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 코리아 브랜드가 뛴다
(주)유정피싱
제조와 유통의 결합
원스톱 낚시기업으로 발돋움
서성모 편집장
(주)유정피싱 최범·전경옥 공동대표가 인터뷰를 마치고 유정피싱 한글 CI 앞에 나란히 섰다.
인천 서구 가좌동의 유정피싱 사옥.
유정피싱 공장 내부
유정피싱 쇼핑몰 홈페이지 화면
프리미엄 배스 전용 낚싯대 엑사드 7
유정피싱은 생산과 판매가 함께 이뤄지는 낚시기업이다. 낚싯대 제조 공장을 갖고 있으며 이곳에서 만든 비어(飛魚) 원투낚싯대와 엑사드(EXARD) 배스낚싯대 등은 유정피싱 매장과 유정피싱이 운영하는 쇼핑몰, 오픈마켓에서만 구입할 수 있다. 제 살 깎아먹기식 가격할인이 난무하는 판매시장에서 유정피싱은 독자 브랜드 개발과 직접 판매로 타사와의 경쟁에서 앞서가고 있으며, 제조과 유통을 함께하는 원스톱 낚시기업의 성공모델로 꼽히고 있다.
유정피싱의 경영은 최범·전경옥 공동대표 2인체제로 이뤄지고 있다. 두 사람은 부부로서 남편인 최범 대표는 낚싯대 제조 공장을 운영하고 부인인 전경옥 대표는 오프라인 낚시점 운영과 온라인 판매를 맡고 있다. 유정피싱에선 전 장르의 낚시용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매출을 견인하고 있는 제품은 회사에서 기획, 개발한 독자 브랜드다. 원투낚싯대로 많은 판매고를 올려 네 번째 버전이 나온 비어 시리즈와 유저층을 넓혀가고 있는 배스낚싯대 엑사드 시리즈 등이 그렇다. 다른 낚시점에서 도매유통을 요청했지만 정중히 거절했다.
소형 낚시점으로 출발한 유정피싱이 현재의 규모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독자 브랜드 개발에 있었다. 출혈식 가격경쟁에 휩쓸리지 않고 소비자의 기호에 맞는 낚싯대를 만들되 직접 판매로 유통마진을 걷어낸 것이 성공의 요인이었다.
지난 8월 5일 인천 서구 가좌동의 유정피싱 사옥을 찾았다. 5층 규모의 신사옥은 2년 전 마련한 것으로, 1층은 주차장, 2층은 매장, 3층은 사무실과 세미나실, 4층과 5층엔 사장실, 조립실, A/S실, 창고 등이 자리 잡고 있다.
4, 5층에 들어섰던 제조공장은 공간이 좁아 10분 거리의 건물을 임대해 옮긴 상태다. 2, 3층 100평 공간엔 낚싯대 제조 기계들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현재 유정피싱에 근무하고 있는 직원 수는 15명이며 매년 20%씩 매출이 오르고 있다.
유정피싱은 낚시소매점에서 출발했다. 2008년 15평 매장에서 시작한 유정피싱은 어떻게 사옥과 공장을 갖춘 원스톱 낚시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선상 생활낚시 전용대 쭈갑
하이앤드급 원투낚싯대 비어 4
갈치낚싯대 명인 45-50
태양공업, 동미, 엔에스를 거친 낚싯대 제조 전문가
최범 대표는 40년 넘게 낚싯대를 만들어온 전문가다. 인천 토박이로 공업고등학교에서 기계설비를 공부한 뒤 고3 때 현장실습을 나선 회사가 일본 다이와의 낚싯대와 릴을 만드는 태양공업이었다. 77년 당시 태양공업은 2천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큰 회사였다. 여기서 2년간 낚싯대를 만들며 제조 기술을 익혔다. 밤에는 야간대학을 다니며 학업을 이어갔다.
2년간 태양공업에 근무하다가 군에 입대한 최 대표는 제대 후 동미산업에 입사하게 된다. 여기서 루어낚싯대를 비롯해 원투낚싯대, 찌낚싯대 등 릴낚싯대의 기획과 설계를 맡았다. 6년간 동미산업에 근무하던 중 85년 전경옥 대표를 만나 결혼했다.
최범 대표가 엔에스 창립 멤버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88년 엔에스를 창립한 김정구 대표를 도와 낚싯대 개발, 생산, 자재 관리 등 총괄 업무를 맡았다.
“엔에스에서 4년간 근무하니 이제 내 일을 할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독립을 해서 태일산업이란 낚싯대 제조 회사를 차렸고 그동안 거래를 해왔던 일본의 도매상에서 낚싯대 제조 주문을 받아 만들어주었습니다. 하지만 자금 없이 시작한 사업은 늘 어려웠습니다. 97년 IMF 때 부도를 맞아서 집까지 넘어갔을 때엔 정말 앞이 깜깜하더군요.”
