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오징어 에깅

제주도 원정에 대한
200% 솔직한 이야기

김진현 기자 kjh@darakwon.co.kr

‘제주도 에깅 출조’라는 말을 들으면 제주도에 먼저 설레고 에깅에 한 번 더 설렌다. 하지만 그 설렘이 조과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자정 무렵, 서귀포 위미리에 있는 원영자동차학원 아래의 포구에서 노인석(야마시타 필드스탭), 고봉현(런커 필드스탭) 씨가 무늬오징어를 노리고 있다. 멀리 불빛이 보이는 곳이 서귀포 시내다.

▲첫날 오후에 찾아간 서귀포 대정읍에 있는 산방산. 산 아래 연안에 좋은 에깅 포인트가 많다.

지난 9월 20일, 제주도에서 활동하고 있는 블랙핀 스튜디오의 노인석(야마시타 필드스탭), 고봉현(런커 필드테스터) 멤버와 함께 제주도 서귀포로 에깅 취재에 나섰다. 최근 제주시 한림읍과 판포리 일대에서 킬로급 씨알의 무늬오징어가 잘 낚인다는 소식을 듣고 현장을 찾았으나 예상치 못한 폭우와 바람으로 인해 첫날은 낚시를 시도조차 하지 못했고 궁여지책으로 바람을 피해 서귀포 일대로 장소를 바꿨다.  
제주도로 출조하면 날씨가 조과의 90%를 좌우한다는 말들을 하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100% 좌우할 수도 있다. 제주도 현지인들이야 오늘 날씨가 나쁘면 내일 출조하면 그만이지만, 한두 달 전에 출조 예약을 하는 외지인들로선 예약을 쉽게 엎치락뒤치락 할 수 없는 노릇이라 출조 당일의 날씨가 매우 중요하다. ‘어복’ 위에 ‘날씨복’이라는 말까지 생겼을 정도니 날씨가 곧 조과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노인석 스탭이 사용한 야마시타의 섈로우 타입 에기.

▲강정동 선녀코지 갯바위에서 첫 무늬오징어를 낚은 노인석 씨.

▲노인석 씨가 낚은 무늬오징어. 무게는 500g 정도다.

▲첫 입질을 받은 노인석 씨의 야마시타 에기왕K 3.5호 슈퍼섈로우. 한국 전용 한정판으로 출시된 제품이다.

바람 방향에 따라 포인트 형성
다음날 오후, 북동풍이 강하게 부는 상황에서 서귀포시 대정읍에 있는 상모방파제에서 에깅을 시도했다. 전날에 비가 내려 물색이 탁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우려와는 달리 물색이 좋았다. 하지만 방파제에는 우리와 같은 생각으로 바람을 피해 모인 현지인들이 가득 들어서 있었고 할 수 없이 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제주도에서 날씨가 좋지 않을 때는 바람을 피해서 포인트를 찾는 것이 순서다. 북풍이 불면 남쪽에서 포인트를 찾고 남풍이 불면 북쪽에서 포인트를 찾는 식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나름의 노하우가 있다. 단순히 생각했을 때 동풍이 불면 서쪽으로 자리를 옮기면 될 것 같지만 막상 자리를 옮기고 보면 서쪽에서 더 강한 바람이 부는 경우도 있다.
제주도는 섬 가운데 한라산이 크게 솟아 있지만 산이 언덕처럼 동서로 길게 뻗어 있는 탓에 남풍이나 북풍은 잘 막아주는 반면 서풍이나 동풍은 잘 막지 못하고 되레 반대편에서 더 세차게 몰아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대체적으로 서풍이 불면 낚시를 할 곳을 찾기가 힘들며 동풍이 불 때는 남동쪽이나 서남쪽에 포인트가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현지인들도 날씨가 좋지 않을 때는 직접 포인트를 둘러보고 낚시할 곳을 찾는데, 돌풍이 부는 날에는 생각지도 못한 곳이 조용할 때가 있으므로 부지런히 포인트를 찾아나서는 것이 좋다.

▲서귀포 안덕면의 대평포구 갯바위에 여러 명의 낚시인들이 진입해 있다. 무늬오징어, 벵에돔 포인트로 유명하다.

▲서귀포 보목하수처리장 아래의 갯바위에서 고봉현 씨가 에깅을 하고 있다. 바람을 덜 타고 주변보다 수심이 깊은 곳이다.

▲노인석 씨의 에깅용 스피닝릴. 최고급 스피닝릴에 더블핸들을 장착했으며 0.8호 합사를 사용한다.

▲원줄의 텐션을 유지해 가이드에 나란히 정렬되어 있다. 라인을 이런 상태로 유지해야 폴링 바이트나 미세한 입질을 감지할 수 있다.

