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민 프로의 여수 광도 예찬

잡어는 적고 감성돔은 많다

김진현 기자

“가을부터 초겨울까지 여수·고흥권에서 감성돔을 노린다면 광도만한 낚시터가 없다. 내만과 거문도 등 원도에는 잡어가 많지만 그 중간의 광도엔 오직 감성돔들만 있을 뿐이다.”

▲ 철수 때 찍은 광도. 왼쪽으로 굵은모둘이 연결돼 있으며 오른쪽 곶부리 안쪽에 광도 마을이 있다. 이 일대는 여빨이 심하고 얕기 때문에 항상 감성돔이 붙어 있다.

여수 한일낚시 김한민(HDF 필드스탭) 사장과 광도로 감성돔낚시를 가기로 약속한 것은 작년 이맘때다. 김 사장은 10월 중순부터 12월 초까진 줄곧 광도를 판다고 했다. 그런데 번번이 일정이 맞지 않아 결국 올 가을까지 기다렸다. 그에게 광도 자랑을 수없이 들은 터라 나로서는 무척이나 기대가 되는 취재.
하지만 광도 출조는 이번에도 순탄치 않았다. 이유는 낚싯배. 광도는 초도-역만도 라인이나 삼부도-거문도 라인에서 벗어나 홀로 떨어져 있어 독배를 잡아야 했다. 한 마디로 최하 네다섯 명의 인원이 모여야만 출조를 결행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10월 16일 취재당일 김 사장의 낚시점에 모인 인원은 HDF 필드스탭 박점진씨와 그의 동행 한 명이 전부. 광도행이 어려웠지만 김한민 사장은 거문도로 가는 씨울프호의 박진국 선장에게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여 뱃머리를 광도로 잠시 꺾었다.

▲ “이만하면 쓸 만한거시여?” 박점진(좌), 김한민씨가 오전에 낚은 감성돔과 참돔, 뺀찌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늦가을 감성돔은 광·평 라인에 널려 있다”

밤 11시 30분에 여수에서 출발해 광도에 도착하니 자정을 조금 넘은 시각. 김한민 사장이 뱃머리에 나가 낚싯배를 접안할 자리를 열심히 가리켰으나 어찌된 일인지 접안이라면 이골이 난 박 선장이 여러 번 버벅댄다. ‘대체 어떤 곳이길래 이리도 접안하기 어려워할까?’
하선한 직후에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우리를 내려놓고 후진하던 씨울프호에서 ‘쿵’하는 굉음이 들린 것이다. ‘암초에 부딪쳤나?’알고 보니 우리가 내린 자리는 광도에서도 ‘여빨’이 가장 심한 ‘굵은모둘’이란 곳이었다(이곳은 지난호 173p 강민구씨의 광도 포인트 기사에 소개한 자리다). 하필 간조 때라 후진하던 낚싯배의 스크루가 수중여에 닿아버린 것이었다. 굉음에 놀란 낚시인 몇 명이 밖으로 나와 우왕좌왕했고 몇 번이나 시동을 걸고 끄는 것을 반복했다. 미안한 마음에 숨을 죽이고 바라보고 있으니 큰 문제는 없었는지 이내 거문도 방향으로 낚싯배가 나아갔다. 천만다행이었다.
날이 밝을 때까지 갯바위 틈에 모로 누워 잠을 청했다. 10월 말이라 새벽공기는 쌀쌀했다. 김 사장은 준비해온 침낭 속으로 쏙 들어갔다. 광도 출조의 필수품, 침낭이었다.  

▲ 오전에 썰물 때에 거둔 조과. 감성돔 외에 다른 고급어종들도 골고루 낚였다.

