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연천 백학지]
풍광·씨알·마릿수 대만족
분위기에 취하다 입질 삼매경
박일 객원기자
연천 백학지의 새벽.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있는 좌측 큰 상류.
올해도 벌써 11월이다. 수도권의 단풍이 형형색색 절정을 이루며 가을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해주고 있다. 시조회 한다고 부산을 떨던 3월 초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가을이 막바지에 이른 것이다. 10여 년 낚시라는 취미 때문에 모인 동회회의 납회를 서울 근교의 낚시터에서 갖기로 했는데 할 낚시터 선정의 숙제를 내가 떠안았다.
교통 좋고 인원 많이 수용하고 낚시 자리 편한 무료터인데 조황도 그럭저럭 괜찮은 낚시터를 찾아보자고 말을 해놓고는 혼자서 웃고 말았다. 현실하고 너무 동떨어진 얘기였기 때문이다.
출조지 걱정을 하고 있는 차에 경기도 포천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조우에게 연락이 왔다. 경기 연천 백학지를 다녀왔는데 낚시 모임하기에 적당하고 조황도 괜찮을 뿐 아니라 풍광도 멋지다고 한다.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10월 24일 토요일 일찍 조우 박동일 씨와 함께 경기도 연천에 있는 백학지를 찾았다. 구리 포천고속도로와 양주, 동두천을 잇는 자동차 전용도로가 잘 연계되어 있어 가는 길이 편했다.
연안에 차가 줄지어 있는 연천 백학지. 포인트 진입로를 정비해 주차하고 바로 앞에서 낚시할 수 있는 포인트가 많다.
큰 상류 산 아래에 앉은 박동일 씨가 오후에 들어온 입질에 챔질을 준비하고 있다.
1989년 개방된 경기북부의 알짜터
백학지는 1969년에 축조된 17만여 평의 평지형지로 민통선 안에 있어 민간인이 출입을 못하다가 민통선이 북상 조정된 1989년에야 일반인에게 개방됐다. 그 무렵부터 경기북부의 알짜터로 명성을 날렸고 필자 역시 자주 찾았던 곳이다. 현재 유료터로 운영되고 있다.
만수위를 유지하고 있는 백학지의 가을 분위기는 예전과 다름없이 좋았다. 백학지는 가운데 제방이 있는 V자 형태의 저수지로 좌측을 큰 상류, 우측을 작은 상류라고 부른다. 요즘 대물이 큰 상류에서 잘 나온다는 이야기에 일행은 관리실 건너편에 있는 큰 상류 연안을 택하기로 했다. 2년 전 관리인이 바뀌면서 낚시 여건이 상당히 좋아진 듯 보였다.
예전보다 길이 넓어졌고 포인트에는 부들과 마름, 그리고 수몰나무 등이 포인트를 형성하고 있었고 편하게 낚시할 수 있도록 튼튼한 연안좌대가 많이 배치되어 있었다. 산 아래엔 주차 공간이 넓어 많은 인원이 주차와 동시에 낚시가 가능했다.
일행 4명은 멋진 포인트를 앞에 두고 기대와 희망에 찬 마음으로 채비를 준비하고 낚시를 시작했다. 관리인의 말에 의하면 늦가을엔 낮에 입질이 있다고 한다.
마름과 부들 포인트는 수심이 1~1.5m였고 물골 가까이는 1.5~2m였다. 백학지에는 붕어 외에 배스, 블루길, 강준치가 많다. 어분이 포함된 떡밥은 쓰지 않는 것이 좋으며 글루텐과 신장떡밥, 옥수수와 지렁이가 잘 먹힌다.
일행 대부분 8대에서 12대의 다대 편성을 했다. 긴 대도 몇 대를 섞어서 사용했다. 오후 4시경 최근엽 씨가 옥수수 미끼로 턱걸이 월척 붕어를 연속으로 낚아냈다.
서울 낚시인 이남준 씨가 백학지에서 낚은 4짜 붕어를 들어 보이고 있다.
최근엽 씨가 큰 상류 산 아래 포인트에서 오전 중 낚은 준척 붕어를 들어 보이고 있다.
철수 전 살림망을 들어 보는 최근엽 씨.
늦가을에 만난 예상 밖 호황
저녁식사 후 해가 졌고 밤낚시에 돌입했다. 글루텐에 심심하지 않을 정도로 입질을 해주었다. 그런데 갑자기 글루텐엔 입질이 끊기고 이번엔 지렁이에만 연달아 붕어가 낚인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두 미끼를 병행해서 쓰는 게 유리한 것은 분명해 보였다.
밤낚시와 다음날 오전까지 우리는 10마리의 월척 붕어와 4짜 붕어도 한 마리 낚아냈다. 늦가을에 생각보다 매우 좋은 조황을 올렸다. 대부분 31~32cm 크기의 토종붕어였으며 아주 간혹 대형 떡붕어도 낚였다.
백학지는 10월 하순까지만 해도 아침과 오후 해거름에 입질이 활발하고 밤에는 뜸한 편이었으나 11월 중순 현재는 초저녁부터 밤 12시까지도 입질이 꾸준하게 들어오고 있으며 오전에 가장 입질이 활발하다.
백학지는 임진강에서 지속적으로 물이 유입되어 작은 비에도 만수가 되는 곳이다. 가을이 깊어갈수록 낚이는 붕어의 씨알도 커진다. 얼음이 얼 때까지도 조황이 이어진다는 게 관리인의 말이다. 연안낚시 입어료는 2만5천원으로 하루를 더하면 2만원, 3일 후부터는 1만5천원을 받는다.
현지 문의 010-2353-0036, 경기 연천군 백학면 두일리 산 27-1
단풍이 내려앉은 수면을 가르며 좌대로 가고 있는 낚시인들.
연안 좌대에서 배스를 노리고 있는 낚시인.
수상좌대와 수초 사이로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백학지의 아침.
밤새 이슬로 축축해진 플라이를 걷어내고. 최근엽 씨가 아침낚시를 마무리하며 장비를 정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