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홍성 봉서지

열대야 아랑곳 않는 파상 입질 
 
하룻밤에 허리급만 네 마리라니! 

김철규 호봉실업, 탑레저, 토코떡밥, 태흥 필드스탭 

드론으로 촬영한 봉서지. 필자 일행은 상류 골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사상 최장의 장마가 끝나고 태풍도 지나간 지난 8월 중순경 이달의 출조지를 탐색해 보았다. 하지만 긴 장마로 수해를 입은 지역이 많다 보니 가급적 수해가 적은 지역을 찾아보아야 했다.
그러던 중 충남 홍성에 있는 봉서지에서 씨알 좋은 붕어가 낚인다는 소식이 들렸다. 수해가 전혀 없는 지역이기도 해 이달의 출조지로 봉서지를 택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이곳 홍성은 물론 서산, 태안권 그리고 보령 쪽은 큰 피해 없이 긴 장마를 이겨온 곳이기에 부담 없이 찾을 수 있었다.

봉서지를 둘러싼 소문들
봉서지는 충남 홍성군 금마면 봉서리에 자리 잡고 있다. 만수면적 2만7천평의 준계곡형 저수지. 상류권으로 뗏장수초와 부들이 잘 자라있으며 중상류 연안으로는 부들은 없지만 뗏장수초가 잘 분포되어 있다.
Y자 형태인 봉서지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제방 좌안 상류의 돼지축사에서 흘러나오는 오염수와 더불어 제방 우측 홍성 추모공원에서 화장을 한 뼛가루를 저수지에 뿌린다는 소문이 나, 한동안 낚시인들의 발길이 뜸했다. 여기에 밤이 되면 귀신이 출몰 한다는 소문까지 돌아서 음산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그러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축사의 오염물이 차단되고 화장한 뼛가루를 뿌린다는 것이 헛소문으로 알려지면서 차차 낚시인들이 찾게 되었다.
봉서지는 10여 년 전만 해도 잔챙이 붕어 성화에 낚시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언제부터인가 배스가 유입되면서 입질 한 번 보기 어려운 터가 센 낚시터가 되었다. 그러던 곳이 몇 년 전부터 씨알 좋은 붕어들이 손쉽게 낚이기 시작했고, 이 사실을 안 현지인들만 쉬쉬하며 몰래 빼 먹다가 2~3년 전부터 인터넷에 이 사실이 공개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평일에도 좋은 자리 차지하기가 쉽지 않은 곳이 되었다.
봉서지는 작년 6월에도 찾아 낚시한 적 있는 곳이다. 만수 때는 포인트가 적지만 그때는 배수가 많이 돼 상류권에도 좋은 포인트가 많이 드러났다. 내가 낚시한 곳은 오가피밭이 있는 중간 부근이었다. 2박낚시에 준,월척 붕어로 17마리를 낚았는데 그때는 허리급 붕어가 한 마리도 없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현재 봉서지에서는 낚이면 월척붕어요 대부분이 허리급 이상이었다.

