용으로 개량한 얼레채비는 낚시인들이 평소 사용하는 떡밥낚시와 채비 구성이 비슷하다. 다만 봉돌이 떠 있다는 게 차이점인데, 그 대신 미끼가 달린 목줄이 바닥에 길게 늘어져 닻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의외로 바닥 고정력이 뛰어나다. 그렇다면 정통 바닥채비는 대류에 밀리지 않는다는 얘기인가? 대류에 밀린다는 얘기를 꺼냈다는 것 자체가 평소 자신이 쓰고 있는 채비도 대류에 밀리기 때문에 나오는 얘기다. 무거운 봉돌을 사용하는 고부력 채비라도 찌맞춤 없이 그냥 쓰는 사람은 없다. 대부분 최대한 예민하게 찌맞춤해 쓰기 때문에 강한 대류가 발생하면 어떤 채비(풍덩채비 예외)라도 밀리는 건 동일하다.

● 수초가 밀생한 곳에서는 쓰기 어려울 것이다
대물낚시인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마치 정통 대물낚시는 지름 30cm의 비좁은 수초구멍만 노리는 것처럼 표현하는데 실제로 그런 포인트는 직공낚시 외에는 노리기 어렵다. 또한 우리가 포인트라고 부르는 곳들 대부분은 어떤 채비를 던져도 충분히 찌를 세울 수 있을 만큼 공간에 여유가 있고 또 그런 곳에서 큰 고기도 잘 낚인다. 따라서 대물낚시를 매번 비좁고 거친 수초대만 노리는 낚시로 비약해 설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얼레채비로 공략할 수 없을 정도로 비좁고 거친 포인트라면 어떤 채비를 써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 얼레채비는 목줄이 길어 붕어를 끌어낼 때 불리하다
얼레채비의 목줄 길이는 20~23cm가 보통이다. 요즘은 정통 대물낚시인들도 목줄을 20cm 정도로 길게 쓰는 추세다. 고작 3cm밖에 차이가 없기 때문에 목줄 길이를 갖고 불리함을 논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특히 보통의 내림채비는(옥내림 포함) 목줄을 30cm 내외로 길게 쓰고 단차를 둔 두 가닥을 쓴다. 반면 얼레채비는 수초대 공략을 위해 외바늘로 쓰기 때문에 장애물 지대에서도 안전하다. 

● 채비가 가벼워 앞치기가 어려울 것이다
고부력 찌를 쓰는 정통 대물채비보다는 앞치기가 덜 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원줄을 2~2.5호로 가늘게 쓰고, 원줄 길이 또한 약간 짧게 조절하면 5칸 대로도 2g대 부력을 갖는 찌를 쉽게 던질 수 있다. 나의 경우 3.6칸 대부터는 원줄의 끝(봉돌 부위)을 손잡이대와 2번대가 만나는 끝나는 지점에 맞추고 있는데 이처럼 원줄만 약간 짧게 매도 채비를 쉽고 정확하게 포인트에 던져 넣을 수 있다. 고수들 중에는 2g대 찌를 달아 5칸 대까지 앞치기 하는 사람도 있다. 만약 앞치기에 자신이 없다면 스윙으로 던져 넣으면 되므로 큰 문제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