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FISHING

이천 복하천

가을이 머무는 곳

박일 객원기자

가을이, 한껏 깊어진 가을이 어느새 우리 곁으로 왔다. 길가의 코스모스와 한껏 살이 오른 붕어가 우리 마음을 배부르게 한다. 집에서 30분이면 갈 수 있었던 이천 복하천. 여기서 가을을 한껏 누리고 갈 줄은 미처 몰랐다.

지난 여름은 정말 낚시인들에게는 너무나 힘들었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긴 장마와 더불어 몇 개의 강력한 태풍이 오름수위 특수조차 한 번 즐기지도 못하게 만들었고 여름이란 계절은 속절없이 지나가버린 채 준비도 없이 가을이 찾아왔다.
그동안 몇 번 출조는 있었지만 밤새 갑자기 내린 비에 수위가 급격하게 차올라 한밤중에 낚시하다 말고 급하게 철수했던 적도 두세 번 있었는데 낚시 일생에서 처음 겪었던 일이었다. 낚시 장비 일부도 수장해 버렸을 정도다. 한동안 낚시는 생각조차 못하고 따분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경기도 이천에 거주하는 후배가 연락이 왔다. 이천 복하천에 있는 보로 주말 짬낚시를 나왔는데 몇 시간 만에 붕어 마릿수 붕어를 낚을 정도로 조황이 좋다고 말한다. 핸드폰에서 핑~ 하는 챔질 소리기 들렸다.
복하천? 우리집에서 30분이면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이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찾지 았았다.
복하천은 경기도 용인시 양지면에서 발원해 이천시 마장면을 지나 남한강으로 흘러드는 작은 지방하천으로 여주시 흥천면 남한강 합수머리까지 그 길이가 40km 정도 된다. 하지만 상류 지역의 개발과 잦은 홍수로 인해 하천의 바닥이 높아져 수량도 장마철을 제외하면 많지 않다. 복하천에 놓인  여러 개의 보가 그나마 연중 수심의 변화가 심하지 않은데 부들과 마름같은 수생식물이 밀생해 낚시를 할 수 있다. 빈작은 면할 수 있겠지만 씨알 좋은 붕어는 어렵다고 알고 있는데 지난 장마와 태풍으로 붕어 자원이 많이 유입된 것인가? 
이렇게 해서 후배를 찾아 출조한 곳은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단천리에 있는 복하천 중상류에 있는 보였다. 서울에서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내려가다 서이천IC에서 내려 10여 분 가자 복하천변의 목적지에 도착했다. 복하천 주변은 코스모스가 흐드러지게 피어 가을 분위기를 한껏 자아내고 있었고 보 주변으로 잘 발달된 부들과 마름이 멋진 포인트를 만들어 놓으며 나를 유혹했다.

길 옆 코스모스가 목을 길게 뺀 이천 복하천의 가을 풍경.

“어, 입질이다.” 전영민(해모수)씨가 촬영 중 들어온 입질을 살펴보고 있다.

파라솔 너머 수초밭에 쏟아지는 가을볕.

수심은 1~1.5m로 적당하고 물색도 좋은 편이었고 물 흐름이 조금 있어 약간의 무거운 채비만 하면 낚시하는 데에는 큰 지장은 없을 듯하였다. 워낙 많은 포인트가 산재해 있어 적당한 수심과 편한 낚시 자리를 골라 앉으면 됐다.
호법면 단천리 지방도로 다리 아래에 있는 보 포인트에 후배가 먼저 도착해 낚시를 하고 있었다. 이곳은 마릿수 붕어가 매력이긴 하지만 간혹 씨알 좋은 붕어도 낚인다고 했다. 강고기가 많아 동물성 미끼를 사용하면 메기, 가물치, 동자개, 배스가 입질을 했다. 우리 일행은 대부분 떡밥과 옥수수를 썼는데 생각 외로 옥수수에 입질이 잘 들어왔다.
늦은 오후부터 초저녁 어둠이 찾아오기 전까지 입질이 잦았다. 낚이는 씨알은 주로 7치에서 9치 정도. 어둠이 찾아오자 잦았던 입질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이따금 월척 붕어가 올라왔다. 전영민 씨가 밤 10시경 32cm 씨알의 토종붕어를 낚았고 박동일 씨도 턱걸이 월척으로 손맛을 봤다.
새벽 1시부터 3시까지는 입질이 없다는 현지인의 말에 잠시 눈을 붙였다가 새벽 4시부터 다시 낚시를 이어갔다. 입질은 살아나기 시작해 6시 정도까지 계속됐다. 가장 씨알도 굵고 입질이 활발한 시간대인 듯 보였다.  하룻밤 낚시였지만 일행 4명이 각각 20여 수 이상의 붕어를 낚았고 가장 큰 씨알이 33cm였다.
날이 밝아 잠시 상류 방향으로 올라가 보니 우리가 낚시한 곳보다 더 좋은 포인트가 펼쳐져 있었다. 주차하고 바로 낚시가 가능한 곳도 많았고 부들이 자리 잡은 멋진 곳도 여러 곳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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