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완도 여서도

1박2일 벵에돔 민박 조행
절경에 취하고
손맛에 취하고

홍경일 다이와 필드스탭, 바다낚시연구소 소장, FTV 바다낚시웨이브 진행자

▲여서도 영천여 곶부리에서 벵에돔을 노리고 있는 필자. 본류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뻗어갈 때 대물 긴꼬리벵에돔이 낚이는 명당이다.

▲영천여 곶부리에서 올린 벵에돔을 보여주는 필자.

완도에서 여객선으로 3시간 거리인 완도 최남단의 섬 여서도. 정겨운 돌담길과 해양 경관이 아름다운 여서도는 완도에서 직항 여객선이 하루 한 번 밖에 닿지 않는 청정 섬이다.
긴 세월 동안 바닷바람에 맞서기 위해 담의 높이가 지붕의 처마까지 닿는 이곳은, 대자연 속에서 이어온 인간의 끈질긴 삶의 흔적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 예부터 청산의 푸른 산이 좋고 여서도의 10리 물속까지 보일 만큼 맑은 청정바다가 좋아 ‘청산여수’로 불릴 만큼 깨끗한 곳이다
해안선의 길이는 10km 정도이고 쿠로시오 난류 영향으로 따뜻한 해역에 속해 여름이면 벵에돔, 돌돔, 부시리가 자주 낚여 낚시인들에게도 아주 매력적인 섬이다. 동쪽으로는 거문도, 서쪽으로 추자도, 북쪽으로는 청산도와 완도, 남쪽으로는 제주도가 있다.
여서도는 벵에돔, 부시리, 돌돔낚시터로 유명하며 벵에돔 시즌은 6월 말부터 시작해 7~8월 한여름이 피크이고 9월 말까지 이어진다. 긴꼬리벵에돔 조과도 뛰어난데 특히 밤이나 새벽 시간에 입질이 활발하다. 감성돔 시즌은 11월~3월 초까지. 부시리는 연중 낚이며 여름에 특히 마릿수가 많다. 배낚시에서는 1m가 넘는 부시리도 자주 낚인다. 겨울에는 방어도 섞여 낚인다.

▲떡바위 포인트(가운데 널찍한 곳). 벵에돔 외에 벤자리가 잘 낚이는 포인트로 사리물때에 조황이 뛰어나다.

▲완도에서 오전 7시에 청산도로 들어가는 섬사랑7호. 

▲민박집으로 향하는 마을길.

▲청산도-여서도를 운항하는 여객선이 여서도항에 정박해 있다.

단골 낚시인들은 민박낚시 선호
여서도에서 낚시를 즐기는 방법은 낚싯배를 타고 가는 법과 여객선을 타고 들어가 민박낚시를 즐기는 방법 두 가지가 있다. 예전에는 갯바위 출조가 잦았지만 요즘은 대부분 출조 낚싯배들이 부시리 선상낚시를 출조하기 때문에 갯바위만 출조하는 배들을 찾기 어렵다.
그래서 새벽에 출조하는 선상 낚싯배를 타고 나가 갯바위에 내린 후, 철수 때 함께 돌아오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다 보니 포인트 이동도 불편하고 여러모로 제약이 많다. 그래서 단골 낚시인들은 민박낚시를 선호한다. 일정이 다소 길어지지만 편히 자고, 먹고, 현지 낚싯배를 이용하면 원하는 포인트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완도항에서 여객선을 타고 가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다이렉트로 들어가는 방법이고 또 하나는 청산도에서 여객선을 갈아타는 것이다. 다이렉트로 여서도로 가는 여객선은 완도항에서 오후 3시에 출발해 소모도-대모도-장도-청산도를 거쳐 여서도에 도착한다. 이 경우 오후 6시가 돼 갯바위 출조는 어렵다(갯바위 야영낚시는 가능하다). 여객선 요금은 1인 8천8백원이며 차량을 가지고 가면 대략 3만원이다

▲벵에돔을 히트해 파이팅을 벌이고 있는 필자.

▲여객선에 차를 싣고 들어갈 수 있어 짐이 많을 때 편리하다.

