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기획  섬으로 떠나는 낚시와 여행 1

신안 장도

갯바위 감성돔낚시와 람사르습지 트레킹

이영규 기자

전남 신안군 대흑산도의 부속섬인 장도는 35가구가 모여 사는 작은 유인도다. 대흑산도에서 섬과 섬을 잇는 정기 연락선을 타면 30분 거리이며 갯바위 낚시터로는 미답지로 남아있다. 마을이 있는 큰섬을 대장도, 간조 때 북쪽으로 이어지는 작은 섬을 소장도로 부른다. 대장도 정상에는 람사르협약에서 지정한 습지가 있다. 람사르가 지정한 국내 3번째 습지이면서 섬에 존재하는 습지로는 국내에서 유일하다. 

국내 유일의 섬 습지를 보유한 신안 장도. 정상 부근의 푹 파인 분지형 지점이 습지를 이루고 있다.
장도 서쪽 하늘에서 촬영한 것으로 왼쪽에 보이는 섬은 대흑산도의 남쪽 끝이다<사진 제공 : 신안군청 홍보실>

부산의 유명 바다낚시 유튜버 김종호 씨와 알려지지 않은 미답 갯바위 탐사를 상의하다가 전남 신안군 흑산면에 있는 장도를 낙점했다. 대흑산도 서쪽에 있는 장도까지는 목포에서 쾌속선을 타고 2시간 가까이 달려 대흑산도까지 간 뒤, 다시 연락선으로 갈아타고 들어가야 한다. 대흑산도에서 장도까지의 직선거리는 약 2km로 가깝지만 연락선이 대흑산도 북쪽 해안을 돌아 가야해 실제 소요 시간은 30분 정도 걸린다.
장도는 낚시인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미답 낚시터이면서 일반 관광객의 발길조차 뜸한 곳이다. 지난 2005년, 람사르에서 대장도 정상에 있는 습지를 국내 유일의 섬 습지로 공인하면서 그나마 장도가 외지에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여전히 불편한 교통편 탓에 장도를 찾는 관광객은 뜸한 편이다. 그래서 대다수 관광객이 차량 이동이 가능하고 볼거리가 훨씬 많은 대흑산도 본섬만 둘러보고 철수하고 있다.   

대흑산도 부속섬 중 대물 감성돔 확률 최고 
장도를 낚시와 여행을 겸한 취재지로 정한 계기는 김종호 씨의 20년 전 기억 때문이다. 김종호 씨는 20대 중반부터 원도권을 출조한 베테랑으로, 그때부터 미답 갯바위 낚시터 개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당시나 지금이나 가거도, 태도, 만재도, 홍도 등으로 들어가는 낚시인들은 반드시 중간기착지인 대흑산도를 거쳐야만 했는데 대다수 낚시인이 원도권 감성돔에만 관심이 있었을 때다. 그때부터 김종호 씨는 대흑산도권 감성돔 탐사에 나섰고 90년대 후반 무렵 장도 본섬 포인트를 찾아 40cm가 넘는 감성돔을 여러 마리 낚아냈다. 김종호 씨의 말이다.
“벌써 20년도 훨씬 지난 일입니다. 당시 대흑산도 본섬에서 감성돔이 낚이긴 했지만 대체로 씨알이 잘았어요. 커야 30센티미터 수준이었고 보통은 25에서 35센티미터가 주종이었죠. 4짜는 정말 귀했어요. 그래서 분명 큰 놈들이 노는 물이 따로 있을 것으로 보고 조류 빠르고 수심 깊은 부속섬을 찾게 됐지요. 어선을 빌려 타고 장도 북쪽의 어느 큰여에 올랐는데 40센티미터가 넘는 씨알을 여러 마리 낚았습니다. 본섬과는 씨알에서 비교가 되지 않았죠.”
첫 탐사낚시는 성공적이었지만 이후 지속적인 출조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우선 짧았던 시즌이 문제였다. 대흑산도권 감성돔 시즌은 10~12월 초로 짧다. 12월 중순부터는 북서풍이 강해져 물색이 탁해지고 수온도 빠르게 떨어져 감성돔낚시가 어려워진다.
또 다른 난제는 물때. 대흑산도 근해는 사리 물때가 되면 어김없이 뻘물이 진다. 그래서 조금 직후 ‘살아나는 물때’가 감성돔낚시의 피크다. 물때상으로는 2물~사리 물때 이전까지가 적기다. 결국 한 달 중 낚시가 가능한 날이 열흘이 채 안 되며, 여기에 예상 못한 주의보까지 겹친다면 출조일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김종호 씨가 20여 년 만에 장도를 찾으려는 것은 다른 유튜버들이 찾지 않는 미답지 발굴을 통해 유튜브 방송의 차별성을 강화하려는 목적이었다.
그 덕분에 나 역시 두 마리 토끼를 쫓는 기회를 잡게 됐다. 미답의 갯바위터 탐사와 더불어 국내 유일의 람사르 지정 습지인 장도 습지를 낚시춘추 지면에 소개할 기회를 잡았기 때문이다. 

