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낚시금지는 잘못된 정책
장성호 수질오염에서 낚시 비중은 0.6% 이하

김범철
·강원대학교 환경학부 명예교수
·‌전 한국하천호수학회장

 전남 장성군이 장성호에서 낚시금지를 계획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런데 공식적으로 발표한 이유가 수질보호를 위해서라고 하니 실소를 금할 수 없고 우려되는 바가 많아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필자는 호수수질관리가 전공이기 때문에 많은 호수관리 관련기관의 수질개선대책 회의에 참석하여 자문을 하고 있다. 이때 종종 등장하는 대책들 가운데 잘못된 것으로 지적해 주는 것이 두 가지 있는데 ‘낚시금지’와 ‘친환경농업증대’이다. 낚시는 수질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데도 불구하고 과대평가되어 금지시키려 하기 때문이고, 친환경유기농은 수질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큼에도 불구하고 과소평가되어 오히려 정부의 지원금을 투입하여 장려하기 때문이다.

호수의 주 오염원은 동물의 배설물과 퇴비
호수에서 부영양화를 일으키고 녹조현상의 원인이 되는 오염물질은 인(燐)이라는 원소이다. 인은 유해물질이 아니고 생물의 생장에 꼭 필요한 필수 원소이며 모든 생물은 인을 함유하고 있다. 그래서 인은 비료의 주요 3대 성분 가운데 하나이다. 그런데 인이 오염물질로 취급받는 이유는 호수에서 인이 증가하여 식물플랑크톤이 과다 증식하면 심수층에서 산소고갈이 발생하고 유독성 남조류의 녹조현상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모든 생물에는 인이 1% 정도 함유되어 있으므로 당연히 식품과 사료에도 인이 함유되어 있다. 식품 중 탄소와 수소는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고 기체가 되어 대기로 확산되고, 인은 동물이 소량을 흡수하고 나머지는 배설물로 배출된다. 그러므로 모든 동물의 배설물에는 인이 함유되어 있고 이를 재료로 만든 퇴비에는 당연히 인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퇴비가 부숙(腐熟), 즉 오래 두어 썩게 되면 수질오염을 일으키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오해이다. 인은 더 이상 분해되거나 기체가 되어 없어지는 물질이 아니기 때문에 퇴비를 아무리 부숙시켜도 끝까지 남는다. 부숙이 오래 되어 퇴비의 탄소가 감소할수록 인의 함량은 점점 높아진다.
원래 동물의 배설물은 토양으로 돌아가 식물의 양분이 되는 것이 정상적인 생태계의 물질순환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축산 규모는 국토의 환경용량을 크게 초과하는 수준이므로 사료의 자급율은 10%도 안 되고 대부분의 사료를 수입하는데, 결국 이 사료에 함유되어 있는 인이 우리 국토에 뿌려지는 것이니 양분과잉이 되는 것이다. 식물에 필요한 비료는 주로 질소 성분이고 인은 질소의 10분의 1 정도만 공급하면 된다. 그런데 동물의 배설물과 퇴비에는 인이 많아서 질소와 인의 양이 비슷한 수준이다. 즉, 식물은 인의 일부만 흡수하므로 대부분은 과잉으로 투여하는 셈이다.
농약을 쓰지 않는 농업을 친환경농업이라고 인정하여 정부에서 보조금이 지급되는데, 농산품의 잔류 농약의 유무는 규제하지만 경작과정에서 인의 유출에 의한 수질오염 여부는 따지지 않는다. 그러니 친환경농업이라기보다는 무농약재배라는 용어가 적절한 용어인데, 친환경농업이라고 부르기 때문에 농민들조차 환경오염이 없는 농업이라고 오해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축산과잉으로 분뇨가 남아돌다 보니 퇴비를 지나치게 사용하는 곳이 많다. 이는 농촌지역 호수 부영양화의 주요 원인이 된다. 수질오염물질로 비난받는 가축분뇨가 퇴비로 바뀌면 친환경농업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밭에서 유출되는 것이다(1).

수질오염이 발생해 녹조가 낀 장성호 수면.
녹조는 인 성분이 증가해 발생하며 가축의 분뇨와 퇴비 등이 주 요인이다.

