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코리아 브랜드가 뛴다

금호조침

세계가 인정한
글로벌 낚싯바늘 브랜드

이영규 기자

국산 낚싯바늘을 대표하는 금호조침은 지난 2012년 7월, 중소기업청과 관세청이 주관한 ‘FTA 활용 중소기업 성공사례 경진대회’에서 유수의 중소기업을 제치고 최우수상인 대상을 수상했다.
당시 금호조침은 40개국에 연간 424만달러의 바늘을 수출했는데 국내 조구업체 총 수출액의 20%에 달하는 규모였다. 그리고 8년이 지난 현재 수출 국가는 두 배로 증가한 80여 개국에 달하고 연간 수출 규모 역시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  
수출액 규모에서 보듯 금호조침은 낚싯바늘 부문에서 세계 5위의 글로벌 기업이다. 세계적인 낚싯바늘 회사로는 1위가 노르웨이의 무스타드 2, 3위가 일본의 가마카츠와 오너, 4위가 미국의 이글크로우다. 그 다음이 한국의 금호조침이다.
글로벌 브랜드 5위에 랭크된 금호조침은 국산 낚싯바늘의 우수성을 세계에 입증하고 있는 산증인임과 동시에 한국 조구산업의 자랑이 아닐 수 없다.

한 달에 6,500만 개의 낚싯바늘 생산
기사를 써내려가기에 앞서, 낚시기자가 직업인 나는 금호조침 공장을 처음 방문한 후 그동안 금호조침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몰랐다는 자책감이 들었다. 금호조침하면 으레 ‘저렴한 국산 낚싯바늘을 생산하는 중소업체’ 또는 ‘어느 시골구석에 위치한 허름한 영세 가공공장’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대다수 낚시인들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7월 23일, 김화규 대표를 인터뷰하기 위해 찾은 김해시 어방동의 금호조침은 나의 선입견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가장 먼저 들른 곳은 본사 사무실과 붙은 제1공장. 공장 안에서 수백 대의 낚싯바늘 제작기계가 쉴 새 없이 움직이며 낚싯바늘을 찍어내고 있었다. 각 기계마다 형태와 크기가 다른 바늘을 찍어내고 있었는데 한 기계 당 2종의 바늘을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얼핏 세어 봐도 200여 대가 넘는 기계가 돌아가고 있었다.
분류와 포장을 마친 완제품 바늘들은 수출 국가별로 보내기 위해 하적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 생기 넘치는 공장 안 분위기는 흡사 70~80년대 수출 호황을 맞던 대규모 섬유공장을 연상케 했다.
‘아직도 이렇게 공장이 팔팔하게 돌아가는 곳이 있었구나….’
지난 몇 년간 나는 여러 조구업체의 공장을 들러봤지만 일감이 없어 생산기계 대부분이 멈췄거나 직원을 감원한 곳을 여러 곳 봐왔었다. 그리고 이것이 경기불황을 맞고 있는 국내 조구업체의 현실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금호조침을 방문한 후 ‘세계 5위 업체는 확실히 뭔가 다르긴 다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제1공장 견학이 끝나자 김화규 대표는 자신의 승용차로100m 거리에 떨어진 제2공장으로 나를 안내했다. ‘공장이 또 있다는 말인가?’
그 곳 역시 규모가 컸고 직선 기계 30여 대가 돌아갈 만큼 생산 라인도 거대했다. 놀란 내가 “공장이 하나가 아니었군요?”하고 말하자 이번엔 자동화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제3공장을 안내하겠다며 또 다시 차를 타고 이동했다.   
일정 공정에 기술자의 손이 필요한 제1, 제2 공장과 달리 제3공장은 재료인 강선을 기계에 연결만 하면 자동으로 연마, 재단 등의 과정을 거쳐 완성품 낚싯바늘이 만들어져 나왔다. 정밀도를 요하는 바늘은 1, 2공장, 강도를 중시하는 바늘 또는 묶음바늘 등에 사용되는 덕용 바늘 등은 자동화 시스템을 갖춘 3공장에서 제작한다고 한다.
제1공장에만 200여 대, 제2공장에만 100여 대, 제3공장에만 60여 대의 바늘제작 기계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는데 바늘제작 기계 1대의 가격만도 2천만원에 달했다. 이 모든 기계들을 엔지니어 출신인 김화규 대표가 직접 제작했고 본사에서 직접 보수, 유지하고 있었다.
어마어마한 시설 규모에도 놀랐다. 아무리 자본력이 풍부한 업체도 현재의 금호조침을 따라잡기는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류창고에 적재한 바늘 박스가 눈에 띄어 대체 몇 개 정도의 바늘이 들어있느냐고 묻자 어림잡아 5억만 개쯤은 될 것이라고 한다. 

