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어]

포항 대보 먹등대 해상에서
127CM

황만철  포항 신항만 카이저호 선장

127cm 삼치를 보여주는 필자. 너무 무거워 앉아서 사진을 찍는 바람에 삼치가 작게 보인다.

지난 10월 22일 오후 3시경, 오전 출조를 마치고 포항항 유류보급소에서 주유를 마치고 귀항하던 중 급박한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대보에서 출항하는 빈스호 선장이었다.
“선배님 지금 대보 먹등대 앞에 나와 있는데 대삼치들의 라이징이 많이 보입니다. 시간 나시면 넘어오셔서 손맛 좀 보시죠.”
매번 삼치 출조를 나서지만 배를 운항하느라 손맛을 못 본 지 오래된 터다. 오케이 사인을 보내고 사무장과 함께 먹등대를 향해 달렸다. 현장에 도착해 보니 정말 대삼치들의 라이징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포인트 가까이 접근한 후 80g짜리 메탈지그를 세팅해 라이징이 목격된 곳으로 캐스팅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입질은 사무장이 받아냈다. 두 마리 모두 미터오버급이었다. 곧바로 나도 입질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세 번째와 네 번째 입질이 모두 내게 들어왔다. 둘 다 1m10cm 정도 되는 씨알이었다.

부러진 낚싯대로 2차 파이팅 돌입
문제는 다섯 번째 입질이었다. 히트와 동시에 드랙을 차고 나가는 힘이 방금 전 올린 1m10cm급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드랙을 박차고 순식간에 40m가량을 차고 나가는 순간 혹시 ‘작은 참다랑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포항 앞바다에는 작년과 재작년에 참다랑어가 몰려들어 한바탕 쇼를 벌였는데 ‘올해는 조용해 그냥 넘어가나 했더니 드디어 한 마리 올라오는구나’라는 생각에 긴장이 됐다.  
3분가량 파이팅을 벌이자 드디어 녀석이 배 근처로 끌려왔다가 차고 나가기를 반복했다. 다시 2분 정도 파이팅을 벌이다 녀석을 띄웠는데 그제야 대형 삼치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씨알이 보통이 아니었다. 녀석도 지쳤는지 수면에 자빠져 가쁜 숨을 내쉬었다. 이때를 노려 사무장이 가프를 내렸는데 그 순간 예상 못한 위기가 찾아왔다. 가프를 발견한 삼치가 죽을힘을 다해 다시 배 밑으로 파고드는 게 아닌가.
삼치가 90도 각도로 처박자 밸런스가 깨진 루어대가 딱! 소리를 내며 부러져 버렸다. 그러나 다행히 3호 합사 원줄은 끊어지지 않아 부러진 루어대를 잡고 다시 파이팅을 벌였다. 30초 정도 더 파이팅을 벌이자 이제는 완전히 지쳤는지 녀석이 또 다시 옆으로 드러누우며 항복 의사를 밝히는 듯했다.  

너무 무거워 둘이서 뱃전으로 견인
사무장이 정확히 녀석의 등을 가프로 찍었다. 그런데 너무 무거운 탓에 혼자 올리질 못해 낚싯대를 놓고 후다닥 달려가 함께 뱃전으로 끌어올렸다. 녀석은 정말 거대했다. 방금 전 올린 1m10cm급들과 비교하니 전혀 다른 고기였다. 언뜻 15kg은 넘는 듯했다.
줄자가 1m20cm짜리 밖에 없어 다른 자를 덧대어 계측하니 127cm가 나왔다. 3년 전에 1m 23cm를 낚시춘추에 최대어로 올려 보낸 적 있었는데 그 이후 내가 포항 앞바다에서 확인한 최대어였고 그 주인공이 나라는 점에서 너무도 기뻤다. 
올해는 많은 비와 태풍 탓에 예년보다 두 달 가량 늦은 9월 중순부터 삼치 시즌이 열렸다. 비록 시즌은 짧았지만 여전히 굵은 놈들이 많이 올라와 말 그대로 굵고 짧게 시즌을 보낼 수 있었다. 보통 11월 중순 무렵이면 삼치 시즌이 끝나므로 이 기사가 나갈 때 즈음이면 마지막 불꽃을 지피고 있을 것이다.    

문의 포항 영일만 신항만 신신낚시 054-241-3968

삼치 최대어 기록 종전 최대어 기록은 보령 외연도산 124cm 황만철 씨가 대포 먹등대 해상에서 127cm를 올리기 전까지 낚시춘추에 집계된 삼치 최대어는 124cm다. 2017년 9월 26일 서울 낚시인 김정환 씨가 보령 외연도에서 올린 것으로 남해나 동해가 아닌 서해에서 기록어가 낚였다는 점에서 화제였다. 이후 경주 읍천과 포항 대보 앞바다를 중심으로 매년 120cm에 육박하는 씨알이 낚여 낚시인들을 열광케 했다. 한편 ‘기록의 사나이’ 황만철 씨는 포항 앞바다 삼치 루어낚시를 활성화시킨 주인공으로 꼽히는데 이번에 직접 최대어를 낚아내면서 이름값을 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