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먼 바다 배낚시]
백도 앞바다 갈치 대호황
기자도 만쿨 달성
김진현 기자 kjh@darakwon.co.kr
진프로피싱(진프로호) 진승준 대표가 미끼를 꿴 갈치채비를 멀리 던져넣고 있다.
4지급 큰 씨알의 갈치를 올린 진승준 대표.
해가 지기 전에 도착한 백도 해상. 좌측이 상백도이고 가운데 등대섬이 있으며 우측이 하백도다.
지난 8월 30일, 9호 태풍 마이삭이 일본 오키나와 열도에서 슈퍼 태풍으로 커지냐 마느냐하는 기로에 선 상황에서 전남 여수로 먼 바다 갈치 배낚시 취재에 나섰다. 낚시인이라면 모두 공감하겠지만 먼 바다 갈치 배낚시의 경우 보통 2~3주 전에 예약을 해야 하기 때문에 날씨를 선택할 권한이란 것은 사실 없다. 출조 당일의 날씨는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는데, 나는 운이 좋았는지 태풍이 한반도에 진입하기 직전에 출조를 할 수 있었다.
태풍은 낚시에 좋은 징조다. 특히 갈치낚시나 여름 긴꼬리벵에돔, 부시리낚시에는 더할 나위 없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 태풍이다. 태풍은 적도 부근에서 발생해 남쪽의 더운 공기와 바닷물을 북반구로 순환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태풍이 오기 직전, 지나간 직후에는 해수온이 오르고 바다의 염도는 떨어져서 으레 대박 조황을 보인다는 속설이 있다. 실제로 태풍이 근접해 오면 한동안은 바람이 불지 않고 무더위가 지속되는 경험을 할 수 있는데 출조를 한다면 이때가 찬스다. 그런데 여수에는 태풍보다 더한 걱정거리가 있었다. 순천의 코로나 확진자 1명이 여수를 다녀간 바람에 주변 상인들이 초긴장 상태에 들어간 것. 낚시점도 예외가 아니어서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매장 입장은 물론이고 승선할 수 없었으며 모든 출조 인원의 발열 체크도 병행했다. 차를 타고 여수에 진입했을 때는 피서철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거리가 한산했는데 다행히 여수 국동항에는 많은 낚싯배들이 출조를 준비하고 있었다.
여수 국동항 진프로호. 출조를 준비하고 있다.
해가 진 직후 식사를 하며 입질을 기다리고 있는 낚시인들.
기자에게 떨어진 미션
오후 1시. 모든 출조 인원이 준비를 마치고 여수 국동항에 정박해 있는 진프로호에 승선했다. 평소보다 출조하는 낚시인의 수가 조금 적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알고 보니 당분간 코로나19에 대비해 출조 인원을 조금 줄여서 낚싯배에서도 일정 거리를 유지할 수 있게 했다. 당장의 이익보단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여수 국동항에서 출항한 진프로호는 3시간을 넘게 달려 여수 백도 동편에 도착, 선장과 사무장이 풍닻을 내리고 곧바로 낚시를 시작했다. 낚시를 너무 서두른다고 생각했지만 최근에는 낮에도 큰 갈치가 입질하기 때문에 지체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번 취재에는 기자도 갈치 배낚시에 도전했다. 진승준(진프로피싱 대표) 씨는 기자에게 ‘만쿨 달성’이라는 미션을 주었는데 “무조건 손님들보다 갈치를 많이 낚아서 조과 사진을 남겨달라”고 했다. 만약 실패하면 낚은 갈치의 절반은 반납, 성공하면 모두 가져가는 걸로 조건을 걸었다.
미션을 받았기에 본업인 사진 촬영은 깔끔하게 생략, 갈치를 가져가겠다는 일념으로 서둘러 채비를 마치고 낚시를 시작했다. 그런데 손이 늦은 탓인지 겨우 채비를 마치고 주변을 둘러보니 낚시인들은 벌써 갈치를 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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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예방이 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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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도 해상에 도착하자마자 낚은 갈치. 은빛 선명한 체색이 시장의 갈치와는 격이 다르다.
4~5지 ‘한 방’을 노리는 전략 필요
올라오는 갈치의 씨알은 평균 3지. 가끔 3지가 넘는 것도 보였으나 대부분 3지가 많았고 가끔 2지도 보였다. 아직은 ‘몰빵’할 시간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느긋하게 ‘풀치’를 상대하며 아이스박스의 바닥을 조금씩 메워갔다.
먼 바다 갈치 배낚시는 ‘한 방’이 중요하다. 4지, 5지급 갈치가 수심 20~30m로 부상하면 그때를 놓치지 않고 집중적으로 공략해야 60리터 대장 쿨러를 채울 수 있다. 기자는 약간의 어드밴티지를 적용해 40리터 대장 쿨러를 받았지만 작은 풀치로는 40리터 쿨러를 채우는 것도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해가 진 후 큰 씨알이 낚일 때를 노리기로 했다.
