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성 칠곡낚시터
토종붕어 마릿수 호황
“손맛 눈맛 귀맛 모두 만족”
이영규 기자
수도권의 토종붕어 유료터로 유명한 칠곡낚시터가 꾸준한 조황을 보이고 있다.
수위가 70%로 유지된 지난 9월을 기점으로 상류 수초밭과 부교에서 안정적 조과가 이어지며 지난여름의 부진을 달래주고 있다
연휴를 맞아 칠곡낚시터로 출조한 낚시인이 굵은 씨알의 토종붕어를 올리고 있다. 평소 경상도와 전라도로 출조한다는 이 낚시인은 토종붕어 손맛이 그리울 때마다 가까운 칠곡낚시터를 찾는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1일, 추석 연휴를 맞아 경기도 안성시 원곡면에 있는 칠곡낚시터를 찾았다. 수도권에서 드문 대형 토종붕어 유료터인 칠곡낚시터는 규모가 4만8천평에 이른다. 제방 부근만 수심이 8m에 달할 뿐 중류부터 상류까지는 깊어야 3~4m를 유지하는 전형적인 평지지. 그 덕분에 붕어들의 회유가 활발해 조황도 꾸준하게 이어지는 곳이다.
올해 여름까지는 폭우와 무더위가 겹쳐 조황이 부진했다. 가을이 되어 수위가 안정되면서 조황이 안정세로 돌아섰는데 예년에 비해 30%가량 낮아진 가을 수위가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여름 폭우 때 저수지 제방 붕괴 사고가 잇따르자 각 저수지 수위를 70~80%로 유지하라는 지시가 농어촌공사에서 내려왔고, 그 조치로 평소엔 물에 잠겨 있어야 할 좋은 포인트들이 외부로 드러나면서 조황이 좋아졌다고 한다.
원래 천고어비로 불리는 초가을은 실제로는 낚시가 썩 잘 되지 않는 시기이다. 더위가 물러나고 선선해지자 낚시인들은 좋아하지만 붕어 입장에서는 수온이 서서히 하락하는 시기라 본능적으로 활동이 위축되기 때문이다. 마릿수는 줄고 수온 변화에 강한 큰 씨알이 가끔씩 올라오다보니 가을이 마치 붕어낚시의 피크시즌 인 것 마냥 느껴질 뿐 알고보면 일종의 착시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추석 같은 명절 연휴 때 최고의 선택
한편, 토종붕어를 방류한 토종붕어 유료터들의 인기가 과거보다 떨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토종붕어는 중국붕어, 향붕어와 달리 방류 후 즉시 낚이지 않고 ‘물’이 맞지 않으면 알게 모르게 폐사하는 경우가 많다(대형지일수록 이런 경우가 흔하다).
낚아보면 몸에 상처가 있는 개체도 의외로 많은데 낚시인들은 ‘원래 서식하던 곳과 물이 다르다보니 그물에 잡혔을 때 난 상처가 아물지 못하기 때문’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고기를 낚으면 보기에도 좋지 않다보니 토종붕어 대신 양식붕어로 어종을 바꾼 곳들이 늘어났다.
반면 칠곡낚시터에서 낚이는 토종붕어는 원래 그곳에서 나고 자란 놈들처럼 고기가 깨끗하다. 입질도 자연지와 차이가 없을 정도로 시원해 무겁게 찌맞춤한 외봉돌채비만 써도 찌를 쭉쭉 올린다.
경기도 이천에서 매주 칠곡낚시터를 찾는 이정훈 씨는 “칠곡낚시터는 수심이 깊지 않고 수초밭이 발달해 토종붕어가 쉽게 낚시터에 적응하는 것 같다. 요즘 향붕어를 방류한 유료터에 가면 입질이 너무 예민하고 지저분해 낚기 힘든데 칠곡낚시터 토종붕어는 시원스럽게 찌를 밀어 올려준다. 올라오는 놈들마다 깨끗하고 때깔이 좋다”고 말한다.
이처럼 칠곡낚시터를 찾는 단골 낚시인들은 일반 유료터를 찾는 낚시인들과는 대상어 선호도가 다르다. 즉 중국붕어나 향붕어를 방류한 일명 ‘양어장’보다는 자연지 스타일을 좋아하는 낚시인들이며, 비록 다른 곳에서 잡아다 넣은 것이지만 자연산을 선호하는 전문 토종붕어 낚시인들이 자주 찾고 있다.
특히 칠곡낚시터는 이번 추석 같은 연휴 때 빛을 발한다. 연휴 때는 어딜 가도 길이 막혀 오고가는데 시간을 낭비할 수밖에 없는데 수도권 어디서도 1시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는 칠곡낚시터는 토종붕어 매니아들에게 좋은 대안이 되고 있다.
밤새 2명이 월척 2수 포함 중치급 이상만 20마리
연휴여서 자리가 없을까 싶어 아침 9시경 상류에 도착했더니 이미 3명의 낚시인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관리인 이영주 씨로부터 들은 바로는 3일 연속 호황을 맞은 구간(흔히 단호박 앞이라고 부르는 코너 자리다)이었는데 그새 소문이 난 듯 했다.
이날 나는 소문난 상류보다는 좌안 하류의 깊은 수심을 노려보고 싶었다. 그 구간은 도로가 좁고 인근 카페와 식당을 오가는 차량 통행이 잦아 주차 여건이 최악이다. 짐을 내려놓을 시간도 없을 만큼 차량 통행이 잦아 주차는 불가능. 설사 재빨리 짐을 내려놨다 해도 수백 미터 이상 상류로 이동해 주차하고 다시 걸어 와야 된다.