잠길찌 채비를 썼을 줄이야

새벽 네 시경, 으스스한 한기를 참다못한 박점진씨가 먼저 낚싯대를 들었다. 자잘한 볼락이 여러 마리 물고 나왔다. 봄에는 새벽에 큰 볼락이 잘 낚인다고 한다.
본격적인 낚시는 동트기 직전인 오전 6시경에 시작했다. 물때는 거의 만조 직전. 김한민 사장은 “수심은 8~9m에 맞추고 발 앞을 노리면 감성돔이 입질한다. 찌는 1호 이하를 쓰면 되고 전유동보다 반유동 채비가 더 잘 먹힌다”고 말해 주었다. 김 사장 말대로 수심을 맞춰서 던져보니 밑걸림이 심했다. ‘여빨’이 심해 수심차가 급격한 모양이었다. 
여밭이 아무리 명당이라지만 낚시하기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내 김한민 사장이 감성돔을 히트해 파이팅을 벌였다. 그러나 채비가 팅! “생각지도 못한 큰 사이즈가 물었다. 수중여가 많은 곳은 목줄이 쉽게 터지기 때문에 항상 긴장했어야 하는데 실수했다”고 김 사장이 말했다. 그 후 연속으로 입질을 받아 김한민씨가 40cm 감성돔을 낚아 낸 후 박점진씨도 30cm가 넘는 놈을 히트. 상사리와 뺀찌도 연달아 낚아냈다. 그 와중에 박점진씨도 한 마리를 터뜨려버렸다.
그러나 나는 입질 받는데 실패했다. 김 사장에게 무슨 채비를 쓰는가 물어보니 “0.5호 구멍찌를 쓰는데 봉돌을 더 달아서 잠기게 만들었다. 이런 복잡한 여밭에선 이렇게 써야 바닥을 제대로 공략할 수 있다. 어신도 구멍찌의 입수로 알아챈 것이 아니라 낚싯대를 들어줄 때 초리로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잠길찌 채비를 쓰고 있었던 것이다<그림 참조>.

만조가 되어 조류가 죽으니 더 이상 입질이 들어오지 않았다. 김 사장은 뜰채를 펴더니 밑밥을 뿌리고 열심히 학공치를 건져냈다. 그는 “어차피 학공치가 많아 낚시하기 힘들다. 이럴 땐 부지런히 학공치를 챙겨가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거문도는 아직 학공치가 붙지 않아 이런 재미도 없다”고 말했다.
학공치 회로 ‘아점’을 해결한 후 오후 초들물에 다시 낚시를 시작했다. 김 사장이 또 감성돔 한 마리를 터뜨렸고 박점진씨는 큼직한 붉바리 한 마리를 낚아냈다.
김한민 사장에게 “왜 그렇게 광도를 좋아하느냐”고 물었다. “11월경엔 광도만한 감성돔 낚시터가 없다. 적당히 물색이 흐리고 전갱이나 고등어 성화가 덜하며 거문도에 비해 수온이 1~2도 낮기 때문에 감성돔도 빨리 붙고 뺀찌나 상사리의 성화는 덜하다. 이 시기의 감성돔 씨알도 최상급이다”라고 말했다. 맞은편에 평도가 보여 그곳은 어떤지도 물었다.
“평도와 그 뒤로 이어진 손죽도, 초도, 소거문도 등도 광도와 낚시여건이 비슷합니다. 역시 광도와 마찬가지로 큰 감성돔이 낚이고 12월 중순까지 호황입니다. 그중 개인적으로 광도를 가장 좋아하는 이유는 찾는 낚시인이 적고 그만큼 항상 감성돔이 붙어 있기 때문입니다.” 김한민 사장의 말이다.     

광도로 출조하려면?

광도의 주요 출항지는 여수와 고흥이다. 하지만 두 곳 모두 정기적으로 광도를 드나드는 낚싯배가 없다. 여수의 경우 거문도·삼부도행 낚싯배가 가끔 광도를 경유하며 고흥은 광도, 평도, 손죽도, 소거문도, 역만도 중에서 낚시인이 많이 몰리는 곳으로 가게 된다. 광도에도 마을이 있지만 여객선은 손죽도에서 이틀에 한 번 드나드는 도선이 전부다. 따라서 광도로 출조하기 위해서는 출조점을 통한 단체 출조를 문의하거나, 미리 4~5명 인원을 모아서 낚싯배를 섭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선비는 5만원.
출조문의 여수 한일낚시 011-624-8282, 여수 전국낚시 011-608-6131

▲ 광도에서 거둔 조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