계속 되는 노히트
두 번째로 찾아간 곳은 서귀포시 안덕면의 대평포구. 간조가 되면 포구 옆으로 넓게 갯바위가 드러나는데 그 주변이 전부 에깅, 벵에돔 포인트다. 마침 간조가 되어 물에 잠긴 갯바위가 드러나기 시작했고 노인석, 고봉현 씨는 갯바위 콧부리로 들어가서 에깅을 시작했다. 포인트 주변을 둘러보니 수심이 얕고 조류가 잘 흘러들고 있어 금방이라도 무늬오징어가 낚일 것 같았다.
갯바위 끝에 자리를 잡은 두 사람은 에기를 최대한 멀리 캐스팅한 후 떨어져 있는 간출여 주변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그러나 열심히 로드를 흔들었지만 거짓말처럼 무늬오징어를 확인하지 못했다. 바람을 피해 자리를 잘 잡았고 물때도 맞췄지만 단 한 마리의 무늬오징어도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노인석 씨는 “잔챙이라도 우선 한 마리 잡으려고 가장 확실한 포인트로 들어왔는데 전혀 반응이 없어서 당황스럽습니다. 이런 경우는 뭐라 표현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해가 지기 전에는 서귀포시 하예동의 진황등대 아래의 갯바위로 내려가서 에깅을 시도했는데, 이곳에서도 무늬오징어의 입질을 받지 못했다. 대평포구의 얕은 갯바위에서도 입질이 없었고, 진황등대 아래의 깊은 수심에서도 입질이 없다면 무늬오징어는 대체 어디에 있을까?
고봉현 씨는 “서귀포 일대의 연안 에깅은 10월 중순이 되어야 조황이 살아납니다. 그 후 겨울 내내 시즌을 이어가죠. 지금은 제주도 동쪽의 한림 일대와 서쪽의 성산 일대 조황이 좋은데, 바람을 피해서 어쩔 수 없이 서귀포 일대로 내려오니 조과가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더라도 밤에는 무늬오징어가 모습을 나타낼 테니 해가 진 후를 집중적으로 노려보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남원읍 덕돌포구에서 큰 씨알의 무늬오징어를 낚은 노인석 씨. 섈로우 타입 에기를 사용했다.

▲취재 이튿날, 밤낚시에 재도전해 무늬오징어를 낚은 고봉현 씨.

▲강정동 선녀코지에서 낚은 무늬오징어.

▲고봉현 씨가 사용한 런커의 스미조쿠 에기. 비거리를 늘이기 위해 훅에 구슬을 꿰어 로케티어 채비로 만들어 캐스팅한다.

에기로 바닥 찍지 마라? 
해가 진 후 찾아간 곳은 서귀포시 강정동의 선녀코지. 바람으로 인해 파도가 제법 치고 있었지만 물때가 맞아서 에깅을 시작했다. 수심은 3~4m로 얕고 주변에 간출여가 여러 군데 있으며 무늬오징어는 본류를 타고 갯바위로 들어온다고 했다.
먼저 고봉현 씨가 액션 중에 에기를 확 끌어가는 강한 입질을 받았지만 너무 순식간이라 챔질에 성공하지 못했다. 급기야 원줄이 갯바위에 쓸려서 끊어지는 바람에 채비를 다시 해야 했는데 그때 노인석 씨가 바로 연이어 입질을 받고 무늬오징어를 올렸다. 올라온 것은 500g 내외의 작은 무늬오징어. 밤이라 내심 큰 씨알을 기대했지만 아직 서귀포에서는 큰 씨알이 드물다고 한다.
입질은 한 번에서 끝나지 않고 연이어 들어 왔다. 노인석 씨는 바닥이 아닌 중상층에서 입질을 받았다고 했는데 무늬오징어의 활성이 좋아 굳이 에기를 바닥으로 내릴 필요가 없다고 했다. 노인석 씨에게 에기 선택 요령을 물었다.
“저는 노멀 타입의 에기를 거의 쓰지 않습니다. 대부분 섈로우와 슈퍼 섈로우 에기만 사용합니다. 그 이유는 제주도 연안의 수심이 3~4m로 얕고 겨울을 제외하면 무늬오징어가 중층에 머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굳이 노멀 타입을 사용할 필요가 없습니다. 에깅을 할 때 에기로 반드시 바닥을 찍으라고 말하는데, 적어도 제주도에서는 그렇게 어렵게 낚시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특히 밤에는 중층과 상층만 잘 노리면 됩니다”라고 말했다.
에기로 바닥을 찍지 말라니? 나에겐 에깅의 상식을 뒤엎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먹혔고 그런 방법으로 무늬오징어를 연속으로 낚는 모습을 보았으니 마땅히 대꾸할 말이 없었다.