그만큼 손을 안 탄 자리이다 보니 예상 못한 호황이 기대돼 이번 추석에 노리고 간 건데, ‘고기 잘 나오는 상류 대신 굳이 뭐하러 하류에서 모험을 하려느냐’는 이영주 씨의 제안에 넘어가 상류에 앉게 됐다.
소문대로 입질은 왕성했고 오전부터 8~9치급의 때글때글한 토종붕어가 시원스럽게 찌를 밀어 올렸다. 이날 나는 낚시하면서 채비를 새롭게 교체하는 바람에 오전낚시를 열심히 못했지만 이 포인트를 자주 찾는 천안 낚시인들은 꾸준한 입질을 받아냈다.
천안에서 온 단골낚시인들은 “가을 칠곡낚시터에서는 낮에 입질이 활발하다. 낮 12시에서 오후 6시까지가 피크이고 어두워진 후에는 자정 무렵까지 꾸준한 입질이 이어진다”고 말했다. 그들의 말처럼 이날은 월척이 귀해 아쉬웠을 뿐 토종붕어답게 챔질 때마다 “핑-핑-핑” 낚싯줄이 우는 소리가 나 손맛, 눈맛, 귀맛이 모두 만족스러웠다.
이튿날 오전에 낚시를 마치고 조과를 확인하니 내 옆에 앉았던 천안 낚시인 2명이 8~9치급과 턱걸이 월척 2마리 포함 20마리 이상을 낚아 놓고 있었다. 7치 이하는 살림망에 담지 않고 낚는 즉시 방류했으니 총 마릿수는 두 배에 달했을 것이다.
상류권 촬영을 마치고 아침에 관리소 앞 부교로 이동해봤다. 수심이 2.5~3m로 깊게 유지되는 부교는 언제나 꾸준한 조황을 보이는 곳이다. 어김없이 때글때글한 토종붕어가 담긴 살림망들이 걸려있었다. 원주에서 온 임동이 씨는 “나는 명절 때 처갓집을 찾을 때마다 칠곡낚시터를 들르고 있다. 반드시 1박낚시를 즐기고 가는데 가깝고 조황도 꾸준해 만족스럽다. 오후 네 시에 두 번 입질 받았는데 그 중 한 마리가 턱걸이 월척이고 또 한 마리는 9치급으로 씨알이 굵었다”며 붕어를 들어보였다.
인근에 카페, 식당 즐비해 가족낚시터로도 굿
원래 추석 연휴는 붕어 조황이 썩 좋지 않다. 낚시인들은 긴 연휴에 부푼 꿈을 안고 낚시터를 찾지만 이 기간에 보름달이 뜨기 때문에 대어를 만나기 어렵고 마릿수도 떨어지는 게 상례다. 그러나 이번 추석 연휴 때는 전국적으로 쏠쏠한 재미를 보았다는 소식이 많이 들려왔다. 이곳 칠곡낚시터처럼 저수지 수위가 70~80%로 유지된 것이 좋은 영향을 미친 게 아닐까 싶다.
칠곡낚시터의 입어료는 2만5천원. 최근 배스 루어낚시를 즐기는 배서들이 늘어나 낮에는 다소 번잡스럽지만 밤이 어두워지면 배서들이 철수하기 때문에 한적하게 낚시를 즐길 수 있다. 칠곡낚시터를 빙 둘러 카페와 식당이 즐비해 가족과 함께 출조하는 나들이낚시터로도 적합하다. 내비에 칠곡낚시터를 입력하면 관리소 옆까지 안내하고 도로와 낚시터가 접해있어 포인트 진입도 편하다.
경기도 이천에서 온 이상민 씨가 월척과 준척 조과를 자랑하고 있다. 그는 2박3일동안 60마리가 넘는 마릿수 조과를 거뒀다.
칠곡낚시터 토종붕어의 자태. 방류한 붕어지만 상처가 없고 깨끗한 것이 특징이다.
관리소 옆 상류권 포인트 전경.
수심 깊은 부교에서 붕어를 노리는 낚시인들.
수위가 70%대로 내려가면서 바닥을 드러낸 상류권.
취재일에 효과를 보였던 마루큐사의 페레글루. 어분이 함유된 글루텐 떡밥이다.
칠곡지 좌안 상류에 생겨난 멜멜 카페. 낚시터에서 가까워 커피를 마시러 가기도 좋다.
낚시인들이 자주 찾는 칠곡해물손칼국수. 관리소 인근에 있다.
도로변에서 바라본 관리소 우안 상류권.
원주에서 온 임동이 씨가 부교에서 올린 조과를 자랑하고 있다.
천안에서 온 낚시인이 지인과 함께 올린 밤낚시를 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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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SHING GUIDE
정통 바닥낚시 스타일이면 충분해
칠곡낚시터 토종붕어들은 순진해서 너무 예민한 채비를 쓸 필요가 없다. 정통 외봉돌채비에 적당히 무겁게 찌맞춤해도 찌를 쑥쑥 올린다. 바늘도 붕어바늘 8~9호로 크게 쓴다. 미끼는 글루텐 떡밥 한 종이면 충분하다. 최근에는 어분이 섞인 글루텐이 인기를 끌고 있다. 옥수수를 쓰는 사람도 있지만 마릿수와 씨알 모두 글루텐을 탁월하게 앞서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