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격포 배낚시

2020 가을 돌문어는

격포가 킹·왕·짱

이영규 기자

올해 돌문어낚시의 메인 필드는 남해가 아니라 서해다.
특히 전북 부안군 격포 앞바다는 사상 최대 호황을 보이며 돌문어 마니아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으라차차 또 한 마리 올라온다!” 취재일 남부스타호를 타고 출조에 나선 허재영 씨가 연타로 돌문어를 올리고 있다.

동틀 무렵 장안여로 몰려든 낚싯배들. 장안여 일대는 격포 문어낚시의 메인 포인트 중 한 곳이다.

그동안 돌문어낚시의 본고장은 통영, 진해, 고흥, 여수, 완도로 대변되는 남해였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완전히 돌변했다. 남해는 시즌 초반부터 씨알과 마릿수 모두에서 기를 못 핀 반면 서해는 예년보다 빠르고 굵은 문어가 솟구쳤다.
돌풍의 주인공은 서해 문어낚시의 1번지로 불리는 격포 앞바다. 올해는 시즌도 빨랐다. 작년까지만 해도 9월이 다 돼서야 문어낚시에 돌입했으나 올해는 6월 말부터 입질이 시작됐고 8월에 이미 전성기를 맞았다.
격포 남부낚시 김신곤 사장은 “서해 문어낚시가 시작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6월부터 출조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게다가 올해는 초반부터 씨알이 굵고 마릿수도 탁월하다. 8월에 이미 2kg이 넘는 놈들이 속출했고 9월을 넘긴 현재는 3kg짜리도 종종 선보이고 있다. 10월에 접어들면 그 이상의 대물이 낚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시즌이 두 달 이상 앞당겨지면서 포인트에도 변화가 생겼다. 작년까지만 해도 위도 근해부터 시즌이 시작돼 점차 왕등도로 이어졌다. 그러나 올해는 격포 내만인 명인여, 쌍여, 노은여, 화섬 등지에서부터 입질이 시작됐다. 봄에 감성돔 여치기가 성행하는 곳으로 육지에서 고작 5분 거리의 근거리이다.
격포를 자주 찾는 낚시인들은 “원래 문어는 초반 시즌에는 내만권에서 자라지만 그동안은 9월 무렵부터 본격적인 출조에 나섰던 터라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사리물때는 수심 얕아도 50호 봉돌 필수 
지난 8월 21일, 격포 남부낚시의 남부스타호를 타고 올해 첫 서해 문어낚시 취재에 나섰다. 오늘은 조류가 가장 센 9물임에도 격포항이 새벽부터 붐볐다. 새벽 5시에 격포항을 출발한 낚싯배가 고작 10여 분을 달리더니 낚시가 시작됐다. 아직 사위가 어두운 상황이었으나 출조한 모든 낚싯배가 이때부터 ‘밤낚시’를 시작했다.
남부스타호 김춘곤 선장은 “문어도 물고기와 마찬가지로 어두울 때부터 잘 낚인다. 이런 상황에서는 축광 기능이 강한 에기를 쓰는 게 단연 유리하다”고 말했다. 김춘곤 선장은 요즘은 낮에도 에기에 불이 들어오는 LED 에기가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에기 내부에 LED등과 배터리가 내장된 제품으로, 일반 에기보다 확실히 집어력이 높다는 소문이 돌면서 판매량이 급증했다.
날이 밝자 돌문어가 한두 마리씩 올라왔으나 입질이 연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9물이라는 물때가 거슬렸는데 물색은 그런대로 맑아 보였으나 조류가 너무 빨라 50호 봉돌을 단 채비가 물속을 휭휭 날라 다녔다.
이렇게 조류가 빠르면 문어의 움직임도 둔해지지만 더 큰 문제는 채비 유실이 잦아진다는 것이다. 채비가 수직으로 내려가지 못하고 조류에 밀려 사선으로 끌리다보니 밑걸림이 자주 발생하는 것. 결국 밑걸림 방지를 위해 채비를 자주 들었다놨다하는 과정이 잦아지면서 문어가 달려들 시간은 그만큼 줄어드는 게 문제다. 
이날의 낚시는 얼마나 빨리 바닥을 찍고, 짧게 들어오는 입질을 잘 간파하느냐에 조과가 갈렸다. 광주광역시에서 온 서수현 씨는 선두에 서서 총 13마리의 문어를 낚았는데 소형 전동릴을 사용해 채비를 빠르게 회수했다 풀었다를 반복하는 민첩한 동작으로 짧은 입질에 대처해나갔다. 반면 굵은 원줄과 가벼운 봉돌을 사용한 낚시인들은 내내 조류에 날리는 채비를 컨트롤하느라 낱마리 조과에 머물러 대조를 이뤘다.
김춘곤 선장은 ‘사리물때에는 출조 전에 반드시 50호 봉돌을 준비하라’고 손님들에게 강조하지만 대부분 무시하고 30~40호 봉돌만 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게다가 아직도 주꾸미낚싯대나 연질 타이라바낚싯대를 들고 오는 사람이 많은 것도 50호 봉돌 무게를 부담스러워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김춘곤 선장은 가벼운 봉돌이 유리한 상황은 조류가 약하게 흐를 때뿐이며 조류가 셀 때는 수심이 얕아도 충분히 무거운 봉돌을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어낚시에도 전동릴 인기몰이 
9월로 접어들자 격포권 돌문어 씨알은 더욱 커지고 마릿수도 출중해졌다. 태풍 마이삭이 오기 전에 출조한 낚시인들은 8월보다 한결 커진 돌문어로 손맛을 봤는데 9월부터는 1kg이 넘는 놈들이 주종이고 2kg 이상급도 제법 섞여 낚인다고 한다. 왕등도는 아직 씨알이 잘고 주로 내만권과 위도권을 왕복하며 문어를 낚는 중이다.  
전동릴 사용자가 부쩍 증가한 것도 눈길을 끌고 있다. 격포권 문어 포인트는 깊어도 20m를 넘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지만 돌문어 씨알이 2kg 이상으로 굵어지자 종일 계속되는 릴링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잦아졌다. 지금은 배 한 척당 서너 명 이상은 전동릴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 모습을 본 낚시인들도 속속 소형 전동릴을 장만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한다. 격포권 문어낚시는 9~10월에 최고의 피크를 맞으며 출조비는 1인당 9만원을 받는다. 
문의 격포 남부낚시 063-582-8723

문어 채비. 어떤 조합을 하더라도 색동 에기 하나씩은 섞어 쓰는 게 좋다.

금호조침의 문어 채비와 에기. 에기는 내부에 케미를 꼽는 방식이다.

베이트릴 장비. 낚싯대는 유양사의 보트 폴 H602.

김춘곤 선장이 조황란에 올릴 조과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개인 레저보트를 타고 출조한 낚시인들도 많이 보였다.

 문어낚시에 사용한 바낙스의 카이젠 150G 라이트 소형 전동릴.

보냉력이 뛰어나기로 정평이 난 HDF 아이스박스.

취재일 가장 많은 문어를 낚은 서수현 씨가 푸짐한 조과를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