금호조침에서 만든 국산 브랜드 낚싯바늘인 참바늘. 왼쪽은 감성돔바늘, 오른쪽은 루어용 트레블훅이다.

52년간 한 길 걸어온 낚싯바늘 장인(匠人)
금호조침 창업자 김화규 대표는 1950년에 경북 울진에서 태어나 19살이던 1968년에 부산의 낚싯바늘 제조업체 한국낚시에 취직하면서 엔지니어의 길을 걷는다. 이후 삼우산업(현재의 삼우 빅캐치) 바늘 생산 라인에서 2년간 근무하다가 삼우산업이 바늘 부문을 접자 선배가 운영하던 부산의 복구조침으로 이직해 경력을 이어갔고 26살이던 1976년에 독립했다. 햇수로만 따지면 19살 이후 52년간 오로지 낚싯바늘만 만들어온 셈이므로 낚싯바늘 부문에서는 국내 최장 경력의 장인(匠人)인 셈이다.
홀로 단신으로 공장을 차린 김화규 대표가 가장 먼저 거래를 튼 곳은 부산에 있던 제일낚시였고 그 다음이 만어낚시였다. 당시에는 브랜드도 없이 낚싯바늘만 납품하는 납품업체 형태로 영업을 시작했다. 당시 월 매출은 고작 10만원. 직장인 월급이 6만원을 받던 시기이니 재료값, 전기세, 운송비, 제작비, 자신의 인건비 등을 빼면 거의 남는 게 없는 장사였다.
그러나 기술력으로 승부를 건 김화규 대표의 낚싯바늘은 입소문을 타고 업자들에게 퍼져나갔고 서서히 주문이 늘었다. 당시에는 일명 조리바늘 또는 묶음추 채비 등을 만드는 업체에 바늘을 공급했다고 한다. 이후 사세가 확장되면서 1979년에 금호조침을 설립했다. 
주로 수출 위주로 낚싯바늘을 생산하던 금호조침이 국내 낚시인들에게 품질 좋은 낚싯바늘로 인정받게 된 계기는 1993년에 개발한 ‘참바늘’이다. 국내 최초의 하이카본 바늘로서 보통의 바늘은 카본 함유량이 0.606%인데 반해 금호조침의 하이카본 바늘은 카본 함유량이 0.82%로 높아 가볍고 튼튼했다. 첫 국산 브랜드 하이카본 바늘인 참바늘 탄생 배경에는 김화규 대표의 뚝심과 자존심이 한 몫 했다. 김화규 대표의 말이다.
“나는 낚싯바늘 제작자인 동시에 낚시꾼입니다. 낚시 강국인 한국에 제대로 된 브랜드 낚싯바늘이 없다는 게 자존심 상했어요. 그래서 1993년에 참바늘 브랜드를 론칭했지요. 그리고 나서 우스운 에피소드도 생겨났지요. 당시 국내 시장에 가짜 가마가츠와 오너 바늘이 풀렸던 겁니다. 알고 보니 내가 만든 바늘을 누군가 대량으로 구입해 일산 바늘로 유통시킨 겁니다. 소비자들은 차이를 전혀 몰랐습니다. 그만큼 참바늘의 품질이 우수했다는 얘기가 되지만 한편으로는 무조건적인 일산 바늘 선호도를 보면서 씁쓸한 마음 또한 감출 수 없었습니다.”   
참바늘 브랜드 론칭한 후 국산 낚싯바늘에 대한 인식은 좋아져 사업은 나날이 번창했다. 특히 요즘 유행하는 반일 정서가 당시에도 크게 몰아친 것이 금호조침이 한 발 더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 1990년대 중반 무렵 부산에는 일본 낚시유통업체 다카미야의 상륙을 앞두고 국내 조구업체들의 대규모 시위가 자주 일었다. 여기에 부산, 경남지역 낚시인들의 국산 낚시용품 애용 열기까지 더해지면서 참바늘의 판매량이 급속히 높아졌다고 한다.

