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아산 산들낚시터]

향붕어와 토종붕어가 서로 힘자랑

김병조 (주)천류 민물스탭, 유료터닷컴 고문, 유튜브 댄찌TV

금년 여름은 기나긴 장마와 태풍으로 인해 더운 줄도 모르고 지나갔다. 여름이 가고 어느새 논의 벼이삭도 황금색으로 물들고 있다. 어느덧 가을의 문턱을 넘어섰다. 낚시인에게도 가을은 풍요로운 계절이다. 가을의 초입에 풍광이 수려한 아산 산들낚시터로 낚시여행을 떠났다. 산들낚시터의 저수지명은 수철리지로서 7년 전 낚시터를 인수한 관리인이 이름을 바꾼 것이다. 

드론으로 촬영한 산들낚시터 전경.

펜션 투숙객들만 사용 가능한 수상 잔교.

대전을 출발해 한 시간 만에 산들낚시터에 도착했다. 산들낚시터의 정식 이름은 수철리지다. 예산을 대표하는 계곡지로 약 7년 전 현재의 관리인이 낚시터를 인수하면서 산들낚시터라는 별칭을 붙여 운영하고 있다. 주변에 큰 산과 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산들낚시터라고 지었다고 한다. 2만5천평의 계곡형 저수지다.

만경산과 태화산을 품은 낚시터
산들낚시터는 수도권에서도 접근이 용이한 편이다. 그래서인지 서울 등 수도권에서 오는 출조객이 대부분이다. 만경산과 태화산이 저수지 주변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풍광이 아름답다. 2년 전 필자의 직장 선배 두 분과 함께 처음 산들낚시터로 찾았을 때 만경산 자락 아래 수상좌대에서 낚시를 했다. 그때 저수지 풍경에 매료되어 하룻밤 낚시하면서 깊은 인상이 뇌리에 남았었다.
산들낚시터는 무엇보다 배스나 블루길 등 외래종이 없다. 토종붕어, 떡붕어, 메기, 동자개, 피라미 등 다양한 어종이 서식하고 있다. 지금은 검역이 까다로워져서 중국붕어보다는 폐사율이 적은 향붕어를 방류하는 낚시터들이 많다. 이곳도 향붕어와 잉붕어를 주로 방류하고 있다.  콩알떡밥이 잘 먹히고 새우도 채집이 되기에 밤에 새우 미끼에 허리급 이상의 토종 붕어도 가끔씩 만나기도 한다.
노지낚시는 연안 수상잔교에서 이루어진다. 노지 입어료는 2만원. 수상잔교는 주차장 앞과 만경산 자락 밑에 배치되어 있다. 두 곳 다 주차한 곳 가까운 곳에 수상잔교가 있어 편리하다. 산들낚시터 권만주 대표는 관리소 옆 펜션도 운영 중이다. 펜션을 이용하는 손님들만 사용할 수 있는 작은 수상잔교도 있어 두세 가족이 함께 묵으며 오붓하게 낚시를 즐길 수 있다.
수상좌대는 걸어서 진입할 수 있다. 연안에 10동이 있으며 배를 타고 들어가는 좌대가 8동 있다. 연안 좌대 요금은 평일 주말 상관없이 입어료 포함 2인은 9만원, 3인은 11만원이다. 수상좌대는 평일에는 1인도 사용 가능한데 이때는 7만원을 받는다.
배를 타고 진입이 가능한 수상좌대는 모두 8개다. 중형이 2개, 대형이 4개, 특대형이 2개가 있다. 중형은 2인 기준 입어료 포함 9만원, 1인 추가 시 11만원이다. 대형은 4개가 있으며 3인 기준 11만원, 1인 추가 시 13만원을 받는다. 특대형은 2개가 있다. 기본이 5인이며 이용료는 17만원으로 1인 추가 시 2만원의 추가 요금이 발생한다.
수상좌대는 만경산 자락 바로 밑에 배치가 되어 있다. 밤에는 불빛이 전혀 없어서 고즈넉하게 밤낚시를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다.

주차장 앞 수상잔교는 늘 인기가 많은 포인트이다.

충남 계룡시에서 출조한 권영창 씨가 주차장 앞 수상잔교에서 올린 조과를 자랑하고 있다.

산들낚시터 단골 조사인 익산의 문병선 씨가 거둔 풍족한 조과.

특대형 수상좌대의 내부. 

  일반인들에게도 맛이 좋기로 소문난 산들낚시터의 닭볶음탕.