2008년 15평 낚시소매점으로 시작
계속된 자금난으로 회사는 결국 문을 닫게 된다. 2005년의 일이다. 잠시 낚시점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나아지는 것은 없었다. 그러던 중 국내 모업체로부터 중국 장춘에 있는 조구업체의 낚싯대 제조 총괄 업무를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4년간 중국에 머무르면서 낚싯대를 만들었다. 남편이 중국으로 떠난 뒤 이때까지 주부로 가정을 챙기던 전경옥 대표는 자신도 무언가 일을 해야 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대학을 간 아이도 있고 들어가야 할 돈도 자꾸 생기니까 이대로 앉아만 있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남편이 물건을 만들 기술이 있으니까 나는 그걸 팔아야겠다 생각하고 직업학교에 등록해서 온라인 마케팅을 배웠어요. 이곳에서 업무뿐 아니라 일과 사회에 대한 새로운 눈이 뜨였습니다. 중장년층반 옆에 장애인반이 있었는데 장애인들은 실력은 있어도 장애라는 이유로 취업을 못한다는 얘기를 듣고는 마음이 아팠어요. 사업을 하면 이 분들하고 일을 나눠야겠다 생각했습니다.”
2008년 인천 부평구 산곡동에 15평 매장의 낚시소매점을 차렸다. 유정낚시다. 직업학교 장애인반에서 만난 이치양 씨와 일을 함께 시작했다. 인터넷 오픈마켓을 통해 낚시용품을 팔았는데 2년간 적자였다. “낚시용품 가격을 낮춰서 많이 팔긴 했는데 오히려 손해가 나는 거예요. 그래서 다른 곳에선 살 수 없는 우리 상품을 만들고 그 상품을 만들 쇼핑몰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중국에서 돌아온 최범 대표가 2010년부터 낚싯대를 만들었다. 브랜드명은 UJFT. 첫 제품이 루어낚싯대 컴루어와 민물낚싯대 호수였다. “입소문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네이버에 유정낚시입질톡 카페를 개설하고 블로그에도 참여했습니다. 네이버 지식인에 낚시에 관한 질문이 보이면 어떻게든 답을 구해 알려줬어요.” 전경옥 대표의 말이다. 낚시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낚시를 배우고 즐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개설한 유정낚시입질톡 카페는 날로 회원 수가 늘어났다. 네이버 대표카페 메인에 걸리기도 했다.
루어대 컴루어, 원투대 비어 연이어 히트
유정낚시입질톡 카페에서 진행한 공동구매에서 컴루어 낚싯대와 릴, 루어를 묶은 세트 상품이 크게 히트를 쳤다. 전경옥 대표보다 최범 대표가 더 기뻐했다. “시장에서 반응을 보이니 제대로 만든 낚싯대를 선보이고 싶었습니다. 그동안 OEM을 통해 많은 낚싯대를 만들었는데 가장 많이 팔렸던 제품이 무엇일까 떠올려보니 원투대더군요.” 그렇게 해서 2012년 봄 유정피싱의 대표 상품 비어가 탄생했다. ‘飛魚’란 브랜드명은 최범 대표가 직접 지었다.
다크그린 등 두 가지 컬러로 만든 원투낚싯대 비어 30-450은 합리적인 가격에 기능이 뛰어난 낚싯대로 입소문이 나면서 마니아들이 생겼다. 최범 대표는 소비자가 원하는 색상으로 낚싯대를 만들어주는 소비자 주문자생산을 도입했다. 이렇게 해서 2가지 컬러였던 낚싯대는 7가지 컬러로 늘어났다. 같은 해 회사를 법인으로 전환하고 (주)유정피싱으로 회사명을 바꿨다.
2015년은 비어 원투낚싯대가 마니아 제품에서 전국구 제품으로 자리 잡은 해였다. 7가지 컬러의 비어 낚싯대가 전시되자 관람객들에게 큰 관심을 얻었고 많이 팔렸다.
평생A/S는 유정피싱이 업계 최초로 시도한 서비스제도다. 비어 원투대를 사면 회사가 설립되어 있는 한 평생 무상 A/S를 해주는 것인데 평생 낚싯대만 만들어 온 최범 대표의 품질우선주의가 반영된 정책이다. 소비자들에게 유정피싱 낚싯대는 믿을 수 있는 제품이란 신뢰를 주었다.
소비자 주문자생산, 평생A/S로 마케팅 차별화
- 두 분이 10년 넘게 회사를 키워온 것인데 어려움도 많았겠습니다.
2010년이었죠. 우리 물건을 팔아야겠는데 물건을 만들 공장이 없는 겁니다. 그래서 소규모 제조공장을 운영할 수 있는 곳으로 옮겨야 하는데 돈이 없는 거예요. 이사비용 300만원을 빌리고 친구네 건물에 보증금 없이 입주했죠. 지금 사옥으로 옮기기 전 매장인데 건물 2층에 제조설비를 조금씩 장만해서 낚싯대를 만들었습니다.