월척 훔쳐가는 수달 주의
지난 8월 18일 조우 몇 명과 함께 아침 일찍 봉서지를 찾아가니 마침 특급 포인트인 상류권에서 낚시하신 분들이 철수를 하고 있었다.
긴 장마 끝에 만수위를 유지하고 있는 봉서지는 저수지 규모에 비해 포인트가 그리 많지 않다. 필자가 낚시를 했던 상류권에 5자리, 상류 중간 지점의 4~5자리, 그리고 진입로 통나무 펜션 앞에 3자리 정도 있고 제방 좌측 도로 아래에 몇 자리와 제방 우측 무넘기 부근의 몇자리 등 저수지를 통 털어도 20여 명이 앉기에도 부족한 곳이다.
철수하는 분들에게 자리를 물려받아 1번 포인트라는 최상류권 포인트에 자리를 잡았고 동행한 홍순진 씨는 3번 포인트에 자리를 잡았다. 최상류로부터 코너 머리까지 모두 다섯 포인트가 나오는데 이곳을 자주 찾는 낚시인들이 상류권부터 1번, 2번 순으로 이름을 붙여 놓았다.
철수하시는 낚시인들의 말에 의하면 37cm와 38cm의 허리급 대물 붕어 2수를 낚았는데 하필 밤에 수달이 나타나 살림망에 구멍을 뚫고 낚은 붕어를 다 잡아 먹었다고 한다. 필자도 이전에 3박 낚시를 하면서 살림망을 탐하는 수달을 두 번이나 목격하기도 했다.
이처럼 수달이 출몰하는 지역에서 낚시를 할 때는 살림망에 빈 부탄가스 통처럼 소리가 나는 빈 캔 몇 개를 넣어주면 좋다. 수달이 살림망을 덮칠 때 소리가 나므로 녀석들의 접근을 미리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출조길에 우측 골짜기인 추모공원 위쪽으로 올라가보니 맑고 시원한 물이 흐르는 계곡이 있었다. 무더위를 쫒으며 땀을 씻을 수 있어 너무 좋았다. 하지만 제방 좌측 상류에는 여전히 축사가 자리하고 있어 아무리 오염수를 정화하여 배출한다고 하더라도 장마 때 침출수는 배출될 것으로 예상됐다.
한편, 우리 일행의 본부석에서 가까운 곳에도 도랑물이 흐르고 있어 그곳에서 땀을 씻을 수가 있었는데 논 주인이 ‘상류에 있는 축사에서 오염수가 내려오니 씻지 말라’고 언질을 해주었다.

99% 모기 차단 좌대, 텐트 설치법
좌대와 텐트를 설치 후 에어매트까지 준비해 3박4일간 지낼 필자의 아방궁을 확실하게 만들어 놓았다. 여름에도 좌대 위에 텐트를 설치하는 것은 잠자리 확보도 중요하지만 모기의 공습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다. 텐트의 모기장만 남기고 문을 열어 놓으면 정면으로만 모기가 들어오게 되는데, 모기향 한 두 개만 피워 놓으면 99%는 모기의 공격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포인트 앞에는 뗏장 수초와 갈대 등이 듬성듬성 자라있었다. 수초 앞에 맞춰 3.0칸부터 3.8칸까지 모두 12대를 편성하였다. 수심은 1m를 조금 넘기고 있어 붕어 낚시에는 아주 좋은 조건이었다.
대 편성을 끝내고 바로 뒤의 나무 그늘에 본부석을 만들어 동출자들과 식사를 하며 휴식을 취했다. 낮에도 붕어가 나온다고는 하지만 햇살이 너무 뜨거워 수온이 오르면 입질이 없을 것 같았다.
이윽고 밤이 되어 케미를 밝혔다. 초저녁 입질은 기대하기 어려울 듯 했다. 수온이 너무 높았기 때문이다. 밤 9시가 지나며 첫 입질이 들어왔다. 왼쪽에서 두 번째 3.2칸 대의 찌가 살며시 올라왔다. “더-더-더”를 외치며 손을 낚싯대 위에 얹는 순간 찌가 다시 내려갔다. 아쉬움 속에 첫 입질을 그렇게 놓치고 9시40분이 지날 즈음, 좌측 3.6칸 대의 찌가 몸통까지 솟아올랐다.
챔질에 성공해 힘겨루기를 하는데 손끝에 느껴지는 엄청난 힘이 결코 작은 붕어가 아님을 직감할 수 있었다. 역시나 뜰채에 담긴 붕어는 36cm의 대형 붕어였다. 멋진 찌올림과 멋진 대물 붕어를 첫수로 만나자 정신이 퍼뜩 들었다. 입질이 없으면 밤 10시나 11시면 잠자리에 드는데 이날만은 왠지 더 큰 붕어를 만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잠을 자지 않고 버텼다.
자정을 넘긴 시간인 밤 12시 10분쯤, 이번에는 좌측 3.0칸 대에 단 어분글루텐 미끼에 입질이 들어왔다. 시원시원한 찌올림과 강한 저항 끝에 나온 붕어는 이번에도 허리급인 35cm짜리였다.
밤샘 낚시를 하지 않는 필자로서는 첫날부터 대물붕어 2수를 낚자 잠이 싹 달아났고 더 큰 붕어가 나올 것 같은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미끼도 어분글루텐으로 모두 교체하였다. 요즘은 옥수수보다는 어분글루텐에 더 신뢰가 가는데 확실히 토종붕어낚시에 써보면 잦은 입질이 오는 것 같았다.
예상대로 새벽 1시를 넘기자 이번에도 어분 글루텐을 달아 놓은 낚싯대의 찌가 솟아올랐다. 정말 미칠 듯한 감격이 몰아치는 듯했다. 심한 저항을 하는 것으로 보아 이번 역시 대물 붕어였다. 계측자 위에 오른 붕어는 37cm! 얼마 만에 만나는 대물 붕어 3총사인가 싶어 기분이 들떴다.

