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낚시마트 김기준 사장의 추천
큰 것 한 방 노리실라? 곡성 황산지로 가보쇼!
김중석 객원기자·천류 필드스탭
▲우안 중류의 뗏장수초대 앞에 앉은 필자가 수초 앞에 채비를 떨어뜨리고 있다.
최근 몇 달간 고흥으로만 출조하다보니 슬슬 지겨워지기에 다른 곳은 조황이 어떨까 하여 곡성낚시마트 김기준 사장에게 전 화를 해보니 “큰 거 한 방 노리려면 무조건 곡성 황산지로 들어가라”고 한다. 마릿수는 적지만 대신 월척 중반에서 4짜 후반에 육박하는 굵은 붕어가 낚인다는 정보였다.
곡성, 구례, 남원까지 저수지의 조황을 손금 보듯 꿰고 있는 그의 말은 신뢰성 99%라는 것을 익히 알고 있던 터라 주저 없이 황산지(보정지)로 방향을 잡고 공략할 방법을 연구하고 있는데 평산가인 박종묵 서부지부장이 전화를 해서 “정출지를 잡아야 하는데 마땅한 곳이 없다”며 고민을 털어놓는다. 마침 잘 됐네. 황산지 정도면 마흔 명인들 못 앉겠소. 고민할 것 없이 황산지로 갑시다!
배스, 블루길 유입 후 대물터로 변신
곡성군 옥과면 황산리의 황산지는 보정마을 위에 있어 보정지로 더 잘 알려진 곳이다. 1959년 축조된 1만5천 평 규모의 준계곡지다. 상류에서부터 중류까지는 약 1.5m 수심에 뗏장수초와 물수세미가 발달해있고 하류는 3~4m로 깊다. 2006년경 배스와 블루길이 유입되기 전에는 새우와 참붕어가 많이 서식했으나 이제는 참붕어는 자취를 감추었고 새우는 드물게 채집된다. 30cm 전후의 배스와 굵은 블루길이 생미끼에 걸려들며 잔 붕어는 찾아볼 수 없고 걸었다 하면 월척 이상의 붕어만 낚이는 전형적인 배스 유입 붕어대물터다.
올해 잦은 폭우와 태풍으로 인하여 항상 만수위를 유지하여 상류의 뗏장수초는 거의 환상적으로 우거져 있었다. 광주 인근 저수지라 광주꾼들과 옥과면의 현지꾼들이 꾸준하게 드나드는데 이곳의 튼실하고 체고 높은 붕어를 본 꾼이라면 거의 중독 수준에 빠져드는 매력이 있다.
좌)땟장수초가 발달해 있는 중류. 수초대 사이사이에 씨알 굵은 붕어가 박혀 있다. 우)부산꾼 서용환씨가 카메라에 담은 38, 43cm 붕어.
낚였다 하면 38cm, 40cm, 그리고…
8월 14일 토요일, 서른 명이 넘는 평산가인 회원들이 황산지에 포진했다. 날이 어두워지려면 두 시간이나 남았는데 중류에 회원들이 모여 웅성웅성한다. 뭐 덩어리라도 낚였나 싶어 카메라를 들고 가보니 강진에서 온 김현주 회원이 흥분하여 침을 튀기고 있었다. “채비 세팅하면서 바늘에 큰 새우를 꿰어 던져두었는데 아 글쎄 찌가 하늘을 향해 쭈욱 올라오지 뭡니까? 바로 챔질했는데 대가 부러질 듯 힘쓰던 붕어를 어렵게 뗏장에 올려 태운 데까지는 성공해 스키를 태우듯 끌어내면서 아 이제 다 낚았구나 하며 봉돌을 잡고 들어 올리는 순간 그 우람하던 붕어가 파다닥하며 바늘이 빠짐과 동시에 물속으로 다시 들어가 버렸지 뭡니까!”
어두워지면서 30여 명의 꾼들이 숨죽여가며 찌를 응시하는데 사뭇 긴장감이 흘렀다. 이윽고 밤 9시경 순천의 김승찬 회원이 새우미끼로 38cm 붕어를 올렸다. 뗏장 사이 벌어진 틈에 찌를 세웠는데 최근 매달 화보 촬영에서 월척을 낚아내는 기록을 이어가고 있었다.