- 현재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은 무엇입니까?
비어 원투낚싯대입니다. 올해 하이앤드급인 비어 4가 출시되었습니다. 기존 제품보다 30% 강한 46톤급 하이카본을 사용해서 복원력이 40% 이상 좋아졌습니다. 그리고 한창 개발 중인 비어 5는 꽂기식으로 만들어 길이를 조절할 수 있는데 가성비가 아닌 기술력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회사의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 하반기에 새로 선보일 신제품은 무엇이 있습니까?
갈치, 주꾸미·갑오징어, 문어 선상용 낚싯대가 출시되었고 고급용 지깅대를 현재 샘플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문어 선상대는 내놓자마자 모두 팔려서 다시 제작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바다 생활낚시가 대세여서 앞으로 관련 제품을 많이 내놓을 예정인데 지깅대처럼 전문 장르의 전용대도 집중 개발할 예정입니다.
한자리에 모인 유정피싱 임직원들. 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된 유정피싱은 직원의 60%를 장애인, 고령자 등 취약계층을 채용하고 있다.
회사 회의실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최범·전경옥 공동대표. 유정피싱의 대표 상품인 비어 시리즈의 개발 과정을 들려주고 있다.
4층 사장실에서 최범(우) 대표와 최강일 부장이 낚싯대 도면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최범 대표와 최강일 부장. 최강일 부장은 최범 대표의 장남으로 최근 아버지로부터 낚싯대 제조 기술을 배우고 있다.
2019년 부산에서 열린 한국국제낚시박람회의 유정피싱 부스. 이벤트 행사에 관람객들이 몰렸다.
사옥 3층의 사무실
비어 원투낚싯대를 테스트 중인 최범 대표.
유정피싱이 주최, 후원한 제4회 어울림 맨손 고기잡기대회와 제5회 드램캐처 민물낚시 직접체험.
유정피싱이 고용노동부와 중소기업진흥공단으로부터 받은 사회적기업 인증서와 벤처기업확인서.
사회적기업으로 나눔·봉사활동도 활발
유정피싱은 2015년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됐다. 사회적기업이란 영리와 사회적가치를 실현하는 기업을 말한다. 유정피싱은 직원 중 60%가 장애인, 고령자 등 취약계층이다. 창립 당시 함께 일했던 이치양 씨가 실장으로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다. 기업활동을 통해 거둬들인 영리를 취약계층 고용, 나눔·봉사활동 등으로 다시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장애인바다낚시 체험대회, 장애인단체와 함께하는 빙어낚시대회, 어린이낚시교실 등을 후원하고 개최했다.
유정피싱은 지난 5월 9일 회사 사옥에서 2020년 신제품 발표회 및 필드스탭 조인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유정피싱은 신제품으로 비어 4와 엑사드 7을 선보였다. 비어 4와 엑사스 7 모두 하이앤드 라인업이다. 엑사드는 기술로 승부를 보겠다는 유정피싱의 의지가 담겨 있는 프리미엄 브랜드다. 보급형 엑사드 3, 중급형 엑사드 5에 이어 올해 고급형 엑사드 7을 출시했다. 엑사드 7은 고급 소재와 첨단공법이 적용됐다. 앞으로 엑사드 7과 같은 고급 모델을 다른 장르로도 확대해 소비자의 선택의 폭을 넓힐 예정이다.
스탭 조인식에선 배스, 원투, 선단, 미디어로 나누어 김민규 스탭 팀장을 비롯해 8명과 계약했다. 유정피싱은 매년 4~5개씩 신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원투, 배스, 선상, 붕어 등 다양한 장르의 330여 종 낚싯대가 출시되고 있다.
(주)유정피싱 연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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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5월 부평구 산곡동 15평으로 시작
2010년 5월 사무실/매장 이전(부평구 산곡동→서구 봉수대로)
네이버카페 유정낚시입질톡 개설, 블로그 참여
2012년 5월 제조공장 도입 / 법인 설립((주)유정피싱)
6월 제5회장애인바다낚시 체험대회 후원
2013년 11월 장애인 봉사 공로 인천시장표창
2014년 2월 장애인단체와 함께하는 빙어낚시대회 개최
3월 공장등록/인천광역시 서구
2015년 3월~10월 서구청소년수련관 방과후아카데미 낚시 체험활동
6월 CI, BI 개발, 새로운 브랜드 EXARD 론칭
11월 사회적기업 선정
2016년 6월 시각장애인 민물낚시 체험대회 개최
8월 제품품질우수기업 선정
11월 중소기업인대상 표창
2017년 8월 유정피싱 사옥 건설 착공
2018년 4월 (주)유정피싱 사옥 신축 이전식
2019년 제2회 엑사드컵 배스낚시대회 개최
2020년 5월 제1회 (주)유정피싱배 선상다운샷낚시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