봉서지에서 올린 허리급 월척을 자랑하는 필자.

필자의 포인트에서 바라본 최상류권.

홍순진 씨의 포인트. 뗏장수초 너머를 공략했다.

상류 논 사이로 흘러내려오는 도랑물. 

우안 하류에 있는 통나무펜션.

필자가 자리를 잡은 최상류 골자리 포인트.

필자 일행이 휴식을 취한 본부석.

밤에 올라온 37cm 월척.

36cm 붕어로 3박 낚시 마무리
잠시 졸다 보니 새벽 5시가 지나고 있었다. 지그시 눈을 뜨고 찌를 보는데 왼쪽 네 번째 케미가 꿈틀대는 게 보였다. 정신을 가다듬고 지켜보자 얼마 지나지 않아 찌가 정점을 향해 솟고 있었다. 이때가 동 트기 바로 전의 새벽 5시15분으로, 올라온 붕어 역시 36cm의 대물 붕어였다. 하룻밤 낚시에 허리급 붕어 4수를 낚은 것은 필자로서는 처음인 것 같았다.
이윽고 날이 밝았고 잠시 정신을 가다듬으며 지난밤의 낚시를 생각해 보았다. 정말로 짜릿한 밤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아침 식사를 하고 나와 보니 찌 하나가 보이지 않았다. 챔질하니 32.5cm의 월척붕어였다. 월척붕어지만 이날만큼은 잔챙이 붕어로 보였다.
이후 낮에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밤낚시를 기대해 보았다. 하지만 두 번째 밤낚시에서 단 한 번의 찌 움직임도 못 본 채 밤이 지나고 말았다. 첫날 같아서는 10여 수의 대물 붕어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이런 게 낚시인가보다.
다시 마지막 밤을 맞이하였다. 첫날 같은 소나기 입질은 아니더라도 단 한 번의 입질만이라도 오기를 기대해 보았다. 하지만 시간은 하염없이 지나고 있었고 말뚝을 박았는지 찌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어느새 새벽 5시가 지나고 있던 차에 멀리 떠 있던 케미 불빛이 흔들렸다. 말뚝인 줄 알았던 찌가 살며시 솟아오르고 있었다. 머릿속에 환희의 찬가가 들려오는 순간 손끝에 대물 붕어의 강한 저항이 느껴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뜰채에 담긴 붕어는 36cm의 대물붕어였다.
날이 밝고 3일 동안 잡은 조과를 확인해 보았다. 홍순진 씨가 낚아온 2수의 36, 37cm 붕어를 합해 모두 8수의 대물 붕어를 확인 할 수 있었다. 이 뜨거운 여름날에 거둔 조과로서는 정말 대단한 기록이었다.
여름철 최고의 포인트는 그늘이 있고 시원한 물이 흐르는 계곡이 있으면 최고의 낚시터라고 말할 수 있다. 게다가 씨알 좋은 붕어를 마릿수로 만날 수 있다면 더 무엇을 바랄 수 있을까? 그런 곳이 바로 봉서지였다.   

봉서지 밤낚시 풍경. 뗏장수초 앞에 찌를 세웠다.

37cm를 올린 홍순진 씨. 그는 36cm도 낚아냈다.

봉서지에서 맞은 아름다운 일몰.

박경식 씨도 허리급 붕어를 올렸다.

필자와 홍순식 씨가 올린 월척을 모아놓고 촬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