해가 지기 전에 각자의 자리에서 도시락을 먹은 후 본격적인 낚시를 시작했다. 갈치 전용대에 전동릴, 합사는 6호를 썼으며 조류가 빠를 것을 감안해 7단 채비를 사용했다. 채비 중간에 집어등을 달았고 가지바늘은 최근 유행하는 꼴뚜기, 넥타이 등이 달린 것을 사용했다.
갈치 배낚시의 과정은 의외로 간단하다. 준비된 채비에 꽁치살을 미끼로 꿰어 채비를 내리기만 하면 되는데, 이 과정에서 채비가 꼬이는 것만 주의하면 누구나 쉽게 낚시를 즐길 수 있다. 바늘을 하나씩 가지런히 정리한 후 봉돌을 던져 한 번에 채비를 입수시키고 거두어들일 때는 역순으로 바늘을 정리하면 채비가 꼬이지 않는다.
이윽고 해가 지면서 본격적인 갈치의 입질이 시작되었다. 태풍 전에 대박이 온다는 말이 사실임을 증명하듯 배 전체에서 입질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씨알이 문제였다. 해가 진 후에도 3지가 대부분이었고 큰 갈치가 낚이지 않았다. 큰 갈치가 모여들라고 기도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그저 부지런하게 낚시를 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었다.
철수를 준비하며 취재당일 조과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낚시인들의 아이스박스를 한자리에 모았다.
좌측의 박은재 씨는 아이스박스에 해수를 붓고 있는데, 이렇게 하면 해수에 얼음이 녹으며 갈치를 골고루 냉장할 수 있다.
풀치 많을 때는 큰 갈치는 띄워 낚는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나와 다른 낚시인들의 조과 차이가 벌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른 낚시인들은 풀치 속에서도 4지급 갈치를 더러 올리는 반면, 나는 3지 풀치를 올리다 못해 2지 풀치로 씨알이 작아져 버린 것이다. 나 역시 수년간의 갈치 취재를 통해 큰 갈치가 모이는 수심층을 찾아야 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고 손도 여느 낚시인 못지않게 빠르다. 장비도 잘 다루는데도 불구하고 조과 차이가 났다. ‘결국 자리 탓인가?’
한참 풀치를 걸어 올리고 있으니 보다 못한 진승준 씨가 나에게 한 마디 했다.
“수심층을 바꾸는 것도 좋지만 바꾼 수심 중에서 가장 큰 씨알이 낚인 수심을 찾아보세요. 계속 수심층만 바꾼다고 큰 갈치가 물지 않습니다. 지금 어탐기를 보니 80m 수심 전층에 갈치와 고등어가 있어요. 제 경험에 의하면 이럴 때일수록 먹이경쟁이 심해져서 큰 갈치는 상층으로 부상하고 작은 갈치는 큰 갈치에게 쫓겨 중층이나 바닥으로 가라앉습니다. 이것이 정답이라고는 말씀 드릴 수 없지만 풀치 밭에서 큰 갈치를 솎아 내려면 되도록 상층으로 띄워서 풀치와 큰 갈치를 함께 노리는 것이 유리합니다. 하지만 무턱대고 채비를 내리면 잔챙이가 먼저 달려들어서 미끼만 뺏기기 십상입니다.”
아차 싶었다. 왜 나는 어탐기를 보지 않고 일일이 수심층을 찾아 헤매고 있었던가. 얼른 어탐기를 확인하니 80m 수심이 죄다 빨강, 노랑, 주황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게 전부 갈치다. 다른 낚시인들의 전동릴 수심을 컨닝하니 대부분 15~25m. 채비의 길이를 감안하면 수심 30m 내외를 노린다는 의미였다.
노리는 수심층을 30m로 정해두니 풀치도 올라왔지만 그중에서 쓸 만한 갈치도 올라왔다. 오히려 여러 수심을 노리지 않고 노리는 수심을 정해두니 채비 내림과 회수도 빨랐고 같은 시간에 더 여러 번 채비를 내릴 수 있었다.
큰 씨알의 갈치로 아이스박스를 가득 채운 최향미 씨.
남편 이상훈 씨와 함께 경기도 의정부에서 출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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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으면 몸만 가세요! 먼 바다 갈치 배낚시에 도전하고 싶지만 장비 마련에 대한 부담이 있다면 현지에서 운영하는 대여 서비스를 이용해 볼 것을 추천한다. 낚싯대는 1만~1만5천원이며 전동릴은 1만원, 아이스박스는 1만원에 빌릴 수 있다. 기본 장비인 구명복을 비롯해 기둥줄, 봉돌, 얼음, 칼 등은 출조할 때 무료로 제공하기 때문에 소모품인 가지바늘(1만원)만 구입하면 된다. 먼 바다 갈치배낚시 출조비가 15만원, 장비 대여와 소품 구입에 5만원 정도 들므로 20만원이면 출조가 가능하다. 그 외 식사는 모두 제공하며 철수할 때 갈치를 담을 스티로폼 박스(5천원선)만 추가로 구입하면 된다.