장도에 도착한 강대종(왼쪽) 씨와 김종호 씨가 마을 표석 앞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압해도 송공항에서 대흑산도 간을 운항하는 카페리. 차를 싣고 올 수 있다.

장도 마을 전경. 35가구 정도가 살고 있다. 

외망덕도 부속섬에서 쥐노래미를 걸어내는 김종호 씨.

강대종 씨가 외망덕도 부속섬에서 올린 굵은 쥐노래미를 보여주고 있다.

목포여객선터미널에서 대흑산도행 여객선에 오르기 전에 기념촬영한 취재팀. 왼쪽부터 기자, 김종호 씨, 강대종 씨.

강대종 씨가 대흑산도행 티켓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 유일, 람사르습지가 있는 섬  
일단 이 기사를 통해 계속 언급할 람사르협약과 람사르 습지에 대해 설명하고 넘어가본다. 람사르협약이란 ‘물새 서식지로서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을 말한다. 1976년 이란 람사르에서 체결됐다고 해서 람사르협약으로 불린다. 국내에서는 인제 대암산 용늪이 1997년 3월에 1호 람사르 습지로 지정됐고 이후 창녕 우포늪(1998년 지정), 순천만/보성갯벌(2006년 1월 지정) 등이 지정돼 현재는 총 20여 곳이 등재돼 있다. 장도 습지는 2005년 3월에 등재된 국내 세 번째 습지로 섬 습지로서는 유일하다.
장도 습지는 국내 여타 습지와는 약간 다른 특성을 보인다. 보통 습지라고 하면 창녕 우포늪처럼 수량이 풍부하고 수면에 온갖 수생식물이 떠 있는 전형적인 늪지를 연상하지만 장도습지는 ‘약간 축축한’ 정도다. 
습지는 대장도 마을 뒷산 해발 170m 지점 정상에 있으며 분지처럼 오목하게 생겼다. 면적은 약 90,000㎡(약 2만7천평). 정상에서 그냥 보면 어디가 습지인지 구분이 잘 안 되지만 유심히 보면 다른 섬 정상과는 분위기가 약간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마치 평지의 들녘을 산 위에 옮겨 놓은 듯한 느낌이 드는데, 이 습지에는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인 매와 수달, 2급인 솔개와 조롱이를 비롯해 제주도룡뇽 같은 희귀동물들이 많이 살고 있다. 포유류는 7종, 조류는 44종, 양서류와 파충류는 8종, 육상 곤충은 126종이나 살고 있다고 한다. 습지식물은 294종이 서식하며 후박나무 등의 식물 군락만 26군데가 된다.
장도 습지의 바닥은 이탄층을 형성하고 있어 밟으면 물이 올라오는 지형이다. 이탄층이란 식물이 죽은 뒤 썩지 않고 진흙과 함께 늪이나 못의 바닥에 쌓인 층을 말한다. 얕아 보이는 늪을 밟았을 때 쑤욱- 하고 발이 깊게 빠지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장도 습지의 이탄층은 그리 깊지 않아서 밝으면 신발의 굽 정도까지만 물이 올라올 정도였다. 
장도 습지는 일제 강점기부터 1980년대까지는 농경지로, 1980년부터 1990년까지는 소와 염소의 방목지로 이용됐다. 습지 자체가 정화와 정수 작용을 하기 때문에 현재는 마을의 간이상수원으로 이용되고 있다.             
   