장성호의 수질 분석 
사람이 하루에 배출하는 인의 양은 약 1.5g인데 비하여 소 한 마리의 인 배설량은 하루에 약 36g이므로 20배가 넘는다. 만일 어느 저수지 유역에 소 1천마리가 있다면 이로부터 발생하는 인 배설량은 사람 2만 명이 배설하는 양과 같다.
정부자료를 보면 장성호의 유역으로부터 유출되는 인은 대략 하루에 35kg인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낚시인의 경우 하루에 배출하는 인이 0.7g인 것으로 보고되어 있으므로 이 자료로 보면 유역의 인 부하량은 낚시인 5만명분에 해당한다. 장성호의 경우 호변 전체에 50미터당 한 명씩 낚시를 한다고 해도 총 인원은 300명 수준이니 인 배출량은 전체의 0.6%를 차지할 것이다. 물론 실제로는 이보다 낚시인의 숫자가 훨씬 적을 것이고, 겨울에는 낚시인이 더 적을 것이다. 게다가 동물성 미끼와 루어낚시는 더욱 더 수질오염이 적다.
호수 부영양화의 주요 원인은 생활하수와 퇴비이며, 낚시가 수질오염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할 정도로 작다는 것은 이미 국내외의 여러 연구결과에서 밝혀져 있다(2) (3) (4). 한마디로 말하면 유역의 오염원을 그대로 둔 채 낚시만 금지하는 것은 수질개선 효과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낚시를 금지하면 조금이나마 오염부하 감소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수질관리 자문회의에서 지적하는 이유는 낚시금지를 대책으로 내세우고, 정작 수질악화의 주요 원인인 하수와 퇴비유출에 대한 대비책은 소홀히 하기 때문이다. 시행하기 까다로운 대책은 시행하지 않고, 문서 하나로 간단히 낚시금지를 시행함으로써 수질개선대책 실적의 하나로 내세우는 전형적인 보여주기 정책이다.
그럼에도 낚시금지라는 대책을 흔히 내세우는 이유는 행정 측면에서 보면 무언가 대책을 시행한 것으로 보여줄 수 있으면서 비용이 전혀 들지 않고 아무런 시행 노력도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낚시금지라는 문구 하나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으니 이에 대한 유혹이 늘 있을 것이다.
수질 문제 외에 낚시금지 조치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 중의 하나는 국민의 권리를 합리적 근거 없이 손쉽게 제한하는 관행이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자연을 즐기는 활동은 삶의 질을 높이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문명의 선진화가 진행될수록 자연의 심미적 가치는 더욱 더 높아지며 경제적 소득 증대로는 대체할 수 없는 행복감을 주는 요소가 된다. 많은 사람들이 산과 강으로 여행을 떠나는 이유이다. 어느 지역에서 낚시를 금지하는 것은 그것을 즐기는 국민의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니 타당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 한 지역에서 쫓겨난 사람들은 다른 지역을 찾아갈 것이니, 결국 낚시인을 쫓아내고 나의 관할 호수만 편히 관리하겠다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부당한 권리침해는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자유민주주의를 좀먹는 요소라는 정치적 함의도 가지는 것이다.