덕돌포구에서 마지막 히트
선녀코지 갯바위는 금방 발판으로 물이 차올라서 다시 포인트를 옮겨야 했다. 구두미포구, 보목포구, 보목하수처리장 순으로 옮기며 에깅을 했지만 입질이 없었고 태흥3리 덕돌포구에 닿아서야 다시 무늬오징어를 낚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고봉현 씨가 먼저 입질을 받았으나 챔질에 실패했고 곧바로 노인석 씨가 입질을 받아 무늬오징어를 낚아냈다. 고봉현 씨는 노멀 타입의 3.5호 에기를 썼고, 노인석 씨는 3.5호 슈퍼섈로우 에기를 사용했는데 상층의 무늬오징어가 빨리 가라앉는 노멀 타입의 에기를 덮치지 못하는 듯했다. 그리고 덕돌포구 주변의 수심이 3m 내외로 아주 얕았기에 노멀 타입의 에기로는 빠른 액션을 줄 수밖에 없어서 챔질을 실패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입질을 하고 말고는 무늬오징어 마음이므로 정확한 사실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
오후 3시 대정읍 상모방파제에서 시작한 출조는 새벽 2시 남원읍 덕돌포구에서 막을 내렸다. 무려 11시간의 길고긴 탐사 끝에 거둔 조과는 무늬오징어 4마리. 그것도 우연찮게 노인석 씨가 모두 낚았고 고봉현 씨는 두 번의 입질 받는데 그쳤으며 나는 입질도 받지 못했다. 모두 같은 자리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낚시를 했지만 조과는 천차만별. 노인석 씨에게 운이 따랐을 수도 있지만 단순히 운으로 무늬오징어를 잡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그의 실력이 더 빛나 보였다.

▲서귀포 하예동에 있는 진황등대. 등대 아래 갯바위가 에깅, 벵에돔 포인트다.

▲촬영 중에 잠시 휴식하며 기념 촬영을 한 고봉현(좌), 노인석 씨.

▲취재 첫날 찾아간 대정읍의 상모방파제. 최근 에깅 조과가 좋은 곳으로 취재당일에는 낚시인들이 많아서 진입하지 못했다.

▲남원 덕돌포구의 등대.

▲각자 차량에 장비를 실으며 철수를 준비하고 있다.

서귀포 에깅은 이제 스타트
다음날, 바람이 더 강하게 불어 날씨가 더 엉망이 되었지만 낮에는 낚시를 포기하고 밤에 고봉현 씨와 다시 서귀포 일대로 출조를 했다. 바람을 피하고 말 것도 없이 여러 곳을 다녔는데, 큰 씨알은 아니었지만 무늬오징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전날 출조와 비슷한 점이라면 저녁 피딩에는 입질이 없었고 본격적인 밤이 되어서야 입질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무늬오징어를 사계절 쫓다보면 입질하는 수심과 시각이 계속 변하는 것을 경험하게 되는데 가을에는 피딩 때보다 해가 뜨기 전과 해가 진 후에 주로 입질을 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래서 이른 새벽이나 밤에 낚시를 하는 것이 유리하다. 선상에서는 낮에도 잘 낚이지만 그것은 연안에서 멀리 떨어져서 낚시하는 상황이며 연안에 가까운 곳의 상황은 다르다.
10월에 제주도로 출조를 계획하고 있다면 우선 동쪽이나 서쪽 포인트로 진입할 것을 추천한다. 가을에는 북동풍이 부는 날이 많으므로 한림이나 판포 일대로 출조하기 좋고 현재 그쪽 조황이 좋다. 아울러 서서히 서귀포권 에깅 조황도 살아날 시기이므로 함께 포인트를 탐색하면 충분히 조과를 거둘 수 있다. 만약 본격적으로 기온이 내려가며 북풍이나 북서풍이 불 때는 서쪽 포인트에서 낚시를 하기 어려우므로 그때는 서귀포 일대를 노리면 된다.  

취재협조 블랙핀 스튜디오, 야마시타, 런커

두 마리 토끼는 불가능
밤과 낮 둘 중 하나만 노려야
제주도로 출조하는 낚시인들은 대부분 기대감에 부풀어 잠을 자지 않고 낚시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런 행동이 조과에 도움을 주는 경우는 드물며 오히려 출조를 망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낮에 낚시를 한다면 아침과 저녁에 낚시를 하고 밤에 쉬어야 다음날 낮에도 낚시를 할 수 있다. 반대로 밤에 낚시를 한다면 다음날에는 오후까지 충분히 쉬어야 다시 밤에 출조가 가능하다. 참고로 주말에는 제주도 연안 곳곳에 낚시인들이 있으므로 자정 무렵이나 새벽에 출조하는 것이 좋고, 평일이라면 동이 트기 전에 출조해 자리를 잡아야 현지인들을 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