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강원도의회
‘강원도 문어낚시 금지 조례안’
입법 예고 해프닝
임시회 상정 유보됐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

이영규 기자

지난 10월 5일 강원도의회가 입법 예고한 ‘강원도 낚시제한기준 설정에 관한 조례안’이 낚시계의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다. 예고된 조례안의 골자는 ‘낚시어선의 무분별한 문어 포획으로 문어 연승 어업인들과 갈등이 심화되고 있어 수산자원 보호 및 어업인들의 생계 위협을 해결하기 위하여 낚시제한 기준을 설정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강원도의회는 입법 예고안을 발표한 지 8일 만에 ‘낚시 포획 제한 조례안 제정’을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지난 10월 12일 발표혔다.
강릉시 더불어민주당 위호진 도의원이 대표 발의하고 동해시 국민의힘 심상화 도의원이 공동발의한 ‘강원도 낚시제한기준 설정에 관한 조례안'은 수산자원과 어업인들의 생업 보호를 위해 강원도지사 관할 수역에서는 레저보트나 낚시어선을 타고 낚시로 문어(대문어, 참문어, 발문어)를 잡는 것을 제한하며 이를 어길 시 8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았다. 예정대로라면 이번 조례안은 10월 12일까지 의견 제출을 받은 뒤, 15일 상임위 회의를 거쳐 22일 본회의에서 최종 결정되면 공포 후 6개월 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고성, 양양, 강릉 지역 낚시어선 선주들의 강원도환동해본부를 항의 방문(10월 8일)하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불합리한 조례안 제정을 막아달라는 청원이 3일 만에 2340건에 육박하자, 당초 13일에 개회하는 임시회에 상정하려던 계획을 바꿔 의견 조율을 위해 상정을 유보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임시회 상정을 유보한 것일 뿐이며 완전 철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범낚시계 차원에서 이번 조례가 완전히 철회될 때까지 힘을 합쳐 반대 운동을 벌여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0월 5일 강원도의회가 입법 예고한 강원도 낚시제한기준 설정에 관한 조례안 입법 예고 안내문.

강원도에서의 문어낚시 전면 금지 내용을 담고 있어 낚시계의 반발을 샀다.

문어낚시 전면금지에 대다수가 찬성한다고?
강원도에서 문어를 둘러싼 연승 어업인과 낚시어선업자 간의 분쟁은 2017년 강원도 고성군에서 처음 촉발됐다. 바다낚시 인구의 증가로 강원도를 찾는 문어낚시 인구가 부쩍 늘자 평소 문어 자원을 독점하던 연승 어업인들이 불만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에 강원도에서 가장 많은 출조가 이루어지고 있는 고성군 낚시어선업자들은 어민들의 불만을 고려해 산란기인 1월에서 이듬해 3월까지를 자체적인 금어기로 지정해 출조를 자제해왔다.
그렇게 갈등이 조율돼 어업과 낚시업이 함께 이어지던 중, 지난 10월 5일 강원도의회를 통해 ‘강원도 낚시제한기준 설정에 관한 조례안’이 갑자기 입법 예고되자 낚시어선업자 뿐 아니라 강원도를 찾아 문어낚시를 즐겨온 낚시인들은 크게 반발했다. 
조례안 입법 예고 후 기자와 전화통화한 강원도의회 농림수산위원회 담당자는 “도내 바다에서의 문어낚시 금지 조례안 입법 예고를 앞두고 올해 4월부터 강원도환동해본부를 통해 강원도의 6개 지자체로부터 여러 차례 의견을 수렴했다”고 밝혔다.
이에 기자는 의견 수렴 과정에서 어떤 식의 의견이 오갔는지를 묻자 “강원도의회는 올라온 조례에 대해 상정에 앞서 입법 예고와 심사만 하게 된다. 그래서 입법에 관한 과정만 말할 수 있다. 당사자들 간의 분쟁이나 이해관계는 강원도환동해본부에서 총괄해 의견을 수렴했으니 강원도환동해본부를 통해 문의하라”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이에 강원도환동해본부 어업진흥과로 전화해 주무관과 통화하자 “의견 수렴 결과 강릉시, 동해시, 삼척시는 전면 금지에 일정 부분 찬성했고 양양군은 낚시인 1인당 1일 1마리로 마릿수 제한을 끝까지 원했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그에 반해 속초시, 고성군은 한동안 의견을 내지 못하다가 최근 금지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그런데 주무관의 답변에 여러모로 의문이 생겼다. 우선 전면 금지에 일정 부분 찬성했다는 사람들이 낚시어선업자인지, 연승어민인지를 알 수 없었다. 그 다음은 낚시인들이 1인당 1일 1마리를 주장했다는 양양군의 입장도 신빙성이 모호했으며, 최근 금지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속초시와 고성군의 입장 또한 사실인지 궁금했다. 상식적으로 낚시어선업자들이 금지 쪽에 찬성할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이에 찬성 입장을 밝힌 당사자들이 누구인지를 묻자 “그것까지는 우리가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 강원도환동해본부에서 일일이 이해당사자들을 만나며 의견을 물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해당 지자체의 수산과 등 관련부서로부터 올라온 결과를 참조했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지자체 관계자들이 어느 쪽 입장만 대변해 강원도환동해본부에 의견을 올려 보냈는지 쉽게 예상되는 대목이었다. 

