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장흥

토종터에서 대물터로 진화

장흥 죽청지

김현 아피스 인스트럭터

순천에서 온 정영진 씨가 마름과 연이 잘 어우러진 죽청지 중하류 연안에 자리를 잡았다.

미끼로 사용한 각시붕어.

광주에서 온 대학생 염재우, 김동빈 씨가 제방에서 마릿수 붕어로 손맛을 보았다.

해가 진 직후 35cm 월척 붕어를 낚은 순천 낚시인 정영진 씨.

전남 장흥군의 대덕읍과 관산읍에는 내수면 낚시터로 명성을 이어가는 곳이 여러 군데 있다. 예전에는 대부분 토종터였고, 전국에서 낚시인이 몰려 올 정도로 각광을 받았지만 지금은 외래어종의 유입으로 인해 상황이 많이 변하여 예전의 명성을 잃어가거나 등한 시 되는 곳들이 더러 있다. 그러나 그 중에서는 오히려 대물터로 모습을 바꾼 곳들도 더러 있는데, 바로 죽청지가 그런 곳으로 꼽힌다.

중하류의 연밭과 마름 공략
지난 9월 19일, 광주에서 약 1시간 30분을 달려 장흥군 관산읍에 위치한 죽청지에 도착했다. 2만1천여 평의 넉넉한 수면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중하류권에 가득 들어찬 연밭. 연안에는 갈대와 부들, 수면 위에는 마름이 듬성듬성 펼쳐져 있고 저수지 주변의 논에는 벼가 누렇게 익어가고 있었다.
물색은 그리 맑아 보이지 않아 입질을 기대해볼 만했다. 제방에는 출조 차량이 서너 대 줄지어 있고 건너편 연안은 텅 빈 상황. 동행 출조한 지인들과 의논 끝에 제방 건너편 중하류권 연안으로 이동하여 연밭과 마름을 공략하기로 했다.
중하류권 연안은 아직 낚시인들의 발길이 닿지 않아 풀로 가득하다. 낚시자리를 만들기 위해 간단한 작업을 마친 후 각자 공략 지점에 찌를 세워 대 편성을 했다. 맨바닥은 3칸대로 수심이 1m~1m50cm가 나왔고 연밭 연안은 약 1m의 고른 수심을 유지했다.
선발용 미끼인 지렁이를 넣어 보니 예상대로 잡어들과 잔 씨알의 붕어 입질이 극성을 부린다. 해가 지기 전 옥수수를 미끼로 전환하여 찌를 세우고 밤에 쓸 미끼를 마련하기 위해 채집망을 넣었다. 그러던 중 찌를 지긋이 올리다가 끌고 들어가는 첫 입질에 24cm 붕어를 낚았고 맨바닥의 마름을 공략하던 순천 낚시인 정영진 씨는 21cm 붕어로 손맛을 보았다. 그런데 약하게 옆으로 끌리는 입질이 빈번하고 미끼 훼손이 심했다. 이는 후에 바늘에 걸려나온 우렁이의 소행임을 알 수 있었다.

잔입질 극성일 땐 옥수수로 교체
어느덧 무넘기에 석양이 졌다. 서둘러 동행 출조자들과 저녁식사를 마치고 찌불을 밝히면서 채집된 새우와 각시붕어를 병행하여 미끼로 꿰어 찌를 세웠다. 해가 지자 싸늘한 기운이 감돌 정도로 기온이 낮아지기 시작했다. 두툼한 외투를 걸치고 수면 위에 한 점 한 점 서 있는 찌불을 응시한다.
초저녁 시간 잔 씨알의 붕어 입질을 몇 차례 받은 후 소강상태를 보이다 이내 첫 월척붕어 소식이 전해왔다. 정영진 씨가 35cm 월척을 마름 언저리에서 낚아냈다. 밤이 깊어질수록 굵은 씨알의 입질이 이어질 걸로 기대하고 낚시에 집중했다.
찌불을 밝히고 첫 입질을 받은 필자는 월척에 가까운 메기 한 수를 낚아낸 후 33cm 월척붕어를 낚아냈다. 자정 무렵까지 메기, 동자개, 잉어 입질을 받아내면서 붕어를 낚아냈다. 이슬이 비처럼 내리는 새벽 시간, 입질이 소강상태를 보이며 동이 터 오기 시작했다.
새벽에는 채집된 생미끼에 잡어와 잔 씨알 붕어의 입질이 극성을 부리자 다시 옥수수로 전환하여 찌를 세웠다. 우렁이의 미끼 훼손을 감안하면서 아침에 18cm~24cm 붕어 몇 수를 더하고 뜨거운 가을 햇살이 빛을 발하기 전에 철수 준비를 했다.

첫 입질을 받아 붕어를 낚아내고 있는 필자.

 연밭 연안에서 낚은 붕어를 보여주는 필자.

정영진(좌) 씨와 그의 아들 정준호 씨가 월척붕어를 들고 기념 촬영을 했다.

살이 차오른 죽청지 월척붕어의 자태. 정영진 씨가 낚은 35cm 붕어다.

알차게 여문 쌀알.

필자가 죽청지에서 거둔 조과.

마름 주변이 가장 호황
죽청지에서는 북쪽 연안의 연밭 언저리와 마름, 연과 마름사이 그리고 맨바닥권에 자리를 잡고 낚시를 한 결과 마름 주변에서 가장 많은 입질을 받을 수 있었다. 기대했던 연밭 언저리는 잡어의 입질이 심했고 연과 마름 사이는 초저녁 시간에 입질이 우세했다. 맨바닥은 가장 적은 조과를 보였다. 철수 시 둘러 본 제방에는 광주에서 온 대학생들이 자리를 잡고 옥수수를 미끼로 18cm~27cm 붕어 20여 마리를 낚은 것을 확인하였다.
미끼는 동이 터 오면서 옥수수를 주로 사용했고 해가 지면서 채집된 미끼를 썼는데 각시붕어가 큰 붕어 입질을 받는데 유리하였다. 하지만 우렁이로 인한 미끼 훼손에 주의해야 한다.
서서히 가을 문턱에 오른 붕어들의 활발한 먹이활동으로 낚시인들 또한 이에 발맞춰 분주하게 움직일 시기다. 아울러 코로나19로 위축된 발걸음도 살아날 걸로 기대하며 출조 시에는 예방과 상대방의 배려 차원에서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출조할 것을 당부 드린다.  
내비 주소 - 장흥군 관산읍 죽청리 547-2

미끼 도둑의 주범인 우렁이가 바늘에 걸려 나왔다.

철수하기 전에 죽청지 청소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