간발의 차이로 빗겨난 감성돔 시즌
지난 10월 27일 목포여객선터미널에서 쾌속선을 타고 대흑산도로 향했다. 대흑산도에 도착하면 현지민 박호 씨가 우리를 자신의 어선에 태워 장도로 가기로 했다. 숙박지도 현지에 거주하는 박호 씨의 어머니 집으로 정했다. 
장도에는 정식 낚싯배가 없어 박호 씨의 어선을 이용하기로 했다. 박호 씨는 장도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로, 현재는 어업과 수산물 유통을 겸하고 있다. 김종호 씨가 목포의 낚시점주를 통해 소개를 받았는데, 박호 씨는 어업 외에 낚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어 포인트 선정은 김종호 씨의 감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장도에 전문 민박집이 몇 채 있지만 박호 씨 어머니 집에서 묵기로 한 것도 박호 씨와 상의해 갯바위 포인트를 찾아보기 위해서였다.
오전 10시경 대흑산도 터미널에 도착해 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후 마중을 나온 박호 씨의 어선을 타고 장도로 향했다. 우리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민박집을 들르지 않고 짐을 배에 놔둔 채 낚시 장비만 갖춰 바로 포인트로 들어가기로 했다.
첫날은 장도 북쪽의 작은 돌섬인 외망덕도 부속섬에 내렸다. 김종호 씨가 빠른 조류를 눈으로 확인하고 얕은 여밭임을 확신했다. 예상대로 수심 7~8m의 여밭이었다. 김종호 씨는 남쪽 콧부리, 나와 강대종 씨는 북쪽 콧부리에서 낚시를 시작했다.
조류는 중썰물을 지나고 있었고 물색과 조류 속도 또한 최상이라 기대감이 컸다. 그런데 낚시 시작 1시간이 지나도록 입질이 없다. 가끔씩 노래미와 우럭이 물고 늘어졌는데 노래미는 큰 놈은 50cm에 육박할 정도로 대형급이 올라왔다. 그만큼 낚시인들의 손을 타지 않았다는 증거다. 잘아도 씨알이 30cm급에 달해 횟감으로 손색이 없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불안감이 커져갔다. 끝썰물이 되자 조류 속도는 더욱 안정적으로 유지됐고 훈수지대도 멋지게 형성됐지만 감성돔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감성돔이 안 물면 이상할 최상의 여건이었지만 올라오는 것은 굵은 쥐노래미와 우럭이 전부였다.
오후 5시에 민박집으로 철수해 저녁식사를 즐겼다. 해녀인 박호 씨의 어머님이 우리가 낚아온 쥐노래미와 우럭으로 조림을 만들어주셨는데 남도 손맛답게 꿀맛이었다. 당일에 직접 물속에서 따온 고동무침과 자연산 홍합탕으로 거하게 저녁을 먹고 나니 세상 어느 만찬이 부럽지 않았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이른 아침을 먹은 후 둘째 날 출조에 나섰다. 오늘은 본섬 남쪽에 있는 ‘큰여’로 향했다. 20년 전 김종호 씨가 내렸던 그 여인지는 불확실했지만 일단 내려 보니 물발이 기가 막혔다. 북쪽에서 내려오는 들물은 적당히 탁했고 안쪽으로 멋지게 감아 도는 훈수는 밑밥을 주지 않아도 감성돔이 퍽! 퍽! 물어댈 것 같았다.
그러나 낚시 시작 1시간 만에 우리는 상황이 뭔가 잘 못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이 정도 호조건이라면 감성돔이 아니더라도 참돔, 농어, 돌돔 같은 고기라도 한 마리 물어야 할 것 아닌가! 바닥고기인 쥐노래미만 문다는 건 아직 시즌이 일러 감성돔이 붙지 않았다는 증거였다.
결국 맥이 빠진 우리는 낮 12시경 박호 씨의 배로 포인트를 옮겨 선착장 옆 본섬 포인트로 이동했다. 선착장 옆에 있는 큰바위 포인트였는데 이곳에선 도보로 민박집까지 이동이 가능해 오후낚시 후 걸어서 철수하기로 했다.
이곳에서도 희비는 교차했다. 발판 좋고, 물색 좋고, 조류빨까지 예술이었지만 어김없이 감성돔 입질은 전무했다. 오히려 난데없이 고등어 떼가 몰려들어 낚시가 불가능해졌다. 결국 나는 더 이상의 낚시는 의미가 없다는 판단에 먼저 짐을 챙겨 장도 습지 투어에 나섰다.