도시어부 격포 문어 편의 한 장면. 최근 문어낚시 명소로 급부상한 부안 앞바다는 전국
에서 몰려든 문어낚시 애호가들 덕분에 지역 경제가 활성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반해 강원도의회는 문어낚시를 막으려는 조치를 취하려해 대조를 이루고 있다.

특정 낚시장르 자체를 금지하겠다는 초유의 사태
한편 도의원 개인의 발의로 촉발된 ‘강원도 낚시제한기준 설정 조례안’ 입법 예고안은 이해당사자인 낚시인, 낚시어선업자, 연승어민들로부터의 고른 의견 수렴이 부족했던 것도 문제지만 현재 마련돼 있는 법적 테두리를 벗어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만약 이번 조례안 마련의 근거로 제시한 ‘수산자원 보호 및 어업인들의 생계 위협을 해결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법률에 근거한 금어기 지정, 포획 금지 체장 및 무게의 제한만으로도 충분히 대처가 가능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낚시육성법에서도 지역별, 시기별 금어기와 포획금지 어종, 체장, 무게 등에 규정을 설정해 놓고 있다.
낚시인과 낚시어선 모두 수산자원 보호라는 큰 틀의 목적이라면 금어기 지정 및 포획 규정 개정에 반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강원도의회가 ‘앞으로 강원도 바다에서의 문어낚시 전면 금지’라는 최악의 카드를 꺼내든 이유가 무엇인지 그 저의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에서 매주 공현진항으로 문어낚시를 출조하는 김진호 씨는 “강원도의 이번 조례안 내용은 대표적인 탁상행정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등산객의 출입이 잦아 특정 등산 코스의 자연 훼손이 심각하다면 일정 기간 해당 코스의 출입을 금지하고 다른 코스로의 등반을 권유할 수 있다. 그래도 해결되지 않을 정도로 심각하다면 해당 산에 대한 휴식년제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강원도의 이번 조례안은 아예 해당 지역에서의 등산 행위 자체를 없애겠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말했다.
경기 이천의 김용호 씨는 “서해안 주꾸미낚시는 하루에도 수백 척의 낚싯배가 출조하고 전국에서 수만 명이 출조하고 있다. 주꾸미낚시 역시 낚시인(낚시어선)과 어민들과 갈등이 심화되자 수년에 걸친 조율 끝에 금어기를 지정했고 지금은 가장 인기 있는 국민레저로 자리 잡았다. 금어기 지정, 포획 체장과 중량 등의 제한만으로도 충분히 갈등을 해결할 수 있음에도 강원도에서 문어낚시 장르 자체를 금지하려는 이번 움직임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통계 자료도 없이 밀어붙인 조례안 역풍 맞아 
한편 조례안 입법의 주요 이유인 수산자원 보호 및 어업인들의 생계 위협 때문이라는 주장은 현실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현재 강원도에 등록된 낚시어선은 400여 척이지만 이 중 실제로 손님을 태우고 지속적으로 영업하는 배는 전체를 통틀어 50여 척에 불과하다.