건탄식으로 떡밥 사용해 피라미 성화 극복 
필자의 선배인 김영교 씨와 함께 낚시 짐을 들고 연안 좌대로 향했다. 3.2칸 두 대를 편성하였는데 수심은 제방 근처여서 그런지 2.5m 정도로 깊은 펀이다. 주로 향붕어와 잉붕어 위주로 방류되고 있기에 미끼를 어분 위주로 준비했다. 지난번 극동낚시터 출조 때 많은 붕어를 낚았던 예감사의 ‘수상한 삼색어분’ 단품에 액체형 집어제인 ‘물뿅’을 넣고 물성을 줄여서 좀 딱딱하게 만들어 집어제 겸 미끼로 사용하기로 했다.
산들낚시터는 외래종이 없다 보니 피라미가 많은 편이다. 외래종이 없는 낚시터에서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그만큼 낚시터가 건강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낮낚시에 피라미나 살치 등 잡어가 성화를 부릴 때는 떡밥을 단단하게 개어 건탄식으로 투척하면 잡어가 건들더라도 떡밥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바닥에 빠르게 안착이 되고, 나중에는 집어가 되어 붕어들이 접근하면 자연스레 잡어가 물러나게 된다. 산들낚시터에서는 이런 식으로 미끼를 운용하는 것이 붕어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이다.
건탄으로 만든 어분을 크게 달지 않고 자주 투척하는 방식으로 집어를 시작했다. 떡밥이 단단해서인지 우려했던 만큼 피라미의 등쌀이 심하지는 않았다. 피라미를 세 마리 건져내자 피라미 입질과는 다른 입질이 포착이 되었다. 찌를 한 마디 살짝 올리더니 이내 옆으로 끌고 간다. 빠르게 챔질하자 손끝에 전해지는 느낌이 강렬했다. 낚싯대의 휨새가 포물선을 그리는데 그 힘이 대단하다.
힘겨루기 끝에 올라온 녀석은 향붕어였다. 그다지 큰 씨알이 아닌데도 태생이 향어의 아류인지라 그 힘이 장사였다. 피라미 입질을 뚫고 나온 향붕어여서 기쁨이 더했다. 잠시 후 필자의 바로 옆에 자리한 김영교 씨도 첫 붕어를 만났다. 역시 향붕어였다.
관리형 낚시터 출조가 몇 번 되지 않은 김영교 씨가 말하기를 “붕어 힘이 대단해서 월척은 넘어 보였는데 8치급 향붕어네. 역시 향붕어 손맛은 가히 월척급이네요”라고 말했다.
오후 6시가 넘어가 만경산 자락으로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자 폭발적인 입질이 들어왔다. 떡붕어, 향붕어, 잉붕어 등 다양한 붕어가 연속해서 낚인다. 저녁식사 시간에 맞춰 좌대로 배달된 닭볶음탕은 안중에도 없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지”라고 말하던 김영교 씨가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또 입질을 받아냈다.
한차례 폭풍이 지나고 난 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입질이 뚝 끊겼다. 그 틈을 이용해서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필자의 낚시 초보 시절, 그때도 저녁식사로는 주로 닭볶음탕을 먹었는데 좌대에서 먹는 닭볶음탕의 맛은 색다른 즐거움이 있었다. 좌대에서 주로 닭볶음탕을 먹게 되는 것은 술안주도 되면서 한 끼 식사로도 훌륭하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도 선배인 김영교 씨와 함께 소주 한잔하면서 매콤하면서도 맛깔스러운 닭볶음탕으로 맛난 저녁식사를 했다.

경치 좋은 만경산 자락 아래에도 수상잔교와 좌대가 마련돼 있다.

토종붕어 닮은 향붕어 입질
저녁식사를 마치고 본격적인 밤낚시에 돌입했다. 낮에 설쳤던 피라미는 집으로 돌아간 건지  피라미의 입질은 끊겼다. 피라미 성화가 끊기자 건탄으로 운영했던 미끼를 ‘물뿅’을 더 넣어 질게 반죽을 했다.
부드러운 어분을 한입에 먹기 좋을 크기로 바늘에 달아 투척했다. 콩알떡밥으로 계속해서 템포낚시로 집어했더니 또다시 입질이 들어왔다. 우측 3.2칸 대의 찌가 한 마디 움찔거리더니 점잖게 하늘로 솟구친다. 그때를 놓칠세라 챔질했고 묵직한 손맛이 느껴졌다. 이번에는 월척급 토종붕어가 아닌가 하는 기대감을 갖게 되는 순간이다.
한참 실랑이를 하다가 조심스레 뜰채에 담아 물 밖으로 꺼내어보니 기대와는 달리 월척급 향붕어다. 입질로 봐서는 분명 토종붕어 같았는데…. 향붕어 입질은 주로 꼬물거리거나 물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입질이 많다. 그러나 이곳 산장낚시터 향붕어는 끌고 들어가는 입질도 있지만 찌를 쭈욱 올리는 입질도 자주 나타나 찌맛을 즐길 수 있었다.
시원스레 올렸던 향붕어 입질 후 또 같은 패턴의 입질이 찾아왔다. 이번에는 좌측 3.2칸 낚싯대에 왔는데 짧은 예신 후 바로 몸통을 밀어 올리는 황홀한 입질이다. 챔질하자 이번에는 7치급 떡붕어가 낚였다. 나는 계속해서 떡붕어와 향붕어를 교대로 낚아냈는데 바로 옆에서 낚시하는 김영교 씨는 토종붕어 위주로 낚고 있어 신기했다. “산들낚시터 토종붕어들이 사람을 가리는가 봐요”라는 필자의 말에 김영교 씨가 한바탕 웃음보를 터뜨렸다.
자정을 훨씬 지나서도 폭발적인 입질은 아니지만 간헐적으로 입질이 계속되었다. 향붕어 특유의 입질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종종 있어서 다양한 형태의 입질을 읽어내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낚시 삼매경에 빠지다 보니 어느덧 새벽 3시가 다 되어서 잠자리에 들었다.

단풍이 곱게 물든 깊은 가을을 기약하며
창문으로 스며드는 아침 햇살에 눈이 저절로 떠졌다. 전기 패널 보일러의 따뜻함 때문인지 4시간도 채 잠을 자지 않았는데 몸이 개운했다. 김영교 씨는 언제 잠을 깼는지 방안에 없고 아침장을 보고 있다. 주섬주섬 옷을 입고서는 밖으로 나갔다. 아침이 되고서는 별다른 입질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필자도 잠시 아침장을 보기 위해 낚시를 해보았지만 피라미 입질뿐이어서 낚시를 접기로 했다. 만경산과 태화산의 단풍이 곱게 물드는 시기에 다시 한 번 찾을 것을 기약하며 산들낚시터를 떠났다.
문의 010-8771-9988
내비 주소 배방읍 수철리 27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