감성돔 탐사보다 설렌 람사르습지 투어
민박집으로 돌아가 운동화로 갈아 신고 나서려는데 배를 정박하고 올라온 박호 씨가 ‘운동화는 젖을 수 있으니 자신의 장화를 신고 가라’며 장화를 벗어 주었다. 신발을 갈아 신고 500밀리리터 생수 한 통과 카메라만 달랑 들고 투어에 나섰다.
선착장 앞에 장도 습지 홍보관이 있어 그곳부터 먼저 들렀는데 코로나19 여파로 내부 홍보관은 들어갈 수 없었다. 외부에서 습지의 이모저모를 살핀 뒤 마을 뒤편으로 나 있는 둘레길을 따라 산 정상으로 향했다. 발걸음을 옮긴 지 5분도 안 돼 흑산초등학교 장도 분교가 나왔다. 현재 초등학생 2명이 재학 중이라고 한다.
분교를 지나 산 중턱에 오르자 마을과 선착장이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대흑산도 본섬도 가까이 보였는데 산 중턱에서 보니 확실히 큰 섬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평일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워낙 외지인의 발길이 뜸해서인지는 몰라도 산 정상까지 가는 동안 만난 사람은 현지 주민 한 명뿐이었다. 둘레길은 잘 만든 계단식 데크길이라 편했고 중간 중간 평평하게 이어지는 구간이 많아 나처럼 약골인 사람이 걷기에도 매우 편했다.
데크길과 오솔길을 차례로 걷다보니 어느새 산 정상에 도달했다. 마을에서 불과 30분 정도 올라왔을 즈음이었다. 그런데, 정상에서 바라본 습지는 예상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솔직히, 대충 봐서는 도대체 어디가 습지라는 것인지 모를 정도로 습지의 형태를 발견하기 어려웠다. 50m가량 내려가자 작은 정자가 나왔는데 정자 앞 입간판에 ‘습지보호지역이니 더 이상은 출입을 금한다’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박호 씨에게 전화해 정말 더 이상은 들어갈 수 없느냐고 묻자 “형식상 문구는 그렇게 적혀 있는데 실제로는 다들 들어간다. 워낙 습지를 찾는 사람이 적다보니 자연 훼손의 우려도 없다. 마을 사람들도 종종 다니는 길이다. 정자 옆 소로로 진입하면 습지를 거쳐 다시 마을로 돌아오는 길이 나 있다”는 답변이 들려왔다. 박호 씨의 말대로 정자 옆으로 작은 소로가 나있었다. 길인 듯 아닌 듯한 ‘흔적’ 수준의 길이었다. 정자에서 50m 정도 걸어 내려가자 갑자기 질퍽한 땅이 나타났다. 밟으면 장화 굽 높이만큼 물이 올라왔는데, 질퍽한 진흙이 아니라 나무껍질과 낙엽, 풀 등이 쌓여 만들어진 ‘쿠션감 있는’ 바닥이었다. 장도 습지를 설명할 때 종종 등장하는 이탄층이란 바로 바닥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아무튼 흔히 예상되는 늪지형 습지가 아닌, 다소 평범해 보이는 들판이 눈앞에 펼쳐져 약간 실망스러웠지만 자세히 주변을 살펴보니 정말 다양한 나무와 식물들이 자라고 있었고 홍보관에서 봤던 새들도 여럿 눈에 들어왔다. 오솔길 안쪽으로 들어가면 더 깊은 습지가 나오지 않을까 싶었지만 초행길인 데다가 습지에는 살모사 같은 독사도 살고 있다는 얘기에 오솔길만 따라 내려갔다.
슾지가 끝나는 지점에서 지나온 길을 올려다보니 그제야 분지 형태의 지형이 한눈에 들어왔다.
쥬라기공원 영화에 나올 법한 원시림은 아니었지만 소박하면서도 깊이를 간직한 장도 습지와의 첫 만남은 깊은 여운을 남겼다(나 같은 약골도 1시간 만에 투어를 마칠 수 있었다는 점이 더 만족감을 줬는지도 모르겠다).

