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피크 시작

이영규 기자
 

물안개가 자욱하게 낀 팔봉수로 우안 하류 연안에서 아침 입질을 기다리는 낚시인들. 포인트와 도로가 붙어있는 점이 팔봉수로 붕어낚시의 최고 메리트다.

충남 서산시 팔봉면에 있는 팔봉수로는 낚시인들 사이에는 팔봉수로라는 이름이 익숙하지만 정식 명칭은 솔감저수지다.
분명 저수지처럼 크고 넓은 솔감저수지를 왜 팔봉수로로 부르게 됐는지는 정확히 아는 이가 없다.
팔봉수로 상류에서 2km 거리에 고향집이 있는 군계일학 대표 성제현 씨는 “솔감저수지는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 바다를 막아 생긴 간척호다. 원래 조그마한 저수지가 있었던 자리를 넓힌 게 아니라 만들 때부터 현재의 규모였다. 어릴 때 우리는 주로 상류 수로에서 낚시했기 때문에 팔봉수로라고 불렀는데 그 이름이 지금까지 전체를 대표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내비게이션에 팔봉수로를 입력하면 솔감저수지로 안내된다는 점이다. 내비 지도 회사 담당자가 낚시를 좋아해 친절하게 ‘팔봉수로=솔감저수지’로 입력했을 확률은 낮아 보인다. 2000년대 중반 무렵, 낚시춘추와 아이나비가 제휴해 전국 저수지(수백평 규모의 소류지는 물론 명칭이 아예 없는 곳도 낚시인들이 부르는 명칭을 살려 입력했다) 명칭을 내비에 입력한 사례가 있는데 그 데이터를 다른 내비 회사들도 참조하고 있는 건 아닌가도 싶다. 

가을은 씨알&마릿수 양수겸장 시기
팔봉수로는 간척호인 부남호와 간월호를 제외하면 서산권에서 가장 많은 낚시인을 수용할 수 있는 낚시터다. 좌, 우 연안의 하류부터 상류까지 모두 포인트이며 구간별 조황 차도 크지 않다.
게다가 포인트와 도로가 거의 붙어있어 주차 후 바로 낚시할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그래서 팔봉수로는 중부권 낚시회의 시조회와 납회장소로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다. 대략 200명 정도를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규모다.
팔봉수로의 붕어낚시 호시즌은 크게 봄, 가을로 나뉜다. 일단 봄은 3월 말~4월 초에 씨알 피크를 맞는다. 이때는 35~38cm가 주종일 정도로 씨알이 굵다. 대부분의 4짜도 이때 배출된다. 그러나 여름이 되면 거의 찾지 않는 곳으로 돌변하는데, 수온이 오름과 동시에 살치가 설쳐 낚시가 힘들어지고 모기까지 극성을 피우기 때문이다.
팔봉수로가 다시 조황을 회복하는 것은 추석 무렵으로 이때가 되면 모기도, 살치 성화도 크게 줄어 낚시 여건이 살아나게 된다.
올해도 어김없이 추석을 즈음해 팔봉수로로 낚시인들이 몰렸다. 지난 9월 셋째 주부터 마릿수 조과가 시작돼 9월 마지막 주까지 호황이 이어졌다. 씨알은 7~8치급이 주종이었고 간간히 턱걸이 월척이 섞이는 양상이었다.
다만 올 가을에 눈에 띄게 달라진 특징은 평균 씨알의 하락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가을이 되면 8치 이상급이 주로 낚였으나 올해는 6~7치급이 많아졌다. 낚시인들은 “최근 저수지마다 배스 자원이 줄어들면서 잔챙이 토종붕어 자원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팔봉수로 역시 비슷한 과정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10월 중순~11월 중순이 최고의 피크
지난 9월 27일에 찾은 팔봉수로는 일요일 오후라 그런지 많은 낚시인들이 철수한 상태였다. 그러나 오후가 되자 빠져나간 자리에 또 다시 낚시인들이 들어와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다시 붐볐다.
취재일에는 조황이 썩 좋지 못했다. 씨알도 6~7치 내외로 잘았고 어쩌다 8~9치급이 올라오는 수준. 그 와중에 월척과 4짜를 낚은 사람도 있었지만 가뭄에 콩 나는 수준이었다. 아마도 주중 호황 소식에 너무 많은 낚시인들이 주말에 한꺼번에 몰린 여파, 보름달 여파 등이 조황 부진의 원인으로 보였다.
그러나 팔봉수로를 잘 아는 단골 낚시인들은 이런 현상은 주말 출조 때 나타나는 일시적 부진일 뿐이며 10월 중순을 넘기면 예년 조황을 회복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때가 되면 살치 성화도 확실히 줄고 붕어의 평균 씨알도 굵게 낚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이때가 되면 중부권 낚시회들의 납회가 줄을 잇기 때문에 주말에는 포인트 차지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게 개인 플레이어들에겐 고민이다.
문의 서산 낚시일번지 041-664-5598

김철규 씨가 팔봉수로에서 사용한 미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