밤 12시경 좌대를 들고 우안 중류 뗏장밭으로 들어간 광양 최종도 회원이 옥수수 미끼로 정확히 40cm 붕어를 낚아냈다. 뗏장 끝자락의 5칸 장대 찌가 훤하게 불을 밝히며 몸통까지 올리는 것을 보고 “이건 무조건 4짜다!” 확신하고 챔질했다고 한다.
황산지 단골꾼들이 ‘새벽 2시부터 동틀 무렵까지 꼭 찌를 올려준다’고 하기에 졸린 눈을 비벼가며 기다렸으나 자라와 장어만 한 마리씩 낚는데 그쳤다.
소문 퍼져 휴일엔 북적북적, 조용한 평일에 찾아야
그 후 3주가 지난 9월 4일 회사 낚시회원들과 함께 또 황산지를 찾았다. 이번에는 평산 송귀섭 선생까지 초청했는데 우리보다 먼저 전북에서 주로 활동하는 다음카페 대어회가 들어와 있었다. 대략 15명. 우리도 15명이어서 이번에도 30명 정도가 함께 대를 담갔다. 수위나 분위기는 3주 전과 똑같았고 다만 우안 중류 뗏장 포인트가 비어 있다는 것이 달랐다.
뗏장이 넓은 곳이라 긴 대와 수초제거기가 필요한데 장비 면에서 부족했던지 앉기 편한 포인트에만 집중적으로 몰려 있었다. 늦게 도착한 나는 뗏장 끝자락을 노리기 위해 부랴부랴 좌대를 뗏장지대 한복판에 설치했다. 수심은 약 2m로 깊었다.
먼저 탐사 차 지렁이를 꿰었는데 30분이 지나도 미동도 없다. 오늘 따라 블루길도 조용했다. 밤이 깊어갈수록 적막감 속에 찌만 응시할 뿐이다. 3박째 낚시를 하고 있다는 옆자리의 부산꾼 서용환씨에게 다가가 “입질 있습니까”하고 물으니 “3일째 입질 한번 못 받고 있다. 이틀 전 옥과면의 꾼이 이 자리에서 43cm와 38cm 붕어를 건 것을 뜰채로 떠줬다”며 카메라에 담은 붕어 사진을 보여주는데 정말 대단한 빵이었다. 그의 말을 빌리면 붕어는 주말보다 평일 한적할 때 대부분 낚였다고 했다, 그럴 수 있겠다. 오늘같이 이렇게 많은 꾼들이 다닥다닥 붙어 낚시를 하고 있는데 붕어 입장에서 보면 연안으로 나올 리 만무했다.
새벽 5시경에 처음 입질을 받았다. 새우를 꿰어 뗏장을 넘겨 쳤는데 찌가 두 마디 올라오더니 스르르 물속으로 끌려가기에 이상하다 싶어 챔질하는 순간 어라? 전혀 움직임이 없네? 수면에 모습을 나타낸 것은 자라였다.
날이 밝아 조황을 확인해보니 입질 받은 꾼이 거의 없었다. 물속이 뭔가 맞지 않은 듯 블루길조차 움직임이 없었다. 다가오는 추석 연휴 때 다시금 황산지를 찾아볼 계획이다.
▲최종도 회원이 낚은 40cm 붕어. 4짜가 낚였다고 해서 얼른 달려가 사진을 찍었다.
가는 길 호남고속도로 옥과나들목을 나와 벌교·동복 방향으로 우회전하여 600m 가서 좌측 보정마을 표석과 보정 버스정류장 사이로 좌회전하여 보정마을을 거쳐 약 2km 들어가면 황산지 제방에 닿을 수 있다.
황산지(보정지) 낚시요령
수초 없는 깨끗한 바닥에선 글루텐 계열의 떡밥이 잘 먹히고 뗏장수초대는 속에 물수세미가 함께 자라고 있어 물수세미 사이 빈 공간에 채비가 떨어지게끔 해야 한다.
배스와 블루길을 의식해 옥수수로 월척을 많이 낚아내지만 새우도 의외로 잘 먹힌다. 황산지의 피크타임은 벼가 누렇게 익어갈 시점인 추석 전후이며 그 시즌이 12월 중순까지도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