바늘 외에도 품질 좋은 생활낚시 채비도 인기를 끌고 있다.
왼쪽부터 주꾸미, 갑오징어 채비, 광어 다운샷 채비, 오징어와 한치 채비다.

신뢰와 품질로 세계 바이어들을 낚다
한편, 금호조침은 2000~2010년 무렵 수출액이 500만불 수준이었으나 2010~2020년 사이에는 그 두 배로 껑충 뛰었다. 그 원동력은 무엇일까? 김화규 대표는 의심할 여지없이 우수한 품질과 바이어들을 사로잡은 신뢰를 꼽았다.
“IMF 때의 일입니다. 당시 JS컴퍼니 고장석 대표의 소개로 미국 배스프로숍에 낚싯바늘을 납품하게 됐습니다. 물량은 5만불어치였죠. 그런데 오더대로 제품을 만들고 나니 내 마음에 안 드는 겁니다. 아주 미세한 부분이라 전문가가 아니면 알아낼 수 없는 미묘한 하자였지요. 후딱 팔아버리고 나 몰라라 해도 될 상황이었지만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마음에 들지 않아 수출을 할 수 없다’고 한 달 전에 통보했습니다. 그러자 배스프로숍 측에서 ‘당신 같은 업자는 처음 봤다. 몇 년이 걸려도 기다릴 테니 물건을 만들어달라’고 답장이 왔더군요. 그래서 우리를 믿어준 업체에 보답하는 의미로 관리부장을 불러 한 달 안에 물건을 만들어보자고 했습니다. 처음엔 불가능하다고 하더군요. 사장인 내가 삭발을 하고 공정에 직접 투입돼 밤새 작업을 이어가자 직원들도 따라왔습니다. 결국 27일 만에 약속 물량을 맞춰 수출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은 김화규 대표와 나눈 일문 일답.

-수출이 많다는 것은 외국 바이어들에게 인정을 받았다는 얘기인데 비결이 있다면?
기본이 품질인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더 강력한 무기는 샘플보다 더 우수한 품질로 만들어 납품하는 것이죠. 납품업체 중에는 첫 납품 때는 품질이 좋지만 뒤로 갈수록 품질이 떨어지는 사례가 많습니다. 그런 점을 바이어들은 싫어하고 수도 없이 겪어왔기 때문에 그 회사와의 계약 연장을 고민하게 되죠. 하지만 우리는 시간이 갈수록 부족한 점을 메우고 품질을 높이는 데 주력했습니다. 이런 진정성이 국제 바이어 간에 입소문이 나면서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일산 제품과 국산 제품의 품질 차이를 어느 정도로 보십니까?
과거에는 정말 차이가 컸지만 지금은 거의 따라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일산 유명 메이커의 바늘 끝은 밑걸림 시 끝이 넘어가지만 우리 바늘은 원래 형태를 유지합니다. 사실 바늘 끝의 날카로움도 차이가 없습니다. 바늘에 따라서는 오히려 우리 바늘이 더 날카로운 제품도 있습니다. 다만 도금기술에서 약간 밀리는 건 사실입니다. 바늘을 완성한 후 마지막 단계로 전체를 도금처리 하는데, 이때 바늘 끝이 피막 처리되면서 약간 무뎌지는 것이죠. 그러나 그 차이는 걸림에 큰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닙니다. 도금은 한국이나 일본 업체 모두  전문 도금업체에 외주를 줍니다. 일본의 도금기술은 세계적이에요. 그러다보니 디테일에서 약간의 차이가 나는 것이죠. 그래서 앞으로는 무도금 방식으로 바늘을 만들어볼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성공한다면 일산 바늘보다 우수한 제품이 탄생하는 것이죠.