“윤달 영향으로 올해는 감성돔 시즌이 늦어요”
둘레길을 따라 마을로 향하던 중 앞서 가던 현지민이 계셔서 인사를 나누게 됐는데 그 어르신과 5분가량 나눈 대화를 통해 우리가 감성돔을 낚지 못한 이유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알고 보니 그 어르신은 우리가 묵은 민박집 바로 옆집에 사시는 어부셨다. 1년 내내 대흑산도 주변 바다에서 그물질을 하시는데 올해는 윤달이 끼어 여전히 수온이 높다는 얘기였다. 그 바람에 아직까지 단 한 마리의 감성돔도 그물에 들지 않았다고. 오히려 여전히 고등어 떼가 설치고 있어 적어도 두 번 이상은 사리 물때가 지나야 감성돔이 장도 근해로 올라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낚시인들이 조황이 좋지 않을 때마다 윤달 타령하는 것은 믿지 않지만 매일 바다로 나가는 어부의 지적이라 확신이 갔다. 특히 대흑산도는 수온이 높은 10월 이전까지는 감성돔을 보기 어렵고, 수온이 급격히 떨어진 11월 이후로는 감성돔이 자취를 감추는 곳이다. 여러 정황을 감안해보니 우리가 간발의 차이로 시즌을 빗겨 찾은 것은 분명해 보였다.
민박집에 도착해 보니 고등어 떼에 학을 떼고 올라온 김종호 씨와 강대종 씨가 도착해 있었다. 김종호 씨는 “분명 그때도 10월 중순이었는데 고등어 떼를 보니 예년보다 수온이 높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결국 우리는 다음날 3일째 낚시는 포기하고 아침 7시40분에 대흑산도로 나가는 연락선을 타고 철수했다. 쓰고 남은 크릴과 집어제는 대장도 어부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냉동창고에 보관했다. 김종호 씨는 한 달 후 장도를 다시 찾아 반드시 손맛을 보고 가겠다며 벼르고 있었다.        
비록 감성돔낚시는 실패로 끝났지만 나는 국내 유일의 람사르 지정 습지인 장도 습지 투어를 경험한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대흑산도까지는 누구나 쉽게 오갈 수 있지만 장도는 일정에 여유가 없으면 좀처럼 갈 수 없는 오지 아닌 오지이기 때문이다. 특히 장도 습지 투어는 나의 20여 년 취재지 중 가장 인상 깊게 남을 곳이라는 것은 확실해보였다. 

장도 북쪽 내망덕도와 외망덕도 사이 부속섬에 상륙 중인 촬영팀.

장도 선착장에 있는 장도 습지 홍보관.

장도 습지에 서식하는 동식물을 소개하는 알림판.

손수레에 짐을 싣고 민박집으로 이동 중인 김종호 씨와 강대종 씨.

파노라마샷으로 찍어본 장도 습지.

 습지로 올라가던 중 산 중턱에서 내려다본 모습. 왼쪽 섬이 소장도, 정면에 보이는 섬이 대흑산도다.

취재팀이 장도에서 올린 쥐노래미와 돌돔 조과. 손을 덜 탄 곳이라 쥐노래미도 30cm에 가까운 큰 놈들이 주로 낚였다.

장도 민박집의 저녁식사. 반찬이 다양하진 않았지만 현직 해녀인 주인 아주머니의 음식 솜씨에 깜짝 놀랐다.

취재 기간 중 유일하게 올라온 도미. 과격한 저항에 감성돔인 줄 알았으나 올려보니 뺀찌급 돌돔이었다.

 40cm에 육박하는 대물 노래미를 낚고 놀라워하는 김종호 씨.

대흑산도와 장도를 오가는 연락선 대장도호. 동절기에는 오전 10시 20분에 대흑산도에서 장도로 출발, 장도에서는 오전 7시 50분에 대흑산도로 나온다.

산 정상에서 본 장도 습지 입구. 우측에 보이는 정자 옆으로 오솔길이 나 있다.

장도 습지 홍보관의 내부.

대흑산도초등학교 장도 분교.

장도 본섬 남쪽의 큰여에서 감성돔을 노리는 취재팀.