낚싯대
갈치채비
전동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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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지~5지급 왕갈치를 낚은 낚시인들. 부지런한 동작으로 풀치 사이에서도 큰 갈치를 확률 높게 낚아내었다.
미끼는 꽁치 살과 갈치 살을 섞어 사용하라
자정이 되니 다른 낚시인들은 이미 아이스박스가 차올라 아이스박스에 바닷물을 붓기 시작했다. 아이스박스에는 얼음이 깔려 있는데 해수를 부으면 얼음이 녹으며 바닷물이 -1℃~ 1℃를 유지한다. 이 상태로 갈치를 보관하는 것을 빙장이라고 하는데, 참치나 복어 같은 고급 어종을 싱싱하게 보관할 때 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얼음의 냉기만으로는 아이스박스에 담은 갈치를 모두 시원하게 할 수 없기 사용하는 방식으로, 해수를 부어서 갈치의 비늘이 전혀 상하지 않는 것도 좋다.
다른 낚시인들이 빙장을 하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나는 마릿수 조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했지만 아이스박스는 차오르지 않았다. 역시 큰 갈치가 턱 없이 부족했기 때문. 같은 수심을 노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다른 낚시인들보다 큰 갈치가 적을까 다시 생각을 했다. 그때 또 다시 진승준 씨가 조언을 해주었다.
“다른 낚시인들은 꽁치를 한 번에 많이 썰어서 준비를 해둡니다. 그에 비해 기자님은 한 마리를 썰어서 사용하고 떨어지면 또 가지고 와서 썰어서 미끼를 만드는 데 그렇게 하면 효율성이 떨어집니다. 그리고 썰어둔 미끼의 크기도 좀 작습니다. 다른 낚시인들의 미끼를 보세요. 큼직하게 썰어져 있고 꽁치뿐 아니라 작은 갈치도 미끼로 쓰고 있습니다. 큰 갈치가 갈치 살을 좋아한다는 것은 아시죠? 작은 갈치로 아이스박스를 채우기보단 총알이라고 생각하고 미끼로 쓰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깔끔한 은빛 체색의 4지급 갈치를 보여주는 낚시인.
식사 후 진프로선상카페에서 제공하는 음료.
갈치낚싯배의 집어등에 모여든 벌레가 가방에 붙었다. 이상하게도 집어등에 모여드는 벌레가 매년 바뀌는데 어떤 해엔 잠자리가, 어떤 해엔 매미류가 모여든다. 사진의 벌레는 할리퀸노린재의 일종이다.
갈치를 들고 인증샷을 남긴 기자. 4지급 갈치는 3마리 정도였고 나머지 190마리 정도는 3지 이하를 낚았다.
늦게나마 미끼를 큼직하게 써서 꽁치와 갈치를 함께 쓰니 풀치의 성화에서 벗어날 수는 있었지만 철수 시각이 임박해오고 있었다. 새벽 3시가 되자 낚시인들은 대부분 60리터 아이스박스로 만쿨을 달성했고 쿨러 두 개에 갈치를 채운 낚시인도 있었다. 나 역시 만쿨을 가까스로 달성하긴 했지만 마지막까지 씨알에서 만족할 조과를 거두지 못했다. 처음부터 풀치를 미끼로 쓰고 상층을 꾸준히 노리면서 큰 씨알과 풀치를 함께 낚았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지도 모를 일이지만 이미 조과를 만회할 시간은 부족했다.
철수 때가 되어 진프로호 사무장이 나의 쿨러를 열어보더니 사진을 찍지 않고 닫았다. 내가 봐도 촬영용 씨알이 아니었다. 철수한 후 진승준 씨의 부인 하혜정 씨도 나의 조과를 보더니 “어머~ 갈치 손질 하시려면 사모님이 힘드시겠어요”라며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풍요 속의 빈곤이 이런 것인가. 내가 낚은 갈치는 무려 200마리가 넘었지만 스티로폼 박스에 옮겨 담으니 공간이 널찍하게 남아서 얼음을 충분히 담을 수 있었다. 미션은 성공했지만 왠지 실패한 느낌. 다음에는 왕갈치만 노리겠다고 다짐했다.
현재 여수 먼 바다 갈치낚시는 태풍으로 인해 잠시 출조가 멈춘 상태지만 태풍 사이로 게릴라 출조를 하고 있는 어선의 조황을 살펴보면 호황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11호 태풍 노을까지 지나가면 본격적인 출조가 시작될 것으로 보이며 무엇보다 가을다운 굵은 씨알의 갈치가 낚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출조문의 010-5775-5594, 010-8796-1242
진르포호에서 부지런히 갈치를 올리는 낚시인들.
코로나19로 인해 널찍하게 간격을 벌려 낚시를 하고 식사도 개인 도시락을 지급해서 따로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