낚싯배들은 주로 주말에 손님이 몰리고 1인당 올리는 조과도 1~4마리에 불과하다(강원도 대문어낚시에서는 4마리만 낚아도 대박에 가깝다. 심지어 마릿수 확률이 너무 떨어지다 보니 강원도 문어낚시를 싫어하는 낚시인도 많은 게 현실이다). 이에 반해 강원도 내 연승어선은 800여 척에 달하며 거의 1년 내내 문어를 잡아내고 있다. 과연 어느 쪽이 더 문어 자원을 포획하겠는가. 그 결과는 통계를 보면 쉽게 알 수 있으나 안타깝게도 이번 조례안 마련 시 근거 데이터는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5일 강원도환동해본부 주무관과 통화한 기자는 “이렇게 중요한 안건이라면 상식적으로 강원도의 문어 조업량 변화 추이 데이터를 근거로 삼았을 것 같다. 객관적인 기사 작성을 위해 데이터를 보내달라”고 요구했으나 들려온 답변은 놀라웠다.
“참고한 데이터는 없으며 우리는 지역 여론을 수렴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런 통계 데이터는 통계청에 들어가 검색하면 나올 것이다”는 답변이었다. 
수산자원 보호 및 어업인들의 생계 위협을 해결하기 위해 마련하겠다는 그 중요한 조례안이 객관적 통계 자료 하나 없이 추진됐다는 현실을 과연 정상이라고 볼 수 있을까?   
이러한 문제는 지난 10월 8일 강릉, 양양, 고성 지역 낚시어선업자와 강원도환동해본부 담당자들이 만난 회의 자리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회의실에 모인 낚시어선업자들은 “낚시로 인해 강원도의 문어 자원이 줄어들었다는 객관적인 통계자료 보여달라”고 요구했으나 아예 그런 자료 자체가 없어 황당했다고 한다. 
회의에 참석했던 고성 공현진낚시마트 최상용 사장은 “담당자들로부터 통계 자료를 준비하지 못한 것은 우리의 실수다라는 말을 들었다. 현실을 인정한 것이다. 아울러 농수산분과위원회에서 법률 심사를 담당하는 소위원회에서 조차 “근거 자료가 없는데 어떻게 객관적인 심사를 하느냐”며 심사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었다고 한다. 심지어 담당부서에서 이 문제를 해수부에 질의한 결과 ‘법률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 있어 전면금지는 안 된다’는 의견을 전달받았다는 얘기도 다른 채널을 통해 흘러나왔다고 말했다.
강원도환동해본부 측도 나름의 고충을 낚시어선업자들에게 표현한 것으로 들린다. 금어기는 물론 포획 금지 체장, 무게, 심지어 낚시 가능 수심대까지도 제시해 조율을 시도했으나 이번 건은 조례를 발의한 도의원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라는 얘기다.

지방자치단체장의 과도한 낚시제한 권한 막아야   
낚시계를 분노케 한 ‘강원도 낚시제한기준 설정에 관한 조례안’이 상정 유보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상식과 준비가 부족한 지방자치단체장이 불합리한 낚시제한 조치를 남발하면 낚시계가 얼마나 큰 피해를 겪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낚시제한 기준을 자치단체 시도지사 등에게 과도하게 위임한 낚시관리 및 육성법 5조 3항(2019년 8월 20일 개정)이 폐지되지 않는다면 유사한 혼란이 언제 또 발생할지 모른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문의 및 의견 제시처 강원도 농림수산위원회 전문위원실
전화 033-249-5083, 팩스 033-243-7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