낚시의 경제적 가치에 대한 올바른 평가 필요
낚시는 경제적으로도 가치가 매우 높다. 미국의 호수학 책들을 보면 호수가 가지는 가장 큰 가치가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인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물론 많은 호수는 기본적으로 수자원 확보를 위해 만든 것이지만 미국에서 경제성 평가를 한 결과들을 보면 수자원 공급에 의한 농업생산량 증대보다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가 더 큰 것으로 평가되는 곳이 많다. 이 계산과정을 보면 낚시인들이 호수를 찾으면서 지출하는 금액이 5만원 정도로 평가하는데 결과를 보니 지역 소득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아마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할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아직 이에 대해 이해가 부족하여 경제성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있다.
예를 들면 붕어 1kg을 식량자원으로 판매한다면 가치가 1만원밖에 안 되겠지만 낚시대상어로서는 5만원을 지불하는 관광자원이 된다. 그러므로 상업적 어획을 중단하고 레저낚시를 진흥한다면 몇 배 큰 이익을 얻는 것이다. 아마도 낚시로 소득을 얻는 사람들이 행정에 영향을 미치는 민주적 통로가 없기 때문에 낚시가 가지는 가치가 올바로 평가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낚시를 비롯하여 자연을 즐기는 레저활동의 가치는 근래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더욱 커졌다. 실내활동보다 야외활동을 선호하게 되고 해외여행이 차단되어 있으니, 가까운 곳에 좋은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관광지가 있다면 그곳을 찾는 사람들의 교통비를 절약하는 것이며 해외여행을 대체하는 경제효과도 매우 크다. 따라서 레저낚시는 국가에서 관심을 가지고 관리하고 국민을 위한 서비스를 개선해야 하는 분야이다. 실제로 이미 「낚시관리 및 육성법」이라는 법이 제정되어 있는데 목적을 보면 ‘건전한 낚시문화를 조성하고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아직 이 법이 시행되어 낚시를 통한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것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행정부처는 낚시금지 아닌 쓰레기 근절정책 찾아야  
외국에서는 낚시인의 권익 보호와 수생태계 보호, 낚시진흥을 목적으로 낚시인들이 정치적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낚시인들의 연합회를 만들어 웹사이트를 만들고 가입한 회원들이 선거에서 수생태계를 보호하고 낚시인의 권익보호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보이는 후보자에게 투표함으로써 정치인들의 정책방향을 끌어내고 있다. 우리도 이러한 활동을 시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낚시금지를 시행하려는 관리자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수질보호는 표면상 내세우는 핑계이고 실상은 관광객이 쓰레기 버리는 행위가 싫고, 여러 대의 낚싯대를 펼쳐 놓고 다른 사람이 호수를 이용하는 데 방해를 주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아예 낚시를 금지시켜 편히 관리하려는 숨은 속내가 있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이것은 행정의 의무인 대국민 서비스를 회피하려는 발상이다. 쓰레기를 버리는 관광객은 한 곳에서 쫓아내면 다른 곳에 가서 쓰레기를 버리게 된다. 국가적으로 보면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뿐이며 총량은 동일한 셈이다.
쓰레기는 주로 물에서 썩지 않는 플라스틱과 유리 등인데 토양에서 산소를 차단하고 동물의 서식을 방해하는 피해를 주는 것이지만 수질과는 관계가 없다. 호수에 흘러 들어오는 쓰레기의 대부분은 유역의 생활쓰레기이다. 매년 큰 홍수가 지고 나면 대청호, 충주호 등의 대형댐에는 거대한 쓰레기 섬이 만들어진다. 유역에서 떠내려 온 플라스틱 쓰레기와 나뭇가지가 뒤엉켜 있는데 규모가 수백 미터 크기에 이르기도 한다. 아직도 농촌에서는 하천변이나 농경지에 쓰레기를 방치하는 사례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하천변의 쓰레기는 결국 홍수 시에 모두 호수로 들어간다. 행정부처에서는 낚시쓰레기이건 생활쓰레기이건 간에 하천변에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를 근절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미국처럼 사법권을 가진 환경경찰이 순찰하면서 쓰레기를 버리지 않도록 계도하고 적발하여 과태료를 부과한다면 아마 쓰레기는 현저하게 줄어들 것이다. 이러한 노력을 하지 않고 낚시금지로 해결하려고 한다면 효과도 적고 올바른 대국민 서비스가 아니다.
낚시좌대를 불법적으로 설치하거나 여러 대의 낚싯대를 펼쳐놓고 주변의 다른 사람들이 호수를 즐기는 것을 방해한다면 이런 행위를 규제해야하는 것이지 낚시 자체를 금지시킬 사안은 아니다. 우리가 자연을 즐기는 자유를 누리고자 한다면 이는 타인의 권리를 방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허용된다는 것이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다. 이런 행위를 막기 위해 법이 존재하는 것이며 도덕적 자율규제로 해결할 수 없을 때에는 규제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 낚시좌대를 불법으로 설치하거나 낚시터를 장기점유하는 행위는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 불법 설치물은 현행 법규로도 얼마든지 철거할 수 있다. 이를 적극적으로 관리하지 않고 낚시금지로 해결하려고 한다면 책임회피라고 볼 수밖에 없다.

낚시인의 권리와 의무
선진국에서는 대부분 낚시면허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매우 까다로운 규정들을 가지고 있다. 낚싯대의 개수도 제한하고, 어획도구, 어획방법, 마릿수제한, 체장제한 등을 하고 있는데 실제 체험해 보면 몰상식한 행위를 하는 사람들이나 상업적 어획을 노리는 사람들에게는 규제라고 느껴지겠지만 정상적인 레저낚시인들에게는 별로 불편함이 없는 규정들이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낚시면허제가 없고, 마구잡이로 낚싯대를 펼쳐 놓아도 규제하지 못하고 있으니 아직 선진국이 아닌 것 같다. 정부는 낚시관리법을 적극적으로 시행하여 쾌적하게 모든 국민이 레저낚시를 즐길 수 있도록 관리해 주어야 하며 낚시인들도 스스로 낚시면허제와 유료화를 추진하여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여야 한다(5).
낚시로 인한 일부 부작용이 있다면 이를 금지시켜 회피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시정하며 국민의 삶의 질 항상을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장을 담그니까 구더기가 생겼다면 파리가 들어가지 않게 덮어 주어야 할 일이지 장을 담그지 않는 우를 범하지는 말아야 한다.

호수 연안에 설치된 불법좌대. 

참고자료
(1)김범철. 유기농도 수질오염 대책 세워야. 동아일보 2009년 12월 28일자.
(2)김범철. 낚시 미끼는 수질에 영향 없다. 낚시춘추 2015년 9월호
(3)농어촌연구원, 2005. 목적 외 사용에 따른 농업용 저수지의 수질오염 영향과 수질관리방안 수립 연구. 농업기반공사.
(4)조영봉, 2006. 낚시용 추 및 미끼 등의 환경유해성 조사 분석 연구. 해양수산부.
(5)김범철. 낚시인의 권리와 의무, 낚시면허제와 자연보호운동. 낚시춘추 2020년 6월호