__________________
FISHING GUIDE

장도의 갯바위낚시 여건
갯바위 전용선 없지만 본섬 도포 포인트는 많아

장도 마을은 평범한 어촌이어서 갯바위 전용선이 없다. 어선들도 어업만 하기 때문에 갯바위낚시에 대한 상식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민박집 주인에게 요청하면 마을의 어선을 연결시켜주기는 하지만 포인트 선정은 알아서 해야 되는 게 문제다. 그러나 반드시 낚싯배를 타고 나갈 필요는 없다는 게 현지민들의 얘기이다. 장도는 도보로 걸어가 낚시할 곳이 많기 때문이다. 거리와 지형에 따라 이동에 어려운 정도가 다르지만 대부분 포인트가 미답지여서 마을 가까운 곳에서도 낚시가 가능할 것이라는 게 현지민들의 조언이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TRAVEL GUIDE 1

민박 요금과 숙박 여건
1박에 3만원, 식사는 1식에 1만원

우리가 묵은 박호 씨 어머님 집의 경우 3인 1실 1박에 3만원, 식사는 1식에 1만원을 받았다. 방값은 약간 싸고 식대는 약간 비싼 편이었다. 그러나 식사의 경우 자연산 해산물이 매 식사 때마다 제공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비싼 금액으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다른 민박집은 시설에 따라 약간씩 다를 수 있으므로 출조 전에 전화로 요금을 물어보는 게 좋을 것이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TRAVEL GUIDE 2

장기주차 요령

목포여객선터미널 옆 사설주차장이 저렴해

목포여객선터미널에 장기주차할 때는 터미널 인근 사설 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부담이 적다. 24시간 주차 기준 5천원을 받는다. 게다가 주차장 주인이 낚시인의 짐을 리어카에 실어 터미널까지 가져다주고 올 때도 전화를 하면 탑승장까지 마중 나와 짐을 운반해주기 때문에 편리하다. 참고로 목포여객선터미널에서 출발하는 쾌속선들은 개인별 짐 가방 외에 추가로 들고 타는 짐들에 대해 별도의 운송료를 받고 있다. 크릴 1박스의 경우 1만원을 받는다는 점을 참고하기 바라다. 
문의 : 국제주자창 010-2614-2673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FISHING GUIDE

대흑산도 감성돔낚시 小史
1995년 말에 첫 탐사낚시 시도

대흑산도 감성돔낚시가 매스컴에 처음 보도된 것은 낚시춘추 1996년 1월호로서, 당시 본지 김중기 기자가 목포, 인천 낚시인들과 동행해 2박3일간 250마리가 넘는 감성돔을 뽑아냈다. 당시 낚시한 곳은 본섬 서쪽 연안 외에 영산도 북쪽 머리섬, 대둔도 다물도 사이의 큰여 등이었다. 이때 유일하게 탐사지에서 빠진 곳이 대흑산도 서쪽의 장도였다. 대흑산도 부속섬 중 가장 북쪽에 있는 다물도에서는 2009년 11월에 참돔이 마릿수로 낚인 기사가 본지 20009년 12월호에 소개되기도 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신안 장도까지의 교통편

목포에서 대흑산도까지는 매일 오전 7시 50분과 8시 10분에 쾌속선이 뜬다. 소요 시간은 약 2시간이다. 운임은 1인당 편도 3만4천3백원. 대흑산도에 도착하면 연락선인 대장도호로 갈아 타고 장도로 들어간다. 매일 오전 10시 20분에 장도로 들어가며 나오는 배는 장도에서 오전 7시50분에 배가 뜬다. 운임은 1인당 편도 5천원이다. 대흑산도-장도 구간은 연락선을 타는 게 원칙이지만 오후에 철수하거나 사정이 생겼을 때는 민박집 어선을 타고 이동하기도 한다. 문의 : 목포여객선터미널 1666-0910, 대흑산도 대장도호 010-4612-820

첫날 낚시 후 철수하며 바라본 내망덕도 갯바위.

마을 선착장 부근의 일명 큰바위 포인트. 도보로 진입할 수 있다.

장도 습지에 서식하는 천남성. 화려하지만 독을 갖고 있는 열매다.

낚시를 마치고 민박집에서 저녁식사를 즐기는 모습.

목포여객선터미널 옆에 있는 국제주차장. 1일 주차 요금 5천원이며 터미널까지 짐을 갖다 주는 서비스도 해준다.

대흑산도 횟집에서 구경한 현지산 홍어회 포장.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장도 안내판.

본섬 남쪽 큰여 포인트. 조류 흐름과 물색이 모두 좋았지만 시즌이 이른 탓인지 감성돔은 만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