▲세영민박집에서 식사를 즐기고 있는 낚시인들.

또 하나의 방법은 완도항에서 아침 7시에 출항하는 청산도행 여객선을 타고 가서 다시 청산도에서 여서도로 가는 8시30분 배로 갈아타는 것이다(이 배는 차량은 갖고 갈 수 없다).
이 경우에는 낮 12시 이전에 여서도에 도착할 수 있어 오후 출조가 가능하다. 아울러 이 시간에 맞춰 완도에서 낚싯배를 타고 들어온 낚시인들이 포인트에서 철수하기 때문에 오후 출조지만 좋은 자리로 들어갈 수 있다. 여객선을 갈아타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으나 시간도 아끼고 오후낚시도 가능한 두 번째 방법을 추천한다.

▲취재 기간 동안 올린 벵에돔과 부시리 조과. 

▲대물을 못 만났지만 30cm 이상급들은 충분히 손맛을 볼 수 있었다.

여름낚시는 무더위가 적, 초가을이 최고의 찬스
지난 8월 15일 필자가 진행하고 있는 FTV WAVE(웨이브) 방송 촬영을 위해 여서도를 찾았다. 요즘은 물색이 맑고 낮에는 잡어가 많아 벵에돔낚시가 생각보다 쉽지 않아 야영 밤낚시를 자주한다. 그런데 여서도로 들어가기 전에 들은 바로는 최근 밤 조황이 썩 좋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굳이 고생스러운 야간낚시를 하지 않고 민박집에서 출장낚시를 하기로 했다.
첫날 오후에는 영천 곶부리, 둘째 날에는 성여에 내려 낚시를 했는데 아쉽게도 조황은 썩 좋지 못했다. 커야 30cm를 갓 넘기는 씨알들이 올라온 게 전부였는데 고수온이 가장 큰 원인으로 생각됐다. 그나마 마을 앞에 있는 방파제에서는 쏠쏠한 조과가 이어졌다. 나도 그곳에 내려볼까 했으나 방송 촬영에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 다른 낚시인들에게 포인트를 양보했다.
그런데 조황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무더위였다. 뜨거운 햇빛에 달궈진 갯바위에서 올라오는 열기가 사우나를 방불케 해 첫날은 오후에 잠깐, 둘째 날은 오전에 잠깐 집중해 낚시한 게 전부였다.
그래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쾌적한 낚시를 즐기고자 한다면 초가을이 최고의 시기가 아닐까 한다. 지난 9월 초 태풍 바비가 지나간 이후 아침과 저녁 기온이 크게 떨어져 낚시 여건이 좋아졌다고 하니 기사를 접할 즈음에 여서도 원정을 떠나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참고로 여서도의 벵에돔 포인트는 수심 7m 이하의 얕은 여밭이 발달한 곳에 많다. 주로 서쪽과 남쪽 갯바위에서 긴꼬리벵에돔이 잘 낚이는데 작은개, 큰무생이, 무내미, 성여, 떡바위 등지가 마릿수 긴꼬리벵에돔 포인트로 유명하다.
긴꼬리벵에돔은 35cm 전후가 주종을 이루며 간혹 4짜급도 섞여 낚인다. 장비와 채비는 제주도에서 쓰던 방식 그대로 쓰면 적당하며 밤낚시 때는 목줄만 2호 이상으로 써주는 게 좋다. 현지 가이드에 의하면 3물~4물, 10물~13물 사이에 최고의 조황을 보인다고 한다.

문의 세영민박 이은호(별명 여서도 꽁지) 010-8547-3233

FISHING GUIDE
민박 1일, 하선비 각 4만원
여서도의 가구 수는 대략 36가구, 주민은 60여 명이 살고 있으며 민박집은 3~4개가 운영되고 있다. 민박집마다 낚싯배가 있어 갯바위 출조와 선상낚시가 모두 가능하다. 민박 비용은 방 1개당 4만원이며, 갯바위 하선비는 4만원을 받는다. 식사는 1끼에 1만원인데 일반 백반 정식보다 2천원 정도 비싸지만 푸짐한 해산물과 매운탕 등이 곁들여지기 때문에 충분히 만족할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