연간 80여 개국에 만달러 수출
-해외에서 인정한 고품질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내 낚시인들은 일산 바늘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하실 말씀이 있으신지요.
일산 바늘의 품질은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합니다. 그들은 전문 낚시인을 통한 현장 테스트와 개선을 거쳐 바늘을 생산합니다. 일본산 바늘들은 업체 간 품질에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수준이 높습니다. 그와 더불어 우리 금호조침 낚싯바늘도 일산 제품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에 도달했지요. 그럼에도 ‘국산 바늘은 품질이 떨어진다’는 막연한 인식을 돌려놓기가 참 힘듭니다. 실제로 바다낚시가 생활화된 부산, 경남지역에서는 가성비 좋은 우리 제품을 많이 씁니다. 반면 서울을 비롯한 중부권 낚시인들은 가끔씩 바다낚시를 다니다보니 기왕이면 좋은 장비와 채비를 갖추려는 경향이 강하죠. 그런 면에서 우선권을 놓치고 있다고 봅니다. 여기에 수도권에는 수십 년 전부터 유명 일산 메이커 바늘이 낚시점에 풀린 것도 영향을 미친다고 봅니다.

-낚시인들 중에는 일본식 이름과 형태의 바늘 대신 독자적인, 한국 어종에 맞는 바늘을 개발해달라는 요청이 있습니다만.
현재 생산되고 있는 바늘의 형태는 쉽게 손대기 어렵습니다. 일단 한국과 일본의 낚시 어종이 거의 동일한 데다가 일본의 바늘 제조 기술의 역사는 300년이나 됩니다. 그 오랜 세월 동안 현장 테스트와 개선, 개량을 거쳐 지금의 형태가 완성된 것이죠. 반면 우리나라는 길게 봐야 80년밖에 안 됩니다. 따라서 갑자기 없는 형태의 바늘을 만들기보다는 우리 민물과 바다 상황에 맞춘 바늘로 개량을 해나가는 게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나는 일본의 농어 바늘인 세이코 바늘의 형태를 약간 개량하고 이름도 모듬바늘이라고 붙인 새로운 형태로 만들었습니다. 각 어종별 바늘도 이미 참바늘 출시와 발 맞춰 감성돔, 볼락, 망상어, 학공치 등의 순수 우리 이름을 달아 출시했습니다.

전 세계적인 경기불황에도 금호조침은 세 공장에서 쉴 새 없이 바늘을 찍어내고 있었다. 코로나19 여파로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낚시가 때 아닌 호황을 맞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그 여파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 듯 했다.
사실 김화규 대표가 겉으로 표현은 안 했지만 금호조침은 해를 거듭할수록 사세가 확장 중이었고 직원들이 뿌듯해하는 표정에서 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인터뷰를 마친 김화규 대표는 “아직까지 직원 중에 나만큼의 기술을 보유한 기술자는 없습니다. 그러나 현재 직원들의 기술력이면 나 없이도 지금 품질의 낚싯바늘을 만드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을 정도로 기술력이 뛰어납니다”고 말했다. 그만큼 금호조침의 기술력이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다는 비유였다. 

김해시 어방동에 있는 금호조침의 바늘 제조 공장.
1, 2, 3공장에서 총 350여 대의 바늘 제조 기계가 돌아가고 있다.

김화규 대표가 새롭게 도입한 최신식 열처리 시설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 유통을 담당하는 부산시 강서구 대저1동에 있는 매장. 

집무실을 연구, 개발실로 쓰고 있는 김화규 대표.  
 끊임없는 연구와 개발이 오늘날의 금호조침을 만들